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9
화
헌터들은 조금이라도 더 등급이 높은 몬스터를 사냥하려고 한다. 내가 보기엔 등급이 낮은 몬스터를 잡으면 하루에 더 많은 텔론을 벌 수 있으니 그 쪽을 선택할 것 같은데 그게 아니었다. 일반 헌터, 그러니까 능력자가 아닌 경우에는 내가 생각한 그것이 맞지만 능력자는 등급이 높은 몬스터를 선호한다. 그것은 그런 사냥을 통해서 에테르 사용 능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란다.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될 수 있으면 등급이 높은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단다. 그러니 능력자 헌터들은 등급 낮은 몬스터를 몰아서 잡는 경우가 별로 없단다. 정말 텔론이 필요한 경우에만 있는 일이라나?
그런데 능력자 헌터가 텔론이 부족할 일은 별로 없다. 죽기 전까진 주머니가 풍족한 것이 능력자 헌터라는 소리가 있다.
솔직히 먹고 사는데 드는 비용이야 얼마나 되나? 장비에 드는 돈과 개인 정비에 드는 돈, 거기에 기술 구입비가 헌터에게 필요한 비용의 대부분이다. 그 중에 기술은 텔론이 있어도 배울 능력이 되지 않으면 필요가 없고, 배울 능력이 되면 텔론이 모자란 경우는 별로 없단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그 때까지 살아 남았으면 텔론을 크게 낭비하지 않은 이상은 기술을 살 돈은 있기 마련이라나? 뭐 그게 아니어도 꼭 필요한 경우니까 등급 낮은 몬스터를 잡고 다니면 금방 마련할 수 있는 것이 텔론이다.
아, 어쨌거나 이곳 제2 거점에서 여자를 부르는 가격는 4백만 텔론으로 제법 비싼 가격이었다는 거다.
물론 우리 파티에게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공돈이 나가는 것 같아서 속이 쓰렸다.
그래도 경험이다 싶어서 불러 보기로 했다. 넷 모두.
뼈와 살이 녹는 밤? 지랄이다. 여자에게 쪽쪽 빨려서 다리가 후들거리는 아침. 이게 정답이다.
우와, 육체 능력자란 것이 이런 것이란 걸 보여주는 여자였다.
나도 육체 능력자인데 밀려도 한참을 밀린 것 같다. 아주 사타구니 사이에 그것이 녹아 없어지는 줄 알았다. 물고 빠는 것으로 시작해서 꿈틀거리는 동굴에 조임까지 탁월해서 정신이 나갈 정도였다.
“호호, 아직 덜 익은 것 같은데 장래가 기대되네? 나 오랜만에 주르륵 쌌다는 거 아냐. 정말 이런 경험 오랜만이라니까? 기회 되면 다시 보자. 응? 툴틱 연락처 여기 있으니까 생각 있으면 연락해. 당연하지 그 따위 텔론이 대수야? 아니 내가 줄까? 응? 받은 거 몇 배는 줄 수 있는데 그럴래? 호호홋 화내기는. 알았어. 그냥 보자. 그냥. 응? 그래도 불러야 해, 알았지? 난 셜린이야. 셜린.”
여자는 그렇게 침대에 누운 나를 두고 갔다.
뭐 그래도 좋기는 엄청 좋았다. 피곤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내가 몸을 추스르고 1층에 내려갔을 때, 나머지 셋은 아직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소리만 들었다.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일이라 그냥 하루 쉬라는 말을 전하라고 직원에게 시키곤 테이블에 슬쩍 엎어졌다.
“아, 일찍 나오셨습니다? 셜린도 얼마 전에 나가던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내려오셨습니까?”
어디서 왔는지 여관 주인이란 사내가 앞쪽에 의자를 빼고 앉으면서 말을 건넨다.
“제가 신경을 써서 넣어 드렸는데, 셜린 고것이 이곳에선 최고지요. 사실 고것을 감당할 남자가 별로 없어서 매일 쌓여 있다고 난장을 피우는데 이번엔 마음에 들었는지 나가면서 슬쩍 찔러준 텔론이 제법 됩니다. 다음에도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이거 부럽습니다.”
이 아저씨가 시선을 어디로 두는 거야? 그래봐야 테이블에 가려서 보이는 것도 없구만.
“셜린이 그래뵈도 헌터로서 실력도 나쁘지 않습니다. 몸 아끼느라 원거리 공격수로 사냥을 하는데 대부분 그렇듯이 석궁을 쓰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칼질을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검을 양손에 들고 나서면 그것 참 현란하기 짝이 없답니다. 에테르가 검 밖으로 흐르는 단계까지 올랐다니까 숙련자가 된 거지요.”
