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82
화
허허허, 이걸 어쩌나. 프리야 행성의 모든 사람들이 철수를 하고 플레인 게이트가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왜냐면 그 보라색 몬스터다 플레인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는 도시로 곧바로 쳐들어 갔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맞서서 도시에서 방어 시설들이 가동을 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완전 무용지물. 전에도 이야길 했지만 생체 에테르를 두르고 있는 몬스터에게 일반적인 에너지는 타격을 거의 주지 못한다. 그나마 물리적인 충격으로 지면과의 마찰력을 이용해서 어느 정도 밀어내는 것은 가능한데 그것도 생체 에너지에서 상당 부분 흡수를 해버리기 때문에 그리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광선이건 뭐건 소용이 없는 것이 에테르를 상용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프리야 행성에서 무슨 수로 아르마딜로를 막을 것인가. 결국 도시 폐쇄를 결정하고 사람들을 모두 플레인 게이트로 퇴각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모든 사람들이 빠져 나왔을까? 정말로 그게 가능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그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다시 프리야 행성에 마련되어 있는 거점으로 이동을 했다. 물론 거기 설치해 둔 게이트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어쨌거나 프리야 행성에 도착해서 아르마딜로가 공격을 하고 있다는 곳으로 달려갔을 때, 내가 본 것은 폐허였고, 여기저기 붉게 칠해진 피의 흔적들이었다. 적잖은 희생이 있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르마딜로는 여전히 미친 듯이 날뛰며 곳곳을 부수고 있었다. 나는 은폐 마도구를 사용한 상태에서 아르마들로의 행동과 몸 상태를 점검해 봤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르마딜로, 그러니까 이 에테르 기반 생명체는 자신의 몸 안에 있던 생체 에너지를 이 행성의 기운과 충돌시켜서 커다랄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제3 데블 플레인에 있을 때에 비해서 월등한 능력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이 녀석이 그렇게 설치고 있는 동안에 몸 안의 생체 에테르가 소비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정 시간동안 날뛰다보면 생체 에테르가 모두 소비되게 될 것이다.
나는 생체 에테르가 바닥난 아르마딜로가 어떤 상태가 될지 그게 궁금했다. 그래서 조용히 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에 다시 시간이 되어서 포포니와 텀덤, 마샤, 리샤가 모두 프리야 행성으로 넘어왔다. 허브 기지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오지 않으니 걱정이 되어서 프리야 행성의 성간-게이트가 작동하자마자 팀으로 건너 왔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연락도 하지 않고 이곳을 지키고 있었더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분명히 내가 이곳으로 오면서 연락이 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는데도 포포니의 눈가에는 눈물 흔적이 보인다. 원 이러니 내가 포포니를 떼어놓고 어딜 마음대로 다니질 못하는 거다. 쯧.
나는 포포니를 끌어 와서 어깨를 감싸 안아주면서 지금 아르마딜로의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줬다.
“생체 에테르가 다 떨어지면 그럼 죽는 걸까?”
“글쎄? 죽진 않지 않을까?”
“그럼 살까?”
“음. 그럴 것 같은데?”
“그럼 다시 에테르를 모으게 될까? 엄마가 그랬는데 괴물들은 그러니까 몬스터들은 우리 땅과 하늘과 물의 기운을 가지고 가서 자기 기운으로 바꾼다고 했거든?”
“그래서?”
나는 포포니의 말에 흥미가 생겼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그럼, 자기 몸에 있는 에테르를 다 소비하고 나면 다시 에테르를 만들 거 아냐?”
“그럴까?”
“웅, 그럴거야. 그리고 그 때는 이 프리야 행성이란 곳의 기운을 가지고 에테르를 만들어 낼 거야. 그리고 나면 지금처럼 저렇게 에테르가 폭주하는 일도 없을 거고 말이야.”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저 에테르는 이곳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까 저렇게 충돌을 하는 거란 말이구나?”
“웅웅. 그럴 거 같어.”
포포니가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리는데 나도 그 말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결국 그냥 두면 저 녀석이 점점 커서 지역코어가 되고, 또 대륙 코어가 되고, 행성 코어까지 될 수가 있을까?”
내가 혼잣말을 했지만 포포니는 물론이고 텀덤과 마샤, 리샤까지 뜨악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왜?”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요?”
마샤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묻는다.
“걱정하지 마. 그 전에 저 놈을 다시 잡을 생각이니까 말이야.”
