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59
화
나와 포포니 그리고 잠쉬레와 돌탑이 와투니아를 향해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와투니아는 원주민들이 모여 있는 지역의 이름이다. 원래 그런 이름을 지닌 도시가 있었던 곳인데 지금은 거의 허물어지고 원주민들의 천막촌이 자리를 잡고 있단다.
사실 거기도 처음에는 숲들이 울창하게 일어나면서 숲 몬스터의 일부가 되었지만 원주민들 중에서 실력자들이 조금씩 영역을 넓혀서 결국 하나의 거대한 원형 공간을 만들어 낸 것이란다.
그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또 연락을 받은 이들이 사람들을 이끌고 그곳으로 찾아 들어서 결국 원주민 피난촌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나마 그런 지역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숲을 이루는 몬스터와 적대적인 몬스터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단다.
그래봐야 그 천적 몬스터와 원주민들 모두가 숲 몬스터에 포위된 상태가 된 상황이다.
이를테면 넓은 숲 안에 와투니아라는 원주민 피난지역과 숲 몬스터의 천적이랄 수 있는 몬스터 서식지가 있는 모습인 거다.
“웜?”
“그렇다. 지렁이다. 땅 속을 기어 다니며 숲의 나무뿌리를 먹고 사는 몬스터다. 그 몬스터가 있기 때문에 와투니아가 유지될 수가 있다. 웜이 움직이며 숲을 먹어치우고 지나간 자리에 와투니아가 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서 웜이 움직이면 또 그 빈 자리에 와투니아가 자리를 잡는 거다. 그렇게 하지 않고 한 곳에 오래 있으면 숲이 번식을 해서 어느 틈에 땅으로 부터 공격을 받게 된다.”
무슨 소린지 알겠군. 하지만 웜도 몬스터라면 그것들도 인간을 공격할 것이다.
“웜의 공격은 없나?”
“그래서 너무 가까이 가지 않고 살피면서 이동을 한다고 한다. 다만 이 웜들은 숲의 중심부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먹이가 많은 곳에서 일정한 시간마다 순서대로 움직이며 먹이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초식 동물들이 풀을 따라서 일정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것과 같은 습성으로 보인다.”
“굳이 먹지 않아도 상관이 없을 텐데 이상한 일이군.”
사실 몬스터들은 굳이 먹이 활동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웜이란 몬스터는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특정 지역에서는 몬스터들의 활동이 일반적인 생물들의 그것처럼 변하는 곳이 있다.”
돌탑이 그렇게 말을 하자 나도 그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럼 그 지역이 그런 곳에 해당한다는 말인가? 보라색 등급부터 하급의 몬스터까지 모두 뒤섞여 있는 그런?”
“아마도 지역 코어가 새로 만들어지면서 그 와투니아가 그런 장소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한다.”
“몬스터 생태가 안정되게 되면 그곳은 걷들지도 못할 곳이 될 확률이 높군. 그 전에 빨리 사람들을 구해야 하겠어.”
나는 돌탑에게 그렇게 말했다.
우리 제3 데블 플레인에서도 제6 임시 거점 이후로는 제대로 진입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와투니아가 그런 지역으로 바뀐다면 정말 큰일이다. 일단 사람들을 그곳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잠깐!”
잠쉬레가 느닷없이 소리를 지른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모두 바짝 얼어붙은 듯이 멈췄다.
“그것 참. 난감하네. 여기서부터 진입 가능한 통로가 없어.”
잠쉬레가 일행들을 한 자리에 모으더니 맥빠진 음성으로 그렇게 말한다.
아직도 와투니아까지는 반나절은 더 가야 하는 곳이다.
지금까지는 잠쉬레의 안내로 바위를 밟거나 나무를 딛고 건너며 전진을 했다. 물론 그 나무는 숲 몬스터가 아닌 일반 나무였다.
