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17
화
천막 안으로 들어가서 잠깐 어둠에 눈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어슴푸레 보이는 것이 없지 않지만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서서는 잠시 적응이 필요하다.
탁자도 없고 의자도 없는 휑뎅그렁한 실내에는 발목까지 잠기는 양탄자가 화려한 무늬를 뽐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 뒤를 따라 들어온 이들이 몇 명 빙 둘러 서서 우리를 지켜본다.
“자자, 앉아. 앉아. 그래야 저들도 앉는다.”
스추알라가 나와 포포니에게 한쪽 벽을 가리켰다.
그리고 앞서서 그쪽으로 가더니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다.
나는 포포니를 한 번 보고는 스추알라 옆으로 가서 앉았다. 포포니 역시 살짝 갸우뚱 하더니 곁으로 와서 앉는다.
우리 장인 장모도 입식 생황에 탁자와 의자를 주로 쓰는데 이쪽 제2 데블 플레인에선 이렇게 바닥에 주저앉는 문화가 주를 이룬다.
스추알라와 우리 부부가 자리를 잡고 앉자 곧바로 다른 이들이 벽을 등지고 앉는다. 중앙을 훤히 비워 둔 상태로 둥글게 자리를 잡고 앉은 거다.
“다시 인사하자. 반갑다. 친구. 오랜만이다.”
스추알라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튼다.
“그래. 반갑다. 나도 일이 있어서 쉽게 올 수가 없었다.”
“친구가 사는 곳에서 친구가 할 일 하는 거다. 잘 있다는 소식 듣고 있었다.”
소식을 듣고 있다니, 역시 이들도 툴틱을 이용해서 헌터들의 소식을 접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것도 제2 데블 플레인의 소식뿐만이 아니라 다른 행성들에 대한 내용도 듣고 보고 있겠지. 아마도 이들 선주민들에게 툴틱이라는 것이 전해지면서 저들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사는 세상, 그 행성과 그것을 벗어나 또 다른 여러 행성들에 대한 이야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조금씩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알아가며 적응하는 과정에서 스추알라가 이들의 대변인이나 지도자로 나서게 된 것을 테고.
“나도 가끔 스추알라 이야기 들었다. 이곳에서 헌터들과 선주민 사이의 소통을 맡고 있다고?”
“언제까지 싸우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헌터들이 멋대로 우리 땅을 빼앗게 둘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타협하고 싸우고 한다.”
그래 그러면서 조금씩 관계가 진척되겠지. 헌터도 언제까지나 이곳을 방치하고 있을 수는 없는 형편일 테니까 말이지.
벌써 제1 데블 플레인에서의 코어 생산이 거의 중지된 상태고, 제2 데블 플레인에서도 헌터들의 활동이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 상황이니 당연히 코어에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모성은 물론이고 다른 식민 행성들도 코어에 의존하는 시설들이 굉장히 많다.
코어가 여러 에너지원 중에서 가장 고효율이면서 저가의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데블 플레인에서야 코어가 이런 저런 용도로 마구 쓰이고 있지만 그것이 데블 플레인 외부로 나가게 되면 고가의 에너지원이 되어 거래가 되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각 데블 플레인의 헌터 연합이 모성의 요구에도 꿋꿋하게 이익을 추구하며 협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모성이 데블 플레인의 헌터 연합에 양보를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데블 플레인에서 생산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은 코어, 그 다음이 몬스터 사체, 그리고 몬스터 물품이다. 사체와 몬스터 물품 같은 경우에는 사실 코어에 비하면 이익이 큰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거래가 되는 것은 여전히 운송비를 제하고도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여기서 운송비라고 하는 것은 플레인 게이트 이용비용을 말하는 것이다.
플레인 게이트는 가로세로 3미터 정도의 크기로 열리는데 한 사람이 그곳을 통과해서 이동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수천만 텔론에 이른다. 그런데 그걸 이용해서 몬스터 사체를 운송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운송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코어는 상자 하나에 담아서 옮기기만 해도 그 수가 얼마나 많은가. 더구나 그것들은 그 차제로 고효율의 에너지원이다.
