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41
화
“끙, 형님 괜찮습니까? 하필 그 때에 나오십니까.”
텀덤이 곁으로 다가온다. 녀석도 충격파를 받아 내느라 용을 쓴 모양이다. 그건 다른 대전사들과 하코테 깝딴 일행도 마찬가지인 듯 여기저기 먼지와 흙이 묻은 모습이다.
“뭐냐? 방금 그건.”
나는 포포니가 괜찮은지 확인을 하면서 텀덤에게 물었다.
“뭐긴 뭐겠습니까? 그 가오리 땅에 떨어지면서 생긴 여파 아니겠습니까. 딱 그거 오는데 형님과 형수님이 나오신 겁니다.”
“허, 그것 참. 운이 없어도 정말 없었구나.”
“넵. 그냥 계셨으면 출구가 충격파에 날아가서 나오지 못했을 거고 그럼 괜히 흙먼지 뒤집어 쓰는 일은 없었겠죠. 그나저나 어서 가야합니다.”
텀덤이 운이 없다고 뭐라 하다가 다시 서두르라 재촉을 한다.
맞다. 어서 가서 그 놈이 다시 회복하기 전에 끝장을 내야 한다.
“자자. 포포니.”
“우웅. 남편. 우쒸, 이게 뭐야? 히잉. 먼지 투성이가 되었잖아.”
포포니가 투덕투덕 몸에 묻은 것을 털어 내며 꿍얼거리면서 부지런히 내 곁으로 따라붙는다. 먼저 갈 법도 한데 끝내 내 곁에서만 있으려는 포포니다. 다 내가 걱정되니 저러는 걸 거다.
다른 대전사들은 벌써 앞질러서 달려 나가고 있다.
우리 부부 곁에는 텀덤과 하코테 깝딴 부부만 있다.
“괜찮습니까?”
나는 하코테 깝딴에게 형식적인 안부를 물었다. 얼굴을 봤는데 모르는 척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오늘 사냥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 아내는 내가 보호한다. 큼.”
하코테의 남편이 대신 나서서 대답을 한다. 이 놈은 하코테가 더이상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도 뭐가 불안한지 이렇게 가시를 세우고 나를 대한다.
“그럼 다행이군요. 그런데 여력이 있습니까. 다시 가오리 괴수를 상대할 때에 도움을 주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만.”
이 질문에는 남편이 나서지 않고 하코테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괜찮아요. 아까와 같은 수준이라면 다시 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코테 깝딴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담겨 있지 않다. 무언가 의도적으로 감정을 배제한 듯한 목소리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콰과광! 파지지직. 파직!
하지만 그런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있을 틈이 없다.
저기 앞에서 가오리 괴수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장인어른과 대전사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번쩍!!
“막앗!”
꽈릉!
“커억!”
“크으윽.”
그런데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번개가 곧바로 우리를 향해 날아왔고, 그걸 텀덤과 하코테의 남편이 나서서 막았다.
“괜찮아? 괜찮습니까?”
나는 둘이 걱정되어 안부를 물었다.
“형님 괜찮습니다. 꽤나 짜릿합니다. 하핫.”
텀덤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허세를 부린다.
“괜찮다. 나를 뭐로 보는 건가? 이 정도는 문제없다.”
그래 자존심하면 또 저 솟구치는 번개 부족이지. 죽는 소리는 안 할 줄 알았다.
“우웅. 저게 하코테 깝딴을 노리는 모양이야. 남편.”
“그렇겠지? 전에도 프락칸을 죽으라 노리던 놈이니까 하코테 깝딴에게 당한 것도 있으니 깝딴부터 노리는 거겠지.”
하늘 가오리가 떨어진 장소는 마치 유성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크리에이터가 생기고 근처의 나무들도 충격파에 뿌리채 날아가버린 모습이다.
거기서 가오리는 꿈틀거리면서 대전사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다.
가오리 괴수는 땅바닥에 완전히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약간씩 허공으로 떠올라 수백 미터씩 움직였다. 그러면서 꼬리를 휘둘러 공격을 하기도 하고 꼬리에서 번개를 뿜어 내기도 한다.
대전사들은 어떻게든 가오리의 등에 오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데 그 때마다 가오리는 미끄러지듯이 이동을 하며 적이 네 등에 오르는 것을 피하고 있다.
어쩌다가 대전사가 등에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에는 꼬리를 이용한 물리적인 공격과 번개 공격이 모두 등에 있는 대전사에게 집중이 된다. 그걸 피하기 위해서 움직이다 보면 또 가오리 괴수를 이동을 하면서 대전사를 등에서 떨어뜨리는 거다.
“대단한데? 저거 부유 능력이 아니라 다른 능력이지?”
나는 텀덤에게 확인차 물었다.
