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72
화
나는 허틀러 지부장의 급한 연락을 받고 제5 거점도시의 헌터 연합 지부에 나왔다.
지부장이 나를 청할 때에는 보통 스티커 판매 때문에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스티커 납품을 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다른 문제로 나를 찾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긴장하고 지부장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거긴 뜻밖의 인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탁테드님, 고다비님. 두 분이 계실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만. 아무튼 그 때 이후로 처음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나는 탁테드와 고다비 그랜드 마스터에게 진심으로 반가움을 표했다. 저번 제2 데블 플레인의 몬스터 대란에서 저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또 저 둘과는 그렇게 큰 감정의 골이 있지도 않았다. 거기다가 러츠커 그랜드 마스터의 이야기로는 탁테드 그랜드 마스터가 헌터들의 입장에서 모성파인 프로커라는 그랜드 마스터와 대립하고 있다고 들었기에 어느 정도는 내 쪽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인상도 가지고 있다.
“반갑네. 일취월장은 자넬 두고 하는 말인 것 같군. 많이 늘었어.”
탁테드 그랜드 마스터가 내 수준을 짐작했다는 듯이 한 마디를 던진다. 하지만 이젠 안 속는다. 그래봐야 무슨 상관인가 그랜드 마스터가 당장 나를 어떻게 할 수 없으면 나도 죽지 않고 살아날 자신이 있는 몸이다. 이젠 그랜드 마스터 한 두 명 앞에선 나도 쫄지 않을 수준이 된 것이다.
“워낙 가르치는 분들이 뛰어나신 분들이니까요.”
나는 장인을 비롯한 타모얀의 대전사들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래. 그래서 그 까흐제가 자넬 무척 미워하지.”
“네?”
나는 갑자기 튀어나온 까흐제란 이름에 깜짝 놀랐다. 여기서 까흐제가 왜 나오지?
“자넨 모르겠지만 까흐제 그 사람은 강해지는 것에 대한 집착이 무척 강한 사람이지. 나와 러츠커, 프로커를 제외하면 아마도 이곳 행성의 헌터들 중에서는 가장 강한 사람이 그 사람일 거야. 뭐 우리 셋 때문에 더욱 강해지려는 욕망이 커진 것이기도 하겠지.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데 위로 셋이나 되는 강자가 있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수모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래, 나하고 그 까흐제하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 사람이 속이 좁아. 그래서 인재를 보면 가만히 두지 않는 사람이지. 곁에 두고 망가지게 하거나 혹은 심하면 해코지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거든. 그런데 자넨 까흐제의 손에서 벗어났지. 거기다가 훌륭한 스승을 만나서 일취월장하고 있지. 그러니 그 속 좁은 인사가 자넬 시기하게 된 거지. 이번에도 좋지 않은 곳에서 만났다던데?”
“뭐, 까흐제 그 양반이 자리를 잘못 찾아 온 거죠. 거기다가 먼저 시비를 걸다가 자기가 뿌린 물을 뒤집어 쓴 꼴이니 제 탓은 아니죠.”
“그 사람, 겨우 좋은 대련 상대를 찾았다고 기뻐했는데 그만 자네 때문에 상대를 잃고 말았지. 그래서 꽤나 화가 났더구먼.”
“아, 그렇습니까?”
그럼 그 양반 다른 목적이 아니라 그냥 대련 상대를 찾아서 지코테 그 양반이랑 어울린 거였어?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지코테 그 양반도 그렇게 손해를 보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난 지코테 그 양반이 까흐제를 통해서 헌터들과 연계를 가질 것이 걱정 되서 그 양만을 홀대했던 건데 말이지.
“뭐 그건 그 사람과 자네 사이의 개인적인 일이고, 우린 우리 이야기를 하지.”
까흐제 이야긴 별 것 아니란 말이지? 그래 이 양반들이 나를 찾아 온 이유는 당연히 타모얀 종족의 대회합에서 있었던 일이 소문이 났기 때문이고, 그동안 그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해 보고 결과를 가지고 왔다고 봐야 하나? 반응이 좀 느린 것 같기도 하고.
“말씀하십시오.”
나는 두 그랜드 마스터를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상태에서 허리를 곧게 세우며 말했다. 이제부터 정말 진지한 협상이 시작될지도 모른단 말이지.
“듀풀렉 게이트 상용화에 성공을 했더구만.”
어이구 직구를 던지시네?
“아직입니다. 아직 몇 만 개를 만들어야 하나를 성공합니다. 그런데 그 성공한 하나를 가지고 응용을 해서 수를 좀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뿐입니다. 사실 편법을 좀 쓰는 거지요.”
“그런가? 그래도 이전보단 훨씬 많은 수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 같더구만.”
“맞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회합에서 그런 약속을 할 수는 없었겠지요.”
“그런데 자넨 그걸 선주민들에게만 보급을 할 생각인 건가?”
“헌터 연합의 도시에도 설치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라면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만.”
“어째선가?”
와아, 이러다가 탁자가 가루가 되겠네. 뭔 기운을 그렇게 끌어 올리고 그러십니까? 옆에서 고다비 님이 열심히 말리지 않습니까.
“헌터 연합이 저와 제가 운영하는 이알 상점에 대해서 적대적인 행동들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어떤 의미에선 헌터 연합은 제겐 불편한 존재지요.”
