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54
화
사실 가우가우미 프락칸이 코알람 새끼를 길들인 것은 패밀리어와는 조금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그것은 종 자체를 변화 시켰다고 할 정도로 동물의 신체에 변화를 만들었다. 거기에 에테르를 이용하게 만든 것은 일종의 돌연변이 현상의 정점이랄 수 있을 일이다.
가우가우미 프락칸이 하늘 코알라들을 코알람으로 만든 것은 확실히 돌연변이로 새로운 종류의 동물을 만들어 낸 일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패밀리어는 그와 달리 동물의 신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신에 정신에 관여해서 종속시키는 그런 종류의 마법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종류의 마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종속이 아니라 친근감을 크게 느끼는 정도로 마법의 위력을 낮췄다. 대신에 주인과 패밀리어 사이에 정신적인 교감을 크게 해서 복잡한 의식을 전달하고 전달 받은데 문제가 없도록 하는데 더 힘을 썼다.
사실 그 덕분에 패밀리어 마법의 대상이 된 동물은 지능이 상당히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내가 만들어낸 패밀리어 역시 그 개체로만 봤을 때에는 세상에서 유일한 동물이 된 거라고 볼 수도 있다. 가우가우미 프락칸의 행동이 돌연변이를 만든 거라고 못마땅한 듯이 말하긴 했지만, 나 역시 같은 짓을 한 셈이니 누굴 탓할 자격은 없다고 내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불쌍한 실험쥐들을 모두 죽여서 처분을 해 버렸으니 그것들이 문제를 일으킬 일은 없을 거다. 남은 내 패밀리어인 주머니 쥐야 내가 관리를 하면 그만이다. 사실 그 녀석도 조만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별로 쓸모가 없으니 그냥 처분을 할까 하기도 했지만 패밀리어 마법을 완성하고 온전하게 패밀리어가 된 첫 녀석이라 그냥 살려두고 허브 기지에서 머물게 하고 있다. 주로 기지에서 생활하는 리샤에게 선물로 분양을 해 줄까 하고 고민중이기도 하다.
혼자 외로운 리샤에게 좋은 친구가 될 것도 같은데 두고 보다가 친해지면 권해 볼 생각이다.
뭐 포포니에겐 귀한 동물을 패밀리어로 만들어 주면서 리샤에겐 처치 곤란의 주머니쥐를 주려고 하니 좀 미안한 마음도 있어서 선뜻 그렇게 하자는 이야기는 아직 못하고 있다.
“음. 이름이 중요해.”
포포니는 패밀리어 마법에 걸려서 정신을 잃고 있는 여우 고양이를 보면서 아까부터 이름을 고민하고 있다.
“원래 뭐라고 부르는 동물인데?”
“웅, 이거? 나도 몰라. 아저씨들이 오래 전에 가끔 보였던 동물이라서 ‘큰 나무 여덟을 지키는 용감한 것’이라고 불렀어. 우리 발음으로는 키캇토곱따로? 이렇게 발음이 되는 거야.”
“그럼 그냥 부르기 쉽게 키캇. 이러면 되겠네.”
“우웅. 용감하다는 뜻이네? 그것도 좋겠다.”
“뜻이야 난 모르겠고. 그냥 발음으로만 키캇.”
“음. 그래도 부르기 쉽지 않은데, 그냥 캇? 칸? 그래 칸으로 하자. 키캇칸. 용감한 대장. 줄여서 칸. 대장.”
뭐 어차피 주인이 포포니가 될 거니까 뭐라 불러도 상관은 없다. 그런데 칸이면 어디서 많이 들었던 호칭 아닌가?
프락칸도 칸이잖아. 칸에 대장, 우두머리 뭐 그런 뜻이 있었던 거였어?
“자, 이젠 포포니가 잘 지켜보다가 깨어나면 눈을 맞추고 잘 대해 줘. 그럼 친해질 거야. 그러면서 조금씩 이 놈하고 정신적인 교류가 가능해질 거야. 처음 보는 사람을 각인해서 스스로 패밀리어의 마지막 단계인 정신 교류를 하도록 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사람에게 하면 위험해서 패밀리어 스스로 주인에게 정신 교류를 하도록 한 거니까 그렇게 알고.”
맞다. 사실 정신에 작용하는 마법은 될 수 있으면 인간에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 때문에 나는 패밀리어 마법도 그 주체를 동물로 만들었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일이 있어도 그것은 동물에게 적용이 되는 것이지 인간에겐 영향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원래 인간들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종족이니 어쩌겠나. 나도 그런 인간일 뿐이다.
