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97
화
“쉽다구요?”
“이상하네요? 괴물을 잡아서 코어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다들 알지 않나요? 그걸 몰라요?”
아니 모르니까 묻지 알면 묻겠습니까? 이 사람이 지금 누굴 놀리나.
“글쎄요. 잘 떠오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만 좀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까?”
“하아, 정말 이상하네요. 그런 간단한 것을 왜 모른다고 하는지… 그럼 설명을 해 줄게요.”
이크아니는 한숨까지 쉬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 준다. 그리고 난 그 설명을 듣고 내 머리를 두드려 패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멍청했나?
“자, 들어봐요. 괴물은 코어를 내 놓죠. 그런데 그 코어가 어디서 나오죠?”
“어디라니요?”
“괴물의 어디에서 코어가 나오냐는 말이죠.”
“그거야. 몬스터 패턴…. 어이구! 나 참, 멍청하기는.”
나는 코어가 몬스터 패턴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모든 의문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우리 헌터들을 사냥을 할 때에 될 수 있으면 몬스터의 패턴 부분이 상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한다. 왜? 그거야 패턴이 망가지면 코어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제 이해가 되나?
그래 몬스터의 패턴을 망가뜨리면 코어가 나오지 않는 거다. 그것도 패턴을 완전히 망가뜨리면 된다.
몬스터의 패턴은 실제로 몬스터의 몸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몬스터의 피부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 그러니 그걸 망가뜨리면 코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몬스터 패턴을 훼손해서 코어가 나오지 않게 하고, 그 사체를 통해서 물의 구슬을 만들 수 있다는 거군요?”
“그래요. 이제 이해를 한 모양이네요. 그래서 우리가 자클롭을 잡고 있는 거예요. 그 자클롭의 화이트 코어를 얻기 위해서 예행 연습을 겸해서 하고 있는 거죠.”
“혹시 물의 구슬이란 것의 유효 기간 같은 것이 있습니까?”
나는 화이트 코어가 일정 기간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떠올리고 물의 구슬은 반대로 사라지거나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물었다.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대신에 지속적으로 의식을 통해서 물의 기운을 가진 괴물들을 공급해야지 물을 정화하는 능력을 유지할 수 있어요.”
아, 그건 이해가 간다. 그러니까 물의 구슬은 물을 정화하는 일종의 장치고, 그 장치의 에너지는 물의 기운을 변형해서 사용하는 몬스터들이란 소리다.
“그렇군요. 그럼 잠시만요.”
나는 이크아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크아니의 집 앞쪽 통로에 허브 기지 창고에 쌓아 두었던 자클롭 몇 마리를 꺼내 놓았다.
“아, 자, 자클롭이네요?”
“네. 이것들은 저희 장모님 말씀으로는 몬스터 물품보다도 더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음 기운이 조금도 손상되지 않고 고스란히 보존이 된 상태의 사체라는 소리죠. 장모님은 이렇게 잡으면 한 마리가 열 마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네? 그 말이 정말인가요?”
이크아니는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반문을 했지만 그건 그저 반사적으로 나온 질문일 뿐이다. 그녀는 곧바로 사체에 손을 대고 뭔가 가늠을 해 보더니 놀란 표정을 나를 본다.
그 때, 툴틱에서 포포니가 나를 호출했다.
“남편, 나 데려가 줘. 아직 마을에 도착 안 한 거야? 응?”
“아니야. 방금 도착했어. 그런데 거기 준비 끝난 거야?”
“웅, 남편. 아까 끝났다니까? 엄마가 빨리빨리 하라고 하셔.”
“그래. 알았어. 게이트 열어 줄게. 일단 포포니가 먼저 와. 그 다음에 내가 여기 설치하고 다시 거기로 가야 하니까 텀덤이 준비 해 두라고 하고.”
“알았어. 남편. 헤헤.”
나는 곧바로 포포니가 물의 일족 마을로 올 수 있도록 게이트를 열어 주었고, 포포니는 금방 게이트에서 뛰어 나왔다.
“응? 남편 자클롭들 왜 여기 있어?”
“아, 우리보단 여기 수상 마을에 더 필요할 것 같아서 이크아니 님께 드리기로 했어. 우린 뭐 다시 잡아도 되고, 지금 당장은 몇 마리만 있어도 되는 거니까.”
