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90
화
제1 데블 플레인의 마지막 거점도시와 대치하고 있는 선주민들을 찾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곳의 선주민들은 피부색이 잿빛이고 귀가 턱 끝에서 관자노리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빼면 인류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는 외양을 지니고 있었다.
“나를 찾아 왔다고?”
나와 포포니가 거점도시을 감시하고 있는 진지를 찾아가서 지휘관을 만나고 싶다고 했을 때, 그들은 의외로 순순히 우리를 진지 안으로 들어 갈 수 있게 해 주었고, 작은 방에서 기다릴 수 있도록 배려도 해 주었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에 나타난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더 크고 머리카락의 색이 검은 색인 사내였다. 이들도 외모로 나이를 짐작하는 것은 좀 어렵지만 적어도 젊어 보이지는 않는 것이 중년 정도의 연배가 아닐까 짐작했다.
“반갑습니다. 세이커라고 합니다. 이쪽은 포포니 제 아내입니다.”
“세이커라. 그렇게 말했다고 들었소. 그러니까 당신이 지금 모성과 싸우면서 데블 플레인을 모성에서 독립시키고 있다는 그 사람이라고 주장한다고 말이오.”
“그런 이야기가 여기까지 전해졌을 줄은 몰랐습니다. 툴틱의 정보가 통제되고 왜곡된다는 사실을 알고 난 다음부터는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일단은 당신이 세이커라는 사실을 믿어 봅시다. 그래야 무슨 이야기를 하건 이야기가 될 테니 말이오. 나는 이곳 후쿠드 행성의 1군 사령관인 우타완이라고 하오.”
“1군 사령관이라고요? 후쿠드 행성의?”
“당신들이 우리 행성을 두고서 제1 데블 플레인이니 어쩌니 하는데 그건 인정할 수 없는 명칭이오. 우리 땅과 하늘에는 후쿠드란 이름이 있소. 그리고 나는 침략자들을 막기 위한 1군의 사령관인 것이오.”
“2군이나 3군도 있습니까?”
1군이란 소리를 들으니 그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35군까지 있소. 이 땅에 몹쓸 것들이 나타난 후로 우리들은 끊임없이 싸워왔소. 그러면서 점차 하나의 지휘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결국 군대의 형식으로 결집을 이룬 것이오.”
“그 몹쓸 것들이란 것이 몬스터들을 말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헌터들을 말하는 것입니까?”
“당연히 몬스터를 말하는 거요. 헌터라고 불리는 인류들도 침입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오기 전부터 우리 후쿠드 인들은 몬스터들과 생존을 건 싸움을 하고 있었소.”
“그렇군요.”
나는 이들이 제3 데블 플레인에 비해서 훨씬 체계적으로 몬스터와 싸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들이 하나의 종족으로만 구성이 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잠시 우타완 사령관을 보다가 본론을 꺼냈다.
“나는 이곳으로 통하는 플레인 게이트를 닫고자 합니다. 그 대신에 교역 행성으로 통하는 성간-게이트를 열어드리겠습니다.”
“그건 모성의 영향력이 우리 후쿠드에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오?”
우타완은 정확하게 내 의도를 파악했다.
“맞습니다. 모성은 에테르 기반 생명체, 그러니까 몬스터들을 박멸하고 인류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데블 플레인을 유지하면서 코어를 획득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고, 그 코어를 얻기 위해서 피흘리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나는 내 아내의 고향인 제3 데블 플레인부터 시작해서 모든 데블 플레인을 모성으로부터 독립시켜서 자치권을 가지게 할 생각입니다. 교역 행성은 그런 과정의 첫 단추입니다.”
“하지만 플레인 게이트는 언제든 열릴 수 있는 것이오. 잠시 닫힌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겠소?”
“다시 플레인 게이트가 열릴 때에 그곳에는 헌터들이 아니라 이곳 후쿠드 인들이 지키고 있을 겁니다. 물론 모성이 공격을 마음먹는다면 지킨다는 것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플레인 게이트가 닫혀 있는 동안에는 모성의 간섭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의미가 있겠지요.”
“교역 행성으로 향하는 성간-게이트라는 것은 누가 관리를 하는 거요?”
“저는 설치만 해 드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에만 봐 드립니다. 그것은 온전히 여러분들이 관리해야합니다.”
“그건 마음에 드는구려.”
우타완 사령관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하지만 말이오. 이런 말을 하게 되어 조금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들이 세이커 당신의 뜻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소.”
