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49
화
“우웅, 졸려. 남편.”
포포니가 부유선 옆좌석에 앉아서 칭얼거린다.
하긴 그럴만도 하다. 밖의 상황은 일정한 화면을 무한 반복하는 것 같은 꼴이다.
여전히 나무 괴수를 사이에 두고 두 마리 괴수가 간혹 한 번씩 충돌을 한다. 그리곤 대치 상태를 유지하다가 또 어느 순간 부딪혔다가 떨어지는 것이 반복 된다.
하늘에서도 아마 별다른 변화는 없을 거다. 그 동안 몇 번 다가가서 살펴본 바로는 이제 세 마리 하늘 괴수들이 또 다시 대치 상태로 들어가 있었다.
뱀도 구름 속에서 나와서 삼각형을 이루고 대치를 하고 있는 거다.
드레이크와 해파리 괴수도 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제대로 싸우질 않으니 뱀도 그걸 느끼고는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였다.
어쨌거나 그 쪽은 더 재미가 없다. 그냥 아무 변화 없이 대치 상태로만 있다.
그래서 지상으로 내려와서 삼등신 인간형 괴수와 어금니 괴수의 대결을 보고 있었는데 그것도 날이 저물었다가 새벽이 올 때까지 지켜보고 있자니 슬슬 졸음이 올 정도로 지겨워진 것이다.
“곧 어떻게든 결과가 나올 거야. 저 놈들 몸에 상처가 늘어나고 있어.”
나는 괴수들의 상태를 확인하며 포포니를 달랬다.
확실히 어제 우리가 와서 봤을 때보다 몸에 상처가 늘었고, 또 상처의 깊이도 커졌다.
“그런데 저 나무 괴수는 왜 저렇게 당했을까요? 형님.”
텀덤도 무료했던지 말문을 열었다.
“모르지. 내 생각에 저 나무 괴수도 다른 녀석들과 비슷한 수준이었을 텐데 저 꼴이 된 것은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두 놈이 손잡고 저 놈을 먼저 팼다던가 하는.”
“우웅. 그거 아니야. 전에 하늘에 있는 놈들이 기운을 뭉친 거, 그거 던져서 충돌했을 때, 바로 밑에 있어서 그래. 저 나무 녀석만 제일 아프게 맞아서 그래서 그런 거야.”
포포니가 뭔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걸 어떻게 알아?”
“웅웅. 나 그 때 게이트 들어가기 전에 저 나무 괴수 찌그러지는 거 봤었어. 헤헤헤.”
포포니는 뭔가 남모르는 것을 혼자 알고 있었다는 것이 뿌듯한 표정이다.
그래, 마눌님 잘 하셨어요.
나는 포포니의 머리를 쓱쓱 쓸어 주고는 다시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럼 저 불쌍한 나무 괴수 녀석은 운이 없어서 저 꼴이 되었다는 거로군.
아니면 하늘에 있던 놈들이 의도적으로 저런 상태를 만들었을 수도 있고 말이지.
그나저나 왜 저것들이 지상형 몬스터들과 싸우질 않는 걸까? 그러고 보면 물과 바람, 대지의 기운을 나누어 가진 몬스터들은 같은 기운을 가진 것들 끼리는 싸워도 다른 기운을 가진 것들을 서로 못 본 척 하는 것 같기도 했지.
설마 상위 서로 먼저 공격하지 말라는 명령 같은 걸 받은 걸까?
상위 코어가 그렇게 명령을 내렸으면 직접 공격은 하지 못하겠지. 그래서 그렇게 자신들이 부딪히는 충격파로 간접 공격을 했던 것은 아닐까?
“형님. 저기 좀 보십시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텀덤이 하늘 쪽을 손가락질 한다.
“저것들 왜 이쪽으로 오는 거지?”
“우웅. 뭘까?”
삼각형의 대치 상태를 유지한 모습으로 하늘 괴수들이 지상의 괴수들이 대치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다.
“저거 혹시 또?”
“우웅. 전에 했던 그거다.”
“형님. 저것들이 이번에는 아주 끝장을 보려는 모양입니다. 아주 음흉한 것들입니다. 지상에 있는 것들이 모두 지쳐서 숨이 간들간들 한 상태인데 말이죠.”
“아주 지능적인 놈들이야. 고도도 낮추고 있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응?”
포포니는 재미 있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눈빛이 반짝반짝 한다. 뭐 그건 나나 텀덤도 마찬가지다.
“나무 괴수는 이번 한 방으로 죽을 것 같고, 다른 두 놈은 눈치가 있다면 도망을 가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예상을 했다. 저 놈들도 상황을 느끼면 몸을 피할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확실히 맞아 떨어졌다.
삼등신 괴수와 어금니 괴수가 슬금슬금 뒤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본 하늘 괴수 세 마리는 세 방향에서 기운을 뭉친 구체를 쏘아 보냈다.
“뭐야? 저 새끼들이 완전히 작정을 한 거잖아.”
나는 급히 부유선을 움직여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제법 멀리 떨어져 있다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낮은 곳에서 충돌이 일어날 것이 확실한 이상 최대한 몸을 피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유선이 파괴될지도 모를 상황이다.
