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79
화
장인의 훈련이란 다른 것이 없다. 그냥 실전이다.
그렇다고 대련 뭐 이런 것도 아니다. 그냥 마음의 검을 만들어서 그걸로 몸 여기 저기를 찌른다.
와, 아주 죽이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 그런데 그 칼이 들어오는 곳이 급소는 아니다. 그냥 몸 안을 이리저리 쑤시는 거다.
그러면서 나와 텀덤은 그 마음의 검이란 것이 어떤 건지 몸으로 체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 마음의 검을 막아내는 시도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에테르로 이루어진 것이다. 강기의 수준을 넘어선 응집, 그 이상으로 가서 정신력으로 원하는 곳에 에테르를 뭉쳐내는 것이 그랜드 마스터의 마음의 검이다.
이것을 막아 내는 데에는 두 가지의 난관이 있었다. 일단 이 응집된 에테르의 파괴력이 나나 포포니가 사용하는 필살기 즉 물방울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게 몸속에서 터진다고 생각하면 내가 사용하는 디버프 에테르 폭발은 어린아이 장난에 지나지 않을 거다.
그런데 장인은 내가 사용하는 디버프 에테르 운용이 마음의 검의 운용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하셨다.
“그건 마스터 단계에서 사용하는 마음의 검이랄 수 있겠군. 거기다가 디버프라는 그건 꽤나 유용해. 같은 수준에서는 감히 어떻게 방어를 할 방법이 없는 기술이니 말이야. 역시 사위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야. 그거 아주 괜찮은 방법이군. 나도 잔챙이들 쓸어버릴 때에는 이걸 써 보는 것도 좋겠어.”
그렇게 장인은 칭찬 아닌 칭찬을 하셨다. 잔챙이 쓸어버리는 좋은 방법이란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는 않잖아.
“그래도 한 번 더 발전을 시켜봐. 디버프라는 것이 일정 범위 안에서 에테르를 이용해서 그 에테르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잖아. 그리고 그 디버프 에테르를 이용해서 공격을 하는 방법을 사위가 만들어 낸 것이고 말이야. 그럼 그 디버프를 더 질기게 만들어서 그랜드 마스터도 끊거나 부수지 못하게 하면 사위만의 독특한 공격 방법을 만들 수 있겠지. 거기다가 그 에테르를 꼭 대상의 몸 안에서만 만들라는 법은 없지. 그걸 디버프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만들면 그게 일종의 마음의 검이 아니겠나? 뭐 그냥 흉내일 뿐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좀 더 강하게 에테르를 응집할 수 있다면 충분히 대전사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 전에 일단 방어를 먼저 하자고.”
결국 나와 텀덤은 다시 장인어른의 공격을 몸으로 감당을 해야 했다.
그 에테르 응집체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내는 것은 역시 같은 에테르 응집으로 맞서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사실 마음의 검이란 그건 보고 피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만들어 낸 다음에는 그것을 시선을 움직이는 속도? 아니면 뭔가 인지하는 속도와 같이 움직일 수 있다. 그러니 그걸 몸을 움직여서 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방법은 내가 지닌 에테르로 일종의 방어막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인데 정신 능력의 에테르 방패는 아주 잠깐만 효과가 있을 뿐, 그냥 깨져 나갔다. 그러니 연속으로 방패를 만들어도 그다지 유효한 방어를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반쯤 죽을 때까지 장인의 공격을 몸으로 견디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런데 텀덤은 애초에 그 몸에 지닌 에테르 자체가 방어적인 성격을 타고 난 것이어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가능성을 보였다.
그걸 두고 장인은 텀덤의 에테르가 스스로 성장을 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텀덤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단다. 그냥 장인이 만든 칼날이 몸 안을 휘젓고 다니면 그걸 막기 위해서 에테르가 응집되는데 그러다보니 조금씩 그 응집력이 강해지고 질겨진다는 것이다.
“제1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와 제2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까지 조금씩 융합된 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세포니 행성의 에테르가 다른 에테르들을 완전히 하나로 섞어주고 있습니다. 음. 프렉셔시 님의 공격이 제겐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 너는 좋겠다. 그렇다고 널 부러워만 하고 있다간 언젠가 장인에게 맞아 죽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뭔가 방법을 찾아야지. 어떻게 해서든 말이야.
“어? 굴리야?”
“아니요. 에스폴 리샤에요.”
“리샤?”
“에스폴이 되기로 했으니까 이름도 에스폴 식으로 짓기로 했어요. 마샤가 지어줬죠.”
