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66
화
사실 종족 소회의는 언쟁을 벌이고 싸울 일이 없었다. 장인과 나는 이미 이곳에 참가한 종족의 대표들에게 모두 하나씩의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해 줄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에서 너무 가까운 곳에 있거나 세력이 너무 약한 종족의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들은 하늘호수 분지에 새로 조성되는 선주민 거주구역으로 옮겨 살게 유도를 하기로 장인어른과 이야기를 맞췄던 부분이다.
어쨌건 내가 원하는 것은 하늘 호수 분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선주민 거주구역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다른 소규모 종족들을 하늘호수 분지로 데리고 올 필요가 있었다. 이 제3 데블 플레인의 모든 종족들은 그게 어떤 방식이건 간에 괴물이라 불리는 몬스터들의 기운을 본래 이 세상의 기운으로 되돌리는 비법 하나씩은 가지고 있고, 그것을 대대로 이어오며 행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나는 그런 이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놓으면 어떤 형상이 벌어질지 궁금했다.
대지의 일족이 땅을, 에치나기 일족이 산을, 마티아노가 초원을 훈산다커가 동물들을, 모라산 종족이 식물을 그 외에 다른 수 많은 종족들이 그 무언가든 제대로 보살피는 그런 땅이 있다면 그것은 괴물들, 즉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의 제3 데블 플레인의 모습이 아닐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어쩌면 하늘호수 분지에 그런 낙원이 만들어지게 될지도 모른는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흥분을 하게 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장인어른의 갑이다. 그래서 종족 소회의는 그 갑의 갑질로 듀풀렉 게이트의 설치 장소가 결정이 되고, 또 향후 교류에 대한 내용도 논의가 되었다. 아직은 조금 더 두고 보자며 관망을 하려는 이들이 몇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듀풀렉 게이트와 부유선이란 것에 홀딱 넘어가 버렸다. 그래서 나는 장인어른에게 회의를 맡기고 먼저 일어났다.
그런데 내 천막에 도착하기 전에 나는 손님을 맞이했다.
어디에 있는지 얼굴보기 어렵다던 러츠커라는 그랜드 마스터가 몇 명의 헌터들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커엄. 러츠커라고 하네.”
그는 매우 정중하게 나를 대했다. 그러니 나도 그에게 날을 세울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아직은 그랬다.
“세이컵니다. 명성은 일찍부터 듣고 있었는데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뭐 후배들이 워낙 치고 올라오는 속도가 빨라서 요즘은 그랜드 마스터니 하는 것도 별로 힘을 쓰지 못하지. 더구나 원주민, 아니 선주민이라고 한다지 요즘은? 그들 중에 그랜드 마스터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으니 나 같은 늙은이가 힘을 쓸 일은 점차 줄어들게 되는 거지.”
겉으로 보기엔 30데 처럼 보이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듣는 사람은 참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지. 이건 뭐 나이를 먹어도 늙지를 않으니 이런 것을 보고 있으면 과학의 쾌거라는 말이 별로 와 닿지는 않는다.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 물론 나도 영구 캡슐을 복용한 사람이니 그 혜택을 보겠지만.
“그래도 헌터들 사이에선 최고로 인정받는 세 분 중에 한 분이 아니십니까. 뭐 그런 분이 이런 자리에 나타나신 것이 조금 의외긴 합니다만.”
“그런가? 하지만 자네 이전에도 이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네. 헌터들 중에서 큰 꿈을 꾸는 이들이 없었을 것 같은가? 그래,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이지. 실력을 키우고 선주민들과 소통하며 그들을 배후에 두고 헌터 연합을 장악하고 미래에는 결국 헌터 연합의 힘으로 이 행성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생각 말이네. 그래서 죽도록 노력해서 실력을 쌓았는데 말이지.”
러츠커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별다른 감정이 담겨 있지 않다. 그저 약간의 쓸쓸함 같은 것이 담겨 있을 뿐이다.
“말씀하십시오.”
“그래, 그러지. 사실 내 노력은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네. 실력을 쌓아도 선주민들 사이에 가면 고만고만한 실력일 뿐이고, 제법 텔론을 모았다지만 그것도 한계는 명확하고, 내 밑으로 가르친 제자 같은 아이들이 제법 있다고 해도 결국 자네의 이알-게이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 거기다가 결국 듀풀렉 게이트라고 했나 거기에 이르러선 완패지 완패. 이건 어떻게 대안을 세울 방법이 없거든. 거기다가 괴수 사냥을 한다지? 벌써 몇 마리나 잡았다고 들었네.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 괴수를 잡은 적도 없고, 잡히는 것을 본 것도 얼마 전에 여기서 처음으로 봤다네. 충격이었지. 그 후로는 완전히 의욕 상실이지. 오늘은 그저 자네 얼굴이나 보면서 신세 한탄이라 하려는 것일 뿐이네.”
