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77
화
장인 허리 가방 하나 선물하고, 내 가방에서 이런 저런 선물들을 꺼내 놓았다. 선물로 준비한 것이 옷이나 신발 같은 것이 대부분인데 다음부터는 그냥 옷감을 사 가지고 오라고 한 소리 들었다. 다만 몬스터 물품으로 준비한 칼들은 모두 만족스러워 했다.
응? 몬스터 물품이 어디서 그렇게 났냐고? 뭐 잊은 거야? 듀풀렉 데드존에서 몬스터가 죽으면 그 놈들이 가지고 있던 물품이 그대로 남게 된다는 거? 이제 우리에게 몬스터 물품은 좋은 물건을 지니고 있는 몬스터를 찾는 수고만 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는 거지. 이것도 앞으로 이알 상점에서 특별 취급품으로 판매를 해 볼까 생각 중이야.
몬스터 물품들은 그 자체로 에테르를 품고 있고 또 헌터들의 에테르와 합쳐지면 특별한 능력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다. 거기에 에스폴 종족의 손길이 닿으면 또 다른 능력들을 가지게 되니 그야말로 보물이 되기도 한다. 그런 물건을 우리들은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연히 처가에 가지고 온 물건들도 그렇게 구한 것이다.
몬스터 중에서도 멋진 칼을 가지고 있는 녀석을 찾아서 데드존에 넣어서 처리를 하고 칼을 챙겨 가지고 왔다. 뭐 그 몬스터는 마샤가 위치를 알고 있어서 쉽게 찾아서 잡았다. 이전에 포포니와 내가 쓰던 칼보다 더 성능이 좋고 모양도 좋다. 다만 크기가 조금 더 커진 것이 문제지만 등에 지고 다니는 형태로 가지고 다니면 땅에 끌리지는 않으니 괜찮다. 아, 포포니는 머리 위로 칼이 좀 많이 올라가 있지만 그래도 칼을 뽑는 걸 보면 신기하게 잘 뽑는다. 그것도 요령이라고 포포니가 베시시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선물 파티를 하는 중에 장모가 포포니와 함께 와서 도끼눈을 뜨고는 당장 제자리에 놓고 일어나라고 한 소리를 하셔서 모두 딱딱하게 굳어서 물건들을 내려놓고 장모님 따라서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포포니 음식 솜씨는 장모님을 닮은 것 같다고 누누이 칭찬을 하면서 식사를 마쳤는데 나오면서 은근히 들리는 소리가 ‘내일 아침도 포포니가 해야겠다.’란 장모님의 목소리였다.
그러니까 결국 저녁을 준비한 것은 포포니고 장모는 곁에서 심부름만 했다는 소리다. 어쩐지 처제와 처남이 과식을 하는 것 같더라.
어쨌건 식사를 마치고 다시 응접실에서 선물 증정식이 있었다. 그래도 내가 준비했던 옷과 신발은 아직 어린 포폰이 쓸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결국 내 선물 중에서 장인어른이 가진 것은 칼과 가방 밖에 없는 셈이다. 그래도 포포니는 장인에게 맞는 여러 선물을 준비해서 장인 얼굴을 펴게 만들어 줬다.
장모님도 내가 선물한 가방에 아주 흡족하신 모양이다. 몇 번이나 물건들을 넣고 빼고를 하시더니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셨다. 그리고 참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화려한 색과 치장의 가방을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셨다.
만약 처제가 가진 것이 원래 장모님 거라는 소리를 했다간 두고두고 눈총을 받았을 거란 느낌이 진하게 전해졌다.
고맙습니다. 장인어른, 그리고 고맙다. 처제, 처남.
그렇게 어느 정도 선물 공세가 끝나고 나서 정리를 하는 중에 장모님이 다시 약간 경색된 목소리로 물어 보신다.
“아까 마을을 몬스터의 습격에서 보호할 방법을 가지고 왔다고 했나? 그 설명을 듣고 싶군.”
“어? 그래. 그거 나도 궁금했지. 그래 어떤 건가?”
장인도 장모님의 질문에 더해서 물어 보신다.
그래서 나는 은폐 마법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몬스터나 동물이나 사람이나 상관없이 감각에 간섭을 해서 비켜가게 하는 거란 말이지? 그거 한 번 볼 수 있나?”
장모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나는 가방에서 범위가 가장 좁은 은폐 스티커를 꺼내서 현관 밖으로 나왔다.
이미 세상은 까맣게 어두워진 상태다.
“제가 저기 마당 끝에 가서 이걸 사용하겠습니다. 그럼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아시게 되실 겁니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봐. 흠.”
장인이 뒷짐을 지고 서서 나를 재촉하신다. 장모와 처제, 처남도 나와서 구경을 하고 있다.
