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87
화
아무튼 그런 중에도 듀풀렉 게이트를 이용한 마을 건설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많았다.
그 중에서 제5 거점 도시에서 임시 거점들 마다 여관을 세운 여관 주인도 나를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이알 상점을 통해서 해 왔다.
그래서 그를 만났더니, 역시나 내가 세울 마을에 여관을 짓고 싶다며 계획서를 가지고 왔다.
여관의 규모와 형태, 운영 계획까지 꼼꼼하게 들어 있고, 특히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에 대한 분배에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세우는 마을이니 여관에 대한 일정 지분을 인정해 주겠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어차피 마을이 생기면 그런 시설들이 필요한 일이니 마다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번 마을은 일단 시범적으로 하는 것이라 시행착오를 거치며 배울 것은 배우자는 마음으로 적당히 계약을 했다.
그리고 그 계약을 기준으로 다른 여러 시설들에 대한 계약이 게리를 대리인으로 해서 이루어졌다.
그래봐야 대부분이 이알-게이트 소속 회원들이 거의 모든 시설들을 선점했다.
당연히 이알 상점이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몬스터 관련 매입을 전담하게 되었다. 그것이 가장 이익이 많이 남을 곳이지만 또 그곳을 쥐고 있어야 회원들에게 이익을 돌려 줄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대략적인 계획이 세워지고 나서, 나는 포포니와 텀덤, 마샤, 리샤를 데리고 이전 포포니가 살았던 곳으로 갔다.
가는 길에 보이는 몬스터는 모두 잡았다. 뭐 우리 눈에 보였다는 것은 그 놈들도 우릴 보고 달려든다는 소리와 별로 다르지 않으니 보이는 족족 데드존으로 집어 넣어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데드존만으로 사냥을 하는 것은 실력 저하의 원인이 될 거란 포포니의 의견이 있은 후로는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숨통을 끊기 전에 데드존으로 보내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그 이유는 몬스터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였을 때에 그 몬스터의 사체에 고스란히 기운이 남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장모님께서는 그렇게 확보된 몬스터 사체는 코어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하셨다. 가장 에너지를 많이 품고 있는 것은 몬스터 물품이고 그 다음이 코어였는데 이젠 코어보다 데드존에서 나온 사체가 더 많은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어가 나온 사체는 그 에너지가 별로 남아 있지 않은데, 그건 그 에너지가 코어로 바뀐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사실 타모얀 종족의 학습용 코어 제작이라는 것도 사실은 몬스터 사체에서 코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방법을 찾다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되어서 타모얀의 그것도 여성만 일정 기간에 한 번씩 가능한 능력으로 몬스터의 기술을 코어에 담을 수 있게 변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어떤 위대한 프락칸이 있어서 그런 기술을 만들어 냈지만 그것이 타모얀이 감당하기에 너무 무리가 큰 기술이라서 일정한 회복 기간을 지나서야 다시 쓸 수 있도록 만들었을 거란 것이 장모님의 말씀이었다.
아무튼 전설이나 신화 같은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그 과거의 무언가가 현재보다 월등하였던 것을 알게 된다. 물론 그래서 신화나 전설 이라고 꾸며진 것이라 폄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겠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은가? 타모얀 종족의 그것도 여성체에게만 그러한 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 능력이 유전자에, 그것도 여성만 가지는 유전자에 기억되어 있다는 것인데, 그걸 임의로 만들어 냈다면 그건 엄청난 유전공학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 아닌가?
전에 이야기했던 그 에스폴, 그러니까 굴리야가 리샤가 된 것도 그렇다. 그건 유전자 변형인 것이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마샤와 장모 둘이서 해치웠다니 나는 그게 도대체 과학적으로도 마법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거다.
그것은 어쩌면 제여넌 시대에 금기로 통하던 흑마법의 한 갈래가 더 가깝지 않을까? 키메라 연구와 같은 것이면 과학의 생명공학과 연관이 깊을 것 같으니 말이다. 그리고 에스폴의 유전자 변형도 그러한 영역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마법과 과학과 또 이곳 선주민의 지식 사이에는 너무 큰 거리가 있다. 접근 방법이 처음부터 전혀 다른 세 가지 지식이라고 봐야 할 테니 말이다.