하늘 괴수들은 지상 50미터 정도 되는 높이에서 구체들이 충돌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 높이는 쓰러져 있는 나무 괴수의 바로 위라고 할 정도로 가까운 위치였다.
꽈과광! 후와아아앙!
충돌음과 그 여파가 거의 동시에 밀려왔다.
부유선은 거센 물결 위에 던져진 가랑잎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우아악!”
“남편!!”
“괜찮아. 그냥 흔들리는 것뿐이야. 저항하지 않고 바람을 타고 있으니까 곧 괜찮아 질 거야. 그냥 흔들리는 것 뿐이야.”
텀덤이 비명을 지르고 포포니는 나를 부르고, 나는 포포니를 달래고, 좁은 부유선 안이 시끌벅적 하다.
하지만 별다른 위험은 없다.
말 그대로 부유선의 제어를 놓아 버리고 폭발의 여파로 밀려드는 힘에 그래도 부유선을 맡겨 놓았다. 그 편이 파손이 덜할 거라 믿었다. 그리고 내가 만든 부유선의 내구성을 믿어 보는 거다.
다만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일만 피하면 괜찮을 거다. 음, 그건 뭐 순전히 운을 바라는 것뿐이지만 결과는 좋게 나왔다.
한동안 흔들리던 부유선은 어느 순간부터 조용해지기 시작했고, 어렵지 않게 운전이 가능한 수준까지 진정이 되었다.
“놀랬어. 많이 놀랐어. 헤헤. 재미있다.”
뭐냐 그건, 놀랐다는 거야? 아니면 재미가 있었다는 거야?
내가 뚱한 표정으로 포포니를 보는데 포포니는 왜 그렇게 보냐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뭐 이 여자 이런 면이 매력이긴 하지.
나는 피식 웃고는 포포니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고, 이리저리 부딪혀서 안 아픈 곳이 없습니다. 형님.”
텀덤이 뒷자리에서 몸을 바로 하면서 엄살을 피운다. 제 놈 몸이 어떤 몸인지 뻔히 아는데 엄살은.
“자, 어서 가서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자.”
나는 서둘러서 하늘 괴수 놈들이 있는 곳으로 부유선을 움직였다.
그리고 도착해서 본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지상에는 삼등신도 어금니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도망을 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무 괴수는 몸의 삼분의 일 정도는 사라진 상태로 죽어 있었다.
“우웅. 죽었나 보다.”
포포니가 나무 괴수를 보고 한 마디 한다.
“이젠 땅 위에 내려 왔군요. 저것들.”
“저거 때문이겠지.”
나는 나무 괴수 옆에 놓여 있는 코어를 가리켰다.
나무 괴수가 죽으면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코어 하나가 사체 옆에 놓여 있다.
“우앙, 은색이다. 남편 은색이야. 반짝 반짝해.”
포포니가 그걸 봤는지 호들갑을 떤다.
“저거….”
텀덤이 말꼬리를 흐린다. 우리 셋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어떻게든 저 코어를 우리 손에 넣어야겠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우웅, 어떻게 하지?”
“저 놈들이 싸울 때에 기회를 봐서 훔쳐야 하는데 말이지.”
“그러니까 말입니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듀풀렉으로 집어넣고 곧바로 허브 기지로 도망을 가야 되는데 적어도 저 코어 100미터 정도까진 다가가야 해.”
나는 듀풀렉 입구를 열 수 있는 최대 거리를 생각하고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듀풀렉이 그렇게 먼 거리에서 입구를 열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다. 다른 것들도 원거리에서 입구를 열 수 있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주로 우주 공간으로 입구가 열리는 것들이다. 그걸 썼다간 실버 등급의 코어를 우주로 날려 버리는 꼴이 된다. 그러니 그건 쓸 수가 없다. 그리고 데드존 입구가 원거리에서 열리긴 하지만 그것도 내가 가지고 있는 듀풀렉 보다는 거리가 짧다.
결국 내 듀풀렉을 사용해서 저 멋진 코어를 훔쳐야 한다는 소리다.
“우웅, 남편. 그거 빌려줘.”
포포니가 내 손목에 걸려 있는 듀풀렉을 가리킨다.
후아, 내가 간다고 해도 씨알도 안 먹힐 거다. 아니 솔직히 나보다는 포포니가 가는 쪽이 더 안전하다. 이건 뭐 시시때때로 그랜드 마스터가 되지 못한 서러움을 겪는구나.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포포니와 듀풀렉을 교환했다. 이번에 시간이 나면 듀풀렉을 모두 바꿔줘야겠다. 성능이 같은 걸로. 나만 좋은 걸로 가지고 있으려고 한 적은 없는데 어쩌다보니 성능이 좋은 것들은 모두 내가 가지고 있었다. 이건 분명 고쳐야 할 문제가 분명하다.
“조심해야 해. 마눌.”
“응응. 걱정하지 마. 위험하면 그냥 허브 기지로 갈 테니까. 응응.”
포포니가 나를 안심시키려고 활짝 웃는다. 그런데 마눌, 어디서 남편 머리에 손을!! 또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