ALGATE RAW novel - Chapter 15
화
도축장과 계약이 끝나면서 더는 기숙사에 있을 수가 없게 되었기에 집을 하나 임대했다. 그 때문에 파티 공금이 줄어 들어서 녀석들에게 1억 텔론씩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어렵게 되었지만 집을 얻는 것도 일종의 지원이니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우린 당분간 여기서 수련을 한다. 오러를 능숙하게 다루게 되면 그 때 봐서 사냥을 나간다. 그리고 각자 필요한 기본 기술들을 익히도록 하자. 무기나 방어구는 조금 더 있다가 구하도록 하고. 기본 기술부터 익히자.”
나는 놈들이 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서둘러 일정을 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테르를 다루는 능력자는 대표적으로 육체 능력자와 정신 능력자로 나뉜다.
말 그대로 육체 능력자는 에테르를 몸 안에서 활용한다. 그냥 전사들로 생각하면 편하다. 그런데 정신 능력자는 외부 에테르를 이용해서 어떤 작용을 이끌어 낸다.
마법사와 거의 같은 놈들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떻게 같고 다른지는 지금까지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헌터들의 기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톨틱에도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못하게 규정되어 있는 모양인지 내가 찾아 본 정보에는 없었다.
“어서 오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연합에서 운영하는 공식 상점은 언제나 성황을 이루고 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다른 상점들과는 규모부터 다르고 그 내용물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뭐 가격이야 좀 비싸겠지만.
내가 일행들을 이끌고 헌터들의 기술을 보급하는 매점으로 다가가자 상점을 맡은 여직원이 활짝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이한다.
이 여자도 능력자다. 에테르를 이용할 수 있다.
딱 보자 느낌이 왔다. 하지만 육체 능력자는 아니다. 여자의 주변에 흐르는 에테르가 그것을 말해준다. 몸 안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흐르고 있는 에테르.
전에 봤던 부지점장은 육체 능력자였는데 이 여자는 정신 능력자인 모양이다.
“이번에 새로 등록한 헌터입니다. 기본 기술들을 익혀야겠기에 찾아왔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흐응, 맞다. 얼마 전에 화이트 코어를 얻었다는 그 신참 파티인 모양이군요?”
역시 소문이 다 난 모양이다.
“운이 좋았지요. 그래 기본 기술이란 것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참고로 육체 능력자와 정신 능력자의 기본 기술들을 전부 보고 싶습니다.”
“네에 그러니까 육체와 정신의 기본 기술 전부… 엑. 정신 능력자의 기본 기술이요? 그게 왜 필요해요? 딱 봐도 모두 육체 능력자인데요?”
생각지 못한 주문이었던지 여자 점원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배우진 못해도 어떤 원리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몬스터를 사냥하긴 하지만 때로는 인간 사냥을 해야 할 때도 있지요. 우릴 노리는 사냥꾼이 몬스터만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래서 기본이라도 모든 기술들을 알아 두려고 하는 겁니다.”
나는 점원의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단호하게 말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란 뜻을 담아서.
“그, 그렇군요. 하지만 그런 이유로 기술을 원하는 분은 처음이라서. 죄송합니다.”
점원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 사과를 한다.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초보라서 모든 것이 낯선 상황이라 조금 민감합니다. 첫 사냥에서 대운이 터졌지만 그게 큰 불행을 몰고 올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최대한 대비를 하려는 마음입니다.”
“아, 알았습니다.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제가 기본 기술들을 모두 찾아볼게요. 그게 정신 능력자는 좀처럼 없어서 기술들도 안쪽에 보관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조금만 기다리면 가지고 나올 겁니다.”
여자는 판매대 뒤에서 뭔가 입력 버튼을 부산스럽게 눌러대더니 잠시 후에 일이 끝났는지 개운한 얼굴로 고개를 든다.
“사실은 초보들이 지금 그 쪽, 그러니까….”
