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55
화
15명 정원의 부유선 두 대가 하늘을 날고 있다.
부유선에는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수상 마을의 이크아니 프락칸, 하늘호수 마을의 가우가우미 프락칸과 거우거우미 프락칸이 한자리씩을 차지하고 있고, 그 남는 자리에 대전사들이 앉았다.
물론 조종간은 내가 잡았고, 내 옆자리는 당연히 포포니의 차지다.
다른 부유선은 텀덤과 마샤가 함께 타고 있고, 거기에는 세 마을의 대전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원래는 이렇게 많은 대전사들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만약의 경우 마을을 보호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몬스터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이 많이 줄어들었다.
세 마을은 듀풀렉 게이트로 연결이 되어 있고, 또 툴틱으로 서로 정보를 주고받거나 혹은 위급 상황에 도움을 청할 수가 있다. 그러니 세 마을에 적당한 숫자의 대전사만 남아 있어도 서로 도와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거기다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 되면 부유선에 있는 대전사들이 리샤가 있는 하늘호수 마을로 이동이 가능하다.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해서 리샤가 하늘호수 마을에 남아서 이동식 듀풀렉 게이트의 출구 역할을 해 주기로 했다. 그런 대비를 다 해놓고 떠난 길이라서 부유선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홀가분한 표정들이다.
언제부턴가는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들을 구경하는 것이 꼭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같은 느낌까지 준다.
부유선은 동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날아가는 중이다.
원래 북쪽 산맥 너머는 선주민들의 영역에서 제외되어 있었고, 그 이외의 장소 전체를 대상으로 타모얀들이 모이기 쉬운 중앙 지역을 찾다가 결국 대륙의 중앙에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가 대회합의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정확히 언제부터라고 알려진 것은 없지만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종족의 화합을 위해서 일정 기간마다 돌아가며 대회합이란 행사가 있었던 것은 확실했단다. 그 때는 세력이 강한 부족의 마을에서 종족 전체를 초대해서 회합을 하는 형식이었다고 한다. 그런다가 몬스터가 나타난 이후로 평화가 깨어지고 서로 생존을 위해서 아둥바둥하는 동안에 대회합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었고, 바람의 일족이나 물의 일족 같은 경우에는 그 세력이 확연히 줄어드는 바람에 독립적인 행보를 하기 시작하면서 도리어 대회합에서 빠져버리는 일도 발생했었다.
그 후로 대회합은 대지의 일족의 회합으로 이어지고 장소도 사막의 가운데로 정해지게 되었단다. 그래서 지금 우리들은 바로 그 사막의 오아시스를 향해서 가는 중이다.
사실 먼 거리기 때문에 훨씬 일찍 출발을 해서, 그것도 대전사들의 육체적인 능력에 기대어 달려가는 것이 보통의 방법이지만, 우리 일행은 부유선 덕분에 몬스터들을 만날 일도 없고, 계곡이나 산 같은 지형의 장애를 걱정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굉장히 편하게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오히려 대전사들은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을 곤혹스러워 할 정도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무료함을 이기지 못해서 몬스터를 일부러 찾아서 돌아다닐 정도로 생각이 없는 이들은 아니어서 어느 정도 바깥 구경에 질릴 무렵부터는 의자에 기대서 잠을 자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중에도 언제나 깨어서 밖을 살피는 사람이 있고, 그가 뭔가 특별한 구경거리를 발견하면 잠시 깨어서 왁자지껄 떠들다가 또 잠을 자거나 명상을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좋군. 사위 이것도 지원을 할 건가?”
“엄마! 지원이 아니라. 판매. 판매할 거야. 우리 이이가 무슨 텔론이 넘치는 줄 알아? 뭐가 지원이야 지원이.”
“포포니 너는 요즘 들어서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어째 엄마가 하는 말을 그냥 들어 주는 법이 없니?”
“엄마가 이상하잖아. 왜 우리 이이한테 몽땅 내 놓으라고 하는 건데?”
