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24
화
“미안해요. 워낙 갑갑해서 말이죠. 하지만 그 정도로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요?”
하코테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별로 미안한 기색이 아니다. 도리어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드러낸 것이 분명해 보였다.
무슨 의도였을까? 제2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이 제3 데블 플레인에서 모습을 드러내면 그 경위에 대해서 분명히 조사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텀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있으니 감출 수도 없는 일이고, 결국 듀풀렉 게이트와 연관 지어서 이알-게이트라는 행성간 이동에 대한 의심을 피할 길이 없다.
이렇게 되면 이 사람들에 대한 처우는 다시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이건 우군이 아니라 적군이나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네 분은 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금지합니다. 아울러 빠른 시간 안에 제2 데블 플레인으로 여러분을 되돌려 보낼 것입니다. 그리고 스추알라에겐 미안하지만 앞으로 제2 데블 플레인과 어떤 거래도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하코테 깝딴 당신을 믿지 못하게 됨으로써 당신의 오빠인 스추알라 역시 믿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 말을 어기고 집 밖으로 나가거나 혹은 그 외에 다른 행동을 하신다면 여러분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
이들은 무슨 의도인지 몰라도 약속을 어기고 나와 내 가족들을 위험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절대 용서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여기서가 아니라 제2 데블 플레인에 가서 해결을 해야 할 문제다.
그나저나 이들을 돌려보내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상황을 수습해야 하지?
이건 연합은 물론이고 모성에서도 관심을 가질 일인데? 정말 잘못되면 세포니 행성으로 도망을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곳에서 숨어 사는 것도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꽤나 귀찮게 될 것은 분명하고 앞으로 플레인 게이트는 절대 쓸 수가 없어질 테지. 그렇게 되면 다른 식민행성이나 데블 플레인으로 가는 것도 어렵게 될 테고 말이지.
아, 정말 어디서 저런 미친 것이 나와서 나를 이렇게 당황스럽게 만드나 그래.
“텀덤, 툴틱을 살펴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있는지 알아봐. 누구에게 시키지 말고 직접. 그리고 이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시하고. 리샤에게 마을로 허브 기지 출구 열어 놓으라고 전해. 포포니 잠시 여기 있어. 장인어른 모시고 올 테니까.”
“웅, 알았어. 남편.”
나는 포포니와 텀덤에게 하코테 일당들을 감시하게 하곤 최강의 패를 얻기 위해 움직였다.
곧바로 허브 기지를 들러서 대지의 일족 마을로 와서 장인, 장모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급히 장인어른을 모시고 포포니가 열어주는 출구로 거점 도시의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사이에 서로 대치만 하고 충돌은 없었던 모양인지 충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커엄. 이거 분위기 아주 엉망이군. 포포니 가서 마실 것 좀 가지고 오너라. 시원한 걸로.”
“네. 아빠.”
장인은 오자마자 시원한 것부터 찾으면서 하코테 일행 앞쪽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하나? 와서들 앉지 않고. 거기도 와서 앉으시오.”
그리곤 우리와 하코테 일행들 모두를 불러서 소파와 의자에 앉혔다.
“내가 들으니까 하코테 깝딴께서 의도적으로 외부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셨다고요?”
장인께선 하코테에게 여전히 정중한 태도를 보이셨다.
“저 그것이….”
“사위가 잘못 알고 있는 겁니까? 없는 일을 텀덤이 있다고 했습니까?”
장인은 정중했지만 그렇다고 따뜻하지는 않았다. 아까부터 응접실의 온도가 조금씩 내려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아빠!”
그런데 포포니가 쟁반에 음료수를 가지고 오다가 빽하고 소리를 지른다.
“어, 응? 왜 그러니?”
“지금 ‘왜 그러니?’란 말이 나와요? 봐요 우리 가구들 껍데기가 다 까졌잖아요. 이거 어쩌려고 그래요? 응? 우리 남편이랑 나랑 직접 나가서 하나씩 골라 가지고 사 온 거란 말이에요. 이거!!”
