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91
화
우타완이 말하기로 재1 데블 플레인 그러니까 후쿠드 행성에서 아직까지 헌터 연합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들의 손에 잡혀 있는 어머니 때문이라고 했다.
후쿠드 행성에 처음으로 플레인 게이트가 열렸을 당시에 후쿠드 행성인들은 새로운 인류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서 일곱 어머니 중한 한 사람을 사절 대표로 해서 교류협력을 위한 접촉을 했었단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후쿠드 인을 적으로 규정한 모성의 정책에 때라서 그 방문 사절들이 모두 억류되어 인질이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헌터들은 자리를 잡기도 전에 후쿠드 인들의 공격으로 몰살을 당했을 것이란다.
어떻게 보면 모성의 운이 좋았던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로인해서 모성과 후쿠드 인 사이에는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골의 생긴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후로 모성은 그들이 잡은 인질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이익을 후쿠드 인들에게서 얻어갔다. 물론 후쿠드 인들이 무조건 모성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아니었다. 후쿠드 인들은 모성, 즉 헌터들이 아니어도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투를 매일같이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모성의 요구가 그들 전체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면 단호하게 거절을 했단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 사람의 어머니 때문에 행성인 전체가 위험이 빠질 수는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명확한 문제였던 것이다.
인질이 된 어머니의 자식들이 비록 행성인들의 일곱 중에 하나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어머니를 위해서 다른 형제들을 위험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 모성의 계속된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몇 번이나 대대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물론 그럴 때에 제1군의 사령관은 인질의 자식이 아닌 다른 어머니의 자식이 맡았다. 하지만 언제나 끝장을 볼 때가 되면 모성에서도 한 발 물러나서 그들의 요구를 줄이고 어머니를 내세워서 위기를 벗어나곤 했다. 억울한 일이지만 들어 줘도 크게 무리가 없는 요구까지 거부하면서 어머니를 위험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렇게 하자면 그 어머니의 자식들이 불같이 일어나서 반발을 하는 까닭에 또 지지부진하게 밀고 밀리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에 헌터들을 완전히 몰아내기 위한 전쟁이 벌어졌고, 그 결과는 헌터들이 마지막 도시까지 점령하고 플레인 게이트를 장악하기 직전까지 진격을 해서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 그런데 그 때에 헌터 연합에서는 어머니를 내세워서 플레인 게이트를 유지하고 또 후쿠드 인들과 정상적인 거래 관계로 후쿠드 인에게 필요한 것들을 몬스터의 코어와 교환하는 거래를 하자고 제안을 해 왔다. 그대로 플레인 게이트까지 밀려버리고 제1 데블 플레인을 완전히 잃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플레인 게이트를 유지하고 코어를 얻기 위해서 모성에서 마지막 패를 내보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헌터들 중에서 실력자인 그랜드 마스터들이 나서서 후크드 인들과 접전을 벌이고 또 전 사령관에게 부상을 입히는 선전을 펼침으로서 그 사령관 자리에 지금의 우타완이 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우타완은 지금 인질로 잡혀 있는 어머니의 자식이었기 때문에 다시 1군의 작전에 변화가 생겼고, 겨우 마지막 도시를 유지한 상태로 대치하는 것이 가능했단다.
“후쿠드 행성의 사람들은 수명이 긴 모양이군요. 어머니께서 인질로 잡히셨다는 것이 굉장히 오래 된 일일 텐데요?”
나는 후쿠드 인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지만 모성이 이곳으로 플레인 게이트를 연 것이 벌써 몇 백 년이 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어머니는 그렇게 오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머니께서 가장 오래 사시고, 그 아래로 자식들이 어머니에게 가까울수록 오래 삽니다. 머리카락 색이 짙을수록 어머니께 가까운 자식들이죠.”
“그럼 우타완 사령관은 엄청 가까운가 봐요. 검은 색이니까요.”
포포니가 신기하단 듯이 우타완 사령관의 머리카락을 보며 말한다.
“그렇습니다.”
“그럼 어머니께 무슨 일이 생기면 우타완이 다음 어머니가 되나요?”
