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67
화
바쁘다. 바쁘다. 정말 바쁘다.
나는 대륙 전체에 예순다섯 개의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해야 한다. 그것도 대륙 전체에 골고루 퍼지도록 해야 하니 엄청난 거리를 돌아다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수가 없다. 일단 먼저 하늘호수 분지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나는 모라산 마을에서 분지로 통하는 새로운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했다. 이로서 모라산 마을은 거점 도시와 타모얀 대지 일족의 마을 그러니까 우리 처가가 있는 마을, 그리고 하늘호수 분지의 새로운 마을까지 도합 세 곳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가진 마을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처가 마을도 이크아니 프락칸의 수상마을과 모라산마을, 그리고 하늘호수 마을을 연결하는 세 개의 듀풀렉 게이트를 가지고 있다. 그 외엔 대부분 한 곳으로 연결되는 게이트를 가지고 있을 뿐이고 그런 곳도 거점도시의 이알상점에 하나, 그리고 수상 마을과 하늘호수마을에 각각 하나씩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젠 한 곳에 예순 여섯 개의 듀풀렉 게이트가 설치되는 대역사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을을 건설하기 위해서 이알-게이트의 많은 기술자들이 하늘호수 분지로 들어왔다.
옴파롱트.
새롭게 건설되는 도시의 이름은 세상의 중심이란 뜻을 가진 선주민들의 언어. 옴파롱트로 결정이 되었다.
옴파롱트의 중심은 게이트 광장이다. 원을 그리며 둘러서 있는 듀풀렉 게이트 건물이 거대한 광장을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고, 게이트가 들어 있는 건물들 앞으로는 게이트가 열리는 부분이 넓은 원형의 돌판으로 구별되게 만들어진다. 그런 건물이 예순여섯 개가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가게 될 예정이라 광장은 차후에 땅콩 모양으로 확장이 가능하도록 여유를 두고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 그 광장에서 몇 개의 도로가 방사형으로 뻗어가게 건설이 되고, 그 도로 옆으로 많은 건물들이 지어질 예정이었다. 주로 시장이나 상점, 여관 등의 건물들이 세워질 예정이었다.
옴파롱트는 미래에 거대한 교역도시로 발전시킬 예정이기 때문에 그런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도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아무튼 나는 가장 먼저 예순여섯 개의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하고 그 게이트를 보호하기 위한 간이 건물을 세우는 것을 보고나서 곧바로 몇 대의 부유선을 대륙 곳곳으로 날려 보냈다. 그 부유선들 중에 어떤 것은 수상마을에서 출발을 했고, 어떤 것은 처가가 있는 마을에서, 어떤 것은 거점도시와 모라산 마을에서 출발을 하기도 했다.
텀덤, 마샤, 리사, 포포니가 각각 몇 명의 대전사들과 함께 짝을 지어서 대륙으로 퍼져 나간 것이다.
사실 내가 직접 포포니와 함께 부유선을 타고 유유자적 돌아다니며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하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지만 그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길 위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의견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이동용 듀풀렉 게이트가 있는 네 사람이 먼저 떠나고 나는 여유 시간에 내가 할 일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옴파롱트가 어느 정도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난 후, 나는 오늘 포포리 처제를 데리고 제2 데블 플레인에 가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잘 할 거라고 믿는다. 어쩌면 네 운명의 짝을 거기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장모님은 포포리 처제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처제에게 걸어 주신다. 색깔이 있는 작은 돌들을 엮어 만든 목걸이로 장모님 목에 몇 개가 걸려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처제에게 주시는 거다. 뭔가 의미가 있지 싶지만 알 수는 없다. 처제는 그저 담담하게 장인 장모님께 인사를 하고는 내게 떠나자고 재촉을 한다.
제2 데블 플레인으로 가는 게이트는 일정 간격으로 열리게 되어 있다. 그러니 그 시간에 맞춰야만 제2 데블 플레인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몬스터 대란이 일어났을 때 전멸했던 도시에 설치를 해 둔 것인데, 스추알라가 그 도시를 확보해 두겠다고 했으니 이번에 나와 처제가 가게 되면 아마도 그 도시에는 스추알라의 부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뭐 언제 간다고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가겠다고 툴틱으로 암호를 남겨 뒀으니 스추알라가 그것을 봤다면 부하들에게 언질을 해 줬을 것이다.