“우웅. 그렇구나. 헤헤. 우와, 근데 여기 정말 멋지다. 우와 강 위에 집을 지었어. 이야, 멋있다.”
포포니는 나와 이야기를 하다가 금방 물의 일족의 수상 마을로 관심을 돌렸다.
긴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그 기중을 기반으로 삼아서 강물 위에 나무 판자와 갈대, 풀잎 등으로 집을 지었다. 그리고 집들은 폭이 좁은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다리는 일종의 현수교, 즉 밧줄로 연결이 되어 있는 다리다.
이런 다리들이 거미줄처럼 집과 집들을 이어주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모든 집들의 지붕에 고리가 있고 그 고리를 굵은 밧줄에 걸어 놓은 것이다.
“남편 저건 뭐야?”
포포니도 그게 이상했는지 내게 묻는다.
“나도 모르겠는데? 글쎄 뭘까?”
“아, 그건 집들이 홍수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거예요. 가끔 강물이 범람을 하면 집들이 떠내려 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렇게 고리를 달아 뒀다가 위급한 상황이 되면 저 밧줄을 양쪽 강가에서 팽팽하게 당기죠. 그럼 집들이 허공으로 떠요. 대롱대롱 매달려서 흔들리고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물에 휩쓸려 가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 그렇게 해요.”
“그냥 강 언덕으로 나가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괴물들이 있으니까요. 괴물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언제나 성공적일 수는 없죠. 그래서 차라리 조금 위험해도 물의 구슬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이곳에 있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죠.”
“아,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맞는 말이다. 홍수가 난 상태에서 마을 사람들 모두가 강 언덕으로 갔다가 몬스터들의 습격이라도 받게 되면 그건 정말 곤란하다. 몬스터를 퇴치한다고 하더라도 노약자나 어린이들의 피해가 전혀 없을 거란 기대는 다만 기대일 뿐이다. 확신이 없는 이상은 어쩔 수 없이 전사들이 언덕으로 가서 줄을 당겨 놓는 쪽이 훨씬 나은 선택일 것 같다.
아,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잘못하다간 장모님께 혼난다.
“저기 이크아니 님. 대지의 일족 마을과 통하는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곳에 만들어도 되겠습니까?”
“으흠.”
이크아니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이리 와요. 이쪽으로 가면 물의 구슬이 있는 마을 중심이 있어요. 거기에 설치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공간이 많이 필요한가요? 우린 그렇게 넓은 공간이 없는데요.”
이크아니는 그것이 걱정인 모양이다.
“아닙니다. 여기 이 다리 위에도 만들 수 있습니다. 조금 불편하겠지만 게이트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이곳 다리 위에 나타나게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아, 그렇군요. 하지만 그건 손님이건 누구건 불편할 테니 물의 구슬이 있는 그곳에 설치를 하죠. 참, 여기 있는 자클롭들도 그 쪽으로 가지고 오라고 해야겠어요. 잠시만요.”
이크아니는 그 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마을의 전사들에게 내가 꺼내놓은 자클롭들을 구슬의 있는 곳으로 옮기게 하곤 먼저 나와 포포니를 데리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실 수상 마을은 그렇게 큰 곳이 아니다. 그런데 다리들이 이상하게 연결이 되어 있어서 쉽게 목적지에 갈 수가 없다.
“호호호. 다 왔어요.”
“에? 뭐예요? 자클롭들이 먼저 다 와 있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포포니가 깜짝 놀라서 이크아니에게 묻는다.
“우리 마을의 다리들은 잘 이용하면 지름길이 되고 잘못 이용하면 미로가 되죠. 그래서 그래요. 우린 조금 돌아서 여길 왔고, 전사들은 지름길로 왔죠. 그래서 자클롭이 먼저 여기 와 있는 거예요. 일부러 마을 구경을 좀 하시라고 둘러 왔어요.”
“에예. 그렇구나. 신기해요.”
“그래도 며칠 지내면 다들 익숙해지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다리가 조금 복잡해도 금방 외울 수 있거든요.”
“히잉. 난 그런 거 싫은데.”
포포니는 울상이다.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포포니는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그냥 단순 명료한 것을 선호하는 포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