“절대로 그냥 여기 둬선 안 됩니다. 이곳을 데블 플레인으로 만들 수도 있는 일입니다.”
리샤까지 정색을 하며 거들고 나선다.
“그래. 알았어. 분명히 저 놈을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앞으로 다른 행성에 몬스터를 풀어 놓는 일은….”
“그건 약속을 할 수가 없어. 사실 식민 행성 하나 둘 정도는 모성에겐 아무런 영향도 없을지 몰라. 우리 행성의 모사란 마을 만한 가치도 없는 곳이겠지. 그래서 난 우리 행성의 마을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행성 하나를 날려야 한다면 그렇게 할 거야. 내가 모성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런 방법 밖에는 없어. 지금 당장은 말이야.”
나는 리샤의 참견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물론 나도 다른 행성이 데블 플레인이 되는 것을 원하진 않아. 그래서 대형 몬스터를 위주로 쓸 거야. 놓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야.”
“그건 그래도 다행이네요. 나중에라도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절대로 바다 같은 곳에 몬스터를 풀어 놓지는 마세요. 그건 정말 잡을 수가 없을지도 몰라요. 우리도 못 잡으면 결국 그 행성에서 나중에 행성 코어가 탄생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알았어. 그건 약속하지.”
나도 그 정도는 양보해 줄 수 있다. 사실 다른 인간들과는 공존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에테르 기반 생명들과는 절대 공존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주적을 꼽으라면 모성이 아닌 에테르 기반 생명체, 즉 몬스터들이 주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삶의 기반 자체가 완전히 다르고 그 기반이 서로 공존할 수 없다면 종족의 운명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들과 우리의 관계는 그런 것이다.
빌어먹을 놈들. 알고 있었던 거다. 놈들은 몬스터가 일반 행성에 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도 등급에 따라서 어느 정도 시간을 버티고 나면 힘이 빠져서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아르마딜로가 쓰러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플레인 게이트를 다시 작동시켜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
하긴 그 긴 세월동안 데블 플레인을 이용한 놈들이 그걸 모르고 있었을리가 없지.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를 가지고 가서 실험을 했던지 아니면 하급 등급을 가지고 사서 실험하고 추산해서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가 버틸 시간을 유추했던지 하는 것은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모성이 분명히 데블 플레인과 몬스터 그리고 에테르에 대한 많은 실험 결과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란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비밀로 취급되며 아는 놈들만 아는 것이 되어 있겠지. 심지어 목숨 걸고 매일같이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는 우리들 헌터들에게도 숨기고 알려주지 않으면서 말이다.
도대체가 그런 실험을 하고 정보를 얻은 것은 어디에 쓰려고 했을까? 아니 어디에 쓰고 있을까?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것은 내가 가지고 왔으니 내가 가지고 가겠다. 아울러 경고한다. 만약에 플레인 게이트를 이용해서 제1 데블 플레인에서 제9 데블 플레인까지 어떤 곳이건 모성이 데블 플레인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착취하려 한다면 나는 언제고 전쟁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린다. 어설프게 나를 공격하려고 계획을 세운다면 나는 간곡하게 말리고 싶다. 공격을 받은 이후에 살아남은 내가 무슨 짓을 할 지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어설프게 도발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내가 프리야 행성을 택한 이유는 이곳에 인류가 별로 살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후에 다시 한 번, 나나 내 친인들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면 나는 가차 없이 모성과 관계된 행성들을 공격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알린다. 아울러 모성의 공격으로 내 친인이 다치거나 죽는다면 나는 곧바로 모성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데블 플레엔에 대한 모성의 간섭이 없어지는 것이다. 플레인 게이트를 완전 파기하고 다른 행성을 택해서 데블 플레인의 인류와 거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라. 그리하여 데블 플레인에 있는 인류들, 헌터, 일개미, 선주민 등이 피땀으로 얻은 수확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길 요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인 게이트의 철수와 모성의 간섭 철폐다. 이것을 위해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나는 플레인 게이트를 열고 나타나서 아르마딜로를 포획하려는 이들 앞에 나서서 칼질 한 번으로 그들을 무력화시키고 아르마딜로를 데드존에 넣은 후에 경고했다.
몇몇이 공격을 하기도 했지만 내 칼질에 모두 잘려나갔다. 에테르를 사용하는 내게 그들이 지니고 있는 무기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도 그들의 무기나 차량 등의 장비를 잘라 내기는 했어도 사람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지금 이 장면을 나도 그렇지만 저들도 저장을 하고 있을 텐데 함부로 피를 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