그런데 이제부턴 그렇게 디디고 지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딱 봐도 보이는 것이라곤 짙은 흑녹색의 나무들뿐이다. 줄기나 둥치나 잎까지 모두 흑녹색으로 되어 있는 나무. 저 나무가 바로 숲 몬스터다. 나무 개체로 남색 등급의 몬스터이면서 숲 전체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숲의 일부인 몬스터. 그냥 두면 아무 일도 없는데 가까이 가서 자극을 주면 발밑에서 나무뿌리가 솟구치며 가랑이를 찌르려고 들고, 나무의 잎들은 매섭게 쏟아져서 주변을 온통 뒤덮는다. 그런데 그 뿌리 공격이나 나뭇잎 공격의 위력이 사뭇 대단해서 쉽게 막고 피하기가 어렵다. 물론 남색 등급의 몬스터라서 처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싸움이 시작되면 근처의 나무들 모두가 몰려든다. 일단 땅 속에서 뿌리들이 먼저 움직이는데 그 속도는 나나 포포니까 뛰는 속도보다 빠르다. 그렇게 뿌리가 먼저 움직인 후에는 숲 전체가 조금씩 포위를 하고 좁혀온다. 그런 중에 간혹 땅속에서 독이 들어 있는 주머니가 튀어나와 터지는데 가루가 나올 때도 있고, 액체가 뿌려질 때도 있다. 그리 큰 효과가 있는 공격은 아니지만 만약 캡슐을 복용하지 못한 상태라면 꽤나 치명적인 공격이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원주민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터진다면 끔찍한 대량 살상이 벌어질 것이다.
아무튼 물량 공세가 이런 것이란 사실을 보여주는 엄청난 광경이 벌어지게 되는 거다.
어떻게 아느냐면 이미 한 번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돌탑이 그의 친위대와 함께 직선 돌파를 시도했다가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물러났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희생자 중에 사망자는 없다는 것이 다행이다. 모두들 다친 사람들을 끌고 메고 탈출을 감행해서 겨우 숲 밖으로 벗어났었다.
그런데 그것도 숲으로 들어와서 얼마 되지 않았던 탓에 탈출이 가능했던 거다. 지금 우리가 들어와 있는 곳에서 싸움이 시작되면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건 잠쉬레도 고개를 흔들며 생환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한 걸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봐도 하늘을 날지 않는 이상은 방법이 없는데?”
잠쉬레가 고개를 젓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툴틱으로 텀덤을 호출한다.
“넵. 형님.”
“거기 고다비 님 있지?”
“넵. 형님.”
“나하고 통신 좀 하자고 해라. 툴틱으로 연결이 안 된다. 아마도 내 연락을 받지 않는 걸로 설정을 해 둔 모양이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말씀을 드리죠.”
텀덤의 모습이 툴틱에서 사라지고 얼마 되지 않아서 고다비의 통신이 들어온다.
“호호호. 미안미안. 이곳에 와서 툴틱 쓸 일이 없어서 이곳과 통신 설정을 하지 않았단다. 너를 특정해서 통신 차단 같은 걸 한 거는 아니란다. 그래. 무슨 일이냐?”
나는 고다비의 변명을 그대로 믿어주기로 한다. 사실 그녀가 나에게 변명 따위를 할 이유도 없으니 말이다.
나는 차근차근 이곳 와투니아와 숲 몬스터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그리고 물어봤다.
“여기서 와투니아까지 약 반나절 정도 거리랍니다. 음 그러니까 거리로 치면 약 20킬로미터 정도죠. 그 사이에 발 디딜곳이 없습니다. 고다비님께서 통과가 가능하시겠습니까?”
“호오? 그런 곳이라? 흠 가능할 것 같은데? 그 정도 거리라면 가능하지. 아무렴.”
고다비가 눈빛을 빛내며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이곳으로 와 주시겠습니까? 고다비님 능력이면 몬스터들을 피해서 이곳으로 오실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도와주면 뭘 해 줄 건데?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안 그래?”
“이곳 원주민의 대표가 곁에 있습니다. 그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은 고다비님의 능력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고다비님께 드릴 것은 별로 없습니다.”
“흐응. 그건 섭섭한데? 난 세이커 너를 돕는 건데 말이지.”
“명성으로 만족하십시오. 제가 뭘 드리겠습니까? 그냥 제2 데블 플레인에 고다비님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전 그런 기회를 드리는 것이고 말입니다.”
“에잇. 재미가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뭐 그렇게까지 말하면 나도 어쩔 수가 없지. 알았다. 거기서 기다려라. 곧 가마.”
고다비는 투덜거리며 통신을 끊는다.
“그녀가 가능한가?”
“허공을 날아다니는 이동 능력이 있으니 가능할 겁니다.”
나는 잠쉬레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 능력이 있기야 했지. 하지만 그렇게 먼 거리까지 가능할 거란 생각은 못했군. 별로 대단친 않은 기술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유용하게 쓰일 곳이 있군. 역시 그냥 버릴 기술은 없는 거로군.”
잠쉬레는 짐짓 감탄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고다비의 기술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게 되자 뭔가 생각에 변화라도 생긴 모양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조금 뒤로 물러나서 숲 몬스터에게 걸리지 않을 장소를 찾아서 자리를 잡고 고다비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