“연합, 헌터 연합을 배후에서 움직이는 분이 러츠커 님이 아니었습니까?”
나는 말을 돌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괜한 말장난을 할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다.
“연합은!”
러츠커는 힘주어 한 마디를 하고 잠시 뜸을 들였다.
“정확하게 셋으로 나뉘어 있네. 하나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이들이고, 다른 하나는 탁테드를 중심으로 하는 이들이고, 나머지 하나는 프로커가 차지하고 있지. 탁테드는 전에 봤지? 그 사람은 정말 헌터를 위한 연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 일종의 중립파야. 그리고 프로커, 그 사람은 골수 모성파지. 모성에 대한 충성심이 굉장한 사람이라서 데블 플레인의 헌터와 일개미들은 모성을 위해서 열심히 자원 획득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야. 물론 모성을 위해 약간의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엽합의 정책을 유지하려는 인물이지. 그래서 탁테드와 많이 다투는 편이야. 나? 나야 뭐 연합을 이용해서 이 행성을 손에 쥐려는 야심가 정도 될까? 그러자면 헌터들의 도움이 필요하니까 주로 탁테드와 손을 많이 잡는 편이지. 물론 프로커의 도움이 필요하면 그의 손을 들어 줄 때도 있고. 나는 그래서 박쥐야.”
“그런데 어째서 탁테드 님이 중립이지요? 반대파로 분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나는 그게 이상했다.
“이제 자네가 있잖은가. 자네가 있으니 프로커의 적은 자네야. 그러니 탁테드는 중립이 되고, 자네는 선주민파, 혹은 데블 플레인파가 되고, 모성파와 대립을 하게 되는 거지. 하핫 어떤가 내 판단이, 정말 그럴듯 하지 않은가?”
이 늙은이 그러면서 얼렁뚱땅 기세를 끌어 올린다. 뭐 그래도 견딜만은 하다. 내가 장인어른께 당한 것이 얼만데 이런 수준에 당황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아무렴.
“호오? 제법 실력도 있는 겐가?”
“붙어 보시렵니까? 대전사 한 둘 정도는 어떻게든 할 능력이 있습니다만?”
꼬리 말고 엎드릴 내가 아니지. 죽어도 할 말은 하는 거거든. 거기다가 여기서 일을 벌이게 되면 러츠커? 당신은 얼마 가지도 못하고 모래에 묻힐 거야. 나를 어떻게 했건 못했건 말이지.
“그런가? 하긴 요즘 젊은 사람들도 늙은이 못지않게 숨겨 놓은 패가 하나씩 있더군. 그럼 다행이지. 적어도 어디서 비명횡사 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나는 마침 곁에 아름다운 부인도 없고, 덩치 큰 친구도 없기에 너무 방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했더니 그건 아니군. 제법이야. 정말 제법이야.”
러츠커는 뭔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머금고 있다. 뭐야 이 사람은?
“나중에 보게 되면 잘 좀 챙겨 주시게. 이제 늙어서 그런지 어디 몸을 눕힐 곳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단 말이지. 정착을 할 때가 된 게지. 하하하. 그럼 다시 보세.”
러츠커 양반은 그렇게 가버렸다. 뭔가 중요한 것을 빼놓고 겉만 핥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이지만 가는 사람을 붙잡을 수도 없다.
“우웅. 못된 늙은이.”
“어? 포포니 언제 왔어?”
“웅, 지금.”
“저 늙은이에게 집중을 하고 있느라고 울 마눌이 가까이 오는 것도 몰랐네. 에이그.”
나는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포포니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에헤헤, 저 늙은이가 러츠커지? 실력이 좋은 것 같아. 응응.”
“그래. 그런데 왜 날 보고 갔는지를 모르겠어. 별 알맹이도 없는 이야기만 하다가 갔거든. 나중에 또 보자는 말만 하고 말이야. 제법 야망이 컸던 사람 같은데 지금은 그 야망도 눈에 보이지 않았어.”
“포기했거나 숨겼거나? 응응 그런 거지 뭐. 숨겼으면 더 위험한 사람이야.”
포포니는 확실히 묘한 여자다. 이럴 때는 굉장히 예리하게 사람과 상황을 살핀다.
“우웅, 아! 큰일!”
“뭐가? 왜?”
“음식하다가 불 안 끄고 나왔다. 어떻게 해!!”
포포니가 파다닥 천막을 향해 달린다. 저럴 때는 영락없는 푼수다. 그래서 매력이 넘치는 여자기도 하고.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