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94
화
“자, 그럼 미래의 우리 아들을 위해서 포포니 출격이다.”
“웅? 무슨 소리야?”
“하하하. 아니야. 어서 코어 만들어야지? 자자, 수고 해.”
“웅! 걱정하지 마. 아주 상태가 좋으니까 예쁜 코어가 만들어 질 거야.”
포포니는 칼을 가방에 넣어 버리곤 곧바로 죽은 자클롭의 사체로 다가갔다. 자클롭은 다행스럽게도 코어를 내놓지 않고 죽었다. 만약 코어가 나왔으면 다른 자클롭을 다시 잡아야 했을 것이다. 코어가 나온 사체에선 다시 코어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기운이 약해서 좋은 코어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들었다.
포포니는 자클롭의 사체에 손을 대고 정신을 집중한다. 그렇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몬스터 패턴에서 코어가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번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클롭이 보라색 등급에 가까운 남색이라지만 그래도 너무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역시 데드존에서 죽은 사체라서 코어를 만드는 것이 힘든 것일까?
“아! 어쩌면 좋아!”
그런데 포포니가 탄성을 지르면서 사체에서 손을 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클롭의 몬스터 패턴에서 코어가 하나 떨어져 나온다.
“응? 이건 뭐지?”
그런데 코어의 색이 이상하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코어가 등장을 한 것이다. 몬스터의 등급은 코어의 색으로 정해진다. 그것이 우연인지 어떤지 모르지만 무지개의 색과 같은 코어가 나왔고 그것들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의 강함도 그 무지개의 색깔과 같은 순서다. 묘한 우연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일이다. 원인이고 뭐고를 파고 들어갈 틈도 없고, 이유도 없어서 그냥 묘한 우연이라고 치부한 일이다.
아무튼 그래서 몬스터의 코어는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색 중에 하나로 정해져 있고, 그 외에 화이트 코어는 몬스터 코어의 상급 코어로 알려져 있다. 물론 아주 일부의 헌터들만 알고 있다는 실버 코어나 골드 코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어디에도 지금 자클롭에게서 나온 코어와 같은 것은 없었다.
색깔은 짙은 남색에 금가루 뿌린 것처럼 보라색이 뿌려져 있다. 뭐 이 정도는 보라색 등급에 가까운 남색 몬스터라는 의미로 억지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가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 코어가 은은하게 하얀색 빛이 나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이건 화이트 코어에서도 없는 일이다. 코어는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 그런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포포니 이건 도대체….”
“웅. 원하는 지식이 담긴 코어를 만들었어. 그런데 그 외에 다른 것들이 많이 포함이 된 것 같아. 아니 원래 하나의 지식이 담겨야 하는 건데 자클롭이 가지고 있던 모든 지식이 여기 담겼어.”
음. 이건 좀 문제다. 그러니까 데드존에서 죽은 사체를 가지고 타모얀이 지식 코어를 만들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말이지? 그럼 혹시?
“저기 포포니. 만약에 말이야. 이런 놈 말고 다른 몬스터 그러니까 조금 더 똑똑해 보이는 놈을 잡아서 코어를 만들면 말이지. 그렇게 되면 그 몬스터가 지니고 있는 모든 지식이 코어에 담길까?”
“으음. 그건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이 코어가 자클롭의 모든 지식을 담은 것은 분명한 것 같아. 내가 그래서 무지 고생을 했거든. 크고 튼튼한 것만 생각을 했는데 다른 것들이 들어와서 막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 되고 해서 모두 몰아 넣어야 했어. 음. 그런데 이건 우리 아들 주면 안 될 것 같아.”
응? 왜 갑자기?
“포포니. 왜 아들에게 주면 안 되는 건데?”
“응! 아들이 자클롭과 너무 닮으면 안 되니까 말이야. 자클롭처럼 앞으로 못 걷고 옆으로 만 걸으면 큰일이잖아.”
아, 그럴 수도 있나? 아니 애초에 우리 아들이 게도 아닌데 왜 그런 걱정을 하지?
“설마 그런 일이야 있을까?”
“우리 아이가 어릴 때에 줄 거니까 그래. 어린 아들이 자클롭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도 있잖아. 그래서 우리 집안에서도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할 때에는 단순하게 정리된 것을 주는 거야. 하나씩 하나씩 말이야.”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아이에게 몬스터의 지식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가게 할 수는 없지. 더구나 겨우 게딱지 따위의 지식을 말이다.
“그럼 이건 어떻게 하지?”
“웅. 이건 엄마 아빠에게 보여 주고, 처리를 해야 할 것 같아.”
“내가 그냥 쓰면 안 될까?”
“왜? 남편이 이게 왜 필요해? 남편도 크고 튼튼해지고 싶어? 하지만 다 큰 상태에선 별로 소용이 없을 건데? 이건 아이들이 자라면서 적용이 되는 거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도대체 이 자클롭이란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말이야. 또 그게 아니라도 몬스터란 것들이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으음.”
포포니는 내 말에 무척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왜?”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당연히 물어야지.
“남편이 이렇게 멍청한 놈의 지식 따위를 얻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차라리 다른 놈으로 하자. 응? 그러니까 으음, 어디 보라색 몬스터 중에서 똑똑할 것 같은 놈으로 잡으면 되지 않을까? 아빠한테 물어 보면 좋은 수가 있을 거야. 응응.”
