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05
화
“그게 정말인가?”
장인어른이 놀라서 눈이 동그랗게 되신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포포니와 나도 너무 놀라서 다시 실험을 한다고 초록색 등급의 부족 코어를 지닌 놈을 잡아서 다시 확인을 해 봤다. 그런데 그게 정말 똑 같은 현상이 벌어진 거다.
응? 뭐냐고?
몬스터들이 부족 코어가 사라지니까 그 순간부터 반쯤 정신이 나간 것처럼 돌아다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승화되어 사라졌다.
그러니까 부족 코어가 없는 몬스터는 승화되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 모양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초록색 등급의 부족 코어를 지니고 있던 거대 원숭이들의 족장 놈은 죽기 전에 데드존에서 꺼내 놓았는데도 그 놈의 종족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고 승화되어 버렸다는 거다.
그건 다시 말해서 부족 코어를 지닌 놈과 연결이 끊어지면 그 몬스터는 승화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뜻이다.
그럼 데드존에 들어갔던 다른 몬스터들은 어째서 승화되지 않고 또 데드존에서 꺼내 놓아도 변화가 없는 걸까?
그걸 고민해서 내가 얻은 결론은 이런 거다.
다른 행성으로 옮겨져서 연결이 끊어진 일반 몬스터는 그 기운이 돌아갈 곳을 잃고 고정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곳 제3 데블 플레인에 있던 몬스터들은 중간에 연결점인 부족 코어가 사라졌지만 그 상위 코어가 남아 있기 때문에 승화되어 그 코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부족 코어를 지닌 놈이 데드존에서 죽게 되면, 즉 다른 행성에서 죽게 되면 역시 마찬가지로 상위 코어와 연결이 끊어진 상태기 때문에 그 에너지가 그대로 보존이 되는 것이다.
그럼 살아 있던 놈이 다른 행성으로 가서 연결이 끊어졌다면 산 채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물론 그 실험도 해 봤다.
그런데 결과가 신통치 않다.
어떤 놈은 죽어도 승화가 되지 않고 어떤 놈은 승화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몇 번의 실험을 거치면서 내린 결론은 다시 데블 플레인으로 돌아온 몬스터가 상위의 코어와 연결이 되면 죽어서 승화 현상이 일어나고 연결이 되기 전에 죽으면 승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각 개체의 연결 시간은 차이가 있어서 어떤 놈을 빠르게 연결이 되고, 또 어떤 놈은 늦게 된다. 그건 같은 종의 같은 등급이라도 개체의 차이가 있어서 각기 다르다.
이 정도가 이번에 나와 포포니가 실험을 통해서 얻은 결과다.
“그러니까 그 족장, 그러니까 부족 코어를 지닌 놈만 데드존으로 보내면 다른 자클롭들이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승화를 해 버린다? 그것도 계속 데드존에 넣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잠깐만 넣었다가 빼도 그렇게 된단 말이지?”
장인어른이 다시 한 번 확인하듯이 물어보신다.
“저희가 실험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자클롭은 등급이 높으니까 승화 대기 시간이 좀 더 길지 않겠습니까? 원래 등급이 높은 몬스터들이 죽고 나서도 승화에 시간이 더 걸리니까요. 그런 상태에서 만약에 자클롭 족장을 다시 데드존에서 꺼냈을 때에, 서로 연결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사실 남색 등급 화이트 코어를 지닌 놈을 찾아서 실험을 하기는 어려워서 거기까진 못해 봤습니다.”
“흐음. 데드존에 넣으면 일단 자클롭들이 멍청이가 되는 건 사실이니까 그럼 우리 전사들의 부담이 많이 줄겠지. 그리고 다시 자클롭 족장을 꺼냈을 때에 얼마 지나서 자클롭들이 승화되기 전에 정신을 차리게 된다면…. 뭐 그러면 사위가 다시 자클롭 족장을 데드존에 넣었다가 빼면 되겠군.”
“아, 네.”
나는 장인의 단순할 결론에 뭐라 반론을 펼 수가 없다. 듣고 보니 얼마나 간결한 해결책인가. 뭐 그러다가 재수 없어서 데드존에 들어간 자클롭 족장이 죽어버리면 일이 커진다. 아니 죽어도 되는데 죽으면서 화이트 코어를 내놓으면 아주 큰일이 나는 거다.
