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42
화
“준비해요. 아빠가 그 놈을 몰아오고 있어요.”
포포니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린다.
그리고 내 정신은 오직 저 멀리서 다가오는 몬스터의 거대하고 강력한 생체 에너지에 집중을 한다.
저 에너지를 어떻게든 흔들어서 방어력을 떨어뜨려야 하는 거다.
슬쩍 파고다는 디버프 기반 에테르.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사실 디버프 기반에 에테르는 어떤 대상이건 안쪽으로 파고드는 것까진 문제가 아니다. 그 다음에 대상의 생체 에너지를 무력화시키려고 할 때에 그 생체 에너지가 반발을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오리 괴수의 생체 에너지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 동시에 전혀 다른 두 가지의 디버프가 공격을 하니 어떤 쪽을 방어를 해야 할지 가닥을 잡지 못하는 거다.
이것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두 가지의 디버프 공격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 디버프는 말 그대로 중첩이다. 같은 위치 같은 자리에 두 가지의 디버프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완전히 일치하는 전혀 다른 성질의 디버프가 존재한다. 어떤 것을 방어한다고 해도 완전히 다른 것이 그 자리에 여전히 있다.
가오리 괴수의 생체 에너지가 어쩔 줄을 모르고 혼돈에 빠진다.
그리고 그 때에 뭔가 가오리 괴수에게 변화가 생긴다. 무언가 무장해제를 당한 듯이 생체 에너지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이건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것 같다. 아, 하코테 깝딴의 능력인 모양이다.
그래 이참에 완전히 생체 에너지를 무력화시키는 거다. 가자, 가는 거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로 디버프를 실현시킨다. 가로리 괴수의 생체 에너지가 곳곳에서 무너져 내린다. 이 정도면 가오리 괴수를 공격하는 대전사들도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을 것이다.
봐라. 여기저기 듬성듬성 뜯겨 나가는 가오리 괴수의 생체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건 가오리 괴수의 몸이 그만큼 잘려 나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쩌면 쉽게 사냥이 끝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이런 생각 하면 안 되는데… 이렇게 마음을 놓고 있을 때에 꼭 문제가 생기더라!
피이이이이이이잉 피이이이이잉.
“커억!”
“아악!”
“크으으으으. 이건 뭐지?”
“크아악. 카악.”
“울컥!!”
순간이었다. 뭔지 모를 그것이 우리 일행을 덮쳤다. 그리고 우리들은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집중에서 깨어난 것은 물론이고 한 모금의 피를 뱉었다. 내장이 뒤틀리면서 허파와 심장 쪽에서 혈관 몇이 터지면서 피가 역류한 것이다. 사실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꽤나 큰 부상이다. 하지만 오러의 힘과 치유 캡슐의 힘이 더해지면 이런 외상 정도는 어렵지 않게 치료가 된다.
죽지 않으면 치료가 가능한 것이 치료 캡슐을 복용한 사람들의 특권 아닌가.
나는 서둘러서 하코테 깝딴과 그 남편에게 치료 캡슐을 먹였다. 3일 동안은 외상 치료는 물론이고 독이나 기타 유해 물질까지 중화시키거나 배출 시키는 능력이 있는 캡슐이다.
물론 하코테 깝딴과 그 남편이 영구 치료 캡슐을 복용한 사람인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먹여서 손해 볼 것은 아니니까.
“뭐지?”
남편이 피 묻은 입술을 닦으며 묻는다.
“치료 캡슐. 사흘 정도 가는 겁니다.”
나는 간단하게 설명을 해 준다.
“이건가? 상처를 입어도 낫게 해 준다는 것이?”
아무래도 솟구치는 번개 일족도 치료 캡슐의 해택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긴 가격 부담도 크지만 그걸 적에게 넘길 정도로 정신없는 헌터들도 많지는 않았겠지.
“으음. 효과가 좋군. 몸이 낫고 있다.”
하코테의 남편은 순식간에 상처가 치료되는 것을 느꼈는지 눈이 커지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깝딴께서는 괜찮습니까?”
나는 하코테 깝딴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형님!! 지금 그럴 때가 아닙니다. 저기 보십시오.”
나는 포포니를 돌아보고 어떤지 물어보려는 순간에 방해를 하는 텀덤에게 뭐라 하려다가 텀덤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을 보고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저건 또 뭐야?”
