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48
화
“어라라? 저건 또 뭐야?”
“한 마리 죽은 거 같은데요?”
“아니야. 아직 살아 있어. 그런데 곧 죽을 거 같아.”
우리가 뱀이 숨어 있는 구름을 살짝 걸쳐서 이동한 후, 다시 얇은 구름을 뚫고 내려와서 지상을 확인했을 때, 우리 눈에 보인 것은 의외의 광경이었다.
그곳에는 두 마리의 괴수가 대치를 하고 있었는데 그 대치 점 가운데에 또 다른 괴수 하나가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서로 대치하고 있는 두 마리는 인간형 괴수와 어금니 괴수였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나무 괴수가 쓰러져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저래서 지금까지 계속 싸우고 있었던 거였어. 한 놈이 쓰러지니까 다른 두 놈이 그걸 어떻게든 차지해야겠다고 저러고 있는 거지. 그런데 결판이 안 나는 거야.”
나는 그렇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우웅, 하늘에 있는 것들은 싸우는 것도 대충대충 하는 거 같아. 뱀이 숨어 있는 거 알고 있으니까 그러는 걸 거야. 웅웅.”
“그런 것 치고는 좀 과격하게 싸우는 것 같던데요?”
포포니의 의견에 텀덤이 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낸다. 하지만 포포니가 매섭게 노려보자 곧바로 시선을 돌린다.
“엄청나게 열심히 싸우는 것 같은데 실제론 땅에서 일어나는 것 같은 충격파가 없잖아. 그러니까 그 놈들은 흉내만 내고 있는 거얌. 내 말이 맞아.”
헉, 포포니 말투가 이상하다. 저럴 때엔 그냥 맞다고 해 줘야한다. 왜냐면 안 그러면 크게 삐진다.
“내 생각도 그래. 아까부터 이상했던 건데 공중에서 싸우는 놈들은 서로 부딪혀도 충격파가 별로 없어. 땅 위에 있는 것들은 저렇게 나무가 뽑혀 날아가고, 바위가 깨질 정도의 파괴력이 있는데 이쪽은 아니거든? 그러니까 포포니 말대로 흉내만 내면서 숨어있는 뱀을 경계하고 있는 거야.”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까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역시 텀덤 저것도 덩치에 맞지 않게 눈치가 빨라.
그나저나 이거 상황이 이렇게 되면 어떻게든 저 반쯤 죽어 있는 나무 괴수를 이쪽에서 빼앗을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는 부유선을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그리고 뱀이 있는 구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기고 지상의 상황에 집중했다.
아무리 뱀이라도 이젠 우리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멀쩡한 상태에서도 이정도 거리에서 은폐를 하고 있으면 괴수 할아버지라도 감지를 하긴 어려울 테니 말이다.
“왜 저 나무 괴수를 사이에 두고 빙빙 돌면서 대치를 하는 걸까?”
한참 아래를 지켜보던 포포니가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을 던진다.
확실히 아까부터 두 괴수는 나무 괴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다가 서로를 공격할 때는 나무 괴수 곁에서 박투를 벌였다. 그러다가 또 떨어져서 대치를 하다가 한 번씩 붙어서 싸움을 벌인다. 그게 마치 무슨 정해진 순서처럼 반복되고 있다.
나도 그 꼴을 보면서 왜 그런가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그거야 저 나무 괴수가 회복되는 걸 막으려고 하는 거죠. 뭘 어렵게 생각을 하십니까?”
그런데 텀덤이 아주 간단하게 답을 낸다.
“어머, 그렇구나. 조금 회복이 되면 서로 싸워서 그 충격파로 나무 괴수를 다시 죽기 직전으로 만들어 놓고 물러서고 하는 거였어. 우아, 못 된 놈들이다. 그냥 죽이지 왜 저렇게 괴롭히는 거야?”
포포니가 버럭 화를 낸다.
“죽고 나면 조금씩 기운이 빠져 나가니까 그게 아까워서 살려두고 있는 거 아닐까? 오래두면 상할지 모르니까 싱싱하게 보관하는….”
퍽!
“윽, 왜?”
나는 옆구리를 때리는 포포니에게 살짝 항의를 한다. 아니 남편 옆구릴 그렇게 쥐어박는 법이 어딨단 말인가.
“남편, 징그럽잖아. 먹을 걸 싱싱하게 보관하려고 목숨만 붙여 놓고 있다니. 얼마나 끔찍해. 그런 소리 하지 마.”
“아, 알았어. 그래 좀 끔찍하긴 하다.”
“웅.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뭘 그런 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러나. 내 참, 여자는 여자란 말이지? 후후후. 가끔 저런 걸 보면 귀엽다니까.
“둘이서 먹을 걸 앞에 두고 서로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우는 중인데 어째 비슷한 놈들이라 결과가 안 나오는 것 같네.”
“그래도 이틀 전에 나타났을 때에 비하면 많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형님.”
“그래?”
“나무 괴수가 죽을까봐 염려가 되어서 대충 싸우는 것이 아니라면 확실히 힘이 빠진 건 맞는 것 같아. 남편. 저 봐 몸에 상처도 있잖아.”
확실히 텀덤과 포포니의 말이 맞다.
이전에는 서로 부딪혀도 직접적인 신체 접촉은 없었다. 서로가 지니고 있는 힘의 역장이 서로 충돌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몸에 상처가 날 일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을 잔뜩 새겨 놓고 있다.