만약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하고 포포니를 비롯한 족장 사냥팀은 그야말로 욕이란 욕은 다 들어야 할 거다.
“아빠, 그러다가 그거 데드존에서 죽고 코어가 나오면 어쩌라고 다시 데드존에 넣으래요? 우린 그거 몬스터 패턴을 완전히 망가뜨렸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는 절대로 다시 데드존에 넣을 수가 없어요. 절대 안 되요.”
역시 포포니. 말 못하는 내 심정을 어떻게 저렇게 잘 알고 대신 이야기를 해 줄까.
“그건 포포니 말이 맞아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자클롭 족장의 사체예요. 그것도 코어가 빠지지 않은 사체요. 그러니 두 번째 데드존에 넣은 것은 오로지 사위와 함께 사냥하는 이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을 해야 해요. 물론 그 사이에 백사장에 있는 자클롭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면 그건 당신과 당신이 이끄는 전사들이 알아서 대처를 해야 할 문제죠.”
“커엄. 듣고 보니 그렇군. 알겠소. 내 그리 알고 전사들에게 주의를 주도록 하지.”
“어차피 자클롭 따위가 우리 전사들의 상대는 아니잖아요. 물의 일족이야 백사장이 땅 위라서 힘겨워 했던 거지만, 우린 백사장 위에서도 힘이 줄거나 하지 않으니 문제없죠?”
“물론이오. 걱정 없소. 우리 대지 일족의 대전사들이 다섯이나 나서서 하는 일인데 무슨 걱정이 있겠소. 아무렴.”
장인어른이 가슴을 쿵쿵 치면서 호기를 부린다.
네네, 저도 믿습니다. 믿기는 믿는데요, 문제는 자클롭이 아니라 백사장 괴수라는 그 다리 여섯 개짜리 문어거든요?
그건 아무리 대전사라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잖아요. 그러니 조심, 또 조심을 하셔야 한다고요.
물 위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물의 일족 대전사들도 백사장 괴수는 못 잡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러니 정말 조심, 또 조심을 하셔야 해요.
내 걱정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장인어른은 태평하기만 하다.
어쨌거나 사냥 계획은 이미 오래 전에 세워져 있었고, 문제가 되었던 부족 코어를 데드존에 넣었을 때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확인을 했으니 이젠 사냥을 나설 일만 남았다.
다음날 아침, 대지의 일족 마을과 연결된 듀풀렉 게이트에선 대지의 일족 전사들이 대거 이동을 해 왔다.
이제 대지의 일족 마을에는 마을을 지키지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은 상태다. 뭐 그 쪽에 일이 생기면 툴틱으로 곧바로 연락이 올 테니 걱정할 것은 없다. 거기다가 만약을 위해서 허브 기지로 입구를 열 수 있는 리샤를 대지의 일족 마을로 보내 놨다.
만약에 듀풀렉 게이트가 열리지 않으면 허브 기지를 통해서라도 복귀를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 둔 것이다. 물론 대지의 일족 울룰루의 첫째 아들이신 우리 장인어른의 마을을 해코지 할 미친놈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 덕분에 이번에 자클롭 족장을 사냥하는 것은 나와 포포니, 텀덤과 마샤. 이렇게 넷이서 하기로 했다.
나는 그래도 안전하게 하자고 장모님께 대지의 일족 중에서 전사 몇 명을 붙여 달라고 했는데 그들은 만약에 자클롭들이 난동을 부릴 것을 대비해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냉정하게 거절을 하셨다.
그리고 장인어른도 자클롭 족장 따위는 우리 넷이서 상대하면 충분하다고 장담을 하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끼리 사냥을 하기로 했다.
뭐 출발 직전에 이크아니 프락칸께서 우리들이 물의 구슬을 만들 수 있는 자클롭 족장의 사체를 확보하는데 성공하면 우리들은 그야말로 물의 일족의 은인으로 대우를 받게 될 거라고 살짝 언질을 줬는데 그걸 듣고 보니, 장인 장모가 우리 부부를 밀어주기 위해서 자클롭 족장 사냥을 우리에게만 맡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아무래도 외부인인 우리들을 물의 일족과 친한 관계로 만들어 주기 위해서 우리에게 그런 기회를 주시는 것이리라.
역시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이 맞다.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