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25
화
하코테 깝딴의 모습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포포니가 하코테의 접근에 신경을 곤두세웠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코테 깝딴은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전에 입꼬리에서 삐죽하게 올라 왔던 어금니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탄탄하던 근육들도 사라져 보이지 않고 매끈하게 잘 빠진 몸매만 남았다. 갈색의 건강한 피부도 새하얗고 매끈한 피부가 된 데다가 얼굴도 귀여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고 해야 할 모습으로 변했는데, 마치 예술품을 보는 것 같은 신비감을 주는 얼굴이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저도 제가 밉상이란 건 알아요. 하지만 제 남편들은 그런 제 모습을 보고도 저를 받아들여 줬죠. 그러니 제가 우리 남편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그저 남편들에게 매일같이 새로운 모습으로 기쁨을 주려는 것 뿐이에요. 남편들은 이 모습을 알고 있어요.”
“커엄. 외모가 전부는 아니에요. 하코테.”
“맞아요. 하코테는 하코테. 어떻게 생겼던 상관없어요. 그리고 암시로 매일같이 새로운 미녀를 볼 수 있다는 건 깝딴의 남편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죠.”
“난 하코테가 무조건 좋아. 하코테는 사랑스러워요.”
이건 또 무슨 헛소리냐? 이전에 봤던 모습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만 지금 보는 모습에 비하면 털 뽑힌 닭과 공작새 수준으로 차이가 나는데?
“우웅. 남편 최면 걸렸었어? 그럼 얼마나 예쁜 모습이었어? 그런데도 남편 꿋꿋했어? 우와 우리 남편 대단하다.”
포포니가 곁으로 다가와서 감탄을 한다.
그래 지금 하코테의 모습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습 앞에서도 덤덤할 수 있으면 그건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일이었을 거다. 사실 지금 하코테의 모습도 꽤나 충격적으로 아름답거든.
“커엄. 저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라 그게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군. 하여간 저 깝딴이 우리 사위에게 추파를 던졌다고 들었는데 그걸 참아 냈다면 우리 사위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군.”
“형님 존경스럽습니다. 형수님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저는 또 한 번 확인한 것 같습니다. 대단합니다.”
하아, 이 사람들 오해를 해도 크게 한 모양이다.
아마도 하코테가 살아온 문화에선 여자의 몸에 근육이 있고, 갈색의 피부를 지니고, 어금니도 좀 솟아 나고 뭐 그런 얼굴이 최고의 미녀였던 모양이지, 그래서 그 모습을 하고 나를 유혹하려고 했었던 걸 텐데 완전히 헛다리짚은 거지. 원래의 모습으로 유혹을 했으면 더 가능성이 높았을 건데 말이지. 커어엄. 물론 그렇다고 내가 유혹에 넘어갔을 거란 소리는 아니고.
“하코테 깝딴의 외모가 어떤 것이건 나하곤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지금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코테 깝딴이 벌인 이번 사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나는 다시 목소리에 힘을 싣고 하코테 일행을 압박했다.
“미안해요. 솔직히 말할게요. 우리는 사실 이번에 벌인 장난이 문제가 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우리 생활에선 기계라는 것이 그렇게 널리 보급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점은 아예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죠. 그러니 세이커 씨도 조금만 우릴 이해해 줘요. 우린 단지 무지했을 뿐이지 세이커 씨에게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나는 그저 세이커씨에게 관심을 좀 받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우릴 데려다 놓고 잘 찾아오지도 않으니까 심술이 나기도 하고 그래서….”
하아, 이 철없는 아줌마를 어떻게 하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장난을 치면 내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지 않느냔 말이지.
“커엄. 사위 어떻게 할 건가? 돌려 보낼 건가? 그렇다면 빠르게 돌려보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훌훌 털어 버리고 마음을 편히 해 주는 것이 좋고.”
그거야 알지만 장인어른, 그게 어디 그렇게 쉽습니까? 저도 제가 한 말이 있고 그런데요.
“남편, 보낼 거야? 그런 가서 또 다른 깝딴 불러 와야 해? 그 깝딴이 결혼 안 한 깝딴이면 어떻게? 응?”
하아, 포포니는 새로운 깝딴을 데려오는 것보다는 그 깝딴이 홀몸이어서 내게 달려들 것이 더 걱정인 모양이다.
“좋습니다. 그럼 일단 이렇게 하지요. 하코테님과 여러분은 대지의 일족 마을로 가셔서 거기서 지내십시오. 그리고 절대로 헌터들과는 부딪히지 않는 겁니다. 이번 일에 대한 일종의 속죄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머물다가 몸을 회복한 후에 깝딴의 능력을 이곳에서도 제대로 쓸 수 있는지 확인을 해 보고, 그 이후의 일은 그 때에 가서 결정을 하도록 하지요. 일단 하코테 깝딴을 모시고 온 이유가 깝딴의 능력을 이곳에서 쓸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으니 우선 그것만은 하코테 깝딴이 확인을 하는 것으로 하죠.”
“알았어요. 그렇게 하겠어요.”
하코테 깝딴은 본래 모습을 내게 드켰다는 사실 때문인지 꽤나 위축된 모습이다.
“그리고 하나 더, 하코테 깝딴께서는 앞으로 절대로 제게 관심을 가지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흐흑. 알았어요. 그렇게 하겠어요. 저라도 이런 추한 외모를 보인 상황에서 그런 짓을 할 염치는 없어요. 흐흐흑.”
