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11
화
원래는 데드존의 입구가 그렇게 넓지 않아서 문어 괴수를 넣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거기다가 괴수가 지니고 있는 에너지와 입구가 충돌할 경우도 생각을 해야 했기에 더욱 망설였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몸통만 남고 다리가 하나도 없는 상태니 크게 움직이며 반항을 할 일도 없고 입구에 걸릴 일도 없을 것 같다.
다만 크기가 너무 커서 데드존의 입구를 최대로 열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기는 하다. 그렇게 되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코어의 잔량이 하나도 남지 않을 거다.
그 동안 화이트 코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니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되겠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는 데드존 사용이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뭐 포포니와 텀덤, 마샤가 곁에 있으니 그게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럼 집어 넣겠습니다.”
나는 큰 소리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문어 괴수의 아래쪽 땅에 데드존의 입구를 생성했다.
문어 괴수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지표 바로 아래쪽에 입구를 만들어서 흙들과 함께 괴수가 데드존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는데 계획대로 녀석은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졌다.
“포포니, 어떻게 되었어?”
나는 한 번의 작동으로 잠시 휴면 상태에 들어간 듀풀렉 데드존으로 상황을 확인할 수가 없어서 포포니에게 물었다.
“우웅. 들어왔어. 그런데 이전에 있던 것과 섞여서 문제야.”
“이전에 있던 거? 아무 것도 없었잖아. 다 꺼냈는데?”
나는 포포니가 뭔가 있었다고 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자클롭 족장을 빼낸 후로 뭘 넣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웅, 아까 이 놈이 입에서 뱉은 거, 그거 데드존에 들어 있었잖아. 그런데 지금 그거랑 닿는 부분이 녹아!”
“응? 녹아?”
나는 깜짝 놀랐다. 그것이 독이라고 해도 그건 문어의 입에서 나온 것인데 어째서 그게 문어를 녹인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거다.
“포포니 그거 꺼내야겠다. 음 쓸만한 용기가 없군. 텀덤아 허브 기지에 페어리군에게 커다란 그릇을 좀 만들게 해서 가지고 와라. 아무래도 재질은 독성에 강한 걸로 해야겠는데 뭐가 있지?”
“차라리 가서 몇 가지 원료들을 가지고 실험을 해 보겠습니다. 그 독으로 시험해 보고 녹지 않는 걸로 그릇을 만들지요. 그릇 만들어서 그 쪽에 보관을 해 두도록 하죠. 일부만 덜어서 가지고 오겠습니다.”
우와 천잰데?
텀덤은 그렇게 허브 기지로 가면서 마샤도 따라갔다.
그러자 백사장엔 대전사 일곱에 장인장모, 이크아니, 우리 부부만 남았다.
“결국 자클롭들은 전멸을 했구나.”
장모가 백사장을 휘휘 둘러보며 하신 말씀이다.
말 그대로 자클롭들은 모두 모습을 감추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클롭의 상위 코어를 지닌 족장이 데드존에서 죽었다. 당연히 그 코어에 소속되어 있던 자클롭들은 전멸을 할 수밖에 없다.
“자, 그럼 이제 돌아가 볼까? 그 괴수를 처리했으니 당분간 이쪽도 조용하겠군. 그리고 또 어디선가 자클롭이 생겨나겠지. 몇 달 후엔 말이야.”
장모님 말씀이 맞을 거다. 부족 코어가 사라졌다고 끝이 아니다. 그 상위의 지역 코어는 사라진 부족 코어를 다시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럼 몬스터끼리 먹고 먹히는 싸움으로 점점 몬스터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 강한 괴수들이 하위의 코어들을 모두 몸에 지니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상위의 코어가 새로운 코어를 만들어 내지 않는 것일지도?
“커어엄. 이거 아주 좋군. 상처들이 빠르게 나아. 내상까지 회복이 되고 있어. 허허허.”
장인은 이제야 치료 캡슐의 위력을 실감하시는 모양이다.
그건 다른 대전사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자신의 몸에 난 상처들을 살피면서 회복력에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뭐 텔론이 좋은 거다. 텔론이 삶을 윤택하게 해 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영구 캡슐 빨리 구해 드러야지. 나중에 그런 것이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시면 심술을 부리실지도 모른다.
호사다마라 할까?
수상마을로 돌아와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백사장에서 마을까지 오는 동안 아무 말이 없던 이크아니 프락칸이 문어 괴수의 소유권에 대해서 지분 요구를 한 것이다.
아 쉽게 말해서 괴수의 처리에 대해서 물의 일족도 관여할 자격이 있다고 나선 것이다.
