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5
화
“어이구, 이거 실례합니다. 잠시 앉아 되겠습니까?”
사내는 두어 테이블 건너에서 일행 넷과 있던 이였는데 노련해 보이는 것이 제법 헌터 경험이 있는 인물 같았다. 거기다가 일반 헌터가 아니라 정통 헌터다. 그러니가 능력자란 말이다. 흐르는 에테르로 봐서는 육체 능력자다.
“앉으십시오. 음식이 나오려면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으니.”
“하하. 그럼 사양않고 잠시 실례.”
사네는 내 앞쪽으로 옆 테이블의 의자를 끌어 와서 자리를 잡았다. 렘리와 마토가 약간씩 공간을 내어 줬다.
“이거 무턱대고 오긴 했는데 말 꺼내기가 쉽지 않네. 음. 일단 반갑습니다. 나는 젝커라고 합니다. 보다시피 육체 능력자 헌터고 저기 넷과 함께 파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젝커는 그렇게 자기 소개로 말문을 열었다.
“사실 헷갈려서 잠시 망설였는데 제 동료가 저기 저 분이 코어 거래를 하는 걸 봤다고 하더군요. 서른 개가 넘는 코어였다고. 그래서 확신을 했습니다. 어제 초원에서 기가막힌 사냥을 했던 4인 파티. 맞지요?”
아니라고 할 이유가 있나?
없을 것 같다.
“맞습니다. 우리가 사냥하는 모습이 툴틱에 올랐더군요. 누군지 만나게 되면 주의를 줄 생각이었습니다. 짐작은 되는데 확신도 못하겠고, 아직 만나서 확인도 못해서 미뤄두고 있지요.”
“하하. 간혹 그런 분이 있지요. 유명세를 싫어하는 분들 말입니다. 그 쪽… 그러니까.”
“세이커입니다. 파티 리더고 몬스터 약화 기술을 사용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여긴 우리 파티원들 렘리, 마토, 게리.”
나는 간단하게 우리를 소개했다.
젝커라는 이 사람이 우릴 찾아 온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서로 인사를 하는 데까지 날을 세울 일은 아니지 싶다.
아까 입구에서 그 사내를 만나고 나서 생각을 하니 매번 바짝 날을 세우고 있다가는 없던 적도 만들겠다는 생각이 든 탓이다.
“네. 세이커씨. 우리 파티원들은 그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한눈에 반했지 뭡니까. 사실 초원에 있는 몬스터들이 약체기는 하지만 그렇게 몰아서 잡는 것은 본 적이 없었죠. 뭐 간혹 그런 상상을 하긴 했습니다. 몬스터 약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것도 범위로 그 능력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하고 말이죠. 근데 그 상상 속의 모습이 딱 세이커님 파티 사냥 모습에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완전히 반해버렸죠.”
“실험을 하기 위해서 했던 겁니다. 그래서 초원의 몬스터들은 거의 완전히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뭐 이번에는 고블린 영역으로 가 볼 생각입니다만 거긴 원거리 공격을 하는 것들이 있어서 몰이는 어렵겠지요. 그래도 일단은 거길 들러 볼 생각입니다. 순서대로 경험을 해 봐야 하니까요.”
“아, 그렇군요. 초보라는 말씀이네요? 저는 다른 구역에서 넘어 오신 파티가 아닌가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닙니다. 이번에 새로 꾸린 파티입니다.”
뭐 거짓말을 해서 뭐하나. 툴틱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하자고 마음먹으면 우리 파티가 얼마 전까지 일개미였다는 것도 알아낼 수 있을 거다.
뭐 그런 일을 하겠다고 아까운 시간 버릴 놈들이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그런 놈들이 넘치는 곳이 또 툴틱의 세상이다.
“그건 상상 외군요. 그런데 몬스터 약화 기술을 그렇게 위력적으로 사용을 한다니 놀랍습니다.”
젝커는 정말 놀란 표정이다.
“제가 그 기술에 재능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건 어렵지 않게 익힐 수가 있더군요.”
“하하, 그것 참. 놀랍다는 말 밖엔 할 말이 없군요. 나는 또 다른 구역에서 넘어 온 분이면 이제 어느 정도 몸은 풀었을 테니 우리 파티와 함께 조금 더 수준이 높은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은근히 본론을 꺼내는 건가? 수준이 높은 몬스터라?
