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10
화
문어 괴수의 다리는 여섯 개. 그리고 녀석의 주된 공격 방법도 다리를 이용한 것이다. 신축성이 몹시 뛰어나고 속도가 빨라서 200미터 가까이 뻗어가며 공격을 하는데 아슬아슬한 거리에 있어도 공격이 닿는 데는 거의 1초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물론 그 정도 속도라면 신체 능력이 뛰어난 헌터들도 피할 수 있는 속도지만 그것이 직선으로 움직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괴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즉 피하는 방향으로 휘어지며 쫓아오는 거다. 그러니 결국 맞받아서 쳐내는 것이 제일 좋은 방어법이다.
그런데 그 다리에는 크고 작은 빨판들이 붙어 있다.
나는 그 빨판이 전체가 붙어야 되는 건 줄 았았는데 이놈은 그 큰 빨판에 아주 작은 빨판들이 가득 차 있는 형태다. 그러니 일부만 몸에 닿아도 엄청난 흡착력이 생긴다.
나는 아직 놈의 빨판에 당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장인어른이 다른 대전사들에게 큰 소리로 알린 정보에 따르면 빨판으로 장인어른의 에테르가 빨려 나간다고 했다.
그러니까 저 문어 괴수 놈은 상대에게서 에너지를 뽑아 먹는 음흉한 공격도 한다는 말이 된다.
거기에 아까 한 번 썼던 그 무시무시한 독 공격도 위협적이다. 그걸 당하게 되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녹아버릴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일단 싸움중인 대전사들에게 캡슐을 전달해서 복용하도록 했다. 독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만 만약에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처음과는 달리 문어 괴물을 공략하는 데 진도가 나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바다 쪽에서는 물의 일족 대전사 두 명이 연속으로 물의 창이나 밧줄 같은 것을 만들어서 문어를 공격하고 있고, 백사장에선 대지의 일족 대전서 다섯이 문어를 상대하고 있다.
물의 프락칸 이크아니는 물의 구슬을 들고 그 정화된 기운으로 괴수를 약화시키고 있고, 장모님께서는 땅의 힘을 빌려서 문어가 도망가지 못하게 막고 계신다.
문어가 땅 속으로 숨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장모님께서 대지를 강화시켜서 문어가 뚫고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기 때문임을 조금 전에야 알았다.
그래서 장모님께서 저렇게 땀을 흘리고 계시는 모양이다.
휘리리릭!
퍼거!
“큭!!”
순식간에 공간을 격하고 날아간 문어의 공격을 한 명의 대전사가 들고 있던 무기로 겨우 방어를 하고 신음소리와 함께 뒤로 밀려간다.
그 자리에 있다가는 문어의 다리에 휘감겨서 장인어른 꼴이 될 테니 아무리 충격으로 정신이 없어도 자리를 피해야 하는 거다.
뒤로 빠지는 대전사를 쫓아서 문어의 다리가 다시 기묘한 곡선을 그리며 따라 간다. 하지만 그 사이에 정신을 차린 대전사가 칼날에 새하얗게 빛나는 기운을 두르고 그 다리를 다시 맞받아 친다.
콰과광!
괴수의 물컹한 다리와 대전사의 칼이 부딪힌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굉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정 공간이 잠깐 일렁거린다.
서로 부딪힌 힘이 워낙 강렬한 탓에 충격파가 생겨난 것이다.
그렇게 백사장 위에서는 대전사들이 문어 다리를 피하고 막을 때마다 사방에서 충격파가 전해진다.
멀리 떨어져 있는 나도 그런 충격들이 전해질 때마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낀다. 이곳에서도 이런 충격이 오는데 저기서 싸우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저걸 버티면서 벌써 두 시간이 가까워 오도록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걸까? 아무튼 문어 괴수도 괴수지만 대전사란 저 양반들도 인간같지 않다. 정말.
저들의 공방이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하게 치고 막고 하는 것 같은데, 실상 그 안에는 엄청난 기운이 담겨 있다.
간혹 대전사들이 있던 자리를 문어의 다리가 두드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마다 깊이가 몇 미터는 되는 구덩이가 하나씩 만들어진다.
