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51
화
우리 부부는 텀덤이 열어주는 게이트를 이용해서 어금니 괴수 사냥에 참가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에 부유선을 타고 부지런히 날아가면서 혹시라도 공중에 있던 괴수들이 나타나지 않는지 감시하며 움직였다.
포포니가 겨우 빠져 나온 후에도 얼마간 공중 몬스터들이 싸움을 벌이는가 싶었는데 얼마 후부터는 충돌음이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어금니 괴수가 있는 곳으로 가면서 나무 괴수가 있던 곳으로 슬쩍 지나왔는데 그곳엔 남은 것이 없었다.
나무 괴수의 사체도 사라졌고, 세 마리의 공중 괴수들도 보이지 않았다.
“벌써 뜯어 먹었나? 그렇게 보기엔 그 나무 괴수가 너무 크지 않았어?”
“그러게? 어떻게 된 걸까? 그거 굉장히 큰 거였는데, 설마 뱀이 삼켰나? 뱀은 커다란 먹이도 한번에 삼키곤 하니까 말이야.”
“그랬을까? 하지만 나머지 두 괴수가 그냥 보고 있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우웅. 그러니까 이상하잖아. 그걸 어떻게 했을까?”
“해파리가 녹여 버렸나? 드레이크가 뜯어서 들고 가고, 해파리가 녹여 먹고, 남은 건 뱀이 삼키고….”
“셋이 나눠 먹었을 거라고?”
포포니가 눈을 똥그랗게 뜬다.
“아니 그냥 농담삼아 한 말이야. 서로 싸우다가 나눠 가졌을 수도 있지. 적당히 뜯어서 가지고 가는 형식으로 말이야. 원래 동물들도 먹이를 놓고 싸우다가 서로 다리 한 쪽을 들고 도망을 가곤 하잖아.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되었을 수도 있다는 거지.”
“웅, 그러니까 재빠른 놈이 자기 먹을 거 챙겨서 가고, 그 다음에 또 어떤 놈이 가지고 가고 뭐 그랬을 거란 말이지?”
“뭐 그것 밖에는 생각이 안 나는데? 그나저나 코어는 어떤 놈이 챙겼을까?”
“웅웅? 코어? 그 실버 코어?”
“그래 그거 말이야.”
나는 처음 봤던 실버 코어를 떠올리며 괴수에게 빼앗긴 것에 아쉬움을 살짝 느꼈다.
“우웅, 그거 내가 가지고 왔는데?”
“응? 뭐?”
나는 포포니의 말에 깜짝 놀랐다. 괴수들에게 들켜서 몸을 피하느라 급하게 움직인 것을 봤는데 언제 그걸 가지고 왔다는 거지?
“웅, 내가 허브 기지로 도망가기 직전에 겨우 코어 있는 곳에 입구를 열 수 있었거든. 그래서 남편이 준 듀풀렉으로 입구를 열어서 코어를 창고로 보냈지, 그리고 다시 게이트를 열어서 뛰어들었던 거야.”
“그런 위험한 짓을! 그러다가 게이트 늦게 열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응?”
“남편 화내는 거야? 응? 나한테 화 났어?”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니 포포니가 울 것 같은 눈빛으로 나를 본다.
나는 포포니 끌어서 내 쪽으로 당겨 안았다.
“아니야. 포포니 당신에게 화내는 건 아니야. 그냥 만약 당신이 잘못되었으면 어쨌을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진정해. 놀라지 마. 내가 얼마나 포포니를 사랑하는지 알지? 응? 그래서 그래. 당신을 잃을 수도 있었단 생각을 하면 참을 수가 없어서.”
“우우, 미안해 남편. 잘못했어. 당신이 그랬어. 코어 따위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고. 나도 그 말을 믿어. 하지만 나도 남편에게 실버 코어 보여 주고 싶었어. 그래서… 미안, 다신 안 그럴게. 응?”
“그래. 그래. 포포니. 알았어. 알았어.”
나는 포포니를 끌어안고 한참을 있었다. 그렇게 포포니와 내 심장 박동이 조금씩 정상을 찾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 우리는 겨우 진정이 되었다.
“포포니, 우리 조금 더 강해지자. 그래야 할 것 같아.”
나는 포포니와 눈을 맞추고 그렇게 말했다.
도망가지 않을 거면 강해질 수밖에 도리가 없는 거다.
“그래 그러자 남편. 그렇게 해. 우리.”
포포니도 내 의지를 느낀 것인지 고개를 끄덕인다.
어금니 괴수를 사냥하기 위해서 우리는 동쪽으로 한참을 이동해 왔다.
혹시라도 하늘에서 괴수들이 나타나는 날에는 전번처럼 다 잡아 놓은 것을 빼앗기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어느 정도 사냥이 진행되면 주변에 은폐 마법진을 설치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번에는 하코테 깝딴과 에스폴 마샤의 능력, 거기에 한층 진화된 내 디버프까지 모두 동원해서 어금니 괴수를 약화시키고 단번에 회복 불능으로 몰아가는 방향으로 공격을 집중하기로 했다.
다만 녀석의 몬스터 패턴이 뱃가죽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공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서 몬스터 패턴을 공략하는 것은 그만두고 목과 머리를 주로 공격하기로 결정을 했다.
사실 놈은 등에 커다란 언덕을 지고 다니는 놈이라서 마땅히 공격을 할 곳이 머리와 목 이외엔 없기도 했다.
“자, 그럼 빨리 사냥을 마무리 하도록 하지. 이 놈만 잡으면 이 근처에 있는 괴수들 대부분은 정리가 되는 것이니까 힘들 내자고.”
