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08
화
“준비! 한 둘 셋!”
포포니의 구령소리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자클롭 족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녀석의 약점이랄 수 있는 머리 부분에 포포니와 마샤의 칼이 틀어 박혔다.
키킥!
게딱지 주제에 뭐라고 소리를 내려 했지만 그 순간에 이미 놈은 다시 데드존으로 사라졌다.
“타이밍이 딱 맞았어. 역시 우린 부부야. 그런데 남편, 이제 어떻게 해?”
족장을 공격하고 다시 넣는 일에 손발이 맞은 것을 기뻐하는 것도 순간, 포포니는 장인어른이 있는 쪽을 살피며 묻는다.
그쪽에서는 연신 폭음이 들려온다.
그랜드 마스터들의 공격을 문어 괴수는 꿋꿋하게 견디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보이게 자잘한 상처만 줄 뿐, 큰 피해는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거기다가 장인이 점점 끌려가다보니 큰 공격을 하는 것도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내가 갔다 올 동안 버티고 있어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장인어른 가서 물의 구슬과 프락칸 이크아니를 모셔 오겠습니다. 물의 구슬로 그 괴수를 약화시킬 수 있다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을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장인이 있는 곳을 향해 크게 고함을 질렀다.
“포포니는 리샤에게 허브 기지로 통하는 입구 열라고 하고, 텀덤과 마샤는 대지 일족의 마을과 물의 일족 수상 마을에 듀풀렉 게이트 연결하라고 마을마다 연락해! 그리고 여기서 기다려, 물의 구슬과 이크아니 프락칸을 데리고 올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이리 올 때에는 포포니가 먼저 입구를 만들어, 그럼 내가 거기에 붙여서 저 쪽에서 입구를 만들어서 듀풀렉 게이트 처럼 이용을 할 테니까 말이야. 이크아니 님께 세포니 행성에 대해서 알게 하는 건 너무 이르니까.”
나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곧바로 허브 기지로 뛰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이크아니를 데리고 허브 기지를 통과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걸 알게 하고 싶진 않다. 나중에는 알게 되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그 정도로 비밀을 내보일 정도의 믿음은 아직 없다.
내가 허브 기지에서 잠깐 기다리니 곧바로 리샤가 통로를 열었다. 그리고 그 통로로 나와서 다시 대지 일족의 마을과 수상 마을 사이에 연결된 듀풀렉 게이트를 타고 수상 마을로 건너 갔다.
“어서 오게. 상황이 좋지 않다고?”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장모님이 먼저 맞이 하신다.
“자 일단 이거부터 확인을 해요.”
나는 데드존에서 자클롭 족장의 사체를 꺼냈다.
“이걸로 물의 구슬 만드는 거 가능하죠?”
내가 이크아니 프락칸에게 묻자 이크아니는 족장의 사체에 손을 올리고 가늠을 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아주 좋아요. 굉장히 좋은 물의 구슬이 만들어질 거예요.”
“그래서 부탁이 있어요. 이 마을에 있는 물의 구슬을 잠깐 가지고 갔으면 해요. 지금 대지의 일족 프렉셔시 님께서 백사장 괴수의 발에 잡혀서 버티고 계시는데 이대로 가면 아무래도 가망이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프락칸께서 물의 구슬로 그 괴수를 약화시켜 주셨으면 해요.”
“아, 그런….”
이크아니는 잠시 결정을 하지 못하고 망설인다.
“여기 있는 이 녀석이면 물의 구슬은 다시 만들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모험이겠지만 지금 마을에 있는 물의 구슬을 좀 이용하자는 겁니다. 상황이 위급하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하지만 마을에서 물의 구슬을 이동하게 되면 마을이 몬스터들의 공격에 노출이 될 거예요.”
이크아니 프락칸이 마을 사람들을 주저하며 걱정을 한다. 한 무리를 책임지는 입장에선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그 대책 정도는 이미 가지고 왔다.
“노약자들은 강변에 지어 놓은 건물로 옮기면 되잖아요. 잠깐이니까 괜찮을 거예요. 아니면 대지의 일족 마을로 모두 대피해 있어도 될 일이죠. 위험이 지나고 다시 돌아오면 되니까요.”
“아, 그 은폐기능이 있는 건물 말이군요? 그래요. 거기 숨으면 마을 사람들이 안전하게 버틸 수 있겠군요. 만약의 공격이 있더라도 괜찮을 거예요. 좋아요. 그렇게 해요. 어서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이 우선이겠어요. 대지의 일족 마을로 가는 것 보다는 그 쪽이 사람들을 안심시키기에도 좋을 것 같네요.”
이크아니 프락칸은 다행스럽게도 내 계획을 받아들여 주었다.
그래서 수상 마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줄줄이 대피를 시작하고, 프락칸 이크아니는 물의 구슬을 꺼내 들었다.
“아, 이걸 이용해서 괴수를 사냥한다는 것이 원래 계획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진짜 시도를 하려니 많이 떨리네요.”
“자, 이럴 때가 아닙니다. 어서 가야 해요.”
나는 툴틱으로 포포니에게 허브 기지로 입구를 열라고 하고는 내 쪽에서도 허브 기지로 입구를 열었다. 앞서 계획했던 대로 이쪽에서 들어가면 곧바로 포포니가 연 입구로 연결되어 그곳으로 도착하게 되는 형식이다.
