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
화
능력자가 있어.
그건 모성에서도 확인이 가능한데 일종의 선천적인 재능이야.
데블 플레인에 넓게 퍼져 있는 기운을 느끼고 그걸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을 능력자라고 부르는 거야.
정확하게는 데블 플레인 헌터. 그냥 헌터라고 하지. 뭐 그 중에서도 정통 헌터에 해당하는 거지만 그건 나중에 이야기를 하지.
이들 헌터들이 에테르를 이용해서 몬스터를 잡는 거야. 그건 선천적이지. 그냥 타고 나는 거야.
나? 나는 그런 능력자가 아니야. 다만 데블 플레인에서 살아도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정도의 에테르 적응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그것도 없으면 게이트를 넘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해. 잘못하면 에테르에 감염되어서 돌연변이가 되고 그렇게 된 놈은 인간이 아닌 몬스터가 되는 거야.
물론 간혹 일개미 중에서도 그런 놈이 나오긴 하지.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그 에테르 감염이 아주 긍적적인 방향으로 일어나게 되면 굉장한 능력자가 된다는 소리도 있어.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능력자가 되는 거지.
그래서 우리 일개미들 중에서는 그런 행운을 꿈꾸지 않는 이는 없어. 뭐 괴물이 될 확률이 거의 99.9라고 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런 능력자는 게이트 비용도 필요 없이 그냥 모셔오는 상황이야. 물론 오기 싫다는 놈들도 있지.
와 봐야 목숨 걸고 사냥하는 것이 일이니까 말이야.
거기다가 게이트를 넘어온 이들은 절대로 모성으로 돌아가지 못해. 다른 식민행성으로는 갈 수가 있는데 모성은 안 되는 거야.
왜냐고? 그거야 헌터들이 데블 플레인에서 얻은 능력으로 모성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그렇지.
물론 이것도 경험에서 나온 거지.
한 때, 데블 플레인에서 활동하던 헌터들이 떼를 지어서 모성에서 난동을 부린 적이 있었어. 물론 잘못이야 정부에서 먼저 한 거지. 너무 부려 먹었거든. 거기다가 가족들에게 가야 할 대금 정산도 엉망으로 했고 말이야. 그래서 난리가 난 거야.
엄청난 피해를 입고 그 헌터들을 정리를 하기는 했는데 그 후로 재발 방지를 위해서 한 번 게이트를 넘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걸로 법을 바꿨지.
무슨 수작인지 몰라도 게이트를 넘어 왔다가 다시 모성으로 들어가는 게이트를 넘으면 그냥 죽는 거야. 게이트를 넘는 순간 죽는다고 하니까 그 이유도 몰라.
어차피 그런 사실이야 이젠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알고 왔으니까 난 괜찮아.
아, 물론 이젠 이쪽 게이트 너머에서 활동하는 이들에 대한 보상은 투명하게 하고 있어. 그게 안 되면 이쪽에서도 파업을 하거든. 게이트 너머로 자원을 보내지 않는 거야. 아주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지.
그렇다고 모성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무력으로 따지면 이쪽이 갑이거든. 이곳 데블 플레인에선 말이야.
그래서 데블 플레인의 헌터를 비롯한 주민들은 게이트 허브까지를 영향력 아래에 두고 게이트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행성들을 돌아다닐 수가 있어. 모성만 빼고.
그러니까 데블 플레인에서 돈을 벌어서 이미 개척이 되어 있는 일반 행성에 가족들을 불러서 살기도 하지. 뭐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일개미고 말이야.
아, 그래도 최종적인 갑은 여전히 모성 정부야.
왜냐면 모든 게이트에 대한 통제를 그곳에서만 하거든.
게이트를 열고 닫고 또 통행을 허가하고 말고 하는 모든 것이 그 쪽 관할이라서 무조건 헌터나 데블 플레인 주민이 갑은 아닌 거지. 거기다가 데블 플레인에서 필요한 생필품은 게이트가 없으면 가지고 올 수도 없잖아. 그러니 게이트가 막히면 이쪽도 곤란하긴 마찬가지지.
원래 그런 거잖아. 주고받고 그러면서 사는 거지.
자 다시 이야기를 하자.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다.
그래 그렇게 시작했지? 그래서 내가 그 중에서도 참 불공평한 쪽으로도 상황이 나쁜 쪽에 속해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거야.
가난 때문에 일개미가 된 상황이면 뭐 좋다고 할 수 없잖아?
그렇지만 이게 또 재미가 있으려니까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더라니까?
그래 세상 불공평한 거니까 너무 나를 부러워하지 마라. 응? 새끼들.