장인어른 하늘이나 물 속에는 아직도 괴수들이 많이 있는데요?
뭐 그래도 당장 이 근처의 지역 코어 후계자가 될 놈들은 정리가 되는 셈이니 저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비록 대지의 지역 코어에 해당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먼저 사냥에 나선 사람은 역시 장인어른이다.
장인어른을 필두로 대전사라 불리는 그랜드 마스터들이 열 셋이나 나섰다. 이전보다 수가 늘어난 것은 산맥 너머의 대지의 마을과 수상마을에서 지원자가 더 늘었기 때문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소리에 너도나도 지원을 해서 몰리는 바람에 대전사의 수가 약간 늘어났다고 한다.
쿠우우우우웅 꾸우웅!
대전사들이 괴수를 향해서 줄기줄기 뻗어가는 강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자 어금니 괴수도 지지 않으려는 듯이 어금니를 휘두르며 맞받아치고 나온다.
그 어금니는 사실 겉으로 드러난 위협일 뿐, 실제는 어금니 괴수의 몸을 두르고 있는 역장이 문제다. 거기 부딪힌 대전사들의 검이 수수깡처럼 부서진다. 역장을 감당하지 못하고 강기의 결집이 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충격을 받고 뒤쪽으로 한참을 밀려나 내동댕이 쳐진다.
“자, 우리도 우리 할 일을 하죠.”
마샤가 하코테 깝딴과 나를 보며 신호를 보낸다.
그런 우리 셋 앞에는 포포니와 텀덤, 하코테의 남편, 그리고 우리를 호위하기 위해 남은 대전사 둘이 막아섰다.
그들의 임무는 우리 셋에게 충격이 전해지지 않게 보호하는 일이다. 아마 아무리 강력한 공격이 오더라도 피하지 않고 우리를 보호할 것이다. 그것이 저들의 임무이니 말이다. 하지만 역시 나는 포포니에게 보호를 받는 입장인 것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포포니는 어떤 위험이 닥쳐도 나를 지켜줄 것이지만 그건 그만큼 내 아내가 위험을 감수할 거란 말과 같은 거니까 말이다.
나는 편한 자세로 앉은 후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최대한 빨리 사냥을 끝내야 우리 마누라가 고생을 덜 할 테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일인 거다.
괴수와의 거리가 조금 멀다. 내 새로운 디버프는 이전과 달리 시전 거리가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이건 잘못하면 코피 꽤나 쏟게 생겼다.
디버프는 정신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오러와는 상관이 없다. 이 제3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를 이용해서 그것을 디버프 기반의 에테르로 가공한 다음, 적의 신체에 투입을 시키고, 그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이용해서 적의 몸을 보호하는 생체 에테르를 무력화 시키는 기술, 그것이 내 디버프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러자면 당연히 상대가 지니고 있는 생체 에테르가 디버프 에테르에 저항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등급이 높은 몬스터일수록 더욱 효과적으로 저항을 한다. 그래서 괴수에겐 디버프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내 경우에는 디버프의 성질을 순간순간 바꿔서 적을 공략하는 방법에 익숙했는데 그조차도 괴수에겐 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인 전에 가오리에게 썼고, 지금도 어금니 괴수에게 쓰려는 중접 디버프라는 기술이다.
하나의 디버프가 두 가지의 상반된 성질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디버프.
때문에 괴수도 자신의 생체 에너지를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지니도록 바꾸지 않는다면 내 공격을 막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은 엄청난 정신 집중이 필요한 방법이어서 시전 거리도 짧고 또 방해를 받으면 집중이 깨지면서 디버프가 풀려 버리는 단점이 있다.
당연히 거리가 멀어지면 그만큼 정신 집중에 더 많은 힘을 써야 하니 힘겨워지는 것이고.
아, 이건 이전에 느꼈던 에스폴 종족의 몬스터 약화 능력이다. 역시 이 능력은 괴수에게도 통하는 모양이다. 물론 큰 효과는 보지 못하는 것 같지만 비율로 따진다면 7% 정도 약화 시킨 것 같다.
거기에다가 내 디버프가 조금 더 쉽게 괴수를 상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금니 괴수의 생체 에테르를 상당부분 무력하게 만드는데 성공하고 있다.
아, 또 다른 기운이 들어와서 괴수를 괴롭히고 있다. 이 기운은 하코테 깝딴의 것이다. 하코테 깝딴의 기운은 괴수의 생체 에테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어떤 것이 적이고 어떤 것이 아군인지 모르게 된 에테르들이 우왕좌왕 하는 것이 느껴진다. 한 마디로 명령체계가 무너진 병사들을 보는 것 같다.
자, 이쯤되면 대전사들의 공격이 충분히 먹혀 들 때가 되었다.
그래, 그거지, 괴수의 목부분에서 커다란 에테르 방출이 느껴진다. 상처가 커서 생체 에테르가 빠져 나가는 것이다. 나는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어금니 괴수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확실히 알 수 있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어금니 괴수에게 커다란 공격이 성공했다. 물론 그 때마다 괴수의 생체 에테르는 급격한 감소를 보였다.
이젠 거의 잡은 걸까?
그런데 누가 내 어깨를 흔든다.
“남편, 이제 일어나. 은폐를 해야 한데.”
포포니다. 포포니가 나를 깨우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어금니 괴수가 거의 빈사상태에 빠졌다는 말이군.
나는 깊은 집중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눈 앞에 포포니의 얼굴이 있다. 나는 포포니에게 활짝 웃어 주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번 사냥은 쉽게 끝이 날 모양이다. 정말 다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