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69
화
아무튼 세 족장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것이 전부였던 모양이다. 즉 듀풀렉 게이트와 부유선 은폐 도구를 보급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자리를 마련했다는 듯이 대충 할 말을 마치고는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래서 당연히 그 후는 스추알라와 실무 협의를 하게 되었다.
“듀풀렉 게이트 20세트. 그게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최대한이야. 거기에 부유선은 열 대 정도. 한 대에 열 다섯 명이 탈 수 있는 거지. 마지막은 은폐도구는 조금 여유가 있게 만들 수 있을 거야. 200개에서 300개 정도가 될 것 같군.”
나는 내가 줄 수 있는 최대 숫자를 이야기했다.
“좋아. 그렇다고 하고, 비용은 얼마나 되지?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코어 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지?”
“그거야 나도 알아. 그런데 말이야. 깝딴 몇 명 더 지원해 주면 안 되나? 깝딴이 다른 것은 몰라도 괴수를 사냥하는데는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더군. 하코테 깝딴과 함께 괴수를 두어 마리 잡아 봤는데 깝딴의 능력과 우리 쪽의 능력이 더해지니 상승효과가 있더군.”
“전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깝딴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족장님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의견을 물어 볼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는 사람들이야.”
전에 보니까 어느 정도 말발이 먹히는 것 같더구만. 족장이나 스추알라 정도가 나서서 부탁을 하면 들어 줄 깝딴이 제법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난색을 표한단 말이지. 뭔가 내가 모르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좋아. 그렇다면 뭐 하는 수 없지. 깝딴을 몇 분 더 모실 수 있다면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부유선이나 듀풀렉 게이트 몇 개는 싸게 줄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좋아. 듀풀렉 게이트는 이렇게 하지. 일단 제작 비용으로 보라색 등급의 코어 40개나 보라색 등급의 화이트 코어 두 개로 하지. 부유선은 그보다 조금 더 비싸니까 딱 두 배, 마지막으로 은폐도구는 큰 건물 하나를 숨길 수 있는 정도로 해서 보라색 등급 코어 하나로 하면 되겠군. 이 정도가 내가 자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야.”
나는 그렇게 가격을 매겼다.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는 대전사가 아니면 잡기 쉽지 않은 것인데 듀풀렉 게이트 하나를 열기 위해서 코어 40개를 마련해야 한다면 꽤나 부담이 될 것이다. 코어 800개? 그 정도를 가지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필요한 우선순위에 따라서 숫자를 조절하겠지.
“으음. 그럼 말이지. 실버 코어는 어떤 가치로 교환이 되나?”
어? 이건 대박인데?
“그건 보라색 등급의 화이트 코어 20개와 교환이 될 수 있지. 워낙 귀한 것이니 그 정도는 해 줘야하지 않겠어? 사실 가치로 따지면 그 절반도 되지 않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사용을 하려는 것이고, 또 내가 쓰게 되면 가치가 상승하는 부분도 있으니 친구에게 제대로 가치를 계산해 줘야겠지. 실버 코어라면 그것 하나로도 듀풀렉 게이트 열 쌍을 주지. 대신에 흠이 없는 것이어야 하네.”
“으음. 그게 그렇게나 가치가 있는 것인가?”
“내가 알기로는 보라색 등급의 화이트 코어의 열 배 정도로 교환이 가능할 거라고 보네. 하지만 아까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내가 쓰면 그보다 더 큰 가치로 쓸 수 있을 거라서 내 기준의 가치를 이야기 한 것이네.”
내 말에 스추알라는 감격스런 표정을 짓는다. 우아 절대 적응이 되지 않는 표정이다. 그 우락부락한 얼굴로 감격이라니.
스추알라가 와락 내 손을 잡고 흔든다.
“정말 자네는 내 진정한 친구일세. 헌터 놈들은 실버 코어도 그저 화이트 코어 두어 개의 가치로만 계산을 하려고 하지. 그렇게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네. 열 배의 가치? 그런 소린 들어본 적도 없다네.”
역시 헌터 놈들은 선주민을 무슨 호구로 알고 벗겨 먹으려고 드는 것 같다. 나쁜 놈들.
