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6
화
“더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알아봐야 젝커씨도 불안해지기만 할 뿐이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전혀 생각이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제 붉은 색 등급을 사냥하는 초보에게 노란색은 과해도 너무 과하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래도 엄청난…”
“주제를 모르면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곳이죠. 여긴 데블 플레인입니다. 초보지만 저는 그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젝커씨. 이야기가 끝난 것 같습니다. 마침 우리 음식도 나오는군요.”
나는 그렇게 젝커에게 자리를 비울 것을 돌려 요구했다.
그리고 젝커는 내 말에 따라서 자신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가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의식적으로 관심을 끊었다.
얽혀서 좋을 것 같지 않았다.
만약 젝커의 말이 진실이라면 그는 욕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애초의 계획대로 그 정보를 누군가에게 팔고 이득을 챙기는 것이 좋다. 아니면 정보를 경매로 올려도 된다.
저 정도의 정보라면 꽤나 비싼 값에 팔릴 것이다. 그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저들 파티에겐 그것도 대박일 수 있다. 괜한 욕심으로 신세를 망치는 것 보다는 나은 선택일 것이다.
그거야 이젠 저들의 일이니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날이 밝고 우리는 장비 점검을 하고, 게리의 화살을 보충하고 또 휴대용 치료 세트를 채운 후에 고블린이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우리는 바이클을 타고 이동을 했지만 어느 정도 고블린의 영역에 가까워진 후에는 마토가 바이클을 끌고 걸었다. 그러면서 툴틱을 통해서 고블린이라는 몬스터에 대해서 정보를 확인했다.
렛맨과 크기는 비슷한데 약간 더 큰 인간형 몬스터로 단검을 주무기로 사용하고 원거리에서 바람총을 쏜다고 되어 있다. 바람총은 대롱 안에 침을 넣어서 훅 불어서 날리는 것을 말하는데 이들의 침에는 독성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 침은 어지간해선 방어구를 뚫고 들어오는 경우가 없으니 피부가 노출된 부분만 조심하면서 원거리 공격을 하는 놈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공략 방법으로 나와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는 원거리 공격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먼저 놈들을 발견하면 게리가 대롱을 든 놈들을 저격하는 거야. 물론 몬스터 약화는 걸어 줄 테니까 빨리 처리를 해야지. 그 사이에 몰려오는 놈들은 마토가 알아서 맡아. 그런데 게리가 처리해야 할 놈들과 마토 너의 사이가 멀면 몬스터 약화 기술이 걸리지 않을 거야. 이건 여러 곳에 펼치는 기술이 아니어서 범위 밖이면 어쩔 수가 없어. 마토 너의 능력으로 버텨야 해.”
“걱정 없어. 게리가 대롱 놈들 처리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그 놈들도 화살 하나면 끝장일 텐데 뭐.”
마토는 자신감을 보인다.
“그래. 렘리가 곁에서 도와주도록 하고, 시작하기 전에 일단 스티커부터… 잠깐.”
나는 고블린 사냥 계획을 이야기하다가 뭔가 근질거리는 느낌에 주변의 기척을 세밀하게 살폈다.
“손님이 있다.”
나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서 일행에게 경고를 했다.
“다섯 명이야. 어쩌면 젝커 일행일지도 모르겠다. 은밀히 따라온 것을 보면 좋은 의도는 아닐 것 같으니까 모두 스티커 준비해라. 무기에도 쓰고 방어구에도 써. 5분짜리는 준비만 해 두고 30분짜리는 지금 써. 방어구하고 무기에 전부.”
“으응? 알았어.”
“아까운데 쩝.”
뭐라고 구시렁거리면서도 모두들 스티커를 붙이고 돌기를 눌러서 작동을 시킨다. 살짝 은은한 빛이 장비의 겉면을 타고 흐른다. 자세히 보면 확인이 될 정도다. 30분 짜리는 겉으로 약간 티가 난다. 5분 짜리는 이보다 더 확실하게 빛이 겉으로 드러난다.
우리가 그런 준비를 하는 동안 놈들은 우릴 지켜보고 있다가 뭔가 이상을 느꼈는지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별로 적대적인 모습은 아니다. 무기도 전부 갈무리를 한 상태다. 그래봐야 검이야 뽑으면 그만이다.
“이거 미안합니다. 뒤를 밟아서.”