칸은 순조롭게 포포니의 애완동물이 되었다. 사실 패밀리어라고 하지만 그걸 어디에 쓸까. 원거리 정찰이 가능하긴 하지만 칸만 멀리 혼자 보내서 정찰 따위를 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위험한 곳으로 칸을 데리고 갈 포포니도 아니고, 또 위험한 일을 시킬 포포니도 아니다. 그저 귀여운 애완동물 하나가 생겼을 뿐인 거다.
“그나저나 이거 걱정이네.”
“웅? 뭐가 남편?”
“데드존 말이야.”
“아웅, 잊어먹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움직이진 않고 있는데 죽지는 않았어. 아주 잘 버티고 있어.”
“회복하고 있는 거 아냐?”
포포니가 자기도 데드존의 이미지를 불러와서 살펴보며 묻는다.
창고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을 확인하는 기능으로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을 이미지로 떠올려서 살펴보는 기능은 듀풀렉이 창고로 만들어질 때부터 붙어 있는 옵션이다.
아마도 듀풀렉 데드존을 가지고 있는 텀덤이나 마샤, 리샤도 가끔 저 거대한 괴수의 상태를 한 번씩 살펴보곤 했을 거다.
나는 저 놈을 대회합에서 구경거리 겸, 사냥감으로 꺼내 놓을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냥 보기만 하라고 이야기를 해 두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니 저 삼등신 괴수를 대회합에서 처리를 하는 것은 그렇다고 치지만 만약 그 상황에서 사고라도 크게 나는 날에는 즐거운 이벤트가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인 거다.
거기다가 사실 나는 저 삼등신 괴수에게서 지식 코어를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어쩌면 몬스터와 코어에 얽힌 비밀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장모님께 부탁을 드리면 어떻게 가능성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러자면 일단 완벽하게 제압을 하거나 혹은 죽여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 과정에서 사고가 없어야 하는데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는 거라서 걱정이 되는 거다.
“괜찮아. 남편. 우리 아빠 같은 사람들이 엄청 많을 거야. 대전사만 수 백 명이 모일 거니까 괴수 한 마리 정도는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봐. 거기다가 미리 이야기를 하고 하는 행사에서 사고를 당하면 스스로 능력이 부족한 거니까 그게 문제가 되진 않아. 포포리의 일과는 전혀 다른 거야.”
처제의 경우와 다르다? 하긴 미리 주의를 주고 괴수를 꺼내 놓을 테니 사고가 있어도 원망을 내게 직접 하지는 못할 거다. 직접은 못하겠지. 그래 직접은.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것을 두고 사서 고생이라고 한다. 쓸데없는 걱정을 만들어서 하고 있다는 거다.
그래도 데드존 안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삼등신 괴수를 보고 있으면 슬금슬금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정말로 이토록 거대한 생명체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
키가 120미터다. 상상이 되는가? 이런 것이 움직이고 있는 거다.
타이탄도 8미터가 고작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등급 몬스터도 그 이상의 크기는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괴수급은 차원이 다른 거다. 100미터가 넘는 크기라니.
그럼 지역코어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나 대륙 코어를 지니고 있는 몬스터는 도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가히 상상도 되지 않는 수준이 아닌가 말이다.
물론 이제까지 부족 코어 이상을 지닌 몬스터가 난동을 피웠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하긴 괴수급이 바로 그런 녀석들이긴 하지.
하지만 이것들, 그러니까 괴수급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히 하급 헌터 때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거다. 그랬던 것이 남색과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를 넘어서 이제 괴수급을 접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 지역 코어급 몬스터를 상대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런 것이 직접 행동에 나서면 누가 그걸 막을 수가 있을까. 아마 그걸로 데블 플레인 전체가 에테르 기반의 몬스터들 세상이 되고 말지 않을까?
“무슨 생각 해? 남편?”
“응? 아니야. 그냥 잠시 헛생각 좀 했어. 그나저나 이제 며칠 안 남았네? 장모님 무슨 말씀 없으셨어?”
“응응. 내일이나 모래 떠나면 될 거라고 하셨어. 어차피 대회합은 오래 하는 거니까 사람들 다 모이려면 한 달도 더 걸릴거라던데?”
하긴 그렇기도 하겠다. 날짜와 장소를 정해 뒀다고 해도 분명히 일찍 도착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또 늦게 도착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행사는 당연히 대충 모두 모였다는 판단이 설 때에나 시작이 되는 거겠지. 그러니 장모님도 서두르지 않으시는 걸 테고.
그나저나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모일까? 사뭇 기대가 된다.
타모얀 종족의 대회합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