“부족장님께 이야기해서 자네에게 실버 코어를 열 개 주도록 하겠네. 그것으로 모든 계산을 마무리 할 수 있겠지?”
이런 실버 코어를 열 개나 지니고 있어? 그걸 왜 가지고 있지? 정화의식을 해서 기운을 되돌리면…
맞다. 이 놈들은 그걸 못한다. 아직 프락칸 같은 능력이 없는 거다. 몬스터 자체를 자연의 기운으로 돌리는 능력은 있는데 코어나 사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상태의 몬스터에게만 가능한 것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코어가 남아도는 것이다. 코어를 가지고 있어도 쓸 곳이 없으니 모아두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봐 스추알라. 이건 정말 중요한 거다. 내가 있는 곳의 프락칸들은 몬스터의 사체와 코어를 다시 자연의 원래 기운으로 돌리는 능력이 있다. 내 처제인 포포리 프락칸도 그게 가능하다. 이게 무슨 소린지 알겠나? 그렇게 정화된 대지에는 더 이상 몬스터가 나타나지 못한다. 물론 그게 몇 십년이 지나면 다시 몬스터들의 기운에 오염이 되지만 그걸 막기 위해서 프락칸이 일정한 기간마다 정화 의식을 펼쳐주면 정화된 땅이 유지된다. 이것은 프락칸들이 모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코어들을 정화에 사용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농사를 짓고 수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인가?”
“그게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가 그것이다. 우리가 헌터와 거래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우리는 몬스터를 몰아내고 땅을 차지한다. 하지만 결국 그 땅에서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 몬스터가 사라지고 시간이 흘러야 겨우 농사가 되기 시작하는 거다. 그래서 우린 언제나 식량이 모자라다.”
제2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이것이었어? 이걸 잡고서 헌터들이 패악을 부리는 것였어? 그럼 그걸 해결해 줄 수 있으면 헌터 연합은 완전히 끝장나는 거네? 선주민들이 더 이상 코어를 거래하지 않으면 꽤나 곤란한 상황이 될 테니까 말이지.
“이야기를 해라. 스추알라. 깝딴을 보내주면 나도 우리들의 프락칸을 파견하겠다. 프락칸들은 어떤 재물을 의식에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일정한 영역을 순식간에 농사가 가능한 땅으로 바꿀 수 있다. 특히 대지의 일족 프락칸은 그것이 가능하다. 우선 내 처제에게 정화 의식을 부탁해봐라. 그럼 알게 될 것이다. 대지가 살아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조금 과장되게 말했지만 뭐 정화 의식이 끝나고 나서 재물이 모자랐다고 하던가 아니면 너무 많아서 포포리 처제가 힘들어 모두 해결하지 못했다고 하면 될 일이다. 어쨌거나 정화가 되기는 할 테니 말이다.
“기다려라. 족장님들께 이야기를 하겠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코어들이 우리의 대지와 물과 하늘을 살리는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이야기하겠다. 그리고 친구가 대지를 되살릴 방법이 있다고 한 것도 분명히 전하겠다.”
어쭈 이 놈은 기회만 되면 나를 끌고 들어가려고 애를 쓰네? 짜샤 내가 언제 그랬어? 우리 프락칸들이 그런 능력이 다고 한 거지. 그리고 임마.
“스추알라. 아직 진정해라. 내가 처제를 데리고 온 이유가 뭐냐?”
“그거야 프락칸의 능력이 이곳에서도 사용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서…”
스추알라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일단은 한 번이라도 정화 의식을 하고 나서 족장들을 만나는 것이 순서다. 그러니까 일단 좀 서둘러서 정화 의식을 하도록 하자. 뭐 조금 거창하게 보라색 등급의 화이트 코어 두어 개 정도 놓고 정화 의식을 하자. 어떠냐?”
“준비하겠다.”
스추알라는 내가 말하는 좀 과한 제물에도 전혀 부담된다는 표정을 짓지 않고 답한다. 역시나 식량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땅을 되살려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에 혹해서 다른 조건은 따지지 않는 모습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