“남펴언!”
“미치겠군.”
“후, 후퇴해야 하나요?”
제각각 하는 말이 이렇다. 하긴 저 꼴을 보면 말이 나오는 것도 대단한 거다.
“총 공격!! 잡아. 잔챙이는 무시하고 큰 놈만 처리를 한다! 어서!!”
장인어른의 목소리가 엄청난 크기로 하늘과 땅을 울린다.
역시 장인어른은 공격을 선택하신 모양이다.
“우리도 가자.”
“웅. 남편.”
“데드존으로 집어 넣고, 그게 아니면 우주 공간으로 날려버려.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하는 거야. 코어 손해가 좀 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알겠습니다. 형님.”
“우웅. 마샤랑 리샤도 불러야 하나? 남편.”
“위험해. 그냥 우리끼리 해 보자. 하지만 허브 기지로 가는 건 쓰면 안 되는 거 알지? 그거 썼다간 난리 난다.”
“알고 있습니다.”
“웅웅. 알아. 남편. 그거 무서워.”
나는 포포니와 텀덤을 이끌고 곧바로 가오리 괴수가 있는 방향으로 달리려고 했다.
하지만 하코테 깝딴과 그 남편이 문제다.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 거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은폐 기능이 있는 스틱 하나를 가방에서 꺼내서 땅에 꽂았다.
“깝딴께선 여기 계십시오. 지금까지 한 것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지금 저걸 봐서 알겠지만 깝딴께서 나서서 하실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여기에 계시는 것이 도와주는 겁니다. 깝딴께서 나서시면 깝딴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 전력이 나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무슨 소리. 하코테는 훌륭한 전사다.”
남편이 발끈하지만 나는 무시한다.
“손님이 아무리 훌륭한 전사라도 손님을 모신 주인 입장에선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지요. 평소라면 몰라도 위험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길 보면 아시겠지만 저건 정말 위험하지요. 그런 곳에 깝딴께서 가시는 것은 우리가 허락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솔직히 괴수 사냥에 끌고 나온 것으로도 충분히 미친 짓을 한 건데, 더는 위험한 꼴을 당하게 할 수 없지 않은가 말이지.
하늘을 까맣게 덮으며 다가오는 하늘 몬스터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상황인데 말이다.
“알았어요. 고집 부리지 않겠어요. 가세요.”
다행히 깝딴 하코테가 전투에 참가하겠다고 고집을 피우진 않았다.
우리는 하코테 깝딴과 그 남편을 은폐시킨 후에 서둘러서 가오리 괴수가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가오리 괴수는 이미 빈사상태에 빠져 있었다.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로 장인어른과 대전사들의 공격을 그대로 얻어맞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오리 괴수에게 몰려드는 하늘 몬스터들이 문제다. 엄청난 수의 하늘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아까 느꼈던 그 소름 돋는 느낌의 파장이 바로 하늘 몬스터들을 불러 모으는 신호였던 모양이다. 무슨 의미의 신호였을까? 그게 궁금하다.
나와 포포니 텀덤은 가오리 괴수를 삼각형으로 포위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다가오는 하늘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아니 상대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저 강하게 보이는 놈들이면 무조건 데드존이나 우주 공간으로 게이트 입구를 열어서 날려 보냈다.
워낙 수가 많아서 하나하나 칼질로 모두 처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줄잡아서 수 천 마리 이상이 몰려들고 있었다.
가장 먼저 온 것은 날개를 달고 있는 녀석들로 새 종류의 몬스터들이었다. 이것들이 날개가 있어서 기동력이 가장 좋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 수는 부유형에 비해서 적은 편인데 한꺼번에 엄청난 숫자의 비행형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남색이나 보라색 등급이 될 것 같은 것들은 모두 데드존이나 우주 공간으로 날려 버리고, 잔챙이는 칼질로 대충 정리를 했다. 그리고 그 뒤로 다가오는 부유형 몬스터들을 상대하려는데 조금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거 혹시 다른 괴수가 오면 어떻게 하지?”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는 내 스스로 놀라서 입을 ‘합’ 다물어 버렸다.
말이 씨가 되는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 아닐 거야. 절대로 아니겠지. 아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