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83
화
“제가 이번에 아내인 포포니와 함께 처가에 좀 갔었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런데요?”
“처가에 가서 머무는 동안에 우연찮게 듀풀렉 한 쌍이 만들어졌습니다. 집에 두고 갔던 것과 연결되는 쌍이 만들어 진 거지요.”
“하하하. 그거 축하드릴 일입니다. 그 동안 엄청난 자재들을 투입하시더니 결국 하나를 만들어 내신 모양입니다. 하하하.”
“네. 정말 운이 좋았지요. 그래서 그걸 시험하기 위해서 제가 오늘 도시로 들어왔는데, 그게 제대로 작동을 한다는 것을 아신 어른들이 도시 나들이를 좀 했으면 하시네요.”
“아, 그러니까 타모얀 종족 분들이 도시에 오신다는 말이군요?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우리들은 언제나 원주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면 고마운 말씀입니다. 그런데 우리 처가가 타모얀에선 제법 알아주는 가문인 것은 아십니까?”
“그, 그렇습니까?”
허틀러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뭐 그렇다고 합니다. 타모얀의 제일 가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 처가의 마을이 규모가 조금 됩니다. 원래 가족 단위로 생활을 한다는데 의외로 규모가 있어서 450명 정도 되는 마을이더군요.”
“그, 그럼 그 인원이 전부 온다는 겁니까?”
“한꺼번에는 아닌데 사나흘에 걸쳐서 도시 구경을 하러 나오신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이 마을에 그랜드 마스터에 해당하는 실력자만 십여 명을 넘습니다. 그리고 제 장인이나 장모님은 그 경지로 훌쩍 넘으신 것 같고 말이지요. 뭐 따로 무력을 사용할 일이야 생기지 않겠지만 어쩌다가 시비라도 붙는 날에는 참 상황이 난처해질 가능성이 있지요. 안 그렇습니까?”
“무, 물론이지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요.”
“그러니 허틀러 지부장님께서 좀 조율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를테면 도시에 있는 이들에게 주의를 좀 준다던가 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괜한 시비를 걸지 말라고 말입니다. 타모얀은 겉으로 표시가 잘 나지 않지만 목 뒤로 갈기가 있으니 구별이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하. 맞습니다. 네네. 그렇지요. 알겠습니다. 제가 특별히 도시 안과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허틀러는 내 말뜻을 잘 이해한 것 같다.
괜히 시비 붙어서 깨지고 사건 키우는 일이 없도록 하란 뜻을 말이다.
“그럼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통화를 종료하려 했다.
하지만 허틀러 지부장은 아직 궁금한 것이 많은 모양이다.
“저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세이커님.”
“네? 뭐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그게 그 듀풀렉 게이트란 것이 워낙 세간의 관심을 받는 것이라서 말이지요. 그걸 다시 만드셨다는 것은 이전에 만들었던 것이 완전히 우연의 산물은 아니란 뜻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거고 말이지요.”
허틀러는 조심스럽게 듀풀렉 게이트의 재생산에 대해서 운들 떼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할 짓이 없어서 그 막대한 재화를 들이 부어서 듀풀렉 게이트를 다시 만든 것은 아니지요. 그게 그렇게 만들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저는 다시 성공을 하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성공할 거라고 믿습니다. 뭐 아직 그 성공 확률을 올리거나 하는 것은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언젠가는 조금 더 나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수 천 번을 도전해서 한 번 성공을 한다고 해도 전처럼 미친 짓을 하는 놈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은 거의 영구적으로 상용할 수 있는 것이니 그 정도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보지요.”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모두들 관심이 큰 것이지요.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그 듀풀렉 게이트는 어떤 방식으로 운용을 하실 계획이신지요?”
“뭐 별 것 있겠습니까? 일단 헌터들의 이동이 가장 많은 도시간에 설치를 하고 유료로 이동 요금을 받고 서비스를 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만들어지는 듀풀렉 게이트들은 그런 식으로 운용이 되겠지요.”
“아, 그, 그러십니까? 그럼 그 게이트는?”
