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92
화
어머니는 잘 꾸며진 방에 홀로 있었다. 세상의 그 어떤 검은 색도 저럴 수는 없을 것 같은 검은 색의 머리카락을 하고 있는 어머니는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성임을 알 수 있는 융기된 가슴과 잘룩한 허리, 그리고 빼어난 각선미가 한껏 드러나는 길게 늘어진 원피스를 입은 여인은 우타완과 그의 아들들이 철창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다가와서 우타완을 중심에 두고 일렬로 늘어서서 두 무릎을 꿇고 그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을 또한 마주 바라보았다.
“대화를 할 수 없습니까?”
“우리는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 모든 대화가 가능합니다. 어머니와 자식들은 그렇습니다.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우타완이 내 물음에 답하며 여전히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다.
일행 중에서 홀로 서 있는 이는 나밖에 없다. 그래도 상관이 없는 이유는 두 번째 문을 지날때까지 따라온 이들이 세 번째 문에서부터는 따라 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긴 그들로서도 이런 금고 같으 곳에 갇혀 있는 어머니를 어떻게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저 창살에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어서 잘못 닿았따가는 새카만 숯이 되어버린다니 아마 고압의 전류라도 흐르게 만들어 두었을 것이다.
“당신이 나를 이곳에서 꺼내 주겠다고 했나요?”
어머니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하며 고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듣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목소리다.
“그렇습니다.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 하시겠습니까?”
“물론이에요. 이곳에 너무 오래 있었으니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지요. 그리 해 준다면 고맙겠어요.”
“그럼 앞에 일렁거리는 통로가 생기면 그리 들어가십시오. 원래 발아래 만들 생각을 했지만 여기까지 따라온 이들이 없으니 그냥 만들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들은 우리가 하는 대화를 다 듣고 있을 텐데요?”
“그런 것 같습니다. 벌써 문을 열기 위해서 애를 쓰는 모양이니까요. 하지만 문을 너무 튼튼하고 무겁게 만든 것은 저들의 실수지요. 자 들어 가시지요.”
나는 우리가 들어 온 뒤에 꽉하고 닫혔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면 어머니의 앞에 듀풀렉 게이트의 입구를 열었다. 어머니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 입구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포포니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을 했을 것이다.
“자, 그럼 우리도 가 볼까요?”
내가 우타완에게 그리 말했을 때, 우타완과 그의 호위들은 모두 몸을 세우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길로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타완 사령관님 계획대로 하시지요. 여기서 저들을 도륙한다고 달라질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잘못하면 안쪽부터 치고 나가겠다고 설치는 우타완을 보게 될 것 같아서 불안하다. 뭐 전쟁이니 사람들이 죽는 것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만약 우타완이 잘못되면 그나마 만들어 놓은 든든한 인맥이 잘려 나가는 꼴이 아닌가 말이다.
“약속이니 따르겠소. 그래야지.”
다행히 우타완은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빠르게 게이트를 이용해서 1군 사령부의 사령관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게이트를 넘는 순간 우리들은 엄청난 환호성과 고함소리 그리고 뜨거운 기쁨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어머니는 사령관실의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런 어머니 앞에는 몇 명의 검은 머리 후쿠드 인들이 무릎을 꿇고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건물 밖에서는 연이어서 고함과 환호가 그치질 않았다.
우타완과 그의 호위들도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다시 무릎을 꿇고 어머니와의 재회에 동참했다.
나는 포포니가 옆구리를 찔러서 슬쩍 물러나와 사령부 밖으로 나왔다.
밖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모든 후쿠드 인들이 사령부를 중심으로 둘러서서 고함을 지르거나 혹은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상태로 정신을 집중하거나 한 모습이었다.
대체로 머리카락 색이 짙은 이들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기 위햇 노력하는 모양이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어머니께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고 또 기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고함을 지르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이로서 제1 데블 플레인의 헌터 연합은 모든 힘을 잃게 되었다.
“포포니 도시로 가자.”
