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64
화
게리는 일처리를 확실하고 또 바르게 해치웠다.
제5 거점도시의 남쪽 출입구 근처에 꽤나 넓은 땅을 헌터 연합으로부터 구매해서 그곳 중앙에 내 집을 지었다. 그리고 바로 붙여서 텀덤의 집을 지었는데 두 집은 같은 마당을 공유하기 때문에 한 집으로 봐도 된다. 그래도 그렇게 나누어 놓은 것은 신혼부부인 텀덤을 배려한 거라고 게리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그 말을 하면서 정작 눈길은 내게 주는 것을 보니 나와 포포니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말을 차마 못하고 눈치로 알아주길 바라는 모양 같았다.
게리, 렘리, 마토 셋 모두 아직 짝을 찾지 못하고 술집이나 전전하고 있다더니 이런 쪽으로 눈치기 빠꿈이가 된 모양이다.
거기다가 텀덤의 집과 내 집은 서로 지하로 연결이 되어 있다. 마당을 공유하는 것처럼 지하실도 공유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지하실도 3층까지 있고, 지하2층과 3층으로 가는 통로는 무척 견고하게 지었다.
거기에 따로 방어 시설을 하는 것은 연합에 의뢰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내가 알아서 설치하기로 했다. 다만 지하 1층까지는 연합에 의뢰를 해서 최고 수준의 방범 시설을 구축해 달라고 했다.
어차피 1층으로 내려와야 2,3층으로 갈 수 있으니 윗층에 모든 방범 시설을 하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다.
물론 그건 연합의 생각일 뿐이지만 말이다.
나는 지하 3층에서도 다시 따로 공간을 만들어서 그곳에 듀풀렉 세이브를 설치했다.
이전에 얼음 들판 던전에 만들러 놓았던 것은 포인터로 바꾸고 세이브는 집 지하에 다시 설치한 것이다.
이로서 세포니 행성의 허브 기지로 입구가 열리는 듀풀렉은 이곳 지하실에 하나, 얼음 던전에 하나, 제1 데블 플레인의 무너진 던전에 하나, 제2 데블 플레인의 폐허 도시에 하나, 세포니 행성의 지상에 하나까지 다섯 개가 준비 된 것이다. 거기에 나와 포포니, 텀덤이 가지고 있는 개인용 듀풀렉이 있으니 도합 여덟 개다. 하지만 이제 마샤와 굴리야에게도 하나씩 더 만들어 줘야 할지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라 더 늘어 날 수도 있다. 마샤는 텀덤이 있으니 자신은 굳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사양하는 중이고 굴리야는 어차리 허브 기지를 벗어나서 갈 곳도 없는데 그걸 가져서 어디에 쓰냐는 입장이라 아직까지는 만들지 않고 있는 건데, 굴리야가 마샤의 제안을 받아 들여서 에스폴로 살기로 했기 때문에 그녀에게도 듀풀렉을 만들어 줘야 할 듯 하다.
“뭘 만들고 있어?”
“은폐 마법진.”
“은폐?”
포포니가 은폐란 말에 그걸 왜 만드냐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우리가 익히고 있는 은신이면 그런 건 필요 없는 거 아니냔 표정이다.
“이건 사람뿐만이 아니라 물건까지 숨겨주는 기능이 있어. 음, 그러니까 전차 같은 거라도 숨기려고 하면 숨길 수 있다는 거지.”
“우와, 그럼 혹시 마을이나 도시도 숨길 수 있어?”
어이쿠, 이 여자 통도 크네.
“으음. 가능하긴 하지. 하지만 그러려면 코어가 많이 필요한데?”
“그럼 우리 집 정도 숨기려면?”
“텀덤네 집까지 숨긴다고 치고, 화이트 코어를 사용해서 영구적으로 그 기능을 쓰려면 남색 등급 화이트 코어는 되어야 할 거야.”
“그럼 남색 등급 열 개 정도 있으면 여기 우리 이알 구역이란 곳도 모두 숨길 수 있을까?”
흐음. 이알 구역이란 건 우리 집을 중심으로 이번에 새로 만든 주거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집 주변으로 이알-게이트 소속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작은 집들이 약 60채 정도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큰 저택을 중심에 놓고 작은 집들이 빙 둘러서 자리를 잡고 있으니 딱 보면 이상한 마을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아무리 총괄 리더라지만 우리 집을 지키는 것이 주변 집에 사는 이들의 목적이라니 놀랄 일이다. 게리 녀석이 도대체 어떻게 그들을 구워삶고 있는지, 내가 이알-게이트의 절대적인 존재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인식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대우를 하려고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 정답이다.
가만 보면 ‘너희가 이알-게이트에서 얻는 모든 이익은 세이커 위아드 총괄 리더님의 후광에서 비롯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와 비슷한 정신 교육이 진행되는 것 같다.