“세이커, 세이커입니다. 파티명도 세이커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 세이커씨 같은 이유가 아니라 그냥 기본이고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모든 기술들 얻어 가려는 이들이 있어요. 솔직히 그 중에서 몇 가지나 익힐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욕심만 내는 거죠.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그걸 전부 수거를 해야해요. 모르시겠지만 기술 교본을 읽고 내용을 익히게 되면 그 에테르를 기술 교본에 주입해서 교본을 파기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벌금이 어마어마 하죠. 뭐 파기할 재주가 없으면 다시 반납만 하면 되지만요.”
“그럼 유효 기간도 있겠습니다.”
“에엣. 똑똑하시네요. 사실은요 이건 다들 알고 있는 비밀인데요. 그래도 비밀이긴 하니까 조용히 말씀을 드릴게요. 기술이 기록된 교본은 이곳, 그러니까 연합에서 마음만 먹으면 내용을 파기할 수도 있어요. 무선으로요. 그러니까 굳이 반납을 하고 어쩌고 할 이유도 없죠. 그런데 그걸 안 하면 벌금을 먹이는 거죠. 대단하지 않아요? 호호호.”
뭐 연합이 돈을 밝히는 거야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 점원은 뭘 믿고 자기 직장을 욕하고 있는 걸까?
“세엘, 너 또 쓸데 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 너 그러면 정말로 벌점 준다?”
“에엑? 언니? 언제 왔어?”
“언제 오기는 언제 와? 지금 왔지. 주문을 왕창해서 찾아오래서 고생해서 찾아 왔더니 딴 짓이나 하고 있어?”
“아, 딴 짓 아니야. 여기 이 분은 세이커씨. 새로 파티를 만든 분이야. 파티도 세이커 파티래. 지금 언니가 들고 온 건 전부 이 분이 주문을 한 거야.”
“뭐어?”
“그렇게 놀라지 마. 내가 보기엔 정당한 주문이야. 그 기술들을 제대로 알아야 만약의 습격이나 싸움에서 생존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거라는 파티 리더로서의 판단 때문에 구입을 하는 거라니까 말이야. 이 정도면 정당한 사유 아니야?”
“으음. 뭐 그렇다면 어중이떠중이가 하는 멍청한 짓은 아닌 것 같네. 그래, 그런 이유라면 당연히 판매를 해야지. 그런데 너 다 아는 비밀이라는 그런 헛소리는 다시 하지 마라. 매점 수석 매니저로선 봐 줄 수 없는 발언이니까 말이야. 말을 해도 안 들리게 해야지. 원 조심성이라곤 없으니.”
저기 그 말도 다 들리거든.
“자 받아요. 이건 육체 능력자들의 기본적인 기술들, 그리고 색이 다른 이것들은 정신 능력자들의 기술들이에요. 다들 툴틱이 있다면 거기에 연결을 하던가 아니면 기본적인 모든 출력 장치에 연결을 하기만 하면 되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그리고 이건 중요한데 그게 아무리 하급이라도 헌터는 자기가 익힌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안돼요. 그게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인 룰이죠. 또 그게 아니라도 자기 능력을 타인에게 까발리면 그만큼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거란 사실을 기억해요. 남들이 모르게. 이것이 헌터로 살아 남는 기본 중에 하나예요.”
수석 매니저라더니 카리스마 끝장이네. 뭐 좋은 이야기니 잊지 말고 새겨 듣자.
“고맙습니다.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호호,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나중에 사냥터에서 만나게 되면 웃는 얼굴로 봐요.”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나는 수석 매니저와 세엘이라는 점원에게 차례로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곤 짐을 챙겨 렘리에게 들게 하고 등을 돌렸다.
“저기 무기나 방어구는 안 필요해요?”
세엘 이라는 여자다.
“각자 알맞은 기술들을 살피고 습득을 한 이후에 마련을 할 생각입니다. 아직 무슨 기술을 쓸지도 모르고 어떤 무기를 쓸지도 정하지 않았으니 골라보고 결정을 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