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85
화
그런 상황에서 프로커가 한 손을 살짝 들고 이목을 끌더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모성에서 원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네. 빨간색 등급의 몬스터 코어를 1로 잡았을 때에 상위 등급을 그 열 배로 치고 계산하면 보라색 등급의 코어가 백만 정도에 해당하네. 그리고 모성은 그 코어를 년간 1억 코어를 원하네. 그것이면 모성에서 더 원하는 것은 없다는 말이네.”
프로커가 지금 이 협상장에서 꼭 해야 할 말을 그렇게 꺼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에테르 기반 생명체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선주민을 상대로 싸움을 하거나 어쩌거나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다는 것을 느끼자 곧바로 이득을 챙기겠다고 나선 꼴이다. 이가 부득부득 갈린다.
“보라색 등급 코어가 백 개?”
“그 정도면 무리는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하네만.”
프로커는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럼 당신이 잡아. 보라색 등급 백 개면, 뭐 천 마리 정도 잡으면 되겠네. 명색이 그랜드 마스턴데 그거 못하겠어? 그러니까 당신이 해.”
웃기는 놈. 1억 코어? 난 또 코어를 그런 단위로 계산하는 것은 처음이네.
“그게 안 되면 모성은 어쩔 수 없이 데블 플레인을 압박할 수밖에 없어. 왜냐하면 그 정도 코어가 없으면 모성과 그 휘하의 식민 행성이 유지될 수가 없기 때문이지. 지금 세상은 코어라는 에너지가 없으면 멈춰버릴 기계과 같은 꼴이야. 그러니 죽기 전에 발악을 하듯이 모성에서도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단 말이지.”
이거 내가 했던 짓이랑 비슷한 거지? 더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후에 협박을 하는 방법 말이지.
하지만 1억 코어는 말 그대로 장난이다. 그게 가능하다고 하면 또 무슨 핑계를 대건 한계를 늘려갈 것이 분명하다. 그건 너무 확실하게 보이는 미래다.
“그래? 그럼 알아서 해. 무슨 수를 쓰는지 두고 보지.”
나는 그런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히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폰와 텀덤이 따라서 몸을 세운다.
“이대로 가면 정말로 모성과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이네. 그걸 알고 이러는 건가?”
프로커가 나를 보며 굳은 얼굴로 마치 마지막 경고라도 하는 듯이 말한다.
“어차피 싸우자는 거 아니었나? 1억 코어? 그게 필요하면 직접 사냥을 해. 나한테 이야기하지 말고.”
그래 코어를 줘야 하는 것이 이쪽 입장이라면 저 쪽 입장은 코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이쪽에서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되지만 저 쪽에서 얼마의 가격으로 사느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데블 플레인의 대표해서 뭔가 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지. 제2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들과는 어느 정도 조율이 가능하지만 다른 데블 플레인은 아직 그게 어렵다는 것 정도는 당신들도 알고 있을 텐데? 나는 데블 플레인에 대한 정보가 그렇게나 왜곡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워. 그럼 결과적으로 지금 코어를 얻을 수 있는 데블 플레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소리가 되겠지. 어쨌거나 나한테 모성엣 필요한 코어를 떠넘기려는 수작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 차라리 선주민이 없는 데블 플레인에 헌터들을 보내서 사냥을 해. 그게 더 좋은 방법 아냐?”
“그곳에 있는 거점 도시는 언제나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유지되고 있어요. 사실 실력자들이 대거 투입되면 모를까 언제나 소수의 헌터들이 들어가서 거점을 지키려다 보니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거죠.”
고다비가 설명을 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째서 매번 소수만 투입을 했다는 걸까? 그리고 계속해서 투입하면 어차피 규모는 늘어나게 되는 것 아닌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는데 거긴 오래 머물수 없어요. 워낙 에테르가 강하고, 우리들에게 적합한 기운이 없기 때문에 오래 머물게 되면 몬스터에게 감염이 되어서 몬스터로 변하게 되요. 일반인은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할 정도고, 일개미 정도의 에테르 방어력을 지니고 있으면 열흘이 고작이죠. 이곳에선 아무리 오래 있어도 괜찮은 일개미들이 완전히 저들 세상이 된 곳에선 열흘 이상을 있지 못해요. 그런 헌터들도 자주 교대를 해 줘야 하죠. 그래서 그곳 데블 플레인의 개척은 지지부진하고 또 코어 획득도 그렇게 많지 않아요.”
