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95
화
다가오는 이들은 딱 봐도 타모얀 종족임을 알 수 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타모얀 종족의 옷은 등에 갈기가 드러나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옷이 등이 갈라진 형태인 것이다. 그 갈라진 부분은 끈으로 몇 번 연결을 해서 보완을 하긴 하지만 어쨌거다 등 뒤에 갈기가 잘 드러나게 옷을 입은 것이 타모얀의 전통적인 복식이다.
그리도 저들 역시 그런 형태의 옷을 입고 있는 걸로 봐서 타모얀 종족임이 분명하다.
“이런 곳에서 외지인을 만나다니 의외로군요. 여긴 우리 일족이 오랜 세월 자리 잡고 살아가는 곳이에요. 그 쪽을 보아하니 출산준비를 하러 온 건가요?”
셋의 중심은 아무래도 여자인 모양이다.
셋 중에 여자는 한 명인데 나머지 두 명의 전사들은 그 여자를 호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여자는 포포니를 보면서 대뜸 출산준비를 하느냐고 묻는다.
“어, 어떻게 알았죠? 맞아요. 그래서 왔어요.”
“일은 끝났나요?”
여자는 포포니에게 일이 성공적으로 끝났는지 물었는데 포포니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다.
“우웅. 코어를 얻기는 했지만 우리 아이에게 적합치 않을 것 같아서 나중에 다시 와야 할 것 같아요. 참, 난 대지의 일족 첫째 딸, 포포니에요.”
“아, 대지의 일족 첫째 딸일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하긴 울룰루의 첫째 아들이 아니면 자클롭으로 출산준비를 하는 일족의 수가 많지는 않죠. 반가워요. 난 물의 일족 이크아니예요. 프락칸이죠.”
“아, 물의 일족의 프락칸 이크아니님을 뵈요. 몰라 뵈서 죄송해요.”
포포니는 이크아니라는 여자가 프락칸이라 소개하자 공손한 태도로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타모얀 종족의 여자들은 평균적으로 키가 작고 아담한 편이다. 그리고 이크아니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60을 겨우 넘을 것 같은 키. 사실 제여넌 세상에선 적혀 작은 키가 아니지만 이쪽 인류들의 평균 신장을 생각하면 좀 작다. 하지만 타모얀 종족은 귀엽고 또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이크아니 역시 귀엽고 아름답다. 다만 그 눈빛 속에 들어 있는 연륜이 장모님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대하기가 쉽지 않은 여자다.
다리에 딱 달라붙은 바지를 입고 그 위에 짧은 치마를 입은 이크아니의 모습은 꽤나 매력적이지만 내가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외모로 나이를 평가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짓이란 거다. 장모님도 겉으로 보면 포포니와 자매로 보인다.
“괜찮아요. 어차피 프락칸이라고 해 봐야 능력도 별로 없어요. 겨우 맥을 이어갈 뿐이죠.”
여자의 말에는 깊은 회한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크아니님. 저희가 못나서 의식 준비를 하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여자를 호위하고 있던 전사 중에 하나가 이크아니에게 송구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어쩔 수 없잖아요. 물에 사는 괴물들은 수가 많지 않고, 정화를 하려 사냥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땅에 있는 괴물들과는 많이 다르죠. 전사들의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괴물들이 사는 장소가 문제인 거니까요.”
이크아니는 전사의 사죄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받아 넘긴다. 하긴 물의 사는 몬스터를 잡는 것은 땅에 사는 것을 잡는 것에 비할 바 없이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몬스터를 사냥해서 정화를 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지난한 작업일까?
그럼에도 지금까지 대를 이어서 그 일을 하고 있는 물의 일족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반갑습니다. 프락칸 이크아니. 나는 포포니의 남편이고 포포니의 부모님께 인정을 받아 대지의 일족이 된 세이커라고 합니다.”
“아! 미안해요. 나는 포포니의 짝으로만 생각을 했지 대지의 일족에게 인정받은 가족일 거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거기 엔테이스님께서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쉽게 가족을 만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 역시 장모님. 여기까지 이름이 알려져 있구나.
“괜찮습니다. 그런데 듣자하니 정화 의식을 자주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화 의식에는 물에 사는 몬스터, 아니 괴물만 쓰이는 것 같은데 그런 것입니까? 장모님께선 괴물의 종류는 가리지 않으시는 것 같던데 말입니다.”
“아, 그건 좀 달라요.”
이크아니는 내 질문에 즉각 반응을 한다.
“엔테이스님은 대지의 프락칸이시니 대지에서 잡은 어떤 괴물도 정화에 쓸 수 있어요. 그 정화 대상이 대지니까요. 하지만 나는 물의 프락칸, 내가 정화할 대상은 물이죠. 그래서 물을 정화할 수 있는 괴물이 필요해요. 즉 물의 기운을 변형시켜서 태어난 것들이어야 한다는 거지요. 하지만 그런 것들은 물 속에 주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좀처럼 잡기기 쉽지 않죠. 더구나 물속의 괴물들은 언제부턴가 정리가 되기 시작했어요. 이젠 그 종류도 많이 줄었고, 수도 많지 않죠.”
