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43
화
가오리 괴수는 빈사상태로 꼬리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상황이고, 붉은 번개도 쏘아 내지 못하고 있다. 놈은 이제 곧 끝장이 날 거다.
하지만 가오리 괴수를 잡는 걸로 일이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엄청난 수의 하늘 몬스터들이 몰려들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하는 상황인 거다.
이러다가 다 잡은 가오리 괴수의 사체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몬스터 패턴을 망가뜨려서 기운을 품은 상태로 죽이려고 하고 있는데, 그 사체를 포기해야 한다면 정말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렇다고 끝도 없이 몰려드는 하늘 몬스터들을 상대하면서 끝까지 버티는 것이 가능할지는 또 장담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일반 등급 몬스터, 그러니까 보라색 등급 까지는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랜드 마스터급의 대전사들이 열 명이 넘는데 뭐 그 정도야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더구나 내가 누군가. 내가 범위 디버프로 돕는다면 보라색 등급이라도 어렵지 않게 떼로 몰아서 처리를 할 수 있을 전력이 우리 전력이다.
하지만 괴수들이 몰려드는 상황이 되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한 마리 이상이 모이게 되면 아마도 우린 도망가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을 것이다.
그래 그렇겠지.
꾸우우우우우웅.
피부를 저며 내는 듯 한 기묘한 느낌을 주는 괴음을 울리며 가오리 괴수가 생의 마지막을 알렸다.
“잡았다!!”
장인어른의 환호성이 울리고, 다른 전사들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진다. 저렇게 좋아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말이지.
“장인어른,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어쩌면 다른 괴수가 몰려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시겠습니까?”
나는 큰 소리로 장인에게 이제 어떻게 할 건지를 물었다.
이미 대전사들이 우리 앞쪽으로 나서서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 셋도 이마의 땀을 닦을 정도의 여유는 생겼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 나는 자꾸만 괴수급의 몬스터가 나타날 것이 걱정된다.
“어쩌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건 지켜야 하네. 이걸 잡자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장인어른은 하늘 가오리 괴수의 사체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으신 모양이다. 그냥 죽은 전사들에 대한 복수를 한 것으로 만족하실 수는 없는 걸까? 정말 위험할 것 같은데?
“정말 잡았군요.”
그런데 한 쪽에서 장막을 걷고 나타나듯 하코테 깝딴과 그 남편이 나타났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습니까?”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 은폐 도구는 이동도 가능하다고요.”
“하지만 잘못하면 은폐가 깨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위험한 일을 하셨군요.”
“어차피 그곳에 숨어 있을 수만은 없었죠. 그런데 이젠 어떻게 할 건가요? 빨리 도망가야 하지 않나요? 괴물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고 있는데 말이죠.”
하코테 깝딴이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후퇴를 종용한다. 사실 저 말이 정답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해 볼 수 있는 일은 해 봐야지. 우리 장인께선 절대 그냥 도망갈 생각이 없으시니 말이다.
“장인어른, 괴수를 중심으로 은폐를 해 보겠습니다. 그걸로 몬스터들을 속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들키게 되면 포기하고 가야 합니다. 은폐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괴수급일 테니 말입니다.”
“커어엄. 뭐 그렇게 하도록 하세. 복수는 한 거니까.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되면 아까울 거야. 많이.”
“저도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대로 너무 아까우니까 말입니다.”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지? 아무렴.”
장인의 의견에 동의해 주는 내 말이 기쁜지 장인어른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나는 서둘러서 가오리 괴수 주변에 은폐 도구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목표가 괴수급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성들여서 은폐를 시켰다.
이것은 이미 만들어진 은폐 마법 도구만 이용을 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이용해서 직접 은폐 마법진을 구축한 것이다.
그러니까 마법 도구를 이용한 은폐와 그 안에 마법진을 이용한 은폐가 동시에 존재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 사이에 장인어른과 대전사들, 그리고 포포니, 텀덤, 하코테 깝딴과 그 남편까지 몬스터들과 혈전을 벌였다.
