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29
화
우리는 천천히 마을을 향해 다가갔다.
우리가 나타난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지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고 있었다.
이곳은 따로 목책조차도 세우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그것도 당연한 일인 듯 했다. 호수 위에 목책을 세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굳이 땅 쪽으로만 목책을 세워 몬스터를 막는 것도 웃긴 노릇이다.
이곳에는 육지 몬스터는 물론이고 비행형이나 부유형 몬스터도 많다. 거기에 물속에 사는 몬스터도 있는데 목책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가 마을 사람들과 그리 멀지 않은 곳까지 다가갔을 때, 그들 중에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서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대들은 누군가? 어디에서 왔는가?”
그나마 언어는 타모얀 종족의 말을 쓰고 있다. 억양이나 그런 것에 문제가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툴틱을 통한 통역은 전혀 무리가 없는 모양인지 그 사람의 말이 곧바로 통역이 되어 들린다.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은 조금 투박해 보이기는 했지만 산맥 아래에 살고 있는 일반적인 선주민들과 비교해도 그다지 떨어지는 차림이 아니다.
문화적인 차이가 많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 같다.
“우리는 대지의 일족 옴파롱 울룰루의 자식들입니다. 제 아내가 대지의 일족 첫째 딸이고, 저는 타모얀이 아니지만 아내의 남편으로 대지의 일족이 된 사람입니다.”
나는 곧바로 우리 부부에 대한 소개를 했다.
“대지의 일족? 그 첫째 딸이라고?”
“맞습니다.”
“그럼 산을 넘어 왔다는 말인가?”
중년으로 보이는 외모의 사내는 조금 놀란 모양이다.
“그렇습니다. 산맥을 넘어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멀고 먼 길을 온 손님이로군. 산을 넘어 온 손님은 참으로 오랜만이야. 어서 오게. 대지의 일족.”
“세이커라 부르십시오. 그리고 제 아내는 포포니입니다.”
“그래. 그래. 대지의 일족 세이커, 포포니. 어서 오게. 환영하네. 사실 우리는 손님을 맞은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이렇게들 나와서 서 있지만 무얼 해야 할지 모르지. 그러니 이해하게.”
조금 떨어져서 대화를 하던 우리에게 먼저 다가온 것은 이야기를 주도하던 사내였다.
그리고 그는 우리 부부를 끌고 마을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데리고 갔다.
“산맥 너머에서 온 손님이야. 자자, 다들 인사를 하지.”
워워, 이 아저씨야 지금 이 사람들하고 일일이 인사를 하란 말이야? 사람들은 우리 부부만 소개를 받으면 되지만 우리는 마을 사람들 전체와 일일이 인사를 해야 한다고, 그럼 우리가 마을 사람들을 모두 기억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손님맞이를 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네.
어떻게 일일이 인사를 하게 할 생각을 했을까?
“하하하. 이거 인사를 그렇게 하다가는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또 제가 인사를 한 분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한꺼번에 다시 한 번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나는 몰려드는 마을 사람들을 손을 내밀어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그리고 아까 했던 자기소개를 다시 했다.
“반갑습니다. 서쪽남쪽에서 산맥을 넘어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저는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여기 아내는 여러분과 같은 타모얀 종족으로 대지의 첫째 딸입니다. 저와 제 아내가 서로 결혼을 한 뒤에 저는 대지의 일족 울룰루의 첫째 아들인 장인어른과 대지의 일족 프락칸이신 장모님을 비롯한 처가 가족들의 인정을 받아서 대지의 일족이 되었습니다. 저는 세이커, 아내는 포포니입니다. 그렇게 불러 주시면 됩니다.”
“이거 이거, 그렇군. 일일이 소개를 하고 인사를 하기엔 우리 마을 사람들이 좀 많지. 아, 그렇지만 프락칸 님께는 인사를 드려야지. 마침 손님이 왔다는 소식을 전했으니 곧 나오실 거라네.”
“아, 네. 당연하지요. 그런데 어르신은 마을 촌장님이신 겁니까?”
나는 우리를 맞이한 중년 사내에게 물었다.
“촌장이라, 그런 이름을 쓰지는 않지만 하는 역할을 그런 거라네.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할 때에 앞장서서 지휘하는 일을 맡고 있으니 말이지. 뭐 프락칸께서 결정하신 일을 하는 심부름꾼 정도라고 보면 되네.”
프락칸의 심부름꾼이라. 하긴 타모얀 종족에게 프락칸은 가장 중요한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아, 저기 오시는군.”
마을 안쪽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몰려나오는 것을 발견한 사내가 얼굴에 화색이 돈다.