우와 운다. 울어. 그런데 그러면서 하는 말이 외모와 영 맞지 않으니 그것 참 어떻게 위로할 도리도 없다.
슬금슬금 포포니가 하코테에게 다가가서 위로를 하려고 하는 것을 잡아끌어서 말린다.
이 여자가 거기에 대고 ‘당신은 아름다워요. 그러니 실망하지 말아요.’따위의 말을 하려는 것이 분명하니 말려야 하지 않겠나. 하여간 포포니도 마음이 여려서 문제야 문제.
장인이 하코테 일행을 데리고 이알 상점의 듀풀렉 게이트를 이용해서 대지의 일족 마을로 돌아가시고 나와 포포니는 다시 우리만의 공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선주민들의 정착지에 대한 정보를 살폈는데 예상보다 우리 헌터들의 활동 반경이 크게 넓은 것은 아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를 행성 전체 지형도에서 헌터들의 활동 영역은 십분의 일을 조금 넘을 정도다. 물론 그 지형 중에는 바다는 빼고 계산을 한 것이다. 바다까지 계산하면 이십분의 일 정도 될까? 바다가 땅보다 조금 더 넓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이하로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여기하고, 여기하고, 여기.”
“우웅. 다들 모여 있지 않고 떨어져 있어. 우웅, 어떻게 하지?”
“일단 이크아니 프락칸의 후계자인 스테이니와 함께 이 마을들을 들러야겠지. 그리고 마을마다 듀풀렉 게이트를 임시로 설치해서 이 마을들에 있는 물의 프락칸들을 같은 날에 모이게 해야지. 그렇게 하면 괴수 사체를 물의 구슬로 만드는 작업이 가능할 거야.”
“그럼 또 여길 찾아가야 하는 거야?”
“우리가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없지. 하지만 거리가 있으니까 텀덤이랑 마샤도 이쪽으로 보내면 어떨까 생각 중이야.”
“우웅. 여기랑 여기는 우리가 가고, 반대쪽으론 텀덤이랑 마샤를 보내느 거야? 그럼 부유선도?”
“줘야지. 그리고 부유선도 이젠 선주민들은 물론이고 헌터들에게도 판매를 시작할까 해.”
“우아, 정말?”
“팔긴 팔아야지.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말이야.”
“비싸게?”
“그래. 비싸게. 데블 플레인 내에서 부유선만큼 빠른 이동 수단은 없으니까 말이야. 은폐 기능까지 더해진 부유선이라면 충분히 매력있는 상품이지. 듀풀렉 게이트가 연결이 되지 않은 곳이라면 부유선이 최고의 이동 수단이니까.”
“크게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그런 거 만든다면서?”
“듀풀렉을 여기저기 뿌려 둘 수는 없으니까 듀풀렉이 설치되지 않은 마을들은 부유선으로 연결을 할 생각이었지. 모라산 마을 근처에 새로운 마을이 생기면 그곳으로는 부유선으로 이동을 하도록 할 생각이니까.”
“우웅. 듀풀렉 게이트가 있는 마을은 중심으로 다른 마을들을 건설하겠다고 남편이 그랬었어. 그러니까 그 마을들은 듀풀렉 게이트가 아니라 부유선으로 연결을 한다는 거구나? 웅웅. 알았어.”
포포니도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부유선을 공개하기로 한 이유는 별 것이 아니다. 부유선은 말 그대로 이동수단에 불과하다. 물론 내가 판매할 것이 그런 용도로만 쓸 수 있게 만들 테니까 당연한 일이다.
듀풀렉 게이트가 이동의 혁명이라고 하지만 그게 전부 몬스터의 코어를 이용한 이동이다. 사실 한 번 이동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싼 가격은 절대 아닌 것이다. 그걸 그리 멀지도 않은 마을 간의 이동에 쓸 생각은 없다. 지금은 몰라도 먼 미래에 몬스터 코어는 반드시 부족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듀풀렉 게이트도 적당한 간격을 뿌려야 하고 또 숫자도 제한을 둬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부유선인 것이다. 물론 초행길을 개척하는 데에도 부유선 만한 것이 없기도 하고 말이다.
“우웅. 그럼 언제 가는 거야?”
“내일 텀덤에게 이야기하고 부유선을 내 줘야지. 그리고 그 다음에 떠나면 될 거야.”
“서둘러야겠다. 대회의도 얼마 안 남았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대회의? 대지의 일족, 아니 타모얀 종족이 전부 모여서 회의를 한다는 그게 얼마 안 남았다고?”
“은폐 기구 2천개 준비 되었냐고 엄마가 물었어. 그러니까 대회의 전에 갔다 오려면 서둘러야 할 거야. 응응.”
“좋았어. 그 대회의에 이번에는 물의 일족 프락칸들도 참가를 하고, 그 프락칸들이 괴수의 사체로 물의 구슬을 만드는 것을 이벤트로 하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
“우웅, 이벤트? 그건 엄마하고 이크아니 프락칸에게 물어 봐야지.”
하긴 그 말이 정답이지. 포포니가 대답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긴 하지.
“이잉, 이제 그만 보자. 웅 남편.”
“그럴까? 그럼 이거 그만 보고 뭘 할까?”
꽈악! 아악! 포포니 그렇게 심하게 깨물면, 너무 좋잖아. 으흐흐흐흐.
내가 오늘 밤에 새로움 짐승남의 진수를 보여주리라. 이리 와, 포포니!
“꺄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