그래 익스퍼터. 검기를 쓴다는 소리지? 그 정도면 이곳에선 실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아, 혼자 떠들고 있었네. 그래 마음에 드셨습니까? 셜린이야 좋다고 했지만 세이커씨는 어떨까 모르겠습니다.”
내가 이름을 알려줬던가? 뭐 상관 있나? 이미 우리 파티에 대한 소문은 제법 퍼진 상태라 알 사람은 아는 이름인데.
“끝내주는 여자였습니다. 다시 보자고 하더군요. 덕분에 사장님 수입은 떨어지게 생겼습니다? 셜린이 사장님께 부탁을 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따로 연락하라고 툴틱 번호를 주더군요.”
“뭐 그거야. 상관없는 일이지요. 손님께 만족을 드리면 어떤 식으로든 제게 이익으로 돌아오니까요. 이건 제가 숱하게 경험한 거라서 믿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다행이고요. 아, 그런데 주문 안 받습니까? 사장님이 여기 있으니 직원이 주문을 못 받네요. 배가 고픈데.”
“허허헛, 이거 죄송합니다. 그렇지요. 배가 많이 고프실 텐데, 그래 뭘 드시겠습니까? 따로 원하시는 것이 없으면 제가 준비해 드릴 수도 있고.”
“그럼 사장님 추천으로 먹죠. 내 상태를 잘 아실테네 알아서 주십시오. 그리고 위에 있는 녀석들에게도 올려 주시고요. 그런데 그 녀석들은 아직도 파트너와 함께 있습니까?”
“으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어느 정도 하고 잤다면 아직 함께 자고 있겠지요. 셜린처럼 해 뜰 때까지 하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커허험.”
뭐야? 내가 날 밝을 때까지 그랬다는 건 어떻게 아는 건데? 설마 여기?
“바, 밖으로 다 들렸습니다. 방음이 되어도 완벽한 건 아니지요. 좀 시끄러웠어야 말이죠. 그럼.”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사장이지만 얼굴이 붉어진 건 도리어 나다.
그게 밖으로 다 들려? 이런 제에길.
하루를 쉬고 다음날, 우리는 다시 사냥에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일이 공교롭게 되어버렸다.
젝커가 내게 알려준 던전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거다. 그런 거는 조용히 은밀하게 되어야 하는 건데 연합이 가지고 갔던 젝커 일당의 툴틱에서 그 정보가 나오는 바람에 그냥 알려지게 된 거란다.
사실 연합에서야 그걸 그냥 꿀꺽 하고 싶었겠지만 사람이 많아서 그게 어려웠던지 소문이 쫙 퍼진 거다.
지부장인 율티가 그걸 알고 있었냐면서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나를 쪼았는데 난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 뺐다. 뭐 던전 이야길 듣기는 했는데 위치도 모르고 해서 그냥 잊었다고.
그랬더니 그런 정보를 어떻게 그렇게 소홀하게 관리를 하느냐며 따따따따 하는데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뭐 그래서 결론은 우리가 있는 제2 간이 거점이 북적거리는 상황이 되었다는 거고, 그러니 우리 파티도 그 던전에 구경이라도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거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판에 우리가 좀 껴서 간다고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바이클도 여관에 맡겨두고 가뿐하게 길을 나섰다.
사람들이 줄줄이 한 방향으로 가는데 숫자가 못해도 백은 넘을 것 같다.
사실 여기에 끼지 못한 이들도 많다.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가 나온다는 말에 많은 이들이 손을 들고 포기했다.
데블 플레인에서 과욕을 부리거나 주제 파악을 못하면 죽는다. 언제나 가슴에 이곳은 데블 플레인이란 사실을 깊게 새기고 있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던전으로 향하는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를 상대할 자신이 있는 이들이란 소리다.
그런데 나와 우리 파티원들은 뭘 믿고서 이렇게 따라가고 있는 걸까?
“어머나, 자아갸아!”
뭔?
“오호호. 여기서 또 보내? 응? 반갑지? 반갑지? 야 얘들아 여기 와봐, 어서.”
셜린이다. 셜린이 호들갑을 떨면서 일행들을 부르는데 일행 여섯이 모두 여자다.
뭐냐? 거기에 셋은 또 렘리 등과 아는지 손짓이면 눈짓이며 하면서 아는 척을 한다. 그럼 어제 우리가 만났던 여자들이 전부 한 팀이었어?
“하룻밤 못 봤는데 무쟈게 보고 싶은 거 있지? 막 생각나고 그러잖아. 자긴 안 그랬나봐? 별로 안 반가워?”
이 여자가 왜 이렇게 들러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