“네? 몬스터의 수가 줄었단 말입니까? 그럼 그건 좋은 일 아닙니까?”
“절대로요!”
이크아니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네?”
난 이크아니의 그 단호하고 격한 반응에 조금 놀라서 얼떨결에 되물었다.
“괴물의 수는 줄고 있지만 물의 기운은 점차 사라지고 있어요. 아니 변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물속에 사는 여러 생명들이 고통을 받고 있어요. 물의 기운이 모두 사라지게 되면 결국 어떤 생명도 그 속에서 살지 못하게 될 거예요. 괴물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그것들이 서로 먹고 먹히면서 하나의 엄청난 괴물로 성장하기 때문이에요.”
서로 먹고 먹혀서 결국 하나의 거대 생명이 되어간다? 그게 가능한 이야길까? 하지만 실버 코어나 골드 코어에 대한 소문을 생각하면 그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다.
“그럼 물 속에 있는 괴물들이 그렇게 줄어들면 사냥을 통해서 정화를 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지는 것입니까?”
“그래요. 사냥감이 점점 줄어들고 감히 사냥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들만 남게 되겠죠. 그걸 결국 우리 일족도 멸망하고 말 거예요. 이미 대지의 일족에선 알고 있는 이야기긴 하지만요.”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겁니다. 반드시 괴수를 사냥해서 그것으로 정화 의식을 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일족의 모든 전사들이 죽는다고 해도 반드시 해 내고 말 것입니다.”
아까 그 전사가 다시 이크아니를 위로한다. 하지만 보아하니 그 말의 실현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괴수라… 나는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실 보라색 등급 이상의 괴물이란 도대체 상상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 이야긴 그만하죠. 그런데 포포니? 코어를 얻는 것이 실패했으니 어떻게 할 거죠? 여기서 때를 다시 기다릴 건가요?”
이크아니가 포포니에게 묻는다. 즉 지식 코어를 다시 만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거냐고 묻는 거다.
“아니요. 돌아갈 거예요. 갔다가 때가 되면 다시 오면 되죠.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아요.”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요? 어디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나요? 나는 그런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요?”
“아, 그건 아니예요. 그냥 음. 그래요 도구를 이용해서 먼 거리를 빠르게 갈 수 있어요.”
“그 헌터라는 이들의 기술인가요?”
이킁아니도 헌터들에 대해선 알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요. 이건 우리 남편의 기술이에요. 음, 그리고 우리 남편은 아무리 먼 거리라도 순간에 이동하게 하는 도구도 가지고 있어요. 그게 지금은 하나 밖에 없어서 헌터들의 도시와 모라산 종족이 만드는 마을 사이에 설치가 되어 있지만요. 그 헌터들의 도시와 모라산 마을 사이는 걸어서 수십 일이 걸릴 거리지만 눈 깜짝 할 사이에 오고가고 있죠. 우리가 여기를 오고 가는 것은 다른 도구를 이용한 것이지만요.”
“잠깐만. 포포니. 이크아니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포포니의 이야기를 멈추고 이크아니에게 진지하고 정중하게 요청을 했다.
“뭔가요? 대지의 일족 세이커.”
이크아니는 나를 대지의 일족 중의 하나로 대하기로 한 모양이다.
“이런 질문 외람되지만 혹시 제 장모님, 그러니까 엔테이스님이 계시는 마을과 이크아니 님의 마을을 서로 연결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마을을 연결하다니 그건 무슨 소리죠?”
“그러니까 이크아니 님께서 계시는 마을에서 엔테이스 님이 계시는 마을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그것을 설치하면 어떻겠는지 여쭙는 것입니다. 물론 그게 공짜로 되는 것은 아니고 괴물의 몸에서 나오는 코어를 사용해서 이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만.”
“그러니까 두 마을을 왕래하는데 코어의 에너지를 쓴다는 말이군요? 그리고 그 대가로 두 마을을 순식간에 오고갈 수 있다는 것이고 말이죠.”
“맞습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 두 마을이 긴밀하게 협조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그렇게 편하게 교류를 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좋은 일이겠지요. 그런데 그게 정말 가능한가요?”
“일단 마을로 가시지요. 그리고 장소를 정해주시면 곧바로 장모님이 계신 곳과 연결하는 작업을 하겠습니다. 아마도 몇 시간이면 설치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어머, 그렇게 빨리 된다는 건가요? 그럼 망설일 이유가 없죠. 시험을 해 보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요.”
이크아니는 곧바로 수행하던 전사 한 명을 보내서 일족을 부르게 하곤 앞장서서 마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