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09
화
지금까지 문어와 싸우던 물의 대전사 중에 하나가 이크아니 프락칸의 곁으로 다가와서 호위를 서고 있는데 이크아니 프락칸은 물의 구슬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있다.
물의 구슬에선 우윳빛이 은은하게 뻗어 나와 주변을 물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 범위가 문어 괴수에게까지 번져 나갔다.
“흐아아아압!”
찌지지직 찌지직!
역시 엄청난 힘. 우리 장인어른이 문어 괴수와의 힘겨루기에서 우위에 서기 시작한다. 딱 봐도 저대로 견디다가는 문어 괴수의 다리 하나는 확실하게 뜯겨 나오겠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것이 장인을 묶고 있는 저 다리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큰 상처가 없었는데 지금은 장인의 기합소리와 함께 괴수의 다리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만약 문어 괴수가 비명을 지를 수 있었다면 엄청난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모습이다.
“공격해욧!”
장인어른이 힘을 내기 시작하고 반응이 있자, 곧바로 장모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대지의 일족 네 명의 대전사들이 각자의 무기에 엄청난 기운을 서리서리 두른 채로 문어 괴수를 향해서 달려든다.
카가가가강 카가강. 카르륵 카륵.
이전과는 다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주로 타격을 줘서 문어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데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지금의 공격들은 그야말로 깊은 상처를 주기 위한 공격들이다. 물론 그 공격들이 완전히 먹히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이전보다는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마눌. 여기 있어. 난 좀 더 가까이 가야겠다.”
“남편!!”
“형님. 저긴 형님이 가신다고 도움이 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포포니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텀덤은 언제 왔는지 곁에서 듣고 있다가 냉정한 평가가 담기 말을 한다.
“내가 공격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야. 디버프를 써 볼까 하는 거지. 아까도 한 번 해 봤는데 거의 통하지 않았거든? 하지만 지금은 이크아니 프락칸께서 물의 구슬로 놈을 약화시키고 있는 중이니까 내 디버프도 통할지 몰라.”
“아, 맞아요. 그럼 나도 함께 가요. 에스폴의 몬스터 약화도 통하는지 시험을 해 봐야겠어요.”
내 말에 마샤까지 나선다.
텀덤은 그런 마샤를 보더니 내게 원망스런 눈빛을 보낸다. 지 마누라가 위험한 곳에 뛰어들게 만들었다는 원망이겠지.
“나도 갈 거야. 남편 곁에서 지킬 거야.”
포포니가 고집을 부린다. 지금 실랑이를 할 틈도 없으니 그러라고 해며 머릴 쓰다듬어 준다.
텀덤은 당연하다는 듯이 마샤의 곁에 붙어 서 있다.
자, 그럼 저 괴수에게 내 디버프가 얼마나 통하는지 알아보러 갈까?
디버프는 몬스터의 체내로 내 에테르를 넣어서 몬스터가 지니고 있는 생체 에테르를 무력화시키는 기술이다.
때문에 기본이 되는 것이 디버프를 기반으로 하는 에테르를 상대의 체내에 주입시키는 것이다. 사실 이 작업은 이즈음에 와서는 언제나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
사실 그 전에는 등급이 높은 몬스터에겐 잘 통하지 않고 해서 고생을 한 적도 있었지만 내가 성장하는 만큼 디버프도 성장을 해서 요즈음에는 어떤 몬스터도 디버프에 실패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이 괴수라는 것은 내 디버프에 아주 효과적으로 저항을 했다.
겨우 피부를 통과하는 데에도 무척 힘겨웠다. 그래서 아까도 싸움판에 끼어들까 하다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짓을 하지 않고 물러났던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확실히 물의 구슬이 저 괴수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아까는 피부에서 멈칫거리던 디버프 에테르가 문어에 안쪽으로 침투를 한다.
효과적으로 놈의 생체 에테르를 무력화 시키는 작업은 쉽게 이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무언가 시도를 해 볼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정신을 집중하고 괴수의 생체 에너지의 흐름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매끄럽게 흘러가며 몸을 보호하던 에너지가 갑자기 곳곳에서 저항 세력을 만나서 멈칫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문어 괴수의 방어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으하하하핫. 사위가 힘을 좀 쓰는군. 좋아. 좋아. 크하하.”
장인어른이 먼저 디버프의 존재를 느끼신 모양이다. 하긴 매일같이 나를 괴롭히신 분이시니 당연히 먼저 아시는 거겠지. 아, 수련 생각만 해도 몸에 소름이 돋고 부르르 떨린다. 난 파블로프가 키우는 개가 아닌데.
응? 근데 이건 뭐지?
나는 한참 문어 괴수에게 디버프를 적용시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다가 문어 괴수의 몸에서 에테르들이 갑자기 한 곳으로 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거기가 문어의 주둥이가 있는 부분이다.