“요것아, 사실 사위가 우리 덕을 보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소리를 해? 응? 이번에 대회합에서 잘만 하면 사위가 우리 타모얀을 대표해서 헌터 연합과 이야기를 할 위치가 될 게다. 어떻게 보면 사위는 타모얀의 대표로 볼 수도 있는 위치가 되는 거야. 그게 다 누구 덕분인줄 알기나 하고 지금 니가 그렇게 까탈을 부리는 거냐?”
“헹, 그런다고 우리 이이가 이익보는 게 뭐가 그렇게 많다고. 어차피 그래봐야 우리 타모얀들 좋은 일이지 뭐. 우리한테 나쁘게 하는 건 하나도 없잖아.”
“그래. 그 말이야 맞는 말이지. 하지만 포포니 너도 조금 넓게 봐야 한단다. 네 남편이 풀어 놓는 것들이 엄청난 거란 사실은 우리도 모두 알고 있어. 그리고 그걸 우리가 구입해도 그 가치에 합당한 대가를 주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우린 네 남편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합은 아주 중요하지. 이번 대회합에서 어떤 성과를 얻느냐에 따라서 사위는 옴파롱 울룰루의 아들이 될 수도 있을 게다.”
응? 옴파롱 울룰루의 아들이면 장인어른인데? 그것도 첫째 아들이라고 했었는데? 내가 같은 아들이 되면 족보는 어떻게 하라고?
“정말? 우리 이이, 정말로 옴파롱 울룰루의 아들이 될 수 있을까?”
포포니는 그게 뭔지 몰라도 얼굴 가득 화색이 돈다. 뭐지? 울룰루의 아들인 것이?
“커엄. 사위, 그거 별것 없어. 그냥 우리 대지의 일족 전체와 관련된 일을 의논하고 결정할 때에 회의에 참가할 자격을 말하는 거야. 뭐 이를테면 일족의 인정을 받은 지도자 정도 된다고 봐야지.”
장인이 뒤에서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이란 듯이 설명을 해 주신다.
“아니, 그게 왜 별것이 없어? 그게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모이지 못하니까 그렇지. 만약 모두 모여서 일족이 힘을 모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어마어마한 자리가 되는 거지. 그것도 생각을 못해?”
장모가 장인을 타막하는 소리를 듣자니 목이 움츠러든다. 장모님은 장인어른보다 더 무섭다. 어째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대충 짐작이 되기는 한다. 대지의 일족의 지도자 정도의 대우를 받는 사람들을 옴파롱 울룰루의 아들이라고 부르는 모양이고, 그 첫째 아들이라면 뭐 회장? 의장? 그런 위치가 될 것 같다. 하지만 부족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현실에선 거의 힘을 쓸 수 없는 지위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나마 대회합 같은 행사가 있을 때에나 반짝하고 어깨에 힘을 줄 수 있게 되는 그런 정도?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듀풀렉으로 모든 대지의 일족, 아니 타모얀 종족이 교류를 하고 또 뭉칠 수 있게 될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종족 전체를 아우르며 이끌어 나갈 협의체나 지도부가 필요하고 그건 옴파롱 울룰루의 아들들이 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건 지위를 내게 주겠다고 하시는 거다. 사실 나는 장인, 장모가 그 정도 위치에 있으니 두 분을 살살 꼬셔서 일처리를 할 생각이었는데, 그걸 내가 직접 나서서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아닌가.
음, 이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를 잘 모르겠다.
사실 앞장서서 일을 하면 내 뜻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좋긴 하지만, 표적이 되기 쉽다는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표적이 된다는 것은 시기의 대상이 되거나, 반대 세력이 생기거나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상황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눈에 띄지 않으면 그럴 일이 없는데 타모얀 종족도 아닌 외부인이 사위로 대지의 아들로 인정받았다는 이유로 앞장서서 뭔가를 한다고 설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는 이들이 생길 확률이 높다. 그게 걱정인 거다.
“사위가 이번은 은폐 도구들을 마을마다 안겨 줄 것이고, 또 규모가 큰 마을들을 중심으로 듀풀렉 게이트도 설치를 해 줄 것이 아닌가. 거기에 그 큰 마을들에서 주변 마을과 오갈 수 있는 부유선을 제공하고, 하늘호수 분지에 안전한 대지를 제공하고 소규모의 일족들이 뭉쳐서 살 수 있는 마을을 건설해 주다는데 어느 누가 우리 사위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어? 그러니 충분히 울룰루의 아들이 될 수 있는 거야.”