포포니 그게 지금 중요한 것이, 지, 그래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우리 부부가 정성들여 마련한 살림살이인데 그걸 홀라당 껍데기를 벗겨 놓으시면 안 되는 거지. 아무렴.
어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응접실에 있던 모든 것들이 살짝 먼지가 앉은 것처럼 그렇게 뿌옇게 되어 있는데 딱 그만큼만 손상이 생긴 거다. 심지어는 얼굴이나 머리카락까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머리를 은들면 하얀 가루가 풀풀 날리고 머리카락들은 조금씩 더 가늘어져 버렸다. 숱이 많은 사람은 몰라도 숱이 적은 텀덤은 머리가 휑하게 비어 보일 정도다. 머리카락이 빠진 것도 아닌데 그냥 가늘어져 버렸다. 얼굴은 박피 수술을 받은 걸로 치면 되나?
아,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장인 지금 상당히 열 받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다가 하코테 일당에게 해코지라도 하면 큰일인데.
“죄송합니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와 제 남편들을 텀덤씨와 같은 종족으로 알았을 겁니다. 깝딴의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이게 최면을 걸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저 세이커 씨를 놀래 주려고 했던 것 뿐이었습니다. 장, 장난이었습니다.”
미쳤군. 장난? 지금 장난이라고 한 거야?
“하코테 깝딴. 최면이라면 그게 주변 사람들에게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는 거지요?”
나는 하코테에게 물었다.
“맞습니다. 그런 겁니다.”
“여긴 간혹 연합에서 도시의 모습을 살피는 화상 캡쳐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하코테 깝딴의 능력이 그런 기계까지 속일 수 있습니까?”
“아! 그, 그건….”
사실 그런 화상 캡쳐 따위는 없다. 헌터들이나 일개미들이 툴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로 화상 캡쳐를 운용할 이유도 없지만 그런 것을 운용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모두 코어 에너지로 운용해야 할 텐데 그런 짓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도 또 아니다. 연합 놈들 음흉한 것이야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니까 말이다. 놈들이 어떤 것을 새로 개발해서 운용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코테 님께선 장난이었겠지만 저는 그 때문에 앞으로 어떤 고초를 겪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하코테 님과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장난이라니요, 그게 장난을 칠 일입니까? 어떻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일을 가지고 장난을 칠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나는 정말 화가 나 있었다. 저 하코테란 여자는 생각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여자다. 물론 자신이 살던 곳에선 전혀 문제가 없는 장난일 수 있다. 최면 능력이 있다면 절대 들키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여기선 다르다. 모두 최면에 걸려도 기계는 절대 최면에 걸리지 않으니까.
“그런데 최면이라니 그거 어떤 능력인지 알 수 있소?”
장인어른은 하코테가 한 짓 보다는 최면이란 능력에 더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어떤 것을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암시를 거는 겁니다. 에테르를 이용해서 간단한 착오를 일으키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에테르에 민감한 전사장, 그러니까 이곳으로 치면 그랜드 마스터 정도 되지 않으면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벼운 에테르를 사용하기 때문에 실패나 들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혹시 그거 지금도 쓰고 있는 거요? 내 사위와 그대의 남편들에게 말이오.”
“아, 저 그건….”
뭐시여? 지금 내가 최면 암시에 걸려 있다는 거여? 이건 또 무슨 개소리?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위에게 건 암시는 푸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전에 봤을 때에 약간 이상하다 여겼는데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겠소. 그러니 당장 풀어 놓으시오. 직접 하지 않으면 내가 할 수도 있소.”
“하지만…”
하코테는 꽤나 망설이는데 장인어른은 꼼짝도 하지 않으신다.
“아,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하코테가 장인에게 항복하고 나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엄청난 경험을 하고야 말았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