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86
화
처가가 지금 있는 곳으로 오기 전에 마을을 만들었던 곳은 조금 더 도시에서 가깝다. 이전에 포포니를 만나기 전에 내가 도시의 북쪽으로 수련 사냥을 나왔던 곳이니 그렇게 위험한 몬스터도 많이 않은 곳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렇게 몬스터 비율이 적었던 이유가 다 있었던 거다.
장모님이 대지를 정화하는 작업을 오래도록 해 오신 덕분에 주변의 몬스터 비율이 그렇게 떨어져 있었고, 그래서 내가 수련을 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 있었던 셈이다.
이것은 이전에 문제가 되었던 남동쪽의 코무스 지역을 떠올려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 쪽의 몬스터 비율은 이쪽에 비하면 몇 배는 더 높은 편이다.
그만큼 프락칸으로서 장모님이 하신다는 그 정화 작업이란 것이 얼마나 대단한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까 장모님께서 정화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것이 코어란 말씀이지요?”
“코어 뿐만이 아니라 몬스터 사체로 쓰지. 사실 몬스터와 관련이 있는 모든 것이 정화작업에 쓰인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야. 그 모든 것이 실상은 그것들이 세상의 기운을 변형시켜서 만들어낸 것들이니 말이야.”
“대단하군요. 몬스터까지 기운으로 만들어 낸다니 말입니다.”
나는 사실 몬스터란 것과 그것을 만들어 내는 코어라는 것에 대해서 굉장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를테면 전혀 다른 기반의 생명체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몬스터들도 생명체로 본다고 할 때에 성립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일단 그것들도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그것들은 무언가 우리나 우리가 생각하는 생명체와는 다르게 태어나고 자라고 또 성장하며 죽어가는 것들이 된다.
기반이 전혀 다른 생명체란 소리다. 일종의 에테르 기반 생명체라고 할까? 그러면서 유독 인류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생명체가 그것들이다. 이상하게 다른 생명체, 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식물이나 동물과 같은 것들에도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들이 유독 인류 종에게는 적대적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것들은 우리 인류를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파악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긴 우리도 몬스터를 그렇게 생각하니 피장파장인 셈이지.
“저기 장모님 그럼 그 정화 작업을 하게 되면 장모님께 부담이 되거나 하는 겁니까?”
“당연하지. 정화는 쉬운 작업이 아니니까. 당연히 힘이 들지. 하지만 나보다는 정화 작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더 힘든 것이 사실이야.”
장모님은 당신의 수고 보다는 전사들이 더 고생을 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정화작업은 한꺼번에 많은 수의 코어와 몬스터사체, 그리고 간혹 몬스터 물품까지 더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준비를 위해서 몬스터를 잡고 사체와 코어를 모으는 마을 사람들의 고생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화 작업을 하는데 실제로 그 정도 규모의 정화작업이라면 닷새에 한 번 해도 무리가 될 정도는 아니거든? 그러니 내가 고생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 뭐 특별하게 등급이 높은 화이트 코어를 가지고 오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런 경우에는 내가 고생을 좀 하긴 해. 그럴 때에는 다른 프락칸이 있어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지만 워낙 말을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도움을 청하는 것도 쉽지 않지. 그래서 그런 코어들이 들어오면 모았다가 기회가 되면 정화에 쓰기도 하고 또 그냥 모아 두기도 하지. 그래서 마을에 화이트 코어가 제법 있는 거야. 물론 만약을 대비해서 비축해 둔 것도 있긴 하지. 연합이 들어오면서부터 그것들이 제법 쓸모가 많은 것들로 알려져서 다른 용도로 쓰이기도 하고 그랬으니 말이야.”
“그래도 되는 건가요? 코어로 남겨 두는 거요.”
“응? 그게 왜? 그런 상태로 있는 것도 도움이 되지. 그 상태에서 그 기운이 화이트 코어에게 돌아가지 않는 거니까 말이야. 사실 괴물들 죽으면 전부 코어를 내 놓아야 하는 건데 그 기운이 화이트 코어로 돌아가서 코어가 잘 나오지 않는 거야.”
응?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몬스터를 데드존에서 죽였을 때에도 코어는 잘 나오지 않았었는데? 혹시 그 기운이 몬스터의 사체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일까?
“뭔가? 표정이 이상하군.”
장모님은 내가 딴 생각을 한다는 걸 금방 알아차리신 모양이다. 그래서 데드존에서 죽는 몬스터들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죽으면 몬스터 물품이 그대로 남는다고? 그거 에스폴보다 훨씬 더 나은 능력이네?”
“네? 뭐, 그건 그렇습니다. 몬스터들이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이 고스란히 남으니까요.”