“우웅, 그렇구나. 에헤헤. 으음. 그래도 울 남편 부담이 너무 많아. 듀풀렉이나 부유선 만드는 거 쉬운 일이 아니란 말이야. 재료도 엄청나게 들어가고, 그 재료는 다른 곳에서 가지고 와야 해서 음, 텔론 많이 드는데. 코어도 많이 있어야 하고….”
포포니가 좋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지금까지 쓴 비용을 걱정하며 울상을 짓는다.
“알았어. 요것아.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걸 몽땅 공짜로 내 놓으라고 하겠냐? 이번 대회합에서 적당히 주머니들 풀라고 하마. 사위에겐 제일 좋은 것이 코어일 테니까 코어를 좀 걷고, 또 혹시라도 지식 코어들 남은 것이 있으면 내 놓으라고 하지 뭐.”
“에헤헤. 역시 엄마가 최고야. 에헤헤.”
포포니가 뒤에 앉은 장모에게 살짝 안겼지만 장모는 냉정하게 포포니를 내 옆자리로 밀어 버린다.
“필요 없어. 이것아. 이럴 때만 최고? 지 남편 챙겨주면 그저 좋다고 헬렐레 하고 아니면 인상 잔뜩 쓰면서 덤비는 녀석이 무슨 엄마가 최고야 최고가. 흥!”
장모님은 그렇게 괜스레 삐진 듯이 콧방귀를 뀌시고 포포니는 다시 장모님께 달라붙어 아양을 부리는 일을 반복한다. 오랜만에 장모님과 포포니가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커엄. 사위는 이번에 조금 늘었군?”
“네? 아, 네. 조금 진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인 것 같습니다. 다른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를 얻지 못하면 더는 나갈 길이 없어 보입니다.”
나는 장인어른께 내 경지가 그랜드 마스터에 조금 못 미치는 곳에서 멈춰 버린 것을 이실직고 했다.
“그것 참, 자네의 그 오러 로드인가 하는 그거는 묘한 데가 있어. 음, 우리도 비슷하게 에테르를 사용하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자네완 많이 다르거든. 거기다가 자네는 에테르가 거의 없는 모성이란 곳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몸이 약하지. 그 오러 로드인가 하는 것이 말이야. 그래서 그래. 그걸 튼튼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그래서 거기에 맞춰서 에테르를 부드러운 성질로 바꿔야 운용이 가능하다니 그것 참….”
장인도 이제는 내 오러 로드의 문제를 정확하게 아신다. 그래서 도움을 주시기도 했지만 이젠 장인어른이 아무리 내 오러 로드를 괴롭혀도 진전이 없다. 장인의 에테르 샤워도 더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거다.
그래 에테르 샤워, 그거 말은 그렇지만 사실은 온 몸을 장인의 기운으로 공격해서 박살을 내는 그걸 말하는 거다. 정말 그걸 매일 당할 때는 죽을 만큼 힘이 들었었다. 뭐 이제는 그럭저럭 버틸 정도는 되고, 그것은 그랜드 마스터의 마음을 검을 어느 정도 방어할 능력이 생겼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마음의 검, 무형의 검을 막을 수 있다면 그랜드 마스터도 강력한 강기를 사용하는 전사일 뿐이다. 어떻게든 피하거나 도망가는 것은 가능하단 이야기다. 아직 이기는 것은 쉽지 않지만 뭐 디버프도 조금은 더 발전을 했으니까 승부는 싸워봐야 알 정도까지 나도 성장을 했다.
“남편, 사막, 저거 사막이지?”
포포니가 눈앞에 새로 나타난 지형을 보고 목소리가 커졌고, 부유선에서 졸고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깨어서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게 되었다.
풀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저기 멀리 모래의 바다가 보이고 있다. 사막이다. 이번 생에선 처음으로 보는 사막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