“당연히 이알 상점에서 관리를 하겠지요. 아무래도 이알 상점은 저의 지분이 많이 들어간 곳이고 또 그 쪽에는 관리만 맡아 주는 것으로도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이 될 테니까 말입니다.”
“그럼 연합에 위탁을 하실 생각은 없으신 모양이군요?”
“연합에 맡겨 놓으면 그걸 제대로 지킬 자신은 있으십니까? 쿠나메 같은 놈이 또 나오면 그걸 연합에서 무슨 수로 막을 겁니까? 그래서 연합에서 빼앗기면 그 책임을 연합에서 져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긴 하겠습니까? 차라리 우리 이알 상점에서 운용을 하다거 어떤 놈이 그걸 부순다고 해도 그거야 우리 책임이니 우리가 알아서 하겠지만 연합에서 맡았다가 그거 물어 줄 수도 없지 않습니까?”
내 말이 너무 직선적이었는지 허틀러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기분 나쁘라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에 연합에서 책임을 질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차라리 손해를 봐도 제가 보기로 했을 뿐입니다. 솔직히 듀풀렉 게이트 그거 하나 망가지면 연합에서 어떤 거로도 보상이 어렵지 않습니까. 그 가치는 이미 연합에서도 알고 있는 거고 말입니다.”
“그, 그야 그렇지요.”
억지로 대답을 하는 허틀러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다.
뭐 그래도 어쩔 건가. 이미 연합이 그랜드 마스터란 깡패들 앞에서는 구멍 찾는 쥐 꼴인 것을 본 후인데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 만들어진 것은 이미 아알 상점에 하나를 설치했고, 그 반대쪽은 처가가 있는 마을에 설치를 했습니다. 아, 이쪽 이알 상점에 설치한 것은 일단 철거가 불가능합니다. 철거 하는 즉시 파괴가 되도록 만들어 뒀습니다. 빼앗기느니 그냥 버리겠다는 생각이죠. 물론 그런 일이 생기면 우리 장인이나 장모께서 몹시 화를 내실 겁니다. 이미 저 쪽에 있는 듀풀렉 게이트를 마을 소속으로 생각을 하시는 듯 하니 말입니다. 그게 한 쪽이 망가지면 다른 쪽도 사용이 불가능하단 것을 아실 테니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그래야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나저나 쿠나메 그랜드 마스터는 도대체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군요.”
허틀러는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건 이미 어느 정도 내용이 밝혀 졌습니다. 아마 내일 그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으니 내일 보시면 알 겁니다.”
나는 그렇게 허틀러에게 정보를 살짝 흘려 놓고 이후로는 그저 통상적인 이야기만 하다가 통신을 종료했다.
내일이 사뭇 기대된다.
타모얀 종족의 대지의 일족의 마을 구성원 전체가 헌터들의 거점 도시로 나들이를 온다.
이건 어찌 보면 그다지 별 것 아닌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헌터들 중에는 이 행성에 원주민이 산다는 것도 몰랐던 이들이 수두룩하다.
저번 제1 데블 플레인 사태와 제2 데블 플레인 사태로 데블 플레인에도 원주민들이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긴 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 데블 플레인에 사는 원주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 원주민이 단체로 도시 나들이를 한단다. 그것도 그랜드 마스터를 찜 쪄 먹을 사람들까지 포함된 단체다.
헌터 연합에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그게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허틀러는 제법 자세하게 툴틱을 통해서 상황 설명을 하고 헌터들에게 자중을 요구했다. 문제가 생기면 연합은 철저한 중립의 입장에서 그 문제의 잘잘못을 다룰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뭐 말은 그렇지만 내용상으론 될 수 있으면 실력도 되지 않으면서 까불다가 피떡 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란 그런 경고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덕분에 다음날 아침 이알 상점 주변 길거리는 엄청난 인파로 몸살을 앓았다.
원주민을 보겠다고 구경꾼들이 몰린 것이다.
나는 일찌감치 일어나 듀풀렉 게이트를 열고 처가에서 오는 손님을 맞고 있었다.
그리고 미리 살짝 언질을 받은 대로 장인은 쿠나메와 사무스를 밧줄로 묶어서 끌고 게이트를 나서셨다. 우와, 난리 났다. 난리 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