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70
화
엄청난 압력이 저들을 누르고 있을 텐데 그런 중에도 아직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는 거다. 물론 그래봐야 오래 버티지는못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숨쉬는 것이 거칠어지고 힘겨워지는 것 같더니 하나씩 몸뚱이가 찌그러지듯 눌리면서 죽어간다. 심지어 죽는 순간 몸이 우그러지며 몇 개의 덩어리가 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엄청난 압력에 몸뚱이가 몇 덩이로 나누어져 뭉치는 것이다.
나는 데드존에서 일어나는 일을 생생하게 지켜보다가 끝까지 버티는 놈들 중에서 몇 놈을 다시 꺼냈다.
쿠나메와 그가 끌고 갔던 사내는 아직도 버틸만 한 것 같아서 그대로 뒀다.
꾸에에에엑. 꾸엑. 키이익. 키이익.
데드조에서 꺼내진 이들은 기본적으로 폐가 정상이 아니다. 그래서 숨 쉬는 것이 힘겹고 숨을 쉬어도 이상한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정상으로 회복된다. 아마도 캡슐을 복용한 상태인 모양이다. 그러니 저렇게 쉽게 회복이 되는 것이겠지.
약간씩 숨소리가 진정이 되는 것을 보며 나는 여덟 명으로 줄어든 그들에게 물었다.
“배후에 누가 있지?”
“……”
“……”
내 물음에 아무도 답을 하지 않는다. 눈치를 보는 모양이다.
“대답이 없으면 다시 그곳으로 보낼 거고 그 후에는 절대로 살아서 나오지 못할 거야. 그러니 잘 생각해서 대답을 해. 다시 묻지 배후에 누가 있고 조직구성은 어떻게 되나?”
“……”
나는 한 사람을 지목해서 물었고, 그는 망설이며 대답을 주저한다.
“기회가 많을 거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간혹 있어. 그들은 아마도 세상을 참 쉽게 살았던 모양라고 난 생각하지. 그리고 나는 그런 행운아를 싫어해. 세상은 참 각박하거든.”
나는 그 말과 함께 지목했던 이를 데드존으로 보내버렸다.
방금까지 있었던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자 남은 일곱은 놀라면서도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은 너. 질문은 같다. 배후에 누가 있고, 너희 조직의 구성은 어떻게 되지?”
“아아아….”
지목된 여자는 어쩔 바를 모르고 눈동자를 굴린다. 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 여자 역시 모습을 감춘다.
“아직 쿠나메와 그의 동료란 놈이 남아 있으니까 그 놈들에게도 물어 볼 거야. 하지만 그 전에 너희에게 기회를 주는 것 뿐이야. 기회를 잡으면 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죽게 되는 거지.”
“사, 살 수 있나? 정말 살려 줄 건가?”
여섯 중에 하나가 급한 목소리로 되묻는다.
“살려준다. 당분간 자유는 없겠지만 죽지는 않을 거다.”
“자유가 없다니!!”
“그럼 그냥 놓아줄 거라고 생각한 거냐? 그렇게 놓아주면 너는 살 수 있는 모양이지? 네가 속한 조직이 그렇게 말랑말랑한 모양이지? 나 같으면 배신자를 그냥 둘 것 같지 않은데?”
“그, 그건….”
“어쨌건 내 질문에 대답을 하는 순간 너는 배신자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배신자가 되기 싫으면 그냥 버티다가 죽으면 되는 거고. 살고 싶으면 배신자가 되어서 숨어 살아야 한다는 거지. 그런데 내가 그 숨어 사는 것을 도와주겠다는 말이지. 크큿.”
아 이런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건데 말이지. 사실 내가 이들을 살려줄 이유는 없다. 나는 그저 정보가 필요해서 이들에게 물어 볼 뿐이다. 이들은 대답을 하거나 혹은 대답을 하지 않거나 결과는 같다. 이들은 데드존에서 죽을 것이고 그 시체는 우주 공간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수의 소행성들이 굉장한 속도로 돌아다니며 부딪히고 또 파괴되고 갈리고 하는 그 공간으로 말이다.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루가 되어 우주 공간을 떠돌게 될 것이 분명하다.
