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37
화
일단 연합과의 파워 게임은 선전포고를 해 둔 것으로 만족한다. 이제 놈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나도 행동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연합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데블 플레인에서의 플레인 게이트 관리 권한이다.
플레인 게이트가 없으면 데블 플레인은 고립되고 외부로부터의 수입이 완전히 중지된다. 사실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들어오는 수입품은 그리 많은 양이 아니다. 플레인 게이트의 사용료가 워낙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정말 필요하고 대체가 불가능한 것들만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들어오게 되는 거다.
물론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로 가치가 높은 것들이 나가게 되고, 그 대표적인 것이 코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디건 식민 행성에 이알-게이트를 설치하기만 하면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 그런데 완전히 믿을 사람이 없으니 그게 문젠가?”
사실 게리나 렘리, 마토 같은 초창기 친구들은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 비록 이알 상점을 맡겨두고 방치한 듯 보이지만 그들의 삶은 이알-게이트에 묶여 있는 삶이다. 그러니 그들이 배신을 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은 이미 내 사람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라서 외부에서 활용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든 새로운 사람을 발굴해서 외부로 내보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무슨 생각해? 남편?”
포포니가 옆구리로 슬금슬금 파고들면서 묻는다.
나는 팔을 들어서 포포니가 바싹 달라붙을 수 있도록 해 주고는 다시 팔을 내려 포포니를 껴안았다.
“플레인 게이트를 통과해서 식민 행성에 거점을 마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하고, 누구에게 그 외부 거점을 맡겨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야.”
“우웅, 그건 선주민들은 안 되는 거잖아.”
“안될 것 까지는 없겠지만 어렵긴 하지. 아직 바깥 세상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많으니까 말이야.”
“웅웅. 그래서 어려워. 많이 배워야 해. 나도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포포니가 겨드랑이 밑에서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러면서 빼꼼 눈을 치켜뜨고 나를 보는 모습이 꼭 고양이 같다.
“그런데 남편, 하늘 가오리 잡을 수 있을까?”
포포니는 아무래도 아버지가 계획하는 사냥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하긴 하늘 가오리가 워낙 커야 말이지.
“지금 비슷한 몬스터 찾아서 사냥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뭔가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나는 포포니를 위로할 말을 찾았지만 이런 말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늘 가오리 괴수를 사냥하기 위해서 일반 하늘 가오리를 사냥하며 약점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일반적인 하늘 가오리는 크기가 몇 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녀석들이다. 그나마 그런 놈들이 있다는 것도 가우가우미가 프락칸이 알려줬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그것들이 나오는 곳이 하늘호수 마을에서 제법 멀기는 했지만 일단 괴수 사냥 전에 적응 훈련을 한다고 거기 전사들이 몰려가 있다. 그리고 가우가우미 프락칸은 우리에게 한 가지 큰 선물을 줬는데 그것은 바로 비행 몬스터나 부유형 몬스터, 그러니까 하늘 몬스터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약점에 대한 것이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몬스터들은 특별한 몇 종류를 빼고는 모두 몸을 가볍게 만드는 기관을 몸에 가지고 있어요. 그것들의 낙인 그러니까 패턴이라고 부르는 그것에 그 기관이 속해 있지요. 거기에 상처를 입게 되면 부유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어 있어요.”
가우가우미 프락칸은 그 동안 바람의 일족들이 하늘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얻은 가장 큰 노하우를 그렇게 공개해 줬다.
그래서 장인을 비롯한 대전사들이 그 기관을 찾는다고 하늘 가오리들을 잡아 족치고 있는 중인 거다.
나는 누운 상태에서 툴틱을 열어서 눈앞에 화면을 띄워 놓고 하늘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몬스터 패턴들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 패턴들은 모두가 부유 몬스터들에게서 얻은 패턴들이었다.
가우가우미 프락칸이 패턴에 부유의 비밀이 있다고 했으니 그럼 그 패턴들에서 공통점을 찾으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같거나 비슷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를 지워나갔다.
그렇게 하다보니 결국 몇 개의 패턴이 남았다.
원형의 외곽선 안쪽에 몇 개의 선들이 기묘하게 얽혀 있는 것과, 꼭짓점이 갈라진 삼각형 모양의 외곽선 안에 또 기묘한 선들이 조합된 것, 그리고 몇 개의 도형들이 겹쳐진 외곽선 안에 앞의 것들과 비슷한 선들이 들어 있는 것, 이렇게 세 가지 패턴이 남았다.
이것들은 조금씩 변형이 있기는 하지만 부유 몬스터의 패턴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장인의 툴틱으로 보내고 그 문양을 찾아서 공략을 해 보고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다.
나야 지금 포포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사냥 따위를 나설 상황이 아니거든. 크크.