“호호홋. 그게 정말인가? 그럼 진작 그렇게 이야길 하지 그랬나? 사실 에스폴도 우리 프락칸과 비슷한 일을 한다네. 그게 에스폴 특유의 몬스터 약화 능력이지. 그걸 사용하면 때로 몬스터의 물품들이 남는다는 소리를 들었지?”
“네. 그거야 들었습니다만.”
“그게 바로 그거야. 화이트 코어로 돌아가야 할 기운을 막아서 남게 만드는 거지. 그렇게 된 기운은 결국 화이트 코어로 가지 못하고 물건으로 남게 되니까 말이지. 그 물건으로 도리어 우리들이 쓰게 되니 어떤 의미에선 그것들의 기운을 약화시키는 능력이하고 할 수 있지 않나?”
듣고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니까 에스폴은 그런 식으로 몬스터의 기운을 갉아 먹는 역할을 하고, 타모얀 종족은 프락칸의 능력을 통해서 코어나 몬스터 사체, 몬스터 물품을 대지의 기운으로 돌리는 일을 하는 거다.
“하지만 에스폴의 수가 많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그들의 수가 많으면 좋았을 것을.”
“후우, 그야 그렇지. 사실 우리 선주민들의 수는 나날이 줄어가고 있다네. 그게 큰 문제지.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방법을 바꾸기도 어렵지. 이 땅에 헌터들이 들어오고 나서 대지의 일족 중에서는 한 곳에 모여서 살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네. 대지의 일족이 모여서 프락칸들이 힘을 모으면 우리가 살 수 있는 정도의 땅은 확보하고 지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였지. 하지만 그 의견은 별로 호응을 받지 못했어. 우리가 대지를 정화시키면 또 거기에 기대서 살아가는 이들이 생기네.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 타모얀이 선주민 사이에서 존경받을 수 있게 된 거였어. 그걸 잊고 지금 당장 쉽고 편한 길을 찾는다면 언젠가는 우리 타모얀 역시 조금씩 이 땅에서 사라져 갈 것이 분명하지.”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나는 사위 자네에게 큰 기대를 가지고 있네. 우리 선주민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삶을 보여줄 것 같거든. 그 은폐 도구만 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거기에 듀풀렉 게이트가 많이 만들어지면 그 때는 정말로 대단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믿네.”
“장모님께서 그렇게 믿어 주시니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그 믿음에 반드시 보답을 하겠습니다.”
“호호. 그래야지. 아무렴 그래야지. 좋아. 좋아. 호호홋.”
이알-게이트 소속의 회원들에게 공고가 나갔다.
새로운 사냥터 개발을 위한 마을을 건설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곳에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해서 제5 거점 도시의 이알 지구에서 그 도시를 오가는데 편의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그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일단 연합에서는 그 마을의 위치가 기존의 임시 거점들과는 연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는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새로운 마을로 헌터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속내를 보였다.
만약 너무 많은 헌터들이 빠져나가게 되면 그 임시 거점들을 유지하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6 임시 거점은 지금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고 했다.
이전에는 세바스찬과 그 일당들이 그 족의 선봉 역할을 잘 했었는데 그들이 사라진 전력 공백이 상당하단 거였다.
뭐 그곳에는 아직도 까흐제가 던전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까흐제가 사라지면 곧바로 제6 임시 거점도 철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하긴 다른 것은 몰라도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를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이들이 없다면 제6 임시 거점을 지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일 것이다.
사실, 그랜드 마스터 어쩌고 하면서 내가 그들과 얽혀서 몇 번 보기는 했지만 데블 플레인에서 활동하는 헌터들 보라색 등급 몬스터를 해결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아니 이전에는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면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식되던 등급이 보라색 등급이었다.
그걸 우리 부부와 세바스찬 일당이 힘을 모아서 그랜드 마스터 없이 처음으로 공략한 것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보라색 등급을 사냥하고 있던 팀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알려지기론 그 때가 처음으로 보라색 등급 몬스터가 잡혔다고 떠들었었다.
그러니 보라색 등급이나, 그랜드 마스터란 것은 사실 말 그대로 구름 위에서 노는 존재라고 할 정도다.
그동안 나와 포포니, 텀덤 등이 너무 과하게 강한 상대들과 만나서 고생을 하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인어른의 수련을 피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강한 놈은 만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그럼 만약 적으로 만나게 되면 그냥 죽을 건가? 응?’ 이러시면서 더 혹독하게 굴리시는데 어우, 정말 나는 매일같이 푸줏간에 매달린 고기 신세가 되고 있다.
텀덤은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같이 하면서 말이다.
텀덤은 이제 하산해도 될 것 같다는 소리를 듣고 설렁설렁 놀고 있다.
마을의 전사들과 함께 몬스터 사냥이나 다니고 있는 거다. 우와 부러운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