나는 포포니와 함께 마당 끝으로 가서 스티커를 사용하고는 둘이 손을 잡고 살금살금 걸어서 대문을 향해 걸었다.
장인과 처제, 처남이 우리 모습을 놓치고 약간 허둥거리는데 묘하게 장모님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있다.
“마눌. 장모님 지금 우리 보고 계신 거 같지?”
“정확히 보는 건 아니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내가 엄마를 몰라? 저 봐, 뭔가 있는데 확신은 못하고 그래도 뭐가 있다면 그건 우리뿐이니까 이제 우릴 부를 거야.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야.”
“대문으로 나갈 거 아니면 그만 그 은폔가 뭔가 집어 치우고 이리 와라.”
역시 포포니, 장모님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구나.
“손잡고 얼쩡거리지 말고 어서 오라니까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어?”
“앙, 엄마 다 보이는 보다. 흐응. 대단해 역시.”
나는 곧바로 은폐 스티커의 사용을 중지했다. 그러자 우리가 대문쪽으로 가 있는 것을 발견한 장인과 처제, 처남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자 다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지.”
장모님의 말씀에 따라서 우리는 다시 응접실로 집결을 했다.
“그거 괜찮은 물건인 것 같은데 그냥 쓸 수는 없을 것이고 괴물, 아니 몬스터의 코어를 이용해서 작동을 시키는 것인가?”
“짧게 쓰는 것은 이런 형태로 특별한 재료로 만듭니다. 코어는 들어가지 않지만 일회용이고 시간이 짧습니다. 그리고 일반 코어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도 코어가 효력을 다하면 역시 다시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마을을 가리거나 할 때에는 화이트 코어를 써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실험을 해본 결과로는 이 정도 마을을 감싸려면 남색 등급의 화이트 코어 30개 정도가 필요합니다. 마을이 생각보다 커서 코어가 많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흐응. 아니야. 그렇게 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될 일이지. 우리 마을에서 필요한 것은 안전한 대피소 같은 거야. 어린 아이들이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있으면 되는 거지.”
장모님은 마을 전체를 은폐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으시는 모양이다. 하지만 안전한 피신처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어린 것들이 가끔 짐이 되는 경우가 있어. 몬스터들이 갑자기 많은 수가 들이닥치면 아이들을 보호하면서 싸워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을 때가 있는 거야. 간혹 아이들이 잘못되는 경우도 있지. 그런 때에는 마을 전체가 슬픔에 잠겨. 그런데 그게 있으면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테니 걱정이 없겠지.”
“커엄. 맞아. 아이들이나 늙은이만 안전하면 나머진 걱정없지. 또 싸우다가 다치거나 죽어도 그건 성인으로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야. 아무렴.”
장모의 말에 장인도 맞장구를 친다.
“그렇다면 걱정 없습니다. 음, 적당한 자리를 정해 주시면 네 곳 정도 정해서 대피소를 만들어 놓지요. 그런데 대피소의 은페는 상시 가동 형태로 해 놓을 거라서 그 장소와 그곳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따로 지녀야 합니다”
“열쇠?”
“아까처럼 그렇게 은폐가 되어 버리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안으로 들어가려면 은폐에 영향을 받지 않을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걸 열쇠라고 부른 겁니다. 그게 아니면 평소에는 은폐 기능을 정지시켜 놓았다가 필요할 때에 기능을 살리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일단 기능을 살린 뒤에는 출입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 때 열쇠를 가진 안내인이 아이들을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가면 되겠군.”
“맞아. 은신처 관리인을 두면 될 것 같군. 그에게 열쇠 하나를 맡기면 그가 은신처의 기능을 가동시키거나 정지시키는 일을 하고 또 은신처로 찾아오는 이들을 안쪽으로 안내하는 일까지 맡기면 되겠어.”
“엄마, 그럼 그거 내가 할래요. 응? 나 시켜줘요.”
처제가 나서서 관리인을 하겠단다. 하지만 곧바로 장모님의 꿀밤에 침몰하고 만다.
딱!
“아얏, 엄마!”
“넌 너무 촐랑거려서 그 일을 맡길 수가 없다. 그런 일은 성격이 차분하고 침착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
“내가 뭘?”
“넌 별명이 대지의 둘째 딸이 아니라 대지의 덜렁이라고 불릴 정도잖아.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니?”
“엄마!! 형부도 있는데….”
“난 없는 말을 안 했다. 어쨌거나 사위가 아주 좋은 선물을 가지고 왔군. 그런데 그거 얼마나 만들 수 있나?”
장모님의 물음에 나는 화이트 코어가 가장 중요한 재료고 나머지는 내가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으니 코어만 있으면 수량은 제한이 없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