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52
화
“아니. 그럼 다른 요구 조건은 없다는 겁니까?”
싸운 연합장이 우리와 함께 온 그랜드 마스터들의 눈치를 살피며 묻는다.
“필요 없습니다. 모든 것은 제가 결정을 합니다. 화이트 코어라도 몇 개 챙겨 주시면 고맙겠지만 지금 당장은 듀풀렉 한 쌍을 작동시킬 코어만 있으면 족합니다. 이 행성의 것이 아닌 코어는 아무래도 오작동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건 반드시 들어 주셔야 할 요구조건입니다. 물론 안내인은 있어야겠지요. 그리고 이건 중요한 건데 일개미들을 우선 구할 겁니다. 듀풀렉을 이용해서 탈출을 하는데 헌터들이 일개미들을 차별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듀풀렉 이용자격을 주지 않을 테니 그건 툴틱으로 잘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무조건 일개미들이 우선입니다. 일개미들은 그들이 그런 위험에 노출될 거란 예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사선에 서게 된 희생자입니다. 헌터들이 몬스터를 사냥하겠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입장이 다르죠. 그래서 그들부터 구할 겁니다. 만약 이후에 일개미에게 비인간적인 처우를 한 지역이 드러나면 나는 그곳으로 가지 않을 겁니다. 툴틱을 통해서 일개미들의 상황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일개미를 얼마나 잘 보호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제가 그곳에 갈 확률이 높아질 겁니다. 이건 고립되어 있는 모든 헌터들에게 전하는 제 메시지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곤 싸둔 연합장을 바라봤다.
연합장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허겁지겁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리 오십시오. 여기 이쪽으로.”
제2 데블 플레인의 플레인 게이트는 지하에 열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리 깊은 지하는 아니었던지 계단을 따라서 얼마간 올라가자 곧바로 도시의 거대한 광장으로 연결이 되었다.
“여기에 설치를 하시면 됩니다.”
싸둔 연합장이 광장의 중앙에서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좋다. 여기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나와도 공간이 충분하겠다.
나는 곧바로 광장 바닥을 칼로 도려내고 그것으로 지지대를 삼아서 듀풀렉 한 짝을 설치했다.
“텀덤 네가 여길 맡아라. 툴틱으로 연락을 주면 작동을 시키면 된다.”
“넵. 형님 맡겨 두십시오.”
나는 텀덤에게 듀풀렉 한 쪽의 관리를 맡기고 다시 싸둔 연합장을 쳐다 봤다.
“아, 저… 그러니까 은신 능력이 있는 실력자로 길안내를 해 줄 사람이라면….”
싸둔 연합장이 잠깐 더듬거리는데 한 사람이 성큼 걸어나왔다.
“내가 가지. 그건 딱 내게 어울리는 일이군.”
“자, 잠쉬레님?”
싸둔 연합장이 굉장히 놀란 것을 보니 저 사람도 대단한 사람인 모양이다. 온 몸을 넓은 천으로 둘둘 말아서 감싼 모습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드러난 부분이 거의 없다. 두 눈만 겨우 밖으로 드러낸 모습이다.
“허허허. 이거 제2 데블 플레인의 최강자께서 직접 나설 거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그려.”
탁테드가 잠쉬레라는 이를 알고 있는지 나서서 아는 척을 한다.
“최강자는 무슨, 늙은이들이 나서지 않으니 내가 어깨에 힘을 주고 사는 거지. 뭐 그건 그 쪽도 마찬가지 아닌가? 탁테드?”
“그야 뭐 그렇지요. 그래도 잠쉬레님이 나설 거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그럼 저도 이참에 함께 움직여 볼까요? 우리 셋이 이번에 저 친구들 호위로 온 거라서 말입니다.”
“그런가? 뭐 그럼 나야 편해서 좋겠지. 그럼 딱히 은신이고 뭐고 할 필요도 없지 않겠나. 그랜드 마스터가 넷이라면 말이야.”
“그도 그렇겠군요. 그럼 출발을 해 볼까요?”
탁테드가 나서서 이야기를 하니 고다비와 쿠나메는 아까부터 조용하다. 어쨌거나 결국 나와 포포니, 그리고 탁테드, 고다비, 구나메, 잠쉬레 이렇게 네 명의 그랜드 마스터가 동행이 되어서 움직이기로 했다.