타샤, 마샤. 리샤. 뭐 그런 식인가? 그런데 굴리야, 아니 리샤의 외모가 꽤나 바뀐 것 같다. 예전 모습이 약간 남아 있기는 하지반 전체적으로 음 외모가 약간식 흘러내렸다고 할까? 그래 그게 제일 적당한 표현이겠다. 굴리야는 이전에 제법 예쁜 모습의 여자였는데 지금 리샤는 아주 약간 피부가 녹아서 흘러내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에스폴 종족이 되는 건 어렵지. 그래도 성공했어. 이젠 리샤는 에스폴이야. 사실 완벽한지 어떤지는 배우자를 만나고 나서 어떻게 변하지는 봐야 알 수 있는데 지금까진 일단 성공적이야. 흐음. 그러니까 그 디엔에인가 뭔가 하는 것으로도 예전의 굴리야는 없어. 이젠 리샤만 있는 거야.”
“맞아요. 엔테이스 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성공을 할 수 있었어요. 저 혼자 했으면 정말 오래 걸렸을 텐데.”
장모와 마샤가 굴리야를 리샤로 만든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장모님은 대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 궁금하긴 한데 감히 물어볼 엄두는 나지 않는다. 나중에 때가 되면 알려주겠지. 그래도 가족인데 말이다.
어쨌거나 허브 기지에 있던 굴리야가 리샤가 되어서 일행에 합류를 했다.
그리고 포포니는 장모와 무슨 거래를 했는지 강화 탄성 스티커와 전투지원 스티커를 얼마간 마을에 보급을 하기로 했단다. 뭐 일단 써보고 다음에 주문을 더 받거나 말거나 하자고 했단다.
사실 장모님께서 그런 물건 별로 필요 없다고 매몰차게 거절을 했다는데 그래도 한 번 써보고 이야기하라고 포포니가 샘플을 풀기로 한 모양이다.
어차피 헌터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는 물건이니 이쪽에서도 아예 천덕꾸러기 취급은 받지 않을 거다. 쓰기에 따라서 유용하기 짝이 없는 물건 아니던가.
하지만 부유 마법진에 대해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데, 그건 바람의 일족에게나 필요한 거라서 대지의 일족에겐 꺼내 놓을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대지의 일족, 바람의 일족, 물의 일족이 있다는데 바람과 물의 일족은 꽤나 몰락을 해서 수가 얼마 남지 않았단다. 그래도 그들 역시 타모얀 종족이라서 큰 회합이 있으면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뭐 그런 회합이 평생에 한 번 있는 정도라지만 말이다.
대신에 대지의 일족끼리는 자주 만나는데 10년 정도에 한 번씩은 만나서 부족의 일을 의논하곤 한단다.
이번에 장모가 은폐 마법도구를 나눠주겠다고 하는 것도 그 회의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소리란다. 대지의 일족 전체 마을에 나눠줘야 하니 대충 2천개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에는 나도 기절하는 줄 알았다.
마을이 2천 개, 마을 하나에 100명씩만 살아도 20만이란 소리다. 그런데 이곳에는 300명이 넘는 마을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타모얀 종족 대지의 일족은 대충 30만 정도는 된다는 말이다. 그 중에 마을 하나에 대전사 하나씩은 있을 것 같으니 그랜드 마스터만 2천명이란 소린가?
“커엄. 큰 마을은 우리처럼 수가 많고, 작은 마을은 수가 적지. 20명 정도 되는 마을도 있어. 그래도 그 마을도 마을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 원래 분가를 하면 그렇게 나가서 살면서 점점 규모가 커지는 거니까 말이야. 아들들이 생기면 그 아들들이 마을을 키우게 되는 거니까. 그러다가 독립하고 싶은 녀석이 나오면 그 녀석이 또 결혼과 함께 분가를 해서 마을 세우는 거지.”
“그럼 제가 마을을 세우면 그 마을도 대지 일족의 마을이 되는 겁니까?”
“응? 사위가? 그건 안 되는데?”
“왜요?”
“마을을 세우려면 대지의 뜻 세울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포포니는 그게 안 되니까 말이야.”
“대지의 뜻을 세워요?”
“그러니까 우리 대지의 일족은 이 땅을 돌아다니면서 땅을 일구지. 그렇게 해서 대지가 숨을 쉬게 하는 거야. 그 몬스터란 것들이 자꾸만 땅의 정기를 빼앗으니 그걸 막아야 하거든. 그 일을 우리 일족이 하고 있는 거지. 뭐 사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종족들이 그 일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아. 우린 끝없이 싸우고 있는 거지. 자네들 헌터들이 코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이 땅과 하늘과 물의 정기가 담긴 것들이니 그것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리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지. 그리고 그 책임을 지는 이가 바로 프락칸이야. 프락칸이 있어야 대지 일족의 마을이 되는 거지. 하지만 포포니는 프락칸의 재목이 아니었어.”
“그럼 이 마을의 프락칸은 누구십니까?”
“누구긴 내 마누라지. 포포니 어미.”
“아, 네.”
그러니까 장모님께서 프락칸이란 지위에 있고, 그 분이 하시는 일이 코어의 힘을 대지로 돌려보내는 것이란 말이지?
“코어가 땅과 하늘과 물의 기운을 빼앗아 간다는 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장인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