“맞습니다. 다른 일반 가오리 괴물들도 부유 능력이 없어져도 저렇게 땅 위를 헤엄치는 것처럼 움직이는 능력은 남아 있었습니다. 저건 저런 종류의 가오리 괴물들이 지니는 고유 능력입니다.”
“크기가 크니까 확실히 같은 능력이라도 차이가 엄청나네. 한 번에 움직이는 거리는 몇 백 미터는 족히 되는 것 같아. 남편.”
포포니도 가오리 괴수의 공격에 대비하면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저걸 일단은 붙들어 놔야 하는데 방법이 마땅치 않네. 저렇게 계속 치고 빠지고 하다보며 결국 패턴을 회복해서 하늘로 날아오르게 될 텐데 말이지.”
나는 가오리 괴수와 대전사들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가오리 괴수가 조금씩 회복이 될 것을 걱정했다.
지금 전사들이 공격을 하긴 하지만, 그건 몬스터 패턴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오리 몸체를 공격하고 있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패턴에 회복되면 부유 능력이 살아나고, 그럼 녀석은 분명 도망을 가거나 유리한 공중에서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그럼 이전에 포포리 처제가 나와서 기습을 받았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 꼴이 되는 거다.
“제가 하겠어요. 잠깐 동안이지만 괴수의 움직임을 잡아 둘 수 있어요. 하지만 그 후에는 한동안 힘을 쓰지 못할 거예요.”
그 때에 나선 사람은 깝딴이었다.
“잡아 둘 수 있겠습니까?”
“아마 가능할 거예요. 괴수에게 환상을 심어 줘서 모든 감각을 잃게 만들 수가 있어요.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아요. 길어야 몇 분이에요. 그 사이엔 괴수도 완전 무방비가 될 테니 어떻게든 그 때에 해결을 해야 해요.”
“깝딴께서 그렇게 해 주시면 모두 힘을 합쳐서 저 놈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강력한 공격을 준비해서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다면 지금 같은 공격과는 차원이 다를 테니 말입니다.”
“좋아요. 그럼 저도 준비를 하죠. 부탁해요.”
하코테는 자신의 남편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는 흙바닥에 주저앉아서 눈을 감았다.
이거 준비 과정이 간단한 것이 아니었어? 그럼 이젠 나도 할 일을 해야지.
나는 급하게 툴틱의 통신을 열어서 지금 한창 가오리 괴수를 공격중인 대전사들 모두에게 하코테 깝딴이 잠시 후에 괴수를 잡아 둘 계획이니 강력한 공격을 준비하라고 일렀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수신을 확인하는 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포포니, 텀덤. 그럼 나도 부탁 좀 할게.”
이젠 나도 뭔가 해야 할 때가 된 거다. 이런 복잡한 전장에선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거지만, 그동안 연습했던 것을 실전에서 써먹어 보는 거지 뭐.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형님 뭘 하시려고요?”
“우웅, 지켜보면 되는 거야. 울 남편이 그 동안 연습한 거 있어.”
텀덤이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포포니가 텀덤에게 타박을 준다. 잘 했어 마눌. 지금 정신 집중해야 하는데 어디서 질문이야 질문이.
나는 오러를 사용하는 것으로는 아직 그랜드 마스터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정신 능력으로도 디버프 이외에는 거의 쓸모가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아니 일반 몬스터들은 사실 정신 능력의 몇 가지 기술로도 충분히 사냥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니까 정신 능력도 따지고 보면 마스터의 수준은 넘은 거다.
하지만 오러도 정신 능력도 괴수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으니 요즈음 우리 일행이 상대하는 것들 앞에서 나는 잉여가 되는 거다.
솔직히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잖아. 그래서 느리게 진행되는 오러 로드 진행에서 방법을 찾지 못하고 디버프, 즉 정신 능력에서 방법을 찾느라 고심했고, 결국 성과를 얻었다.
내 디버프는 강공책와 유화책을 병행해서 몬스터의 생체 에너지를 교란하고 속이는 것으로 쉽게쉽게 침투를 한다. 그런데 괴수급이 되면 내가 디버프의 성질을 어떻게 변화를 시켜도 거기에 대응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무용지물이 되는 거다.
그래서 나는 아예 디버프를 중첩하는 방법을 찾았다. 강력한 공격 일변도의 성질을 지닌 디버프와 아주 부드럽게 몬스터의 생체 에너지를 속이고 스며드는 두 가지의 디버프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몬스터 몸에 들어간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변화 시키는 것이었지만 이젠 완전히 다른 두 가지의 디버프를 동시에 몬스터에게 덮어씌우는 것이다. 물론 이게 한꺼번에 두 가지 디버프를 하는 거라서 굉장한 정신 집중이 필요하고 무척 피곤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