기운이 많이 빠진 괴수인데도 정면으로 괴수의 다리를 받아친 대전사는 몇 걸음이나 뒤로 밀려나거나 혹은 아예 몇 십 미터를 뒤로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거대 괴수를 중앙에 두고 이크아니 프락칸의 호위를 맡은 대전사를 제외한 일곱 대전사들이 쉬지도 않고 치고 빠지면서 문어 괴수를 공격하고 있다.
그런 대전사들의 모습이 마치 불판 위에 올려진 메뚜기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후훗.
뭐 어느 정도 위기는 건너갔다는 생각이 드니까 이런 웃음도 나오는 거다. 이젠 정말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할 거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괴수라도 이 상황에선 전세를 뒤집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아, 그래도 집중하자. 디버프가 흔들리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 이 상황은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의 힘이 하나로 모였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인 거다. 아무렴. 그래 나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거다. 커엄.
나는 싸움을 지켜보면서 문어 괴수의 몬스터 패턴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는데 그건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몸의 색을 바꾸는 능력이 있는 녀석이었는지 몬스터 패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숨기고 있다가 계속 된 공격에 몸의 색깔이 붉으락푸르락하며 변하기 시작하자 드디어 패턴도 모습을 드러냈다.
둥근 머리 전체에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 패턴은 이전까지 봤던 그 어떤 패턴보다 복잡하고 또 아름다웠다.
문어의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그 패턴들은 수십 가지의 색으로 반짝거렸다. 스스로 몸에서 빛을 내는 능력도 있었던지 형광색으로 빛나며 때로는 반짝이는 가루를 뿌려 놓은 듯이 까불거리던 빛이 어느 순간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패턴도 보이지 않게 되곤 했다.
그 모습이 신비스럽긴 했지만 지금 그 모습에 넋을 놓고 있을 때는 아니다.
괴수의 피는 투명했기 때문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문어의 모습이 그렇게 처참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어의 다리가 하나씩 뜯겨 나갈 때마다 변하는 놈의 모습은 아무리 몬스터라도 보기에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 편이 당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가만 보아하니 우리 장인은 물론이고 주로 근접 공격으로 괴수를 상대하던 대지의 일족 대전사들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해있다.
거기다가 몸 곳곳에 빨갛게 부어 오른 곳들이 보이는데 그건 문어의 빨판에 닿은 부분들인 모양이다.
치료 캡슐을 먹은 상태에서도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놈의 빨판은 에테르를 흡수하는 이외에 독도 함께 주입하는 위험한 것이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여섯 개의 다리가 모두 잘려 나간 문어는 이제 더는 위험한 괴수가 아니었다.
아직도 몸 속에는 많은 에너지가 있었지만 공격 수단이라곤 주둥이에서 뿜어내는 그 지독한 물질 이외엔 없으니 사냥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잠깐. 사위 이 녀석 데드존이란 곳에 넣을 수 있겠나?”
문어 괴수의 숨을 끊어 놓으려는 대전사들의 공격을 잠시 중단시킨 장모님께서 내게 물어 오신다.
음, 다리를 다 잘라 놓아서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지금처럼 몸뚱이를 잔뜩 움츠리고 있는 상태라면 어렵긴 하지만 가능하겠어.
“가능할지 모르지만 시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모님. 그렇게 할까요?”
“할 수 있으면 해. 이 놈이 이곳이 아닌 곳에서 죽고 나면 내가 직접 코어를 뽑아 볼 생각이니까 말이야.”
“코어를요?”
“전에 포포니가 가지고 왔던 그 자클롭 코어 말이야. 그게 아주 흥미가 있어. 재미있는 물건이더군. 그래서 그런 걸 하나 더 만들어 볼 생각이었는데 이 놈으로 만들면 뭔가 대단한 것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하지만 포포니가 그 자클롭 코어 만들면서 많이 고생을 했는데 이건 그거완 비교도 되지 않는 녀석이잖습니까? 장모님 괜찮으시겠습니까?”
나는 장모님이 걱정되었다. 지식 코어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걸 이 괴수를 상대로 시행을 하시겠다니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다. 아무튼 장모님의 저 배포는 누구도 따라 올 수 없을 것 같다.
“걱정하지 말고 일단 보관이나 해 두게.”
뭐 저리 말씀을 하시니 내가 무슨 대거리를 할 수 있겠어? 그냥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하는 것이 최선이다. 네이, 알겠습니다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