“저 나무 괴수가 죽으면 하늘에 있는 놈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늘에 있는 놈들은 땅에 있는 괴수들 신경 안 쓰잖아.”
포포니가 무슨 소리를 하느냔 표정으로 되묻는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저 땅에 있는 괴수들도 실제론 가오리 괴수가 죽으면서 지른 소리를 따라서 나타난 놈들이다. 그러니 저 놈들도 가오리 괴수의 사체에 관심이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럼 반대로 하늘 몬스터들도 땅의 몬스터 사체엔 관심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든 거다.
내가 그렇게 설명을 하자 포포니와 텀덤도 그럴듯 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 나무 괴수가 죽으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두 녀석이 꽤나 신경 써서 목숨을 붙여 놓고 있단 말이지.”
“그래도 언젠간 죽일 겁니다. 저 두 녀석도 점점 지치는데 까딱 잘못해서 나무 괴수가 회복이라도 하는 날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습니까. 그럴 알고 있을 테니 더 지치기 전에 나무 괴수부터 처리를 하겠죠.”
“그럴까? 그나저나 아깝네. 저것들은 너무 크단 말이지.” “그래도 저기 저 인간형은 어떻게 데드존에 넣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내가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텀덤이 귀가 솔깃한 말을 한다.
“응? 저 놈을?”
“데드존 입구를 제일 크게 만든 것을 형님이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거 입구가 최대로 40미터 정도 되지 않습니까?”
“보라색 등급 코어를 한꺼번에 쓰면 그 정도에서 조금 더 넓게도 가능은 하지. 그런데?”
“저 인간형 녀석 키는 커도 폭은 좁으니까 발밑에 입구를 만들어서 넣어 버리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입구와 저 놈이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면 가능이야 하겠지. 하지만 만약 충돌하면 그냥 입구만 깨지고 보라색 등급 코어만 날아간다.
거기다가 더 큰 문제가 있다. 저 괴수가 데드존에서 죽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거다. 그랜드 마스터도 버틸 수 있는 곳인데 괴수야 당연히 버티고도 남는다. 그럼 다시 꺼내서 죽여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그 안에서 회복이라도 하는 날에는 다시 꺼내면 재앙일 텐데?
“안 죽을 텐데? 데드존에서도 죽지 않을 거야. 도리어 회복을 할지도 몰라.”
“웅웅. 그리고 한 마리 없어지면 남은 한 마리가 나무 괴수 잡아먹고 더 강해질 거야. 우웅. 못 먹게 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래 내 말이 그거다. 잘못해서 나무 괴물을 어금니 괴수가 먹고서 새로운 지역 코어라도 되는 날에는 아주 지랄같은 상황이 되는 거다.
뭐 스추알라 이야기를 생각하면 여기 나타난 놈들이 대충 이쪽 지역 코어의 후계자가 되려는 놈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이것들 중에서 최후의 승자가 새로운 지역코어가 될 것 같긴 하다.
그러니 한 마리 잡아먹는 걸로 새로운 지역 코어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데드존에 들어간 녀석은 이 세상과 완전히 단절이 되는 거라서 그게 엄청난 변수가 되는 거다.
그렇게 되면 이쪽 지역 코어의 후계 후보가 저 나무 괴수와 어금니 괴수만 남은 상태로 인식이 될 수 있다는 말이자. 그런 상태에서 나무를 어금니 괴수가 먹게 되면 하나만 남아 최후의 승자가 되는 꼴이다. 그럼 정말 지역코어가 될지도 모르는 거다. 비록 기운이 모자라더라도 한 마리만 남은 상황이라면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는 거다.
이게 지금 이 웃기는 상황의 정리라면 정리다.
물론 하늘과 땅의 지역 코어가 다르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하는 말이긴 하다. 위에 있는 놈들도 같은 지역 코어의 후계자 후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는데, 보아하니 서로 싸움을 하지 않는 걸로 보면 아마도 지역 코어도 하늘과 땅과 물은 서로 구별이 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다만 사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체를 먹으면 그 힘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으니까 힘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체를 욕심내는 것 같다.
경쟁자가 아니니까 살아 있는 상태에선 서로 공격할 이유가 없고, 죽은 다음에는 기운을 흡수할 수 있는 먹이니까 먹이를 두고 서로 다투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하늘에서 투닥거리고 있는 세 녀석도 실제론 지금 쓰러져 있는 나무 괴수를 노리면서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보아하니 이미 지상의 놈들은 많이 지쳤지만 하늘에 있는 세 놈은 생생한 것을 보니 나무 괴수가 죽어도 지상에 있는 놈들은 별 이득을 보긴 어려워 보인다.
“나무 괴수가 좀만 작았으면 어떻게 슬쩍 빼돌려 보는 건데 말이지.”
나는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하늘 괴수들만 어디로 가면, 저 땅꼬마 괴수를 데드존으로 넣으면 되는데 말입니다. 그럼 나무 괴수는 어금니 괴수가 죽일 테고, 그 다음에 어르신들 모두 불러서 저 어금니 괴수를 사냥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텀덤도 나와 비슷한 욕심을 내고 있다.
그것 참, 그게 좋기는 좋은데, 저 하늘에 있는 놈들이 어딜 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 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