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32
화
“자, 일단 간단한 원리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여기 이게 보이시죠? 이건 일종의 출입구입니다. 들어가고 나올 수가 있는 출입구죠. 그리고 여길 들어가면 임의의 어떤 공간이 나오고, 거기서 다시 이와 같이 생긴 입구로 들어가면 다른 곳으로 나갈 수가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럼 제 아내가 저 쪽에 새로운 입구 하나를 만들겠습니다. 포포니.”
내가 포포니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자. 포포니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듀풀렉 게이트의 입구를 만들었다. 그것은 허브 창고에서 내가 만든 입구와 맞붙인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내가 만든 입구로 들어가면 저 쪽 포포니가 만든 입구로 나오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게 제가 이쪽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내가 만든 듀풀렉 게이트 입구로 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포포니가 만든 입구에서 걸어 나왔다.
“보셨습니까?”
뭐 물어 볼 필요도 없지. 사람들의 눈이 모두 두 배는 될 정도로 커져 있으니 말이다.
“네. 모두 보신 것 같네요. 원리는 이와 같습니다. 제가 만든 입구로 들어가서 포포니가 만든 입구로 나가는 거지요. 그럼 제가 입구를 만들고 프락칸께서 다른 사람이 만든 출구로 나간다고 생각을 해 보십시도. 그리고 그 사람이 저 산맥 너머 대지의 일족 마을에 있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아아, 이런 일이.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하죠?”
“저, 정말 놀라워요.”
“저게 있으면 어디든 한 순간에 갈 수 있다는 걸까?”
“뭔가 필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세상에는 공짜란 없는 거야.”
“그렇기는 하겠지. 하지만 굉장한 건 사실이야.”
“우리도 다른 마을, 아니 산맥 아래의 일족들과 교류를 할 길이 생긴 걸까?”
“정말 획기적인 일인 것 같아. 어떻게 이런 일이.”
프락칸들은 머리가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단숨에 듀풀렉 게이트에 대해서 이해를 한 모양이다. 물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저들에겐 오로지 결과가 중요할 것이다. 멀고 먼 거리를 한순간에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은 이들에겐 기적과도 같은 일일 테니까.
“대단해요. 그래서 그걸 이용해서 물의 프락칸들을 모아서 물고기 괴수의 사체에서 물의 구슬을 만든다는 건가요?”
가우가우미 프락칸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내게 묻는다.
“맞습니다. 다른 곳에서 물의 프락칸을 더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했는데 여기 네 분이나 되는 물의 프락칸이 계시고 또 제 동생이 다른 곳에서 물의 일족의 말을 찾아 프락칸님을 모셨다고 하고, 문어 괴수를 잡은 마을에도 물의 프락칸 님이 계시니까 여기선 두 분 정도만 잠깐 시간을 내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저기 꼭 둘이어야 하나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갔다 올 수는 없나요?”
“아,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허락만 하신다면 여기에 듀풀렉 게이트, 그러니까 아까 그 이동 수단의 이름이 듀풀렉 게이트입니다만, 그걸 설치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설치되면 몬스터 코어를 이용해서, 그러니까 괴물들의 몸에서 나오는 구슬을 이용해서 듀풀렉 게이트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음, 다만 듀풀렉 게이트를 고정적으로 설치할 때에는 한 곳을 정해서 설치를 하고 다시 이동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산맥 아래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몇 분의 프락칸께서 가실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지요. 참관을 하시거나 뭘 하시거나 모두 가셔도 상관이 없습니다. 아니면 이 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가는 것도 가능한 일이지요.”
나는 이곳에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곳이 바로 하늘 몬스터를 공략할 적당한 장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타모얀의 바람의 일족이 이곳에 있고, 또 그 프락칸이 존재한다. 당연히 이곳에서부터 공략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거기다가 이곳은 헌터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난 곳.
당연히 선주민들의 세력을 키우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키킷. 키잇 키잇.
언제 코알람을 얻어 들었던 걸까? 포포니는 틸라피를 바닥에 눕혀 놓고 이리저리 찔러 보면서 놀고 있다.
자기야, 지금 남편 열심히 일하는 중이거든?
일곱 프락칸들은 우리 부부를 의심하지 않았다. 사실 듀풀렉 게이트라는 것이 믿기 어려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포포니가 보여준 한 차례의 시연으로 모든 것을 확인했다는 듯이 믿어 줬다.
몬스터만 상대하며 살다보니까 사람들이 무척 단순해진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런데 포포니의 말을 들어보니까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프락칸들은 포포니가 대지의 일족 첫째 딸이란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딱 보면 어느 정도 위치가 있는 일족들은 프락칸들이 알아보는 눈이 있단다. 그것 참, 뭐 포포니는 영혼을 읽고 나를 선택했다고 했으니 프락칸들이 대지의 일족 첫째 딸이나 둘째 딸 등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는 것도 믿어야지 어떻게 하겠어?
포포니는 그건 일종의 말과 그 힘이란다. 이러이러 하다고 말하면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프락칸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말이 다 그런 것은 아닌데 일단 정체성을 나타내는 말에는 그것이 곧잘 적용이 된다는 거다. 특히 [타모얀 대지의 일족 첫째 딸]이라는 거창한 정체성은 그만큼 큰 힘이 있어서 쉽게 알아보는 것이라나?
