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76
화
뮤이네 행성인은 나나 포포니와는 또 조금 다른 외형을 지니고 있는 인류다. 그들은 전체 골격이 가늘다. 거기에 머리도 갸름한 타원형 공을 세워 둔 것 같은 모양인데 좀 많이 갸름한 모양이라 누군가는 방아깨비 종족이라고 놀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나와 포포니는 당연히 눈에 띌 외모다. 하지만 4급 행성에는 플레인 게이트가 주기적으로 열리고 그 때문에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지 뮤이네 행성인이 아닌 다른 행성의 사람들도 거리에 넘쳐나고 있었다. 그래서 나와 포포니도 별다른 시선을 받지 않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다.
“우웅, 여긴 이상하다.”
포포니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투정을 부린다.
“왜? 에테르가 없어서 답답해?”
나는 포포니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렇다. 데블 플레인이 아닌 다른 행성으로 나오게 되면 헌터들이나 데블 플레인의 주민들은 엄청난 괴리감을 느끼는데 그것은 에테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느끼는 박탈감과 상실감이다.
에테르가 없으니 평소에 쓰던 능력을 쓸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완전히 못 쓰지는 않는다. 에테르는 아주 미량이지만 우주 어디에나 있기는 하다. 그래서 능력을 쓸 수는 있다. 원래 능력의 백에 하나 정도의 수준으로 말이다. 하지만 나나 포포니는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다. 세상에 퍼진 에테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몸 안에 축적한 에테르를 사용하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본래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데블 플레인에서 보다는 오러 소비가 빠르고 또 빨리 회복이 늦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에테르를 사용하는 순간부터 세상의 과학 병기로부터는 거의 완전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단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마 이 뮤이네 행성에서 우리 부부가 마음먹고 난동을 부린다면 도시 몇 개는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도 우리가 도망가서 숨었다가 힘을 회복하고 다시 나선다면 뮤이네 행성에서 세울 수 있는 대책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에테르 기반 생명체가 두려운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다. 에테르란 에너지가 과학의 전기나 빛 에너지를 무력하게 만드는 성질이 있다는 점,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 에테르가 충만한 데블 플레인에서 이 엄청난 식민 행성을 가지고 있는 모성조차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게 아니라. 사람들이 이상해. 난 에테르 없이도 괜찮아. 남편이 가르쳐 준 거 있으니까.”
그야 그렇지. 그럼 왜?
“응? 그럼 뭐가 이상하다는 건데? 포포니.”
“음. 그러니까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다들 뭔가에 홀려 있는 것 같아. 별 것도 아닌 것에 몰두해서 스스로를 해치는 사람들 같아. 저 사람은 아까부터 저렇게 있는데 이상하잖아.”
나는 포포니가 가리키는 사람을 보고서야 포포니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포포니는 조금이지만 영혼을 보는 눈을 지녔다. 그래서 나를 선택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 눈으로 볼 때에 눈앞에 있는 이 거리의 뮤이네 사람들이 이상하기도 할 것 같다.
모두들 모성을 닮아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소비에 있다. 뭐든 화려한 것을 선호하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서 소비를 미덕으로 알고 산다. 그러다보니 포포니의 눈에는 쓸데없는 일에 정신이 팔린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이고 그것은 당연하게 포포니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다.
지금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행위들로 끝도 없는 소비에 흥청거리는 사람들의 세상이 포포니의 눈에 비치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병든 영혼을 지닌 사람들의 모습이 곁들여져 있겠지.
“아주 고대에 어떤 촌장이 그랬다고 했어. ‘숲의 마지막 나무가 쓰러지고 호수의 마지막 물고기가 죽은 후에야 너희가 나무와 물고기를 죽이고 지금 얻고 있는 것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라고 말이야. 그런데 남편, 여기 사람들은 왜 그 간단한 것을 모르고 살지?”
“그게 제일 잊기 쉽기 때문이고, 또 자신들이 죽을 때까지는 숲에 나무가 울창하고 호수에 물고기가 가득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지.”
“웅, 그렇구나. 그래서 우리하고 헌터들이 열심히 괴물을 잡아서 코어를 보내면 그걸로 저렇게 사는 거야? 응?”
포포니의 목소리에 약간 날이 서는 것 같다. 진정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
“뭐 조금은 보탬이 되겠지. 그리고 저들 말고도 사람들은 더 많아. 나도 모성에서 살았지만 저들처럼 산 것이 아니었어. 저리 가 보자. 그럼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포포니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면서 포포니의 관심을 돌리려고 노력했다. 포포니는 내 노력이 가상했는지 일단은 넘어가 주는 분위기다. 정말 다행이다. 포포니가 여기서 화를 내게 되면 정말 뮤이네 생성에 재앙이 닥칠지도 모를 일이다. 나도 그렇지만 그랜드 마스터인 포포니는 충분이 그런 능력을 지닌 존재인 것이다. 여긴 데블 플레인이 아니니까 말이다.