나는 포포니에게 헌터들의 도시로 가자고 재촉해서 포포니와 함께 헌터들의 도시로 향했다.
서로 대치중인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서 우리 부부는 오래지 않아서 헌터들의 도시 입구에 도착을 했다. 몇 시간 전에 우타완과 그의 호위들이 통과했던 바로 그곳이었다.
“무, 무슨 일이냐?”
우리가 도시 입구로 갔을 때에 경비를 맡고 있는 헌터가 고함을 질렀다.
아마도 그는 마음이 무척 혼란스러울 것이다. 바로 얼마 전부터 후쿠드 인들의 진지에서 엄청난 고함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으니 무슨 일이 생긴 것은 분명한데 그것을 알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나는 세이커라고 한다. 제2, 제3 데블 플레인과 모성의 협상 대표이고 교역 행성의 책임자이기도 하지. 그러니 안쪽에 이 연락해서 이 도시의 책임자에게 내가 여기 와 있다고 알려라.”
“세, 세이커? 그 게이트 마스터?”
이건 또 뭔 소리야? 게이트 마스터라니? 날 부르는 그런 호칭이 언제 생겼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게이트 마스턴지 뭔지 그런 것은 나도 모르는 일이고. 아무튼 안쪽에 연락해서 내가 왔다고 전해. 그리고 곧 후쿠드 인들의 총공격이 있을 예정이니까 그 전에 철수를 해야 할 거라고도 전하고.”
“뭐? 뭐라? 총 공격?”
“전하기만 하면 알아 들을 거야. 그러니까 더 묻지 말고 일단 전달부터 하지 그래?”
“우, 우리의 대화는 이미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라.”
오호?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확실히 오래 된 도시라서 그런지 다른 곳에 비해선 설비들을 많이 갖춰 놓은 모양이네?
“그럼 다 듣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전한다. 방금 전에 후쿠드 인들은 헌터 연합에서 억류하고 있던 인질을 구출했고, 그 때문에 지금 환호성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저들의 기쁨은 곧 분노로 바뀌고 이곳 도시에 살고 있는 헌터들과 일개미들에게 쏟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 전력을 이곳 헌터들로 막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그러니 빠른 시간안에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철수하기를 권한다. 아울러 플레인 게이트로 철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이곳에 교역 행성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어 줄 테니 그것을 이용해서 철수를 하도록 하라. 내가 후쿠드 인들의 전면 공격을 약간은 늦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을 오래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알아서들 결정해라. 아마 저들은 자신들의 어머니를 몇 백 년 동안이나 감금한 헌터들을 곱게 살려두려 하지 않을 것 같으니 그걸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도시 입구 앞에다가 교역 행성으로 통하는 게이트 입구를 만들어 놓았다.
“이건 앞으로 네 시간 후에 자동적으로 닫히는 입구니까 이걸 써서 도망을 가려는 이들이 있으면 알아서들 사용을 하도록. 교역 행성으로 통하는 것이고, 교역 행성에도 플레인 게이트가 있으니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나같은면 빨리 도망을 치겠다고 충고하는 바요. 그렇지 않으면 죽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경고를 해 주고는 포포니와 함께 다시 후쿠드 인들의 진지로 돌아왔다.
오고 가는 모습을 후쿠드 인들도 봤지만 어떤 제재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젠 최하급자까지도 나와 포포니가 그들의 어머니를 구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머릴 헌터들의 도시에선 벌써부터 소란이 일고 있다. 곳곳에서 부서지고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뭔가 타오르는 불길이 치솟기도 한다. 그리고 도시 입구로 사람들이 몰려 나와서 게이트로 들어가는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이제 이렇게 후쿠드 행성도 모성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헌터들을 키우기 위한 기술 전수용 장치들도 이제 더는 만들지 못하겠지. 물론 그건 내가 이쪽과 거래를 해서 독점하는 형식을 어떻게 해 봐야 될 문제지만 말이다. 그게 꼭 필요한 것이기는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