“괴수가 입으로 에테르를 모으고 있습니다. 뭔가 변화가 있어요.”
나는 급히 소리를 지르며 문어와의 거리를 벌렸다.
다른 대전사들은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어쩐지 반응이 시큰둥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 할 바를 다했으니 된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괴수는 점점 많은 에테르를 입 안에 모으더니 갑작스럽게 주둥이를 내밀고 지금까지 없었던 공격을 퍼부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아직 괴수에게 잡혀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장인 쪽이다.
“아빠!!”
포포니가 애타게 장인을 부른다.
나는 급한 마음에 괴수의 공격이 오는 길목에 데드존 통로를 열었다.
하지만 1초를 겨우 버티고 입구가 박살이 났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준 틈을 이용해서 포포니와 텀덤, 마샤의 데드존 입구가 연속으로 열린다.
결국 문어 괴수의 공격은 마지막으로 마샤의 데드존 입구로 들어가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후유. 놀래라.”
나는 겨우 가슴을 쓸어 내렸고, 그것은 포포니도 마찬가지였다.
“커어엄. 그냥 둬도 될 것을 뭐한다고 그렇게 결사적으로 막고 그런다니?”
장인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 들려요. 다 들려.
봐요. 중간에 땅에 떨어진 거, 저봐 땅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녹고 있잖아요. 이거 지독한 독인 모양인데? 그런데 우리 장인 장모는 캡슐 안 먹지 않았을까? 아, 이거 영구 캡슐 구해서 드시게 해야겠다. 전부 다 그걸 사서 먹이기는 부담이 너무 크니까 일단 가족들과 실력 있는 전사들에게 먼저 먹이고 다른 사람들은 치료 캡슐을 사다가 비치해 뒀다가 위급 상황에서 쓰게 해야지.
아, 치료 캡슐이 뭔지 잊어 버렸나? 그 있잖은가 몸 안에서 재생을 담당하는 나노 단위의 캡슐 말이지. 독도 해독해 주고, 신체가 훼손된 경우도 복구를 시켜주는 아주 기특한 놈들이지. 일반적인 캡슐은 먹고 며칠 동안만 기능을 하지만 아주 비싼 것은 영구 캡슐이라고 해서 그 작은 놈들이 스스로 복제를 해서 일정 수를 유지하는 것이 있어. 많이 비싸지만 한 번 먹으면 평생을 효과를 볼 수 있는 놈이라서 텔론 있는 놈들은 모두 하나씩 삼키는 거지. 나도 그거 어렵게 구해서 포포니와 텀덤에게 먹였는데, 그러고 보니 마샤도 안 주고, 리샤도 안 줬다. 처가 식구들도 아직이고.
잊지 말고 돌아가면 그거부터 구해봐야겠다. 게리나 허틀러에게 연락을 하면 알아서 준비를 해 주겠지. 텔론만 있다면 뭘 못하겠어? 이미 모성의 가족들에게도 진작 보냈는데 처가는 잊고 있었다. 그 때는 내가 장인장모를 찾아오기 전이라서 마음이 있어도 할 수가 없었고, 그 뒤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다. 워낙 대단하신 분들이라서 그런 쪽으론 걱정을 해 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흙을 녹이는 독을 보고 있으려니 처가 식구들에게도 캡슐을 먹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문어 괴수는 그 공격에 적잖은 힘을 쏟았는지 점차 공격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서 꾸물꾸물 물러나는 것이 바다로 도망이라도 가려는 것 같다.
“잡아. 들어가게 두지 말고. 당신 놓치면 알아서 해!!”
우와, 우리 장모님 드디어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신 듯? 아까까진 평소 하지 않던 높임말까지 쓰시더니 어느 정도 위기가 지나갔다 싶으니까 곧바로 본색을 드러내신다.
문어 괴수가 약해진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대지 일족의 대전사들이 문어의 다리 하나씩을 잡아채서 당기기 시작한다.
워워워. 봐라 저거, 문어 괴수가 땅 속으로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는데도 그냥 힘을 못 이기고 질질 끌려온다.
이전에는 괴수의 다리힘이 너무 좋아서 대전사들도 감히 그걸 잡고 끌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는 다리에 칭칭 감겨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괴수를 끌어 내고 있다.
뭐 딱 봐도 저 문어 녀석은 이제 끝장이다.
몸 안의 생체 에테르도 이전보단 조금 약해져서 디버프도 더 강도 있게 걸리고 있다.
그만큼 놈은 약해진다는 소리지. 거기에 마샤의 기술도 적용이 되고 있으니 장인과 대전사들의 공격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걸 거다.
음? 그래 나도 이 사냥에서 한 몫을 했다고 하는 거다. 그래야 나중에 뭔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지. 큼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