몬스터들은 죽어라고 가오리 괴수에게로 몰려들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종류가 다양하니 그것들의 공격 방법도 각양각색이어서 번개를 때리거나 촉수를 휘두르거나 뾰족한 창을 쏘아내는 몬스터가 있는가 하면, 주변을 온통 녹색의 안개로 뒤덮으며 중독시키는 놈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의 목적은 인간들을 공격하는 것에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것들은 우리 인간들을 공격하는 것 보다는 가오리 괴수에게 가다오려는 데에 더 집중하고 있었고, 간혹 가오리 괴수의 사체에 닿은 몬스터들, 그러니까 등급이 낮아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몬스터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어찌 어찌 가오리 괴수의 사체에까지 닿는 것들이 있었다. 그런 놈들은 가오리 괴수의 몸뚱이를 뜯어 먹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
결국 가오리 괴수는 자신의 죽음을 널리 알리고 그 몸뚱이를 다른 몬스터들에게 내어 주려고 했던 모양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품은 몸뚱이를 사냥꾼들에게 주지 않고 동료라고 할 수 있는 몬스터들에게 넘겨주겠다는 그런 의도를 확실히 느낄 수가 있는 일이었다.
“이걸 먹으면 다른 놈들이 후계자가 될 수도 있어요.”
하코테 깝딴이 소리를 질렀다.
“뭐요?”
“후계자의 몸을 뜯어 먹으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렇게 몰려오는 거죠. 그래서 이건 것을 사냥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에요. 우리 깝딴들처럼 그 자리에서 되돌려 보내는 의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괴수를 사냥한 후에는 반드시 엄청난 괴물들과 상대를 해야 하고, 운이 나쁘면 괴수 몇 마리를 만나게 되기도 하죠. 그래서 깝딴들이 모이지 않으면 우린 사냥을 안 해요.”
“그걸 왜 이제야 이야기를 합니까?”
나는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그런 정보가 있으면 진작 이야기를 했어야지.
“전에 괴수를 잡은 적이 있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그 때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이곳 제3 데블 플레인에서는 안 그런 줄 알았죠.”
하코테 깝딴이 도리어 왜 화를 내냐는 듯이 맞받아친다.
뭐 듣고 보니 그렇다. 문어 괴수를 잡을 때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그렇게 보면 이번 가오리 괴수의 경우에는 이놈만의 특별한 행동 양식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허엄. 그렇군요. 미안합니다. 제가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실 하코테 깝딴에게 그런 것을 조근조근 물어보고 협조를 구한 일도 없는데 내가 무슨 염치로 화를 낸단 말인가. 내 실수다.
“아니 뭐 그렇게까지 사과 하실 일은 아닙니다.”
내 사과에 하코테 깝딴은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모두 사체 근처로 모입십시오. 은폐를 시작합니다.”
나는 고함을 질러서 사람들을 모으고 사람들이 은폐 범위 안에 모두 들어 온 것을 확인하고 보라색 등급의 코어를 꺼내서 은폐 마법진을 가동시켰다.
그 순간 가오리 괴수의 둘레에 박혀 있던 은폐 마도구들이 먼저 작동을 하고, 그것들이 축이 되어 만든 은폐 마법진이 다시 기지개를 켰다.
순식간에 가오리 괴수는 한 겹의 꺼풀을 쓰고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나저나 가오리 괴수의 사체에 있는 에너지를 완전히 숨길 수 있을까 걱정이다.
“오우! 새로운 괴수다!”
“저기도 있어!”
“저 쪽에도 나타난 것 같은데?”
은폐 후에 목표를 잃은 수 많은 몬스터들이 이리저리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던 대전사들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대전사들이 가오리 괴수의 사체에 올라앉아서 밖을 구경하고 한편으로는 경계를 하다가 깜짝 놀라서 한 소리씩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말대로 먼 하늘에서 작은 점이 빠르게 커지는 것이 보인다. 서쪽을 제외한 세 방향에서 하나씩 나타나서 다가오더니 어느 순간 멈춰 섰다.
“날개 달린 녀석이 하나, 해파리 닮은 것이 하나, 다리도 날개도 없는 뱀 같은 것이 하나.”
텀덤이 새로 나타는 놈들의 외모를 이야기한다. 그래 나도 보이거든? 아깐 멀어서 잘 안 보였지만 이젠 나도 보인단다.
그래고 고맙다. 혹시라도 내가 못 알아볼까봐 설명까지 해 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