“어떤 몬스터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이건 비밀입니다만.”
젝커가 은근히 목소리를 낮춘다. 그런데 정말 비밀일까? 그 비밀을 처음 보는 우리에게 털어 놓을까? 믿을 수 있나?
“다음 거점에 도착하기 전에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이 있습니다.”
던전?
“그게 새로 생성이 된 거라서 아는 사람이 아직 없거나 있어도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등급이 높습니다. 노란색 등급이죠.”
최하급의 빨간색에서 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으로 구별되는 몬스터 코어의 등급은 곧 몬스터의 강함을 나타내는 척도다. 물론 같은 색의 등급이라도 개체의 차이가 있어서 어떤 것은 더 강하고 어떤 것은 약하다.
큰 쥐도 붉은 색 등급이고 랫맨도 붉은 색 등급이지만 차이가 큰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붉은 색과 노란색은 그 차이가 너무 크다.
나는 아직 주황색 등급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우리가 내일 찾아 갈 고블린도 빨간색 등급이다. 그 뒤에 코볼트를 찾아 갈 텐데 그것도 빨간색 등급이다. 이 근처에 있는 몬스터는 모두 비슷하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다음 거점 주변에도 빨간색 등급의 몬스터가 나온다고 알고 있다. 뭐 주황색 등급도 거기서부터 등장하기 시작한다고 들었지만.
그런데 노란색? 그게 거기 있다고? 더구나 던전에?
던전은 일반적인 지역과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지역에는 부족 개념의 몬스터들이 있고 그것들이 일정 영역에서 부족 코어를 중심으로 번성한다. 그런데 던전은 무작위로 땅 속에 생성이 되고, 그 근원은 던전 코어다.
그 코어를 누군가 획득하면 던전은 사라진다. 그걸 몰랐을 때는 코어를 얻고도 무너지는 던전에 깔려서 죽은 헌터가 많았단다. 그래서 헌터가 죽으면 다시 그 자리에 던전이 생기고 또 클리어 된 뒤에 헌터가 죽어서 새로 던전이 생기고 하는 일이 반복된 적도 있었단다. 물론 초기의 일이다. 지금이야 그런 바보짓은 하지 않는다.
코어를 얻고 나면 무조건 던전을 벗어나는 거다. 던전이 무너지는 때까지는 약간의 여유가 있고, 그 정도면 충분히 던전을 벗어날 수 있단다. 의외로 던전 코어를 획득하면 가까운 곳에 지상으로 통하는 통로가 생긴다니 그것만 찾으면 죽을 일은 없는 거다.
아무튼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이라면 그건 소문이 나면 엄청난 이들이 몰려 올 사건이다.
던전은 결국 클리어 되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던전 코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던전 코어는 화이트 코어다. 가격이 어마어마 하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걸 우리에게 왜?
“발견만 하고 한 마리 사냥해 보고 철수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 정보를 누구에게 팔아먹을까 고민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툴틱을 보는 순간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을 끌어 들이면 우리가 던전을 클리어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지요. 그래서 이곳 거점까지 내려와서 세이커님 파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코어를 파는 모습을 우리 파티원이 본 것은.”
믿어야 하나? 믿으면 이들과 함께 사냥을 갈까? 노란색 등급을 한 마리는 잡았다고 하니 실력은 제법 된다고 봐야 한다. 익스퍼터 초급? 아니면 그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하는 실력은 된다는 거다.
그에 비하면 나도 아직 익스퍼터에는 부족하고 나머지 셋은 겨우 중급도 과한 평가다. 이런 우리가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를? 그건 과욕이지 싶다.
“등급이 높군요. 욕심은 살짝 나지만 포기하겠습니다. 관심 없습니다.”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 미적거려봐야 득이 될 것은 없다. 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면 더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 좋다. 괜한 정보를 듣게 되면 서로 피곤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이야 노란색 등급이 나오는 던전이 두 번째 거점 근처에 있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정보다. 물론 젝커 일행이 그곳을 안다는 것도 정보가 되겠지만 이것까지는 젝커가 자초한 정보 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