웃기는 놈들이다. 별로 아는 것도 없는 놈들이 무슨 의리를 지키겠다고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비밀을 지킨다고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걸까?
몇 번이나 반복된 질문과 데드존으로 사라진 동료들의 모습이 반복되면서 네 명이 남았을 무렵부터는 서로 나서서 알고 있는 것을 털어 놓겠다고 실랑이를 벌일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온 내용은 그다지 영양가 없는 이야기뿐이었다.
일단 이들의 배후에는 코무스가 있다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거기다가 일을 꾸미고 진행한 것도 웃기게 허벌이라는 놈이었단다. 이전 코무시 지역 개척이 실패하고 떠난 줄 알았더니 이놈이 아직도 제3 데블 플레인에 남아서 일개미 길드 뒤에서 막후 실력자로 활약을 하고 있다는 거다.
거기에 이 놈이 무얼 내걸었는지 몰라도 그랜드 마스터인 쿠나메가 적극 협력을 하기로 했고, 그와 함께 그랜드 마스터 중에서 한 명인 사무스란 놈도 한 다리 걸쳤다고 한다.
지금 데드존에 들어가서 기식이 엄엄한 쿠나메와 또 다른 한 놈의 이름이 사무스란다.
사무스는 정신계 능력자인 그랜드 마스터도 특히 에테르 사용에 탁월한 재주가 있어서 이전에 본 것처럼 에테르의 움직임에 간섭을 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한다.
물론 그랜드 마스터이니 만큼 에테르를 이용한 원거리 공격도 엄청난 위력이란다. 고다비와 비견해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사람이지만 고다비에 비해서 나이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다른 그랜드 마스터들에게도 존대를 받는 늙은이라나? 그런 놈이 욕심에 눈이 멀어서 나와 내 가족들을 핍박했다는 것이 나는 더 어처구니가 없아. 그랜드 마스터 아닌가. 그것도 나이가 많다니 오래전부터 그 지위를 누려왔을 것인데 도대체 무슨 욕심이 생겨서 허벌 같은 놈의 수족 노릇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에 대해서는 네 놈도 아는 것이 없다고 하니 정말 영양가라곤 없는 놈들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 놈들을 멀고 먼 소행성대의 우주로 여행을 보냈다. 공짜로 우주 여행을 하는 것이니 우리 가족을 위협한 것치고는 참 관대한 처분일 것이다.
자 이젠 그랜드 마스터라는 놈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 두 놈이 아직도 죽지 않고 버티고 있다.
데드존의 여건이 어떤 곳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다른 놈들이 모두 죽어 넘어간 상태인데도 아직 거칠긴 하지만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랜드 마스터란 놈들이 괴물을 괴물인 모양이다.
“형님. 위험합니다.”
“맞아. 남편. 가까울수록 더 위험한 사람이 그랜드 마스터야. 더구나 생각만으로 어마어마한 공격을 할 수 있는 것도 그랜드 마스터잖아. 움직일 수 없다고 안심할 수는 없어. 그냥 생각을 할 정신이 있기만 해도 위험하다고 아빠가 그랬어.”
“맞아요. 세이커님. 절대 꺼내면 안 돼요. 아깐 피할 길이 없어서 싸우는 것을 말리지 못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꼭 말리고 싶어요. 그게 누가 되었건 둘 중에 어떤 사람도 꺼내 줘선 안 돼요.”
텀덤, 포포니, 마샤까지 데드존에서 그랜드 마스터를 꺼내는 것은 결사반대다.
이럼 정말 곤란하다. 두 놈이 훨씬 더 고급스러운 정보를 가지고 있을 텐데, 그걸 그냥 둬야 한단 말인가?
“그냥 데드존에 넣어 둔 상태로 의견 교환을 해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 때, 텀덤이 의외의 제안을 한다.
“데드존에 있는 상태로?”
“어차피 그 안에선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한데 두 사람은 그래도 버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 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어떤 방법으로 데드존에 있는 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그리고 가장 원시적이고 간단한 방법인 필담으로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필담. 즉 글을 써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어디 필기도구를 구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