하늘호수 마을과 대지의 일족 마을이 연결이 되고, 그 후로 프락칸들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가 싶더니 어느 날 물고기 괴수로 물의 구슬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뭐 내가 간섭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일을 하고 있는 거다.
물론 나를 빼놓고 일처리를 한다고 내가 섭섭할 일도 별로 없다. 아예 빼 놓는 것도 아니고 일의 선후와 과정은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일에서도 장모님은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기다렸다가 대회합에서 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지만, 물의 프락칸들이 꽤나 극성을 부린 모야이다.
특히 하늘호수 마을에 있던 거우거우미와 세 명의 물의 프락칸들은 그동안 배우지 못했던 물의 구슬 제조법을 막 익힌 후라서 그걸 빨리 시험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러니 아무리 장모님이라도 그들의 요구를 계속 묵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실 처제 때문에 떨어진 입지를 세우기 위해서도 대회합에서 이벤트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나도 그걸 물의 프락칸들에게 요구하기 좀 어려웠다.
아무리 듀풀렉 게이트를 제공하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프락칸들의 권위나 지위에 도전하는 인상을 주어서야 되겠나.
어쨌거나 그래서 결국 물고기 괴수로 물의 구슬을 만드는 의식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장소는 논의 끝에 하늘호수 마을에서 하기로 했다.
참가자는 이크아니 프락칸과 거우거우미 프락칸, 그리고 텀덤이 데리고 온 또 다른 물의 일족 마을의 프락칸과 하늘호수 마을에 있던 물의 프락칸 둘까지 다섯이 참가하기로 했고, 만약의 경우 한 명이 빠지거나 혹은 더 참가하는 것으로 의 견을 모았다.
프락칸의 수를 조절하는 것은 문의 괴수로 만드는 물의 구슬이 너무 조악하게 나올 것 같으면 한 사람이 빠져서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구슬의 수준을 높게 하고, 너무 기운이 강하면 남은 한 사람이 더 들어가서 여섯 개의 구슬을 만들기로 한 거다.
텀덤이 데리고 온 물의 프락칸이 다행스럽게도 하나의 사체에서 여러 개의 물의 구슬을 만드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기에 이번 의식이 이루어 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서 여러 프락칸들이 자주 하늘호수 마을에 모여서 서로가 가진 능력과 기술들을 교류하며 배우고 가르치고 있었다.
무엇이건 서로 나누려 하고 또 숨김없이 가르치려 하는 것은 조금은 낯선 모습이긴 하지만, 물의 일족으로 묶인 저들은 일종의 공동체로 너와 나를 나눠 구별하지 않는 이들이라서 저런 것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생존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나누어가진다는 의식이 강하게 깃들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의식은 같은 일족끼리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그 다음은 타모얀이란 종족 공동체 의식에서도 나타나는 집단의식으로 보인다. 오랜 세월을 몬스터들과 싸워오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사고방식이겠다.
아무튼 의식이 있는 날, 하늘호수 마을은 미어터질 정도로 많은 타모얀 종족들이 모여들었다.
그런 사람들 중에 스추알라의 동생인 하코테 깝딴과 그의 남편들 모습도 보인다. 저들은 이제 하늘호수 마을에서 지내기로 했다.
아무래도 하늘호수 마을이 외부의 시선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이라서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처가나 이크아니 프락칸의 수상마을에도 헌터들이 들어갈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안전하게 하기 위해 하코테 일행을 하늘호수 마을로 옮겨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하코테 깝딴의 능력을 검증했는데 이곳 제3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에 적응한 하코테 깝딴은 제2 데블 플레인에서 했던 것과 같이 몬스터를 원래의 기운으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예전과 달리 부족 코어를 지닌 놈을 깝딴이 처리를 하게 되면 몇 년 동안은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란다.
프락칸과는 조금 다른 방법인라 고민을 해 봤는데 아마도 깝딴의 능력은 몬스터의 기운을 원래대로 돌리면서 그것이 아직도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상위 코어를 속이는 그런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깝딴이 가지는 기본적인 능력이 최면과 암시인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 않을까? 뭐 사실 그 메커니즘이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으니 그저 짐작일 뿐이다. 깝딴들 조차도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정확하겐 모르는 모양이다. 아니면 하코테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고.
하코테 깝딴은 이제 나를 슬슬 피한다. 자신의 추한 외모를 들켰다는 생각 때문이라는데 그 소리를 듣는 나로선 그저 헛웃음만 날 뿐이다. 이젠 하코테도 자신의 모습이 이곳에선 미인으로 취급 받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텐데도 여전히 자신감이 없다. 나로선 치근덕거리며 달라붙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지만 말이다. 응? 뭐? 아니야! 절대로 섭섭하거나 하지 않아.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