“자, 들어가시죠. 장모님께서도 함께 가실 겁니까?”
“물론이네. 이곳은 더이상 지킬 것도 없는데 나도 가야지. 아무렴.”
“네. 그럼 들어가십시오. 포포니가 맞아 드릴 겁니다.”
나는 두 프락칸을 입구 안으로 들어가게 했고, 이어서 나도 입구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나는 백사장이 보이는 언덕 위에 서 있게 되었다. 성공적으로 이동을 한 것이다.
백사장의 상황은 내가 떠날 때와 많이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장인어른과 문어 괴수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진 모습이다.
그런데 문어 괴수도 조금 멍청한 것 같다. 장인과 힘겨루기를 할 것이 아니라 그냥 다가가서 덮치면 되는 거 아닌가? 왜 끌어당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지만 그래서 좋은 상황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내가 먼저 가지.”
장모님께서 한 마디를 남기시고 빠르게 문어 괴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신다.
“엄마 조심해!”
“일 없다. 이 녀석아. 저런 것에게 당할 내가 아니다.”
포포니의 걱정스런 당부에 돌아오는 것은 장모님의 매몰찬 한 마디다.
“후우, 나도 가야겠어요. 나는 바닷가로 가야 해요. 물 위에 올라가야 구슬의 위력이 제대로 나올 테니까요.”
이크니아 프락칸도 서둘러 움직인다.
나도 따라 나서고 싶지만 사실 능력 부족이다.
그랜드 마스터급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헌터 그랜드 마스터들은 가볍게 제압할 실력자들이 지금 저기서 문어 괴수와 싸우고 있는 거다.
그런데도 그다지 효과적인 공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나같은 놈이 깔짝거리면 도리어 방해가 될 뿐이다.
포포니도 걱정을 하면서도 싸움에 끼어들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우라차차찻!”
장인어른의 기합소리가 우렁차게 울린다.
그런 장인의 앞쪽에는 땅이 불룩하게 솟아나서 장인이 발이 끌리지 않고 디딜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장모님 솜씨가 분명하다.
물의 일족은 전사나 프락칸이나 모두가 물을 이용한 공격이나 방어가 가능하지만 대지의 일족에서 저렇게 대지를 움직여서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들은 대지의 프락칸 밖에 없다고 들었다. 저런 능력이 있으면 대지의 프락칸이 된다는 거다. 물의 일족은 남자도 물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데 이상하게 대지의 일족에선 직접 대지를 움직이는 것은 여성에게만 허락된 능력이다. 대신 남자들은 그 튼튼하고 굳건한 몸과 마음을 타고 나는 혜택이 있다. 뭐 그 정도면 만족스럽다고 해야겠지.
콰과과과곽! 콰과곽! 콰드드득.
문어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땅들이 요동을 치며 솟아올라 창이 되어 문어를 찔러간다.
문어는 그 흙의 창에 찔려서 괴로운 듯 몸을 비트는데 자세히 보니 그 창들 틈으로 몸을 피하는 모습이다.
흙으로 된 창은 거대하고 또 무시무시하지만 속도가 그렇게 빠른 것은 아니어서 문어는 찔러오는 창을 유연한 몸체를 이용해서 피하고 있는 거다. 물론 그것은 문어의 피부가 워낙 튼튼해서 창에 쉽게 뚫리지 않기에 가능한 짓이다.
그래도 사방에서 뻗은 창들이 문어를 우리 속에 가둔 효과를 내고 있다.
덕분에 대전사들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문어를 상대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크니아 프락칸이 괴수를 약화시킬 거예요. 그럼 모두 몰아쳐서 저 놈을 잡도록 해요. 어차피 이후에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곳에 있는 괴수들을 상대해야 할 거예요. 그러니 이참에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고 힘을 내도록 해요.”
장모님의 목소리가 백사장에 낭랑하게 울려퍼진다.
우와 저것도 에테르를 활용 방법 중에 하나겠지? 내가 목소리에 에테르를 실어서 소리를 지르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흐음. 훨씬 효율적인 거 같다. 나중에 가르쳐 달라고 해야지.
“무슨 생각해? 남편?”
응? 아, 지금 상황에서 이런 헛생각 하고 있었다는 걸 마눌에게 들키면 큰일이다.
“데드존 입구가 아직 좁다는 생각을 했어. 저 문어 놈을 데드존에 넣어 버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음, 그거 있잖아. 우주로 날려 버리는 거. 그거도 안 될까”
“입구가 좁아서 어렵지 않을까? 들어가기 전에 입구가 박살이 날 것 같은데? 저 문어 놈의 몸에 흐르는 생체 에테르가 보통이 아니잖아. 듀풀렉의 입구도 에테르로 만들어진 거고 말이야. 그게 충돌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견디기 어렵겠지?”
아무래도 평범하지 않은 괴수의 에너지를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저기 봐. 이크아니 님이 시작을 하신 모양이야.”
내가 잠시 듀풀렉 게이트의 입구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데 포포니의 목소리가 나를 일깨운다.
나는 문어 괴수와의 싸움터를 빙 돌아서 바다로 나간 이크아니의 모습을 급하게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