젝커가 순순히 미행을 했다는 것을 밝히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거기 서십시오. 할 말이 있으면 거기서 하십시오. 더 다가오면 위협으로 간주하겠습니다.”
나는 젝커 일행을 걸음을 멈추게 했다.
“아아, 그렇게 긴장하지 마십시오. 그저 다시 한 번 함께 사냥을 할 생각이 없는지 묻기 위해서 왔을 뿐입니다. 우리 동료들이 아쉬운 기회니 다시 한 번 설득을 해 보자고 하더군요.”
“생각 없습니다. 우린 그런 몬스터를 잡을 수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있으니 세이커님이 능력을 더해 주시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젝커는 정말로 나를 설득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
“생각 없다고 했습니다.”
잘라 말하면서도 나는 허리 뒤에 두고 있던 왼손으로 일행에게 신호를 줬다. 놈들의 기세가 바뀌고 있다. 저건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살의다. 죽이겠다는 의지 그것이 피어 오르고 있다. 젝커의 파티원들에게서.
“다시 한 번 생각을 커억!!”
“씨팔 싫다잖아. 싫다는데 뭔 말이 많아?”
저건 무슨 짓인지, 젝커의 파티원 중에 하나가 젝커를 찔렀다.
젝커는 입으로 피를 토하면서 앞으로 거꾸러진다.
“쳐, 죽여. 저 새끼만 남기고 모두 죽여버려.”
젝커를 찌른 놈이 젝커의 등에 그대로 단검을 남겨두고 검을 뽑아들고 소리를 지르며 동료를 끌고 우리를 덮쳐온다.
4:4다. 하지만 저들의 실력이 월등하다. 특히 앞장선 놈은 얼핏 검기가 실려 있다.
나는 검을 뽑아 들고 그 놈을 상대하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렘리와 마토가 각각 상대를 찾아 달린다. 하지만 게리는 도리어 거리를 벌린다. 그는 벌써 활살을 먹이고 시위를 당기는 중이다.
“뭐야? 정신 능력자란 놈이 칼을 들고 설쳐?”
뭐라고 떠들건 그건 나와 상관이 없다. 나는 오러를 끌어 올려 검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일격을 사용해서 나불거리는 놈을 향해 휘두른다.
놈은 급하게 내 검을 막는다. 그래도 실력은 있는지 흐릿한 검기를 품은 검이 내 검의 경로를 정확하게 막아 온다.
차캉!
“윽, 뭐야?”
놀란 모양이다. 강력한 일격 기술이 포함되어 있으니 평범한 칼질은 아니다. 대비하지 않은 손에 충격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놈이 놀라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검을 휘두를 뿐이다.
내가 비록 익스퍼터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검술 실력이 어딜 가는 것은 아니다. 몸에 완전히 익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전장에서 검을 휘두르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차창, 차캉. 파캉.
서로 주고 받는 공수가 날카롭고 살벌하다. 하지만 검술로 놓고 보면 내가 우세하다.
“이 놈이! 죽어! 죽어! 죽어!”
쾅쾅쾅쾅!
크윽 아주 지랄을 한다. 이건 강력한 일격의 연속 공격이다. 이것도 기술 중의 하나다. 물론 기본 기술은 아니라서 내가 익히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강력한 일격의 연속, 그걸 알면 적당히 흘려가며 막는 것도 가능하다.
젠장 그러고 보니 내 무기와 방어구에는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다. 다른 녀석들 신경 쓰다가 정작 내게는 신경을 못 쓴 결과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놈은 내 상대가 못 된다.
“커억!”
옆에서 비명이 들린다. 저건 마토다. 그렇지만 한 눈을 팔 시간이 없다. 눈 앞에 있는 놈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파파파파팡! 순식간에 대여섯 번의 찌르기가 놈에게 쏟아진다. 팔의 속도를 높인 탓이다. 어깨와 팔꿈치의 근육과 힘줄을 자극해서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오러 운용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중에 두 번의 칼끝은 상대의 어깨와 옆구리를 찌르고 나왔다.
“어헉!?”
하지만 그 그것이 끝은 아니다. 찌르기를 마친 검을 휘둘러 베기를 한다. 그것도 오러로 근력을 올린 상태에서 강력한 일격 기술을 더한 것이다. 이렇게 쓰면 일반 강력한 일격의 1.7배 정도의 위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