사실 모성이나 식민 행성에서 데블 플레인에 바라는 것은 그 코어 하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쨌거나 지금 상황에서 코어는 모성이 유지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원이고 그것을 담당하는 것이 아홉 개의 데블 플레인인 것이다. 그 중에 지금 두 곳이 개점 휴업이나 마찬가지 상황.
당연히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성에서 어떻게든 상황을 되돌리려 애를 쓰는 중이고, 헌터들이 하지 못하면 그 일을 선주민에게 시키자는 분위기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되었건 코어만 제대로 보급이 되면 될 일인데 굳이 헌터니 선주민이니를 구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모성의 입장 변화에 민감한 것은 헌터 연합이다. 자칫하면 선주민들에게 그들의 기득권을 빼앗길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니 다른 데블 플레이에선 어떻게든 선주민들을 연합에 끌어 들여서 하나로 묶어 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곳 제2 데블 플레인과 제1 데블 플레인에선 아직 적대적인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라 연합에 선주민을 끌어 들이는 것은 아직 시도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찾아 왔다. 친구.”
이곳에서 연합과 선주민 사이의 관계는 아직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건 나중에 생각을 해도 될 일이다.
이곳 보다는 다른 데블 플레인이 더 급하다. 연합과 선주민이 하나로 묶이게 되면 사실 내가 하려는 일에 지장이 있을 것이 분명하니 그 전에 어떻게든 다른 데블 플레인에도 가 봐야 한다. 지금이 아니라도 조만간.
“뭔가? 어떤 것이 궁금해서 그 먼 길을 찾아 여기까지 다시 왔나? 친구.”
이것 참, 프락칸에 대해서 물어야 하는데 어떻게 설명을 하지? 그것 참 고민이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있는 곳에도 이곳처럼 원래 그 땅에 살고 있던 선주민들이 있다. 그리고 내 아내는 그 선주민들 중에서 큰 부족의 첫째 딸이다.”
“아, 그렇군. 역시 친구는 대단하다.”
“그런데 우리 처가에, 그러니까 아내의 집 사람들은 몬스터를 잡아서 그 코어와 몬스터의 사체와 그들의 물품을 가지고 세상을 정화하는 일을 대대로 해 오고 있었다.”
“으음. 그런가?”
“그렇다. 우리 처가는 땅을 정화하고, 또 다른 선주민들을 물을 정화하고 또 다른 일족은 하늘을 정화한다.”
“하늘? 하늘까지? 대단하다.”
스추알라는 하늘을 정화한다는 말에 깜짝 놀라며 감탄을 한다.
“그래서 묻고 싶었다. 스추알라가 있는 이곳에서도 몬스터들을 잡아서 그것을 재물로 삼아서 땅과 물과 하늘을 정화하는 의식을 하는지, 그리고 그런 일을 주관하는 이가 있는지 말이다. 우리 장모님은 그런 의식을 행하는 주관자로 프락칸이라 불린다.”
“그곳에 그 프락칸이 많은가?”
스추알라가 자신들에게 그런 존재기 있는지 없는지 언급을 하지 않고 도리어 내게 묻는다.
“대지의 일족에는 많고, 물을 정화하는 이들은 조금 적고, 하늘을 정화하는 이들은 많이 없다.”
“그렇군. 그래. 그래서 알고 싶은 것이 우리들도 그런 프락칸과 같은 이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 의식을 행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건가?”
“맞다. 그리고 만약 이곳에서도 그런 활동이 있다면 몬스터를 일정 지역에서 몰아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걸 도울 수 있으면 돕고 싶기도 하고.”
“그럼 친구는 그 곳에서 도움을 주는가? 어떤 도움을 주는가?”
이놈이 꼭 지가 묻고 싶은 것만 묻고 내가 묻는 말엔 대답을 안 해. 이걸 콱!
“전에 그 듀풀렉을 설치한다. 그럼 프락칸이 여러 곳에서 정화 의식을 할 수 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마을에 몬스터에게 들키지 않는 안전한 장소를 만들어 준다. 그곳은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이 몬스터의 공격에서 안전하게 숨어 있을 수 있는 곳이다. 희생이 줄어든다. 특이 어린아이들의 희생이 줄어들면 나중에 전사가 늘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