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4
화
“어리버리 정신 놓은 놈은 아니네? 뭐 그렇다면야 일들 보라고. 그리고 만약 잘 곳을 찾으면 저기 중앙에 가장 큰 건물로 와. 거기가 이곳의 대표 여관이야. 그럼 잘들 해봐. 그나저나 어째 몬스터 사체는 하나도 안 들고 왔네? 그러니 초짜 소리를 듣지. 기억해 둬. 거점에서 가까운 곳에서 몬스터를 잡으면 그 사체를 들고 오는 거야. 그럼 여기서 그걸 사는 놈들이 있어. 왜냐면 그렇게 대량으로 모았다가 수거팀을 부르면 되거든. 알겠지만 몬스터 사체는 약간의 처리만 하면 상하는 일이 없잖아. 기억해 두라고. 그럼 나중에 또 봐.”
그렇게 말을 마친 사내는 곧바로 우리 뒤에 오는 헌터들을 향해 달려간다.
“이야, 오랜만에 오네? 그 동안 왜 안 왔어? 응? 오늘은 좀 성과가 있어?”
등 뒤로 들리는 소리로 봐서 그는 아마도 이 거점에서 꽤나 얼굴이 알려진 사람일 듯 싶다. 어쩌면 까칠하게 대한 것이 실수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게 실수라면 나중에 사과하면 될 일이다.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아무에게나 곁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거점은 제법 넓다.
술집도 있고, 의료센터도 있고 코어 구입 상점도 있고, 연합의 상점에서 물건을 가져다가 파는 보따리 상점도 있다. 물론 가격은 조금 더 비싸다. 주로 소비 용품을 판다.
우리는 바이클을 끌면서 이리저리 구경을 다녔다.
“도시 보다 더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아.”
렘리가 감상을 말한다. 그의 말에 나도 동감이다.
“일개미들도 제법 있는데? 위험하지 않은가?”
“반쯤은 헌터 노릇을 하는 일개미들이겠지.”
게리의 말에 렘리가 대꾸한다.
아직 날이 저물지 않은 시간인데 사람들의 수는 자꾸 늘어난다. 근처에서 사냥을 하던 이들이 이리로 몰려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거래가 이루어진다.
거래는 대부분 몬스터의 사체다. 그걸 서로 사려고 아우성이고 또 서로 팔려고 아우성이다.
그 중에서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사람에게 사체를 팔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한다. 딱 봐도 인기가 있는 상인이 있다. 그가 가격을 잘 주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 혼자서 모든 사체를 소화하진 못한다. 그러니 적당히 사고 나면 다른 상인의 순서가 된다.
보아하니 그것도 뭔가 규칙이 있는 모양이다. 딱 봐도 가격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구입 상인들은 차례로 몬스터 사체를 구입한다.
결국 파는 입장에서는 빨리 파느냐 늦게 파느냐의 차이만 있지 실제 거래 금액은 몇 천 텔론 정도의 차이 뿐이다. 그 정도는 그냥 무시하도 될 수준인 것 같다.
다른 곳에선 조금 더 조용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몬스터의 코어를 사고 파는 곳이다.
하나하나 기계로 계측을 해서 코어의 가치를 따지고 그 가격에 따라 구매를 한다. 돈은 사체와 마찬가지로 바로바로 툴틱을 통해서 입금이 된다.
“렘리, 가서 코어를 팔고 와.”
나는 렘리에게 코어 거래를 맡긴다. 다음에는 게리아 마토에게도 시켜보고 재능이 있는 놈에게 물품 거래를 맡길 생각이다. 모든 일을 내가 하는 것은 귀찮고 피곤한 일이다. 거래가 끝난 후에 돈만 내가 회수하면 될 것을.
거점은 담을 둘러 보호하고 있다. 담은 제법 높아서 우리가 봤던 몬스터들은 쉽게 넘을 높이가 아니다. 또 튼튼해 보이기도 한다. 뭐 에테르를 가진 몬스터에게 저런 일반 벽들이 얼마나 소용이 있을까 싶지만 적어도 벽을 허물기 위해서 두드리는 시간이라도 벌어 줄 테니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기는 하다.
나는 거점의 중앙에 있는 단말기에 텔론을 입금했다. 이건 거점 사용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용료는 내야 한다. 그만큼 안전을 보장받는 거니까 그 대가를 내놓으란 거다. 이것이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는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모두 연합에게 간다.