“불편하다?”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일개미 출신입니다. 그러다보니 헌터 연합에서 하는 일처리가 상당히 불합리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일개미들이 고생하는 것도 그렇고, 헌터들이 목숨 걸고 얻은 수확에 대한 비용 처리도 그렇고 말입니다. 어쩐지 데블 플레인 내에 있는 일개미들과 헌터들을 울타리에 가둬 놓은 노예 취급을 하는 것 같더란 말입니다. 착취도 이런 착취가 없지요.”
“말 다 했나?”
“아직 남았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뭘 원하나?”
“다른 식민 행성에 이알 상점을 내는 겁니다.”
“뭐라?”
“우리가 얻은 물건을 우리가 팔겠다는 거지요. 물론 수입도 우리가 합니다. 그 문제에 연합이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닙니까? 헌터들이 스스로 살 길을 찾겠다는데 헌터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합에선 당연히 지지해야 할 일이지요.”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 플레인 게이트를 저들이 쥐고 있는 이상은 밖에서 어떤 거래를 하더라도 결국은 플레인 게이트의 요금 변화에 따라서 빈손이 될 걸세.”
“그럼 그걸 이용하지 않으면 되겠군요.”
“뭐라고?”
“어머?!”
아, 젠장 말이 엇나갔다. 욱하는 기분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말았어.
“뭐, 굳이 플레인 게이트를 이용해서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상관 없습니다. 이 행성은 충분히 살만한 곳이니까요. 그리고 플레인 게이트가 닫힌다 하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자립할 정도의 능력이 있습니다. 저들이 플레인 게이트의 이용 요금으로 장난을 친다면 우리 스스로 게이트를 폐쇄하면 그만인 겁니다. 왜요? 여기서 못 살 것 같습니까?”
“자, 자네. 무섭구만.”
탁테드 그랜드 마스터가 이마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무슨 생각인 걸까? 왜 저렇게 긴장을 하지?
“무섭기는요.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생각을 해 보십시오. 저나 제 아내. 그리고 후에 태어날 아이들은 이 행성에서 살 겁니다. 그런데 굳이 다른 행성을 떠올릴 이유가 없지요. 모성이라도 플레인 게이트가 없다면 이 행성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실정 아닙니까. 사실 모성과 완전히 결별해도 아쉬울 것은 별로 없는 접니다.”
“그, 그렇겠지. 그럴 능력이 된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해. 하지만 말이야. 모성은 그리 단순하지 않아. 그들이 얼마나 엄청난 것을 숨기고 있을지는 아무도 몰라.”
“실체 없는 두려움일 수도 있지요. 아무도 본 적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까지 사서 할 이유는 없는 겁니다. 그리고 정말 모성이 이곳까지 어떻게 하려고 한다면 모성은 무사할까요? 이 행성에 탁테드님이나 고다비님과 같은 그랜드 마스터가 수십만은 있을 겁니다. 사실 모성이란 곳에 제 실력을 쓸 수 있는 그랜드 마스터 열 명만 들어가도 난리가 날 겁니다. 막을 수 있을까요? 또 막힌들 어떻습니까 수십만 중에 열 명일 뿐인데 말입니다.”
“모성으로 통하는 플레인 게이트는…..”
탁테드는 말을 하다 말고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내가 플레인 게이트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행성을 오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점치고 있을 것이다.
“모르겠군. 모르겠어.”
“그래서 제게 원하는 것이 듀풀렉 게이트를 헌터들의 거점 도시에 설치해 달라는 이야깁니까?”
나는 협상을 처음으로 되돌렸다. 그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는 협상이 아니라 그저 의견 교환이었을 뿐이다.
“맞아요. 우린 듀풀렉 게이트라는 그 혁신적인 이동수단이 각 거점도시마다 설치가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임시 거점 도시에도 설치가 되길 원하죠.”
탁테드가 입을 다물고 있자 고다비가 나섰다.
“지금 거점 도시가 열 하나로 늘었다죠. 거기에 통상적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4 임시 거점 정도에 하나씩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하자면 모두 합쳐서 스물 두 쌍 정도가 필요하군요? 만약 이걸 설치하면 당연히 그 관리는 우리 아알 상점이 하겠고. 그 이용 요금도 우리가 받습니다. 이건 인정하는 겁니까?”
“그래요. 그냥 설치만 되면 그걸 어떻게 이용하건 연합에서 간섭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우리로선 헌터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는 의도일 뿐, 거기서 어떤 이익을 챙길 욕심은 없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설치를 하고 운용을 하는데 전에 쿠나메처럼 탈취를 한다거나 하는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겁니까?”
나는 의도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 때는 두 사람도 있었으니 여기서 그런 일은 없을 거란 말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일 터, 무슨 대답이 나올지 궁금했다.
사실 어느 누구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특히 얼굴도 본 적이 없는 프로커라는 사람이 신경이 쓰였다. 모성파라고 하니 모성을 위해서나 모성의 기업들을 위해서 어떤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선주민 마을이야 그들도 손을 뻗기 어렵겠지만 거점 도시나 임시 거점에 설치된 듀풀렉 게이트라면 욕심을 부리는 일이 생길 것이 분명해 보여서 던진 질문이기도 했다.
“자기 것은 자기가 지키는 것이지. 누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건가?”
탁테드가 제법 강하게 나온다. 그런 일이 없을 거란 말도 아니고, 그냥 ‘니꺼 니가 지켜!’ 이런 말인 거다.
“그렇다면 힘을 좀 더 기를 때까지 기다리셔야지요. 보물을 가진 것이 죄라는 말이 있는데 그걸 함부로 내돌리면서 훔쳐가지 않기를 기대하긴 어렵겠죠. 어디처럼 든든한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렇지. 그러니까 협상은 또 원점임 거다.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