“그런데 자네들은 괜찮은 건가? 이곳에 에테르가 성질이 조금 달라서 적응이 쉽지 않을 텐데?” 잠쉬레가 그렇게 물었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이들이 나와 포포니가 몸에 지니고 있는 에테르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을 거란 사실을 말이다.
“못 견딜 정도는 아닙니다. 이곳의 에테르를 받아들여서 융합하지만 않는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겁니다. 거기다가 우리들이 싸울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랜드 마스터 네 분이 호위를 해 주신다는데 말입니다.”
나는 그렇게 잠쉬레가 찔러보는 질문에 대수롭게 않다는 듯이 대답하며 넘겼다.
“그런가? 처음 보는 형태의 에테르 운용이구먼. 둘이 비슷한 것을 보니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 같고, 그런데 이쪽이 더 세련된 건가? 굉장히 안정적이군. 아까 저기 남았던 그 자로이라 인도 비슷했지 아마?”
역시 뻔히 보고 알면서 한 소리였던 거다. 잠쉬레는 그렇게 우리의 상태를 알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며 뭔가 꼬투리를 잡으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개인의 수련법까지 관심이 있으십니까? 그럼 잠쉬레님의 방법부터 알려주시겠습니까? 그것이 도움이 된다 싶으면 저도 제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나는 잠쉬레에게 그렇게 단호한 말로 대처했다.
계속 달라붙을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털어 버릴 생각이었다.
“호오? 그래? 그건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군. 알려주는 것이야 문제가 아닌데 내 방법이 도움이 되지 않으면 헛짓이 될 것 같으니 말이지.”
잠쉬레는 내 말에도 불구하고 비기를 교환할 생각이 있다는 뜻을 비춘다. 하긴 이미 경지가 높은 잠쉬레 입장에서는 같은 수준의 비기를 교환해도 자신이 한 발이라도 더 앞설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는 거겠지.
“거 어린아이 그만 놀리고 어서 가시기나 하시지요. 서둘러야 저 친구가 어렵게 여기 온 보람이 있을 거 아닙니까.”
탁테드가 그런 잠쉬레와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건 좀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허허. 그렇군. 자자. 어서 가지.”
쉽게 포기할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서둘러서 일을 망칠 사람도 아닌 모양이다. 잠쉬레가 앞서서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툴틱에는 난리가 났다.
특히 일개미들이 올리는 내용들을 주로 살피는 내게 어떤 곳에선 일개미를 헌터들이 보호하며 버티고 있다고 헌터들을 칭찬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몬스터 사태 초반부터 일개미들을 등한시 해서 희생이 많았던 지역에서는 그것을 비난하는 내용이 가득 쌓여 있기도 했다.
나는 그런 내용들을 살피면서 유독 일개미들의 칭찬이 많은 곳을 찍었다.
“여긴 어딥니까?”
잠쉬레는 내가 보여주는 지명을 지도에서 찍어 보여준다. 내 툴틱에는 이곳 제2 데블 플레인의 지형 정보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잠쉬레의 툴틱을 봐야 했다. 정보 업그레이드 좀 빨리 해 주면 될 것을 무슨 비밀이라고 데블 플레인마다 그곳 소속이 아니면 지도를 내돌리지 않는다. 그래봐야 아는 놈은 다 아는 건데도 공식적으로는 비공개라는 헛소리를 하는 뭐 그런 거다.
“이곳부터 가려고 하는데 중간에 들러서 가야 할 곳이 얼마나 될까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말입니다.”
내 말에 잠쉬레는 지도 여기 저기에 특정한 기호들을 띄워 놓는다.
“이곳이 지금도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곳이네. 여기 이 표시가 지금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나타내는 것이지.”
“그 표시에 일개미도 포함되어 있습니까?”
내 말에 잠쉬레는 잠시 침묵이다. 일개미는 파악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소리다.
“헌터만 중요하고 일개미들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군요. 뭐 좋습니다. 일단 여기를 가려면 여기, 여기, 여기를 거쳐서 가야 한다는 소린데 이 세 곡의 지명을 알려 주십시오. 제가 툴틱에 직접 소식을 알리죠.”
“커엄. 알겠네.”
잠쉬레는 불편한 속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나를 탓하는 기색은 아니다. 확실히 헌터들만 집계를 하고 일개미는 누락시킨 것이 잘못이란 생각을 그도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