“네? 그게 무슨?”
“우리 후쿠드 행성의 귀한 분께서 저곳에 인질로 계시기 때문에 우리들이 아직까지 더 도시를 유지시켜주고 있는 것이오.”
“인질이라고요? 하지만 전에는 저 도시 전체를 거의 점령하고 끝을 볼 정도까지 밀어 붙이지 않았습니까?”
그랬다는 것은 그 당시에는 인질을 고려하지 않고 전쟁을 벌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인질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커엄. 그 때문에 우리들 사령관들 사이에서도 의견 충돌이 있었소. 그리고 결론은 전임 1군 사령관이 물러나고 내가 이 자리에 앉게 된 것이오.”
“그러니까 사령관처럼 인질을 귀하게 여기는 이들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말이군요?”
“우리 후쿠드 인들은 어머니를 버릴 수가 없소.”
“어머니요?”
“후쿠드의 어머니는 모두 일곱 분이 계시고 그 중에 한 분이 지금 저 도시에 억류되어 있소.”
세상에. 나는 깜짝 놀라서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헌터 연합인지 모성인지 모르지만 아주 굉장한 패를 손에 쥐고 있었던 모양이다.
“혹시 하고 묻는 건데, 그 때문에 저들에게 이런 것을 만들어 주었습니까?”
나는 공간확장가방에서 헌터들의 기술이 담겨 있는 판을 꺼내 보였다.
“맞소. 어머니의 안전을 위해서 매년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만들어 넘겨야 했소.”
헌터 연합의 기술은 역시 선주민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어.
“만약 그 어머니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이곳 후쿠드에선 난리가 나겠군요.”
“깊은 슬픔에 잠길 것이오.”
“그렇군요.”
“하지만 또 누군가 어머니로 다시 태어날 것이니 크게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없소. 그 때문에 이전 사령관들이 과격하게 공격을 할 수 있었던 것이오. 하지만 어머니의 자식들로서 어떻게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겠소. 그 때문에 다시 우리들이 나서서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오.”
“새로 어머니가 태어난다고요?”
“일곱 어머니는 언제나 일곱이오. 그리고 어머니께서 세상의 품으로 돌아가시면 우리들 전체 중에서 누군가가 다시 어머니가 되고 그 자식들을 품게 되오. 저 도시에 있는 어머니의 존재 이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들의 어머니란 것이 중요한 것이오.”
죽거나 이상이 생기면 다른 어머니가 태어난다. 그러니 꼭 그 어머니일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큰 손해를 보면서도 헌터 연합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는 것은 단지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뭐 이런 이야기인 모양이다. 하긴 어머니인데 무슨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단지 그것으로 모든 이유인 것을.
“우웅. 구해 오면 되지 않을까?”
포포니가 웅얼거린다.
“응?”
“은폐하고 가서 구해오자. 응?”
포포니가 다시 한 번 같은 말을 한다. 그 어머니란 존재를 구해오자는 말이다. 은폐를 이용해서 잠입한 후에 구해오자는 것인데 그게 가능할까?
“불가능하오.”
“네?”
의외로 우타완 사령관이 반대를 한다.
“넓은 방에 어머니가 있소. 그런데 그 방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소. 엄청난 위력의 힘이 흐르는 철창이 겹겹이 있소. 그래서 어머니를 구할 수가 없었소.”
“듀풀렉 게이트로 옮기면 되요.”
포포니가 방긋 웃으면서 하는 말이다.
“그 어머니를 듀풀렉 게이트로 옮기면 된다고요.”
“그렇게 하면 되긴 하겠지.”
“무슨 말이오? 게이트로 옮기다니?”
우타완이 뭔가 방법이 있다는 말에 조금 흥분된 목소리로 묻는다.
나는 그에게 듀풀렉 게이트의 입구를 조금 떨어진 곳에도 펼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그 입구로 어머니라는 사람을 넣어서 그와 동시에 다른 곳에 출구를 만들어서 이동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을 해 줬다.
“자, 그러니가 사령관이 여기 있는데 이렇게 이 입구를 만들어서 넣으면 저렇게 저 입구로 나오는 거요.”
나는 우타완에게 직접 실험을 하는 대신에 내가 앉아있던 의자를 이쪽 입구로 넣어서 포포니가 만든 조금 떨어진 입구로 내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타완은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 때문에 다른 후쿠드 인들이 무슨 일이 난 줄 알고 뛰어오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