물론 그 말은 합당하다. 물의 구슬이 없었으면 사냥이 불가능했고, 또 물의 일족 대전사들도 괴수 사냥에서 일익을 담당했던 것이 사실이니 당연히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장모가 그 괴수에게서 지식 코어를 뽑을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코어가 뽑히게 되면 괴수의 에너지가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괴수의 사체로 의식을 하려고 하는 이크아니 프락칸과 물의 일족에겐 큰 타격이다.
사실 물의 일족이 정화에 쓸 수 있는 몬스터가 많은 것도 아닌데, 그런 녀석을 지식코어를 얻기 위해서 낭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물의 일족 입장에서는 그게 낭비로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장모님 생각은 또 달랐다.
온전하니 지식 코어의 획득은 그 괴수들의 생태를 알 수 있게 하는 좋은 정보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곳 제3 데블 플레인에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니 당연히 물의 일족이 약간 양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말씀을 하시진 않으셨지만 대지의 일족이 이번에 도움을 준 것을 생각하면 괴수의 지식 코어를 장모님이 가지는 것이 그리 큰 욕심은 아니라고 여기시는 것 같았다.
사실 괴수 사냥의 기여도 면에서 생각을 하면 그 생각이 잘못된 것도 아니지.
하지만 물의 일족으로선 어마어마한 기운을 품고 있을 문어 괴수의 사체는 정말 포기하기 어려운 녀석임에 분명했다.
“좋아. 그럼 백사장 괴수는 내가 포기하지. 대신에 다음에 강의 상류에서 잡는 괴수 중에서 내가 원하는 놈을 내게 준다고 약속을 해. 그럼 문어는 포기하겠어.”
결국 장모님이 먼저 타협안을 제시하셨다.
사실 많이 양보를 한 거라고 봐야한다. 장모님 성격이 꽤나 괄괄하신데 의외로 한 걸음 물러나신 거다.
이크아니는 장모님의 말씀에 잠깐 생각을 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사실 이번에 자클롭 족장에서 새로 물의 구슬을 만들어도 그 구슬을 채울 의식을 할 자클롭 사체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욕심을 부렸어요. 엔테이스 프락칸과 프렉셔시 님께 정말 죄송해요.”
이크아니는 그렇게 따로 우리들을 불러서 사과를 했다.
한 마을을 이끄는 이로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진 못하고 남모르게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 온 것이다.
장인 장모는 그 정도로 충분히 만족을 한 것 같았다.
거기다가 장모는 포포니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뭐 문어 보다는 더 똑똑한 놈이 있지 않겠어? 들어 보니까 말이야, 사람을 닮은 인어도 괴물도 있다고 하더라고. 그런 놈을 잡아서 지식 코어를 만들어야 정말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더라. 호호호.”
뭐 이랬단다.
저 그런데요 장모님, 원래 문어란 것이 머리가 제법 좋은 놈에 속하거든요? 물고기 보다는 훨씬 똑똑하다고 들었는데요?
하긴 이런 소리를 굳이 장모님께 할 이유는 없지. 아무렴.
이크아니 프락칸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자클롭 족장으로 물의 구슬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것은 정화 의식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자클롭 족장의 몸이 하나하나 분해가 되어서 이크아니 프락칸의 손바닥 위로 모이고 그것이 다시 오랜 시간이 걸려서 하나의 둥근 구슬로 바뀌었다.
그렇게 생긴 구슬이 물의 구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물의 구슬이 물의 구슬이 되기 위해서는 정화 의식을 통해서 물의 기운을 품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물의 구슬이 되는 것이다.
이크아니 프락칸은 바로 그것을 위해서 문어 괴수의 사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들어보니 이곳 수상 마을에 예전부터 있었던 물의 구슬은 원래 남색 등급의 몬스터 부족 코어로 만들어진 것이었단다.
그 말을 자클롭 족장보다 저금 처지는 수준의 부족 코어로 만들었다는 말인데, 이번에 자클롭 족장은 죽은 곳이 데드존이라 그 에너지가 전혀 손실된 것이 없이 고스란히 남았다.
그래서 굉장히 효율이 높은 물의 구슬이 만들어졌을 거라고들 기대를 했다.
이크아니 프락칸도 새로 만들어진 구슬의 효과는 확인하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생긴 것은 다르지 않아도 막상 정화작업으로 구슬에 물의 기운을 주입하면 그 효과는 천차만별.
사람들은 모두 이크아니 프락칸이 몸을 회복해서 정화 의식을 할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