이런 기초 시설을 건설하는데 연합의 힘이 바탕이 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래서 모든 헌터들이 연합을 돈독이 올랐다고 욕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연합이 없는 상황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연합이 있어야 헌터들도 삶을 꾸려 나가기 편하다.
연합이 모성의 정부와 협상을 하는 주체이기도 하고, 모든 헌터들의 정보를 관리하고 또 편의를 제공하기도 하는 이유다.
없으면 불편하니 어느 정도의 비용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연합은 헌터들의 돈을 빨아들이는 거지.
렘리가 코어를 정리하고 돌아왔다.
이틀 동안에 벌어들인 텔론이 1억 텔론이 약간 넘는다. 코어가 서른 개 남짓이었으니 개당 300만 텔론 정도인 셈이다.
“우와, 이틀 동안에 1억이야. 대단해.”
마토가 호들갑을 떤다. 덕분에 주변에 있던 헌터 몇 명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향한다.
성질 같으면 마토 저걸 두드려 주고 싶지만 꾹 참고 일행을 끌고 여관이란 곳으로 향했다. 아까 그 사내가 권했던 가장 큰 건물이다.
[초원 거점 여관]
이름 한 번 깔끔하다.
“어섭셔.”
문을 들어가기도 전에 일개미 하나가 나와서 우릴 안내한다.
“바이클은 여기 두시면 저쪽 안쪽에 보관을 해 줍니다. 혹시 값이 나가는 짐이 있으면 미리 챙겨 주셔야 합니다. 바이클이 아닌 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 말에 마토가 짐칸에 실려 있던 물건을 깡그리 챙겨 든다.
“이리 들어 오십시오. 방을 쓰실 겁니까? 아니면 식사만 하실 겁니까?”
우릴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면서도 안내하는 일개미는 능숙하게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방에서 잘 생각이다. 넷이 머물 방이 있으면 그걸로 주고 없으면 2인실 둘.”
“물론 4인용 방이 있습니다. 그럼 식사는 씻고 내려와서 하실 거죠?”
“그렇게 하지. 그게 좋겠군.”
“자자, 이리로 오십시오. 이쪽이 2층으로 가는 계단입니다. 객실은 2층 이상인데 여러분은 2층에 있는 객실을 드리겠습니다.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이 좋지요. 일찍 오셔서 그렇지 아니면 3층이나 4층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관 직원의 뒤를 따라서 2층의 객실로 들어갔다.
점원은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는 내가 주는 1만 텔론의 팁을 받고 웃는 얼굴로 사라졌다.
점원에게 팁을 주는 것도 툴틱을 이용한 이체다. 점원 역시 툴틱을 통해서 팁을 받는다. 하지만 헌터용 툴틱과 일반인의 것은 전혀 다르다. 헌터용 툴틱이 1천만 텔론인데 일반용은 50만 텔론 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왼쪽 팔뚝에 사각형의 얇은 판으로 부착 되는 툴틱은 필요에 따라서는 떼어서 다른 곳에 부착할 수도 있다. 아주 얇은 판으로 되어 있어 가벼운데 튼튼하기도 해서 좀처럼 고장이 없는 물건이다.
물론 몬스터에게 맞으면 박살이 난다. 일반적인 충격에 강하다는 거지. 몬스터의 공격을 직격당하고 멀쩡하단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우리는 점원이 사라지고 곧바로 간단하게 씻고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아까보다 사람이 많아졌다.
그 덕분에 빈 테이블이 많이 줄었고, 시큼한 땀 냄새가 홀을 흘러 다닌다. 물론 공기 정화기가 작동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역부족인 모양이다.
“아, 내려오셨네요. 이리로 오십시오.”
아까 그 점원이 우릴 맞아 안내한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듯. 어쩌면 아까 줬던 팁의 위력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서 적당한 식사를 시키고 시원한 무알콜 술을 시켰다. 맛은 술과 완전히 같은데 먹고 나면 알콜은 증발을 해서 취하지 않는 술이다. 확실히 마실 때까지는 알콜도 들어 있다고 한다.
그냥 목을 축이는 용도의 술인 셈이지만 실제 술값과 다름이 없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것을 마시면 돈지랄이라고 할만 하다.
하지만 우린 아직 술을 즐길 정도가 되지 않았다. 사실 그냥 물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시킨 것일 뿐이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잠시 무료하게 앉아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힐끗거리고 있는데 의외로 우리 테이블로 찾아 온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