“나랑 상관없는 일입니다. 고다비.”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요? 모성에게 데블 플레인에서 손을 떼라고 했으면 대책이 있어야 할 거 아닌가요? 무턱대고 앞으로 코어 없이 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잖아요.”
고다비가 빽하고 소리를 지른다.
“일단 제2, 제3 데블 플레인의 플레인 게이트를 철수 하십시오. 그리고 교역 행성을 하나 정해서 그곳에서 제2 제3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이나 헌터, 일개미와 거래를 하면 될 일입니다. 그 거래는 전적으로 선주민이나 헌터, 일개미의 의사에 따라서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코어에 대한 가격 결정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되겠지요. 일단 그것이 이루어진 다음에 차차 다른 데블 플레인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합시다.”
“그걸 우리가 받아들일 것 같은가?”
이번에는 러츠커다. 저 양반이 박쥐같이 여기 저기 붙으면서 이익을 추구한다고 했었지?
“우리라고 하는 건 당신 러츠커나 탁테드, 프로커 당신들 같은 연합의 우두머리들을 말하는 거요? 그럼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소? 당신들은 패배자요. 물론 당신들이 원한다면 싸워 줄 수도 있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들은 모두 목숨을 내놔야 할 거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당신들이 누리던 권리를 어떻게 유지해 보겠다는 욕심을 내는 거요?”
웃기는 소리다. 어차피 연합은 해체 수순을 거칠 것이다. 그러면서 연합은 하나의 상점이나 기업 같은 형태로 남게 되겠지. 그들이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여러 거래소들이 있으니 한동안으로 그것들로 적잖은 이익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런대도 지금 욕심을 부리는 것은 권력이란 것 때문이겠지. 뭔가 세상을 제 멋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그 힘이 이제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을 테니까.
“우리가 패배자라고?”
까흐제가 발끈한다.
“그럼 아닌가? 이제 모성은 데블 플레인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럼 연합이 무얼 할 거지? 연합은 그저 장사치에 지나지 않아. 그런 연합의 수장이니 뭐니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몬스터 부산물들은 앞으로 교역 행성에서 거래가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 연합에서 가지고 있는 거래에 대한 우위도 점차 빼앗기게 될 텐데?”
“하지만 우리 연합에는 헌터들을 키워 낼 수 있는 기술들이 있다. 그것만은 네가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건 좀 많이 아쉬워하고 있던 참이다. 헌터들에게 이런 저런 전투 기술을 알려주는 그것만은 아직도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부분인 것이다.
“그래. 그걸로 장사를 했잖아. 그럼 계속해서 장사를 해. 그런데 그게 언제까지 독점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그 기술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조심하는 것이 좋아. 만약 그 짓을 하는데 선주민을 억류하고 억합한 것이 드러나면 난 망설이지 않고 관계있는 모든 사람들의 목을 베어 버릴 거야.”
봐봐 역시 그렇잖아. 놀라는 놈이 나올 줄 알았어. 헌터에게 기술을 알려주는 그것은 아무리봐도 과학의 영역이 아니었어. 그건 분명히 어디의 선주민의 능력이었을 거야. 그걸 헌터 연합에서 이용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런데 지금 꼴을 보니까 어쩌면 정당한 거래가 아니라 뭔가 되지 못한 짓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졌어. 분명히 그런 것 같아.
이거 잘만 잡아내면 연합의 핵심을 제대로 찌르고 힘을 빼 놓을 수 있겠어. 딱 떠오르잖아? 납치, 감금, 협박 뭐 그런 거 말이지.
“선주민을 보호하는 것이 내겐 가장 중요한 일이야. 왜냐하면 선주민들만이 이 못돼먹은 생명체들을 밀어 내고 우리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그런 의미에서 난 연합에서 헌터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그것이 선주민들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들을 언젠가 만나겠다고 벼르고 있었지.”
“알려줄 수 없는 비밀이야. 아무렴.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을 왜 알려준단 말이야? 흥. 웃기는 소리지.”
프로커 그렇게 나온다고 해도 이미 상황은 기울었고 그걸 되돌릴 수는 없어. 그래 언제까지 숨길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맘대로 해. 어쨌건 내가 모성에 할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아. 그러니까 플레인 게이트에 대한 문제나 먼저 해결을 하고 다음 이야기를 하자고.”
나는 그렇게 말하곤 포포니와 텀덤과 함께 협상장을 나와서 옴파롱트로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