뭐, 언령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마법사로서의 내 정신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게 더 문제겠지. 아무튼 묘한 이능들이 살아 숨 쉬는 데블 플레인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 덕분에 하늘호수 마을 호숫가에는 새로운 건물이 만들어졌다. 바로 듀풀렉 게이트가 설치될 건물이었는데 마을 전사들이 나서서 벌목을 해 오고, 땅을 파고 다지고 하더니 며칠 걸리지 않아서 건물을 완성해 냈다.
그 사이에 나는 텀덤과 장인, 장모, 게리 등을 만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번 하늘 호수 마을과 연결되는 곳은 역시 대지의 일족 마을이었다.
아무래도 대지의 일족 마을에 장인, 장모가 있다보니 그곳이 중심이 되어가는 것이다.
물론 모라산 마을도 있지만 그쪽은 지금 한창 이알-게이트 소속의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선주민들의 중심지와 이알-게이트 회원의 중심지가 달리 형성되고 발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포포니는 코아람과 노느라 정신이 없고, 나는 물고기 괴수를 처리하기 위해서 일정을 잡느라 바빴다.
그리고 타모얀의 대회의에서 이벤트로 물고기 괴수를 처리하겠다는 계획은 불행하게도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아직 대회의까지는 몇 달이 남았는데 물의 프락칸들은 모두 준비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계획 변경일 수밖에.
하늘호수 마을은 그야말로 성대한 잔치가 열렸다.
듀풀렉 게이트가 완공되고 나서 이곳 마을 사람들이 산맥 아래로 가는 것이 아니라 대지의 일족 마을에서 손님들이 와글와글 호수 마을로 찾아 온 것이다.
장인, 장모를 비롯해서 대지의 일족 전사들은 물론이고 수상 마을의 이크아니 프락칸과 물의 일족 전사들까지 몰려들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바람의 일족 프락칸을 보기를 원했다.
그리고 대지와 물과 바람의 프락칸이 모두 모여서 정화 의식을 치르는 것을 보고자 했다.
그 때문에 전사들이 우르르 몰려 온 것이다.
“크하하. 오늘은 모두 나서서 사냥을 한다. 그 사냥물로 우리 타모얀이 오래 잊어 왔던 의식을 할 것이다. 그러니 모두 최선을 다해서 사냥을 하도록. 사흘동안 사냥 하자!”
장인이 나서서 전사들을 이끌었다.
이크아니를 따라온 수와젠 대전사 역시 물의 일족 전사들을 이끌고 사냥을 나섰다.
그리고 가우가우미의 명을 받은 바람의 일족 전사들 역시 함께 몰려 나가서 사냥에 동참을 하기로 했다.
저들은 땅과 하늘과 물의 몬스터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많이 잡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늘 마을이 생긴 이후로 최초의 대대적인 몬스터 토벌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나도 눈치껏 사냥을 해야 했다.
더구나 데드존을 이용한 사냥을 열심히 해서 정화 의식에 쓰일 제물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은밀하게 나와 텀덤, 포포니 등에게 내려진 명령이었다.
그것도 장모님의 특명이라 포포니도 찍소리 못하고 내 소매를 당겼다.
“가끔은 그냥 해야 할 때도 있어. 남편. 저런 엄마 무서워.”
나는 그 말 한 마디에 군소리 없이 사냥을 나섰다. 아니 뭐 안 그랬다고 해도 군소리따위 할 수는 없었겠지만.
여하간 그렇게 시작된 사냥으로 하늘호수 마을 주변의 몬스터들은 그야말로 재앙을 맞이했다.
자그마치 세 마을의 최고 전력들이 한꺼번에 나선 사냥이다. 거기에 대전사가 몇인가? 장인을 필두로 대지의 일족이 넷, 수와젠을 비롯한 물의 일족이 셋에 바람의 일족에도 한 명이 있다. 음, 거기에 포포니까지 끼워주면 대전사만 아홉이다. 거기에 나는 잔챙이 몬스터들의 천적이다.
디버프 이후에 에테르 폭발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된 나는 그야말로 파란색 등급 아래의 몬스터는 눈에 보이는 즉시 쓸어버리는 것이 가능하다. 뭐 그런 것들 보다는 조금 더 등급이 높은 것을 데드존에 넣는 것이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죽을 정도로 만든 다음에 데드존에 넣어서 죽인다.-
이게 포포니와 나, 그리고 텀덤이 하는 사냥의 모든 것이다. 그것도 빠르고 신속하게 해야 한다. 데드존에서 죽은 놈은 곧바로 허브 기지의 창고로 옮기고 그곳에선 불쌍한 리샤가 열심히 창고를 비워주고 있다.
창고가 비어야 새로 몬스터 사체를 넣을 자리가 생기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와 같은 이유로 데드존도 부지런히 비워야 하는 거고.
“남편, 그런에 우리 뭐 잊고 있는 거 없어?”
“그러게 뭔가 아까부터 찝찝한 기분이 드는데 말이지.”
“웅웅. 이상해. 아주 이상해 그치.”
“그러게, 정말 기분이 묘하네.”
“형님!! 큰일 났습니다.”
포포니와 내가 잠시 사냥을 멈추고 뭔가 묘한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텀덤이 툴틱을 살피다가 크게 고함을 질렀다.
“큰일이라니? 뭐가?”
그래 뭐가?
나와 포포니의 똥그랗게 떠진 눈이 텀덤에게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