아무튼 우리가 이동하면서 잡고 있는 몬스터들을 나중에 그대로 정화 의식에서 쓰일 예전이다. 장모님께선 가끔 내가 만드는 마을에서도 정화의식을 해 주시기로 했다.
어차피 한 달에 한 번 꼴로 하던 일인데 그걸 두 번이나 세 번 한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말씀이다.
오히려, “정화 의식을 많이 할 수 있다면 그건 축복 받을 일이지. 그건 대지가 그만큼 기운을 차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니까 말이야. 내 걱정은 하지 마. 괜찮으니까.”라시며 도리어 우리를 격려해 주셨다. 열심히 사냥을 해서 의식을 할 정도로 많은 몬스터를 잡으라고 말이다.
그래서 보이는 족족 몬스터를 사냥하며 목적지로 가고 있는 중이다.
대지의 일족은 마을의 위치를 정할 때에 사람이 살지 좋은 입지 조건을 따져서 마을 위치를 잡는다. 그 후에는 그 마을을 중심으로 주변의 몬스터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것이다. 던전도 필요 없고, 부족 코어도 필요 없다. 보이는 조족 잡아서 마을로 가지고 와서 정화 작업을 펼친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사이에 주변에 몬스터들의 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대지의 기운이 강해지고 그 덕분에 그 주변에는 몬스터를 만들어 낼 부족 코어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는다는 거다. 또 부족 코어가 만들어져도 등급이 떨어지는 것들이 만들어진다. 그러니 계속해서 정화를 하게 되면 결국 일정 범위 안에서는 몬스터가 거의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대지의 일족은 할 일이 끝났다고 여기고 또 다른 곳을 찾아서 떠난다.
그리고 그렇게 몬스터의 비율이 줄어든 땅에 다른 선주민들이 찾아와서 땅을 일구거나 마을을 건설하거나 하는 것이다.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을 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적잖은 집들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전사들이 우르르 나와서 앞으로 막아섰다.
생긴 것은 우리 인류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하긴 에스폴도 가른 점은 없지.
하지만 이들도 외형은 비슷해도 뭔가 차이가 있긴 하겠지?
“누구? 여긴 우리 마을. 목적이 뭐냐?”
아, 역시 툴틱의 통역은 선주민 모두에게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들이 누군지는 몰라도 툴틱이 이렇게 어눌한 통역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연합과 소통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종족일 가능성이 무척 높다.
전사로 보이는 이들 중에서 가장 무기와 옷이 좋아 보이는 이가 경계의 빛을 띠고 묻는다. 뭐라고 하지?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데 포포니가 나선다.
“나는 타모얀의 대지의 첫째 딸이다. 옴파롱 울룰루의 첫째 아들의 딸이면 프락칸 엔테이스의 딸이다. 이곳은 우리 대지 일족이 일군 땅이다. 그러므로 이곳의 주인은 나다.”
포포니의 일갈이 울려 퍼지자 마을을 꾸리고 있던 일들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역력하다.
“대지의 일족. 땅을 다시 되찾나? 그럼 우린 어디로 가나? 이전 살던 곳, 괴물 많아. 가면 죽는다. 모두.”
아까 그 전사가 무기의 끝을 땅을 향하도록 내리고 항변하듯 말하지만 그 목소리에 힘이 없다.
“여기 살아도 된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올 것이다. 그들과 함께 살아도 상관없다면 여기서 지내도 된다. 여기에 마을을 크게 세울 것이다. 그 때문에 옴파롱 울룰루의 첫째 아들이 이 땅을 그의 사위인 내 남편에게 줬다. 하지만 내 남편은 이곳에 먼서 살던 사람이나 나중에 살고자 온 사람이나 모두 내쫓지는 않는다고 했다.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된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간섭하지 않으면 된다. 또 새로 오는 이들도 당신들의 삶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도울 일이 있으면 돕는 것은 좋다. 서로 도우면 사는 것이 좋아진다.”
포포니가 언제부터 저렇게 말을 잘 했지? 아니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닌가? 단순하게 말하는데 그게 귀에 팍팍 들어오는 건가?
하여간 저들도 포포니의 말을 알아들은 모양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마땅치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