주머니쥐는 플레인 게이트가 열리는 곳에서 그리 먼 곳까지 가지는 못했다. 그랬으니 포포니와 내가 있는 곳은 당연히 뮤이네 행성에서 가장 번화한 곳일 수밖에 없다. 그런 곳에서 우리가 도착한 곳처럼 그렇게 인적이 없고 구석진 곳을 찾아낸 주머니쥐의 능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어쨌든 번화한 거리를 지나서 걷다보면 곧바로 명암의 대비처럼 나타나는 곳이 있다. 흥청이는 사람들을 상대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과학이 발달해도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고 싶은 심리는 여전해서 기계가 접대를 맡은 곳은 최하급의 가게들 밖에 없다. 그런 곳은 사람을 접대하던 이들이 휴식을 위해서 찾는 곳이다. 사람에게 서비스를 하던 이들이 그곳에서 기계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심부름꾼은 가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편하게 불러 부릴 수가 있다. 그런 것과 같은 이치로 유흥가에서 생계를 꾸리는 이들은 그 유흥가에서 가까운 곳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화려한 불빛 및에 있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골목을 따라 걸으면 어느 틈에 유흥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우웅, 이런 곳도 있어?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변하다니 신기하네.”
포포니가 감탄을 한다.
“그보다는 손님들이 온 것 같다.”
“손님? 저기 숨어서 다가오는 사람들 말이야?”
포포니의 목소리는 크다. 하지만 사람들은 포포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이런 곳에 타모얀 종족의 언어를 통역할 툴틱을 가지고 있는 이는 하나도 없을 것이고, 포포니의 툴틱도 하진 뮤이네 행성의 언어 정보를 받지 않았으니 말이 안 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 도착을 하자마자 툴틱 동조부터 시켰기 때문에 언어 문제는 해결이 되어 있었다. 나는 모성의 언어를 쓰지만 저들이 듣기에는 뮤이네 언어로 들리게 될 것이다.
“어이, 내 아내가 그러는데 거기 숨어서 다가오는 사람들은 뭐냐고 물어. 뭐라고 대답을 해 줄까? 도둑? 아니면 강도? 그것도 아니면 그냥 구경꾼. 그도 아니면 안내인?”
두 방향에서 다가오던 이들의 걸음이 멈춘다.
“우리야 당연히 이런 복잡한 곳을 찾아주신 분들께 안전한 길을 안내하기 위한 친절한 안내인이죠. 그럼요.”
한쪽에서 뮤이네 행성인 하나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며 입에 기름을 친 듯이 매끄러운 대처를 보여준다. 그러자 반대편에선 ‘칫’하는 혀 차는 소리가 들리고는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이런 곳은 관광을 오실 곳이 못 되는데 어째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전 유메로라고 합니다. 이곳 뮤이넬라의 토박이로 모르는 곳이 없지요. 그래 어디로 가시는 길이셨습니까?”
유메로는 살살 눈치를 살피며 나와 포포니에게 목적지를 물었다.
“사람 없고, 검문검색 없고, 간섭 없고, 겁 없는 놈들이 괜히 얼쩡거리는 일이 없는 곳이 필요하다. 건물이면 더 좋고. 그걸 통으로 살 생각이니까 말이다.”
“우와 이 양반이 통이 큰 양반이네? 그래 그런 건물을 뭐로 사시게요? 텔론으로는 안 될 것은 아실만한 분 같고?”
“텔론보다 확실한 것으로 하지. 실물로.”
“이야, 그거 좋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확실한 겁니까? 괜히 나중에 딴 소리 하시면 정말 곤란해지는데 말입니다.”
“니들이 딴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겠지. 나하고 우리 마누라는 헌터 출신이야. 아는지 모르겠다만 헌터들이 밖으로 나오면 원래 힘을 제대로 쓰질 못해. 그래서 신경이 날카롭지. 하지만 그것도 알아야 해. 헌터가 약해져도 어지간한 총기로는 끄떡도 않는다는 거 말이야. 그러니 딴 짓을 하려면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유메로가 볼 수 있도록 손가락으로 벽에 길게 홈을 파 놓았다.
“아하하, 그 무슨 말씀을! 저는 정직하고 성실한 유메로입니다. 이곳 뮤이넬라 토박이로 손님께 최선을 다하는 친절한 안내인이지요. 그럼요. 자자, 이리로 오십시오. 그런데 이쪽 지역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도시 밖으로 나가도 되는 겁니까?”
“도시에서 너무 멀지만 않으면 상관 없지. 도시라도 상관 없고.”
“아, 그러시면 일단 이 근처에 있는 물건부터 보시고 마음에 안드시면 밖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남편, 그러지 말고 밖으로 가자. 여긴 그냥 있어도 타락하는 느낌이야. 응?”
포포니가 뭐라 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유메로는 내게 시선을 던진다.
“내 아내가 도시는 싫다는군. 나무와 풀이 넉넉한 곳으로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지. 아무래도 그런 곳에 오래 있었더니 메마른 풍경은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이야.”
나는 포포니가 원하는 대로 도시 밖으로 거처를 알아보기로 했다.
“넵. 그러시다면 그렇게 해야지요. 어쩌시겠습니까? 따로 타고 가실 차가 없으시면 제가 준비를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물론 안내 요금에 계산이 될 겁니다만.”
“그렇게 하지. 계산은 차를 타고 가면서 일차로 선금을 주도록 하지.”
“캬아, 뭘 아시는 분이로군요. 성심 성의껏 모시겠습니다. 하하핫.”
유메로는 상하로 길죽한 머리를 흔들며 크게 웃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를 끌고 골목 몇 개를 지나더니 반중력 자동차가 주차된 곳으로 가서 우리를 차에 태웠다. 그리곤 곧바로 무서운 속도로 도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부유선이 이렇게 빨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