“하지만 그러려면 또 한 번 포포니가 수고를 해야 하잖아. 그건 곤란하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출산 준비가 그만큼 늦어지게 되는 거니까 말이야.”
“아니야. 괜찮아. 이거 엄마에게 주고, 나중에 마을 여자아이들 중에 하나에게 우리가 사체를 주고 지식 코어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할 수 있게 허락을 받으면 될 거야. 음음. 그게 아니면 엄마에게 만들어 달라고 할 수도 있어. 엄마는 음 다섯 달이나 여섯 달에 한 번씩은 지식 코어 만들 수 있으니까 크게 부담이 되지도 않을 거야.”
역시 장모님. 그런 쪽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는 분이시군.
그나저나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야 하나?
“남편.”
“응?”
이제 뭘 할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포포니가 나를 부른다.
“여기 자클롭들 잡자. 아주 많잖아. 이거 많이 잡아서 수를 줄이는 거야. 음음. 엄마가 그랬는데 그 데드존에서 죽은 것들은 다시 부족 코어로 돌아가지 않으니까 정화 작업을 하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어도 어쨌거나 그 화이트 코어들의 힘을 줄이는 데는 아주 쓸모가 많을 거라고 그랬어.”
아, 그 소리는 나도 들었지. 그러니까 오랜만에 괜찮은 몬스터 무리를 발견을 했으니 사냥을 한 번 대차게 해 보자는 말인 것 같다. 하긴 남색 등급의 코어라면 쓸모가 많지.
“하지만 여기 위험한 곳이라면서?”
“아! 맞다. 음음. 바다에 사는 괴물이 나오면 엄청 위험한데 그거 잊어버리고 있었다. 으음. 어떻게 하지?”
포포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음, 그냥 백사장 가장자리에서 거리가 되는 자클롭들만 데드존으로 끌어 들이자. 그렇게 잡고 거리가 안 되는 것들은 포기해야지. 바다에 사는 그 괴물이 어떤 놈인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웅웅. 그럼 그렇게 하자. 남편. 에헤헤. 위험한 건 안 해야 해.”
포포니가 내게 덥석 안기며 헤실헤실 웃는다.
그래 그 말이 맞아. 괜한 위험을 자초하진 말자. 앞으로 남은 소털같이 많은 날들을 너와 나 둘 중에 하나만 남아서 아프게 살 일은 애초에 만들지를 말아야지. 아무렴. 장인 장모도 감히 상대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들이 바다와 하늘의 괴물들이라는데 조심해야지 아무렴.
우리 부부는 바다 괴물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스럽데 자클롭 사냥에 나섰다.
뭐 사냥은 말이 사냥이지 그냥 주워 담는 거다. 데드존에 하나씩 집어 넣고, 그 중에서 죽은 것 같은 놈을 꺼내서 생존 확인을 하고 죽었으면 다시 허브 기지로 보낸다. 그렇고 여유 공간이 생긴 데드존에 다시 자클롭을 넣고 죽은 놈을 꺼내 허브 기지로 보내는 작업을 하는 거다.
애초에 사냥이랄 것도 없이 그냥 자클롭 확보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둘이서 알콩달콜 하고 있는데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을 했다.
넓고 넓은 백사장의 저 멀리에서 자클롭과 싸우고 있는 일단의 사람들을 발견한 것이다.
“웅? 사람들이다.”
“아, 보인다. 그런데 누굴까? 여기로 오는 헌터들은 없는 걸로 아는데?”
“있어. 남편. 여기서 사냥하는 사람들.”
“아, 기억났다. 타모얀 물의 일족이 이쪽에서 산다고 했지?”
“웅웅. 그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아. 타모얀 물의 일족.”
포포니는 거의 확신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좋아. 그럼 당연히 만나봐야지? 나도 이젠 타모얀의 대지 일족의 구성원이니 당연히 같은 타모얀 일족에게 인사를 해야겠지.
“우와, 멋지다.”
포포니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그 시선을 따라 내가 바라본 곳에는 나 역시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진 광경이 보이고 있다.
바닷물이 마치 밧줄처럼 꼬여서 길게 늘어지더니 자클롭 한 마리를 꽁꽁 묶어서 움직임을 방해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전사들이 칼과 창, 도끼를 들고 일제히 묶여 있는 자클롭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 물로 만든 밧줄이 약해지자 또 우르를 물러나서 견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 다시 바다에서 물로 만들어진 밧줄이 날아들어 자클롭을 묶자 이전과 같은 공격이 이어진다. 저런 식으로 반복해서 자클롭을 잡는 모양이다.
“가 볼까?”
내가 포포니에게 묻자 포포니가 고개를 끄덕거리다.
“웅, 남편 가자.”
“그래. 대신에 사냥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가자. 지금 사냥하는데 방해되면 안 되니까 말이야.”
“웅웅. 알았어 남편.”
우리는 의견 일치를 보고 물의 일족으로 짐작되는 이들이 사냥하는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추고는 작은 언덕에 앉아서 그들이 우리를 볼 수 있도록 모습을 드러내고 기다렸다.
잘 짜인 톱니 같은 공격으로 결국 자클롭이 쓰러지고 그들 중에 셋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나는 포포니와 함께 일어나서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