포포니는 여전히 눈빛을 반짝이며 묻는다. 그런데 우타완은 아무리 봐도 건장한 남잔데? 그리고 내가 봤던 후쿠드 인들은 모두 남자들 밖에 없었는데? 저런 사람들 중에서 어머니가 나온다는 걸까?
“저도 가능성이야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가장 어머니께 먼 자식이 될 수도 있고, 가장 가까운 자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다만 어머니의 자식이면 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 후쿠드 인들은 머리카락 색으로 능력에서 차이가 있고, 그 때문에 상급자와 하급자가 나눠지지만 그것은 오직 일의 능률을 위한 것이지 사람 자체에 대한 차별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어머니의 자식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른 여섯 어머니의 자식들과는 서로 다투기도 하는 모양이군요.”
나는 우타완의 말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우리들은 모두를 위해서 움직입니다. 그래서 다툼이 있어도 어느 것이 모두에게 좋은 가를 판단하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이 내려진 후에는 다툼이 없습니다. 다만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바뀔 뿐이지요.”
뭔 소린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결국 일곱 어머니의 자식들이지만 그들도 하나의 공동체로 묶여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어느 한 어머니의 자식이 득세를 하는 일도 없고 또 세력을 잃는 일도 없는 모양이다. 그저 어떤 일에서 누가 나서는 것이 더 효율적일까를 두고 지휘관을 교체하는 그런 일이 벌어질 뿐.
하긴 어머니를 인질로 하는 이들과 싸울 때에 그 어머니의 자식이 사령관을 하고 있는 것은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선 곤란한 일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다른 어머니의 자식이 사령관이었겠지. 그러다가 결국 대치 상황이 된 후에는 우타완을 불러서 그 어머니를 가까이에서 지키고 또 수용 가능한 요구에 대한 교섭을 하도록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헌터 연합 놈들도 참 물렁한 면이 있다.
우타완이 그 어머니를 보고 싶다고 요청을 하자마자 곧바로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연락이 왔단다.
가끔 어머니께서 안전한지 확인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니 그게 무슨 통과의례처럼 어렵지 않게 허락이 떨어진 것이란다. 그런데 어쩌나? 이번에는 내가 우타완과 함께 가는데? 뭐 외모야 조금 손을 보긴 해야겠지만 우타완의 호위병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 충분히 어머니를 보는 자리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우타완이 자신했다.
그렇게 되면 포포니가 있는 곳까지 한순간에 우타완의 어머니를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뭐 그 순간부터 곧바로 전쟁이 다시 벌어지게 될 테지만 그것도 별 문제는 아니다. 우리들도 곧바로 게이트를 타고 후퇴를 할 것이고 어머니의 안전이 확인되는 순간 우타완의 1군 전체가 헌터들의 도시로 전격적인 공세를 취할 것이다. 물론 나는 학살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압박만 하고 헌터 연합 스스로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철수할 시간을 줄 것을 요구했다.
우타완은 어머니를 구할 수 있다면 그 정도 요구는 충분히 들어 줄 수 있다고 약속했고 말이다.
철커커커컹 철커덕 철컹.
굉장히 두꺼운 금속 문이 힘겹게 열린다. 저것은 처음부터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능 자체를 만들지 않고 오직 수동으로만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우타완도 저 문을 몇 번이나 통과하면서 그걸 알았다는데 두께가 몇 미터는 되는 문을 앞으로 세 개는 통과를 해야 한단다. 그리고 하나의 문이 열려 있는 동안에는 다른 문은 절대로 열리지 않는단다. 그러니 사실 탈출이란 것은 감히 생각도 하지 못할 곳이 어머니가 갇혀 있는 곳인 셈이다.
그런 엄중한 감옥으로 우타완과 그의 호위 열 명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들 모두는 같은 어머니의 자식들이라 어머니를 본다는 생각에 조금은 흥분해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 중에 내가 끼어 있다. 우타완 사령관의 호위로 갑옷과 투구까지 쓰고 있는 모습이라 겉으로 보기엔 전혀 티가 나지 않는 모습으로 말이다. 드디어 마지막 세 번째 문이 열리고 저 멀리 두꺼운 창살로 가려진 공간에 머물고 있는 후쿠드 행성의 일곱 어머니 중에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