나, 나는 모성 기준으로 20세 남성이다.
이름은 세이커 위아드.
하는 일은 제 3 데블 플레인의 일개미.
10일에 이틀을 쉬고 8일을 몬스터 도축장에서 일하는 일개미다.
몬스터의 사체는 돈이 된다. 한 조각도 버릴 곳이 없다. 쓸모가 없는 것이라도 갈고 압축해서 진액을 뽑아낸다. 일종의 생체 에너지를 뽑는 거다.
나는 그 도축장에서 일을 한다. 살과 뼈를 가르고 나누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이곳에서 쓰는 칼은 특별하다. 칼에 선이 달려 있고 그 선은 도축장의 벽면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 선을 통해서 에테르의 기운이 흘러와서 칼에 스며든다. 그래야 몬스터 사체를 해체할 수 있다. 일반적인 도구는 절대 몬스터 사체를 어쩔 수 없다. 물론 능력자라면 뭐가 되었건 상관없이 사용하겠지만 일개미들은 그게 안 되는 종자들이다.
그래서 특별한 도구를 마련해 놓은 거다.
그래 바로 이런 것을 일개미들은 구하고 싶어 한다.
에테르를 사용할 수 있는 도구. 그것이 있다면 일반 일개미도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도구란 것이 비싸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일개미로 오래 일하다보면 그걸 살 수 있게 된다. 그 때부터 일개미는 초급 헌터가 되는 거다. 그래봐야 참 구차하기 짝이 없는 신세지만 그래도 일개미는 우러러 보는 존재가 되는 거지.
그게 일개미의 꿈이고, 내 꿈이고 그랬다.
음. 그랬다.
지금은 아니란 말이다.
사흘 전에 사고가 있었다.
내가 사용하던 도축용 칼에 문제가 생기면서 에테르가 폭발하는 일이 있었던 거다. 묘하게 에테르가 도축용 칼에 뭉치다가 폭발을 한 거라서, 온전히 도구의 결함으로 일어난 사고였다.
뭐 덕분에 나는 죽다 살아났고, 그 이후로 나는 불공평한 세상에서 불공평을 저주하는 것이 아니라 찬양하는 사람이 된 거다.
에테르 감염인지 뭔지 몰라도 나는 그 사고로 각성을 이루었다.
아, 그렇다고 내가 무슨 대단한 능력이 갑자기 생기고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닫혀 있던 기억의 문이 열렸고 저 먼 곳의 나와 연결이 되었을 뿐이다.
과거에는 그 반쪽의 내가 완전히 하나였는데 지금은 가운데 벽을 두고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정도가 되었다. 아마도 완전히 다른 차원이거나 행성이거나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기억의 문이 열려서 내 과거를 찾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마법사이며 오러 마스터였던 나, 제여넌 트라이벌의 기억이 되돌아 온 거다.
아, 제여넌 트라이벌은 전생의 내가 가지고 있던 이름이다. 뭐 다른 이름으로 파린이란 이름도 있지만 죽은 것은 제여넌 트라이벌 이었으니 내 전생을 제여넌이라고 한다. 파린과 제여넌은 하나였지만 지금 나는 세이커 위아드로서 파린과도 구별이 되는 존재가 되어 있다.
아마도 벽이 허물어지고 완전히 연결되면 또 다시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거기다가 나는 세이커 위아드의 삶을 살아야 하니 과거의 전생에 연연할 수도 없다. 차원인지 행성인지가 전혀 다른 곳에서의 일을 지금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이 공평하지 못한 세상에서 지금까지 보고 살았던 손해를 몇 배로 갚아 주면서 살면 되는 거다.
그게 지금부터 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되는 거다.
참, 사흘전의 사고로 내가 받은 보상은 하나도 없다. 그저 이틀의 휴가를 얻어서 기숙사에서 쉴 수 있었을 뿐이고, 오늘부터 8일 동안 일해야 다시 휴가가 돌아온다.
아무튼 정부나 연합에서 운영하는 곳은 하나같이 개새끼들이다. 아, 회사나 사업장을 생물처럼 말하면 안 되는 거지? 그럼 정부나 연합에 있는 새끼들은 하나같이 개새끼들이다. 개새끼들.
그래도 어쩌랴, 나는 힘없는 을의 입장이다. 자꾸 갑과 을을 이야기하니 참 그것도 비참하다. 예전에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이라고 했는데 이젠 줄여서 갑과 을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발상이지. 암튼 힘 있는 놈은 갑이 되고 갑은 언제나 나쁜 놈이 된다. 그래서 나도 나쁜 갑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