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23
화
제5 거점 도시의 헌터 연합 지부의 지부장 허틀러는 내 요구에 표정이 좋지 않게 변했다.
“그러니까 제3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 거주지에 대해서 파악된 정보를 얻고 싶다는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허틀러 지부장님.”
“그건 기밀입니다. 아무에게나 알려줄 수 있는 정보가 아니지요.”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게 기밀로 취급될 이유도 별로 없는 거 아닙니까. 특별히 헌터들에게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접촉이 제한된 선주민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런 정보는 헌터들이 가진 정보를 모두 취합해서 하나로 묶으면 대충 비슷한 것이 나올 수 있는 수준 아닙니까. 특별하게 숨기는 거라도 있습니까?”
“커음. 그건 아닙니다만, 연합에서 비밀로 취급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요즘 선주민에 대해서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이전에는 제3 데블 플레인에 선주민이 있다는 사실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정보였지 않습니까. 세이커 씨도 포포니 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선주민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고 말입니다. 그나저나 이 선주민이란 용어는 끝내 공식 용어가 되었군요.”
“뭐 원주민이나 선주민이나 그거 그거지만 어쩐지 원주민이라고 하면 문화 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아서 듣기 거북했거든요.”
그래서 선주민이란 단어를 죽어라 쓰고 또 이알-게이트 회원들에게도 홍보를 하도록 지침을 내린 일이 있었다. 그 뒤로 점차 원주민 보다는 선주민이란 말이 많이 쓰이기 시작해서 빠른 시간에 정착이 된 것 같다.
“네. 뭐 단어야 편할 대로 쓰면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역시 세이커 씨가 요구하신 그 정보는 드리기가 조금 어렵겠습니다.”
“결국 안 된다는 말씀이군요. 뭐 하는 수 없지요. 그럼 우리 회원들에게 정보를 모아서 짜깁기를 해 보라고 하는 수 밖에 없지요. 아참, 허틀러 님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보가 있으시면 좀 보내 주십시오. 그 정도는 해 주실 수 있지요?”
“아, 네. 뭐 그런 정도야….”
그래, 그러면서 코가 꾀고 그러는 거거든.
“참, 스티커들은 오면서 창고에 납품을 해 뒀습니다. 제고가 별로 없다고 들어서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탁을 거절하는 상황에서 스티커 문제를 말씀드리는 것이 힘들었는데 미리 그렇게 해 주셨다니 이거 더 많이 미안하네요.”
“미안하시면 개인적인 정보나 좀 잘 정리해서 올려 주십시오. 아, 특히 그 타모얀 부족 중에서 해안이나 강, 호수 같은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이 있으면 꼭 좀 부탁합니다. 물의 부족이라고 타모안 종족 중에 있는데 그들이 물가나 물 위애서만 산다고 하더군요.”
“아, 그렇습니까? 저도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군요. 제 개인 자료에서 찾아보고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그래 개인 자료. 좋은 말이야. 그 개인자료에 연합 지부의 지부장만 볼 수 있는 정보가 조금 들어 있거나, 혹은 그 정보에서 개인 자료로 옮긴 것들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러는 거지. 안 그래? 그게 무슨 엄청난 비밀이나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정보도 아니고 말이야.
나는 허틀러에게 작별을 고하고 지부 건물을 나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제5 임시 거점 도시의 내 집으로 향했다.
포포니가 먼저 가서 청소를 한다고 했는데 어쩌고 있는지 모르겠다.
음? 포포니? 집안 일은 아주 잘 하는 편이야. 능숙한 가정주부지. 음식도 잘 하잖아. 취미가 음식 만들기인 여잔데?
그런에 어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는 이유? 그거야 혼자 있으니까 그런 거지. 나도 포포니도 곁에 내가 없고 포포니가 없으면 뭔가 불안하고 안정이 안 되는 기분이거든. 아, 빨리 가서 우리 포포니랑 같이 청소를 해야지.
포포니와 함께라면 집안 청소도 기쁘고 즐겁다. 언제까지 그럴 것 같으냐고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난 죽을 때까지 그럴 거다. 그래 누구나 그런 소리 한다는 거 나도 알아. 알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게 진심인 건 다들 알고 있을 거야. 아무렴. 쿠쿠쿠.