그나마 그쪽에는 어느 정도 툴틱이 보급되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물론 다른 행성에 있는 툴틱 사용자는 실시간으로 통신이 되진 않는다. 다만 한 번씩 플레인 게이트가 열리면 엄청난 정보를 담고 있는 신호가 그 게이트를 넘어서 전달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전달된 정보는 툴틱의 정보를 제공하는 컴퓨터에 담겼다가 다시 플레인 게이트가 열릴 때마다 개개인의 툴틱으로 전달이 된다. 그나마 같은 행성 내에선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가 전달되는데 플레인 게이트를 넘어야 하는 경우는 플레인 게이트가 열려야만 정보도 전달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스추알라가 있는 제2 데블 플레인에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려면 적어도 하루, 길게는 이틀이나 사흘이 지나야 정보가 전달된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그 정도 여유는 두고 어떤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는 말이다.
뭐 그래도 하코테 대신에 우리쪽의 프락칸을 데리고 간다고 했는데 환영을 엉망으로 하지는 않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자, 그럼 가겠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친구에게 잘 이야기를 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가는 전사들도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맞다. 이번에 처제와 함께 세 명의 대전사가 간다. 하늘호수 마을에서 한 명이 자원했고, 처가 마을에서 두 명이 나왔다. 그들은 사실 이미 처제에 대한 원망은 모두 잊었다고 했다. 그래도 처제가 벌을 받아서 먼 곳으로 간다고 하니 호위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그들은 처제를 프락칸으로 인정하고 처제가 새로운 곳으로 분가를 해서 대지의 일족 마을을 건설하는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니 앞으로 마을의 프락칸으로 처제를 대할 것이고 세 대전사들은 그 마을의 구성원 역할을 할 거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처제는 제2 데블 플레인 행성에서 새로운 타모얀 대지의 일족 마을을 건설하는데 성공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후에 두 행성간의 교류가 정식으로 시작되고 행성간의 이동이 쉽게 이루어지는 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최초로 제2 데블 플레인에 이주민 마을이 생기게 될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바로 포포리 처제가 프락칸으로 있는 마을 말이다.
“잘 다녀오너라. 네가 언젠가 돌아올 것을 믿는다.”
장인어른도 딸을 멀리 보내는 것이 마음이 아픈지 슬쩍 고개를 돌리신다.
“자, 그럼 들어갑시다.”
나는 마침 허브 기지에 활성화된 제2 데블 플레인의 게이트 입구에 내가 가지고 있는 듀풀렉 게이트의 입구를 붙여서 열었다. 이제 게이트로 들어가면 모두들 제2 데블 플레인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게이트로 들어가며 보니 장모님께서 참았던 눈물을 흘리시고 장인어른이 장모님을 안아주고 계신다. 나도 괜히 마음이 울적하다.
하지만 제2 데블 플레인에 도착한 순간 그런 기분은 말끔하게 가셨다. 게이트를 벗어나 일행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서니 눈앞에 스추알라와 그의 부하들의 모습이 보인 탓이다. 그 바쁜 스추알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어서 오게 나 친구. 오랜만일세.”
“이건 의외의 환영이로군. 자네같이 바쁜 사람이 이런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정말 의외야.”
“하하핫,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자네가 온다는데 당연히 마중을 나와야지. 아무렴.”
음 이 녀석이 이렇게 나오는 건, 뭔가 나한테 얻어낼 것이 있다는 말이지?
“자자, 여긴 내 처제일세. 자네들이 깝딴이라 부르는 이들과 비슷한 능력을 지녔지. 전에 이야기했지? 우리 프락칸들 중에서 대지의 프락칸은 대지의 괴물의 기운을 대지로 돌려 보내서 그 기운을 되살리는 일을 한다고 말이네. 여기 우리 처제가 그런 프락칸이지.”
“그렇군. 전에 봤던 제수씨와 많이 닮았군. 그런데 처제를 이곳으로 데리고 와도 되는 것인가?”
“무슨 말을. 자네가 여동생을 보냈으니 나도 그에 준하는 친인척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처제에게 어렵게 부탁을 했고, 장인 장모께서도 겨우 허락을 하셨지. 그리고 저기 있는 셋은 대전사들이네. 우리 처제를 보호하기 위해서 왔지.”
“그렇구만. 엄청난 실력자들을 호위로 데리고 올 정도라니 대단하군.”
스추알라 녀석 조금 기가 죽었다. 딱 봐도 대전사들의 기세에 눌린 것 같은데? 하긴 저들 정도의 실력이면 이곳 제2 데블 플레인에서도 정말 엄청난 실력자들이지. 이곳에선 큰 마을에 한 명 정도가 대전사인 것 같으니까 말이지.
“자자, 어서 이리로 오게. 그리고 거기 손님 분들도 이리로 오시오. 내가 초라하지만 연회 준비를 해 뒀소이다. 자자 어서 이리로.”
스추알라가 앞장서서 우리를 이끈다. 이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스추알라는 이곳의 대표이고 최고 우두머리가 아니었나? 그런데 그런 인물이 앞장서서 안내를 한다? 이건 확실히 이상하다.
음, 뭐가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