수가 제법 되는데 누가 프락칸이지?
“어서 와요. 마을에 손님이 오기는 참으로 오랜만이군요. 반가워요. 나는 바람의 일족 프락칸 가우가우미예요.”
“나는 물의 일족 프락칸인 거우거우미예요. 반가워요.”
우와, 물의 일족 프락칸과 바람의 일족 프락칸이 함께 있었어?
다른 사람들과는 구별이 되는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은 여인들이 일곱이다. 그 중에 둘이 바람의 프락칸과 물의 프락칸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에게 배우는 프락칸들이죠. 이 셋은 물의 프락칸, 그리고 여기 둘은 바람의 프락칸이에요.”
워워워, 프락칸 풍년이다. 이렇게 되면 물의 프락칸만 넷에 바람의 프락칸이 셋이야.
“배우는 프락칸이면 예비 프락칸이란 말씀이신가요?”
사실 우리 처제인 포포리도 대지의 일족 프락칸으로 장모님께 훈련을 받는 예비 프락칸이고 스테이니도 이크아니 프락칸 밑에서 배우는 예비 프락칸이다. 그러니 이들도 그런 사람들인가 묻는 거였다.
“아니, 아니예요. 이 사람들은 이미 한 사람의 프락칸으로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요. 하지만 따로 마을을 꾸리지 못해서 우리 밑에서 계속 배우고 있는 거죠. 음, 예비 프락칸들은 물의 일족과 바람의 일족을 더해서 열 명 정도 있어요. 아직 미흡한 아이들이라 시간이 더 필요한 이들이죠.”
바람의 프락칸 가아가우미가 내 의문을 풀어준다.
정말로 이 마을에는 프락칸들이 넘쳐나고 있는 거다.
“자자, 들어들 가요. 손님이 왔으니 환영을 해야죠. 그리고 어얼스, 어얼스는 마을 사람들에게 손님에 대해서 설명하고 혹시라도 실수하지 않게 하세요. 아직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들도 있을 테니 말이죠.”
“그래요. 아직 자고 있는 이들도 있을 테니 잊지 말고 모두에게 전하세요. 세이커와 포포니. 대지의 일족 손님이 찾아 온 것을요.”
가우가우미와 거우거우미 두 프락칸이 우리를 안내하던 중년 사내에게 그렇게 일러두곤 우리를 데리고 걸음을 옮긴다.
어쩐지 이 마을의 프락칸들은 조금 더 권위적인 면이 있어 보인다.
“우리 마을은 밤낮으로 경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어요. 전사들이 시간을 나누어서 경계를 서자면 밤에 잠을 못 자는 경우도 많거든요.”
물의 프락칸 거우거우미가 그렇게 설명을 해 준다.
“그런데 어떻게 물의 일족과 바람의 일족이 한 마을에서 지내고 있는 겁니까?”
“아, 사실 여기 대지의 프락칸이 없어서 그렇지 마을 사람들 중에는 대지의 일족도 있어요. 예전에 산맥을 넘어서 이곳까지 왔던 많은 이들이 마을에 정착을 했죠. 그 중에 대지의 일족도 있었어요. 아쉬운 것은 그들 중에서 프락칸이 안오지 않은 거죠.”
“맞아요. 우리도 대지의 일족 중에서 프락칸의 재능이 있는 이가 나오기를 바랐지만 결국 없었죠. 아쉬운 일이에요. 그렇다고 이렇게 멀고 험한 곳까지 대지의 프락칸이 올 수도 없는 일이니….”
가우가우미와 거우거우미는 몹시 아쉬운 표정이다.
“세 일족의 프락칸이 모이면 온전한 정화 의식이 가능할 텐데 말이죠. 그런 정화 의식을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맞아요. 세상 어디에서 그런 의식이 벌어지고 있다면 좋으련만 사실 우리 바람의 일족의 수가 워낙 적어서 그걸 기대하기 어려워요. 아무리 찾아도 다른 곳에서 바람의 일족의 소식은 들을 수가 없었어요. 물의 일족은 그나마 몇 몇 마을이 있는데 말이죠.”
거우거우미와 가우가우미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들어보니 다른 곳에선 바람의 일족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곳에 있는 이들이 바람의 일족 중에서 마지막 생존자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웅?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다른 곳에 사는 일족들에 대해서 아는 거야? 응? 신기하다.”
포포니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꺄우뚱 한다.
사실 나도 그게 궁금하던 차였다.
도대체 여기 웅크리고 살면서 어떻게 그런 것을 알 수 있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