게리 그 놈도 하는 짓을 보면 참 무서운 놈이다. 정신 교육이라니 그게 말이 될 법이나 한 소린지.
아무튼 포포니가 말한 대로 열 개의 코어가 있으면 우리 지역 정도는 숨길 수 있을 것 같다.
“음, 가능할 것 같은데? 조금 무리가 된다면 범위를 줄이면 되니까 말이야.”
“그럼 이거 만들어지면 몬스터들이 발견을 못하는 거야?”
“음. 이전에 헌터 연합에서 팔던 몬스터 인식을 방해하는 물품과는 전혀 다르지. 이건 내 생각에 보라색 몬스터라도 특별한 능력이 없는 녀석이라면 절대 발견을 할 수 없을 거야. 앞으로 거점을 세울 때에 꼭 필요한 것이 될 테지.”
“웅, 작게 만들어서 밖에서 사냥하다가 쉬거나 할 때도 쓰면 좋겠다. 웅. 아주 좋아.”
포포니는 은폐 마법진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스티커로 만들면 몇 분에서 몇 시간 정도 은폐가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거야. 쉴 때에는 그런 걸 써도 되겠지. 뭐 비용이 좀 비싸게 먹히긴 하겠지만.”
“음. 남편 이거 움직여도 되는 거야?”
“예전에 마차에 달아서, 아, 마차는 말이란 동물이 바퀴가 달린 상자를 끌고 다니는 탈 것을 말하는 거야. 바이클 앞에 줄을 달아서 사람이 끌고 간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 대신에 덩치가 큰 동물이 끌게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네. 아무튼 거기에도 썼는데 괜찮았어.”
“그렇구나.”
“그래도 움직이면서 남는 바퀴 자국이나 그런 걸 숨겨 주지는 못해. 안에서 나는 소리나 기운을 감춰주기는 하지만 말이야.”
“웅, 그래도 좋아. 아, 이런 걸 많이 만들면 우리 대지 일족도 안전하게 살 수 있겠다. 몬스터들이 갑자기 습격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 아냐?”
“그거야 그렇겠지. 설마 장인 장모님하고 살 때에 몬스터들이 습격하고 그랬었어?”
“웅, 가끔. 우리는 한 곳에 정착하면 몇 년 정도 사는데 그러다가 다시 옮겨서 살고 그랬거든? 그럴 때면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었어. 음. 임시 거점 세우는 거랑 비슷했던 거 같아.”
포포니는 과거를 회상하는지 눈동자를 치켜뜨며 초점이 흐려진다.
“그래서 집에 선물을 하고 싶은 거야?”
“웅. 아직 남동생은 다 크지 않았으니까 안전하게 있었으면 해서.”
그 남동생이란 녀석 이름이 포폰이었나? 여동생은 포포리였고.
“포폰 나이가 이제 아홉인가? 여덟인가?”
“웅 이제 여덟 살 되는 거야. 포포리는 독립할 나이가 되었고.”
독립이란 말은 배우자를 찾아서 분가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이가 되었다고 곧바로 독립을 핮는 것은 아니어서 적당한 남편감을 찾을 때까지는 어머니 밑에서 집안 일을 도우며 지낸다고 했었다.
“그럼 이거 다 만들면 부모님 만나러 갈까?”
“웅? 그래도 될까? 음, 아빠 무지 화내지 않을까?”
“괜찮을 거야. 설마 사위를 죽이기야 하시겠어? 그냥 좀 맞고 말겠지.”
“하지마안….”
포포니는 좀 맞고 말겠지란 말에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원래 그런 거야. 딸을 데리고 간 사위는 아무리 잘난 녀석이라도 밉게 보이고 뭐 그런 건데 그래도 지내다보면 또 잘 봐주고 그러는 거래.”
“웅? 누가 그랬는데?”
“그냥 결혼한 사람들에게 물어봤어. 그랬더니 어디나 비슷하다고 그러더라고.”
그래 툴틱에 물어봤다. 그랬더니 뭐 사람사는 곳은 다 같은 모양이더라.
응? 이곳 원주민들에 대해서 툴틱에 물어봐서 알 수가 있냐고? 물론 아니지. 그냥 보통 사람들이 그렇다는 말이지. 사실 대지의 일족이라는 장인 집안의 풍습이나 가풍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어. 그냥 보편적이라고 하는 상식선에 맞춰서 생각하기로 한 거지.
물론 조금 있다가 나가서 마샤에게 물어 볼 생각이야. 이쯤에서 장인 장모 찾아가도 될까 하고 말이지. 죽지는 않을지 알아야 하지 않겠어?
또 가는 김에 그곳에서 굴리야의 새로운 신분도 만들어 와야 할 것 같아서 어디건 원주민 마을에 한 번 가야 할 필요도 있고 그래.
그러니 이왕이면 장인 장모를 뵙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 거지.
죽을 각오 따위는 절대 하지 않은 거야.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