이알-게이트 회원들은 총괄 리더인 내가 오랜만에 공식적으로 의뢰한 선주민에 대한 정보 요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다.
그걸 보면서 툴틱에서 아는 사람을 두어 단계만 거쳐도 엄청난 인맥이 형성된다는 것을 세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정보들은 연합에서 취합한 정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은 아닐 거라는 자신감도 들었다. 뭐 허틀러가 보낸 정보도 거기에 포함이 되었으니 어쩌면 연합의 것보다 더 나은 수준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응? 포포니는 어쩌고 딴 소리를 하고 있냐고? 어쩌긴 뭘 어째? 지금 내 옆구리에 딱 붙어 있는 거 안 보이나? 그게 벌써 이틀 전 일인데 지금 그걸 묻고 그러나?
그나저나 문제는 저 여자다. 하코테 깝딴. 저 여자가 텀덤을 앞세우고 우리 집까지 온 것은 정말 의외다.
포포니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면서 물의 부족을 찾아가는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텀덤이 하코테와 그 남편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하코테가 자신들은 나의 초대를 받아서 온 거니까 나와 함께 행동을 해야 한다고 요구를 했다는 거다.
아직 이곳의 에테르에 제대로 적응도 하지 못한 상태라서 당분간 대지의 일족 마을이나 모라산 마을에서 머물라고 했는데 굳이 나와 포포니의 살림집으로 쳐들어 온 것은 무슨 심술인지 모를 일이다.
뭐 그래서 포포니는 더더욱 내 옆구리에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하코테 깝딴께선 아직 정양을 더 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 부부는 그 동안에 따로 일을 보러 가야 합니다. 그러니 이곳보다는 모라산 마을이나 대지의 일족 마을로 가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우릴 초대한 것은 세이커 씨가 아닌가요? 그런데 왜 우릴 떼어 놓으려고 하시는 거죠?”
하코테가 못마땅하단 표정으로 따지고 든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사적인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말이다.
“굳이 떼어 놓거나 할 의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하코테 님께서 이곳에 완전히 적응을 하셔야 사냥을 나가도 나갈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그 때를 기다리며 마냥 시간을 보낼 수도 없으니 그 사이에 저는 다른 일을 볼 일을 보겠다는 말일 뿐입니다.”
“우린 이미 준비가 다 되었어요. 그리고 어째서 모라산 마을이나 대지의 일족 마을이란 곳으로 가길 바라는 거죠? 여기가 세이커 씨와 포포니 씨의 개인 주택이기 때문인가요?”
그것 참, 이상한 걸 따지고 그러네.
“이곳으로 오면서 분명히 약속을 하신 것이 있습니다. 네 분이 제2 데블 플레인 출신이란 사실을 절대로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여긴 헌터 연합의 눈에 들키기 쉬운 곳입니다. 여긴 연합의 지부가 있는 거점 도시니까요. 그래서 모라산이나 대지의 일족 마을을 권하는 겁니다. 모라산 마을은 아시는 것처럼 제가 세운 마을이고, 대지의 일족 마을은 장인께서 촌장인 마을이니 이곳 보다는 비밀을 지키기가 쉽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외모만 봐도 다들 알아차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몸을 가리는 복장을 하시고 오시지 않았습니까. 설마?”
나는 고개를 돌려 텀덤을 봤다.
“형님 그게… 답답하다고 중간에 벗어 버리는 바람에. 죄송합니다.”
“이런 미친!!”
나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밖으로 욕을 뱉고 말았다.
그리고 하코테와 그 남편들을 노려봤다.
내 기세가 급하게 바뀐 것을 느꼈는지 그 남편들이 모두 바짝 긴장을 해서 하코테를 호위하는 형식으로 둘러 섰다.
“내가 그렇게 강조를 했습니다. 절대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곳으로 찾아오는 것도 조심해야 할 일인데 일부러 외모를 드러냈다는 건, 의도적으로 당신들이 이곳에 온 것을 알리려고 했다는 말 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코테 깝딴.”
내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하지만 속에서는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