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94
화
나는 제3 데블 플레인의 타모얀 종족을 대표해서 행성 외부의 세력과 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물론 타모얀 이외의 종족들까지 내게 그런 권한을 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제3 데블 플레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많은 일들이 듀풀렉 게이트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일들이 많아서 다른 종족들도 어쩔 수 없이 내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그들은 행성 내부에서의 생존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저런 일들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다보니 나는 그런 선주민들을 대리해서 행성외부와 소통하는 문제를 맡았다.
그리고 소통에는 당연히 제2 데블 플레인과 제3 데블 플레인의 교류도 포함이 되어 있다.
제2 데블 플레인의 깝딴들은 거대한 괴수를 사냥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깝딴 다섯이 모이면 괴수를 잡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대전사들 열 명 이상이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제3 데블 플레인에서 대전사 열 명이 모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법 많은 괴수들을 사냥하고 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제3 데블 플레인에서 몬스터들이 나타난 역사 이후로 가히 커다란 전환점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다.
괴수가 발견되면 즉시 이동후 사냥이 가능하다는 것은 지금까지는 꿈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괴수란 어떤 의미에선 수많은 대전사의 희생을 바탕으로 해서야 사냥이 가능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깝딴들이 합류하면서 적은 희생으로 사냥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말해서 프락칸들에 의해서 몬스터들의 기운이 행성 본연의 기운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말과 같았다. 내 생각이지만 이렇게 가다보면 언젠가 제3 데블 플레인에서 에테르의 기운이 걷힐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희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희망의 증거로 하늘 호수 분지를 들 수가 있다. 하늘 호수 분지는 모든 종족들이 우선적으로 정화 할 곳으로 정해서 정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 때문에 하늘 호수 분지에서 점차 몬스터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하늘과 땅과 물에 대한 정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니 결국은 그 지역을 관장하는 지역 코어도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몬스터들의 출현 빈도를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지역 코어는 부족 코어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하늘 호수 분지에서 사냥당한 부족 코어는 점차 재생성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몬스터의 수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게 가다간 결국 하늘 호수 분지는 몬스터가 없는 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앞으로 조금 더 상황을 보다가 깝딴들을 더 많이 요청해서 지역 코어를 공략한다는 계획이 벌써부터 세워지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우리 장인어른이 있고, 스추알라와 그 아버지인 솟구치는 번개 부족의 족장이 끼어 있다. 이들은 성간-게이트를 통해서 오가며 의견을 조율하고 스스로 괴수 사냥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그 계획에는 대전사들을 제2 데블 플레인에 파견해서 몬스터 사냥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도 포함이 되어 있는 모양이다. 이젠 부족한 무력도 서로 주고받는 단계까지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이즈음에 제1 데블 플레인의 후쿠드 인들까지 성간-게이트로 옴파롱트에 오갈 수 있게 되면서 또 다른 논의가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제1 데블 플레인에 부족한 무력을 파견한다면 일곱 어머니 중에 한 사람이 그 자식들과 함께 제3 데블 플레인과 제2 데블 플레인으로 넘어와서 정착하는 것도 고려를 해 보겠다는 이야기다.
사실 새로운 인구의 유입은 세 행성 모두에서 환영할 일이다. 몬스터들 때문에 인류의 수가 많이 모자란 실정이기 때문에 그건 당연하다. 그런 중에 엄청난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쿠드 인의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그 어머니들은 에테르 자체를 행성 본연의 기운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 그 어머니 일곱이 후크드 행성 전체의 에테르 증가를 막아 오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머니 한 사람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그런 어머니가 행성을 옮겨 와서 정착을 한다는 것은 두 손을 들고 환영을 할 일인 것이다. 후쿠드의 어머니는 그 자식들을 빠른 시간 안에 급격하게 늘릴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니 여건만 허락하면 수 백만이라도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그 여건이란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행성을 옮겨 오면 그게 가능하다니 긍정적으로 이주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건 뭐 선주민들 사이에서 결정이 나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나는 한 걸음 물로나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도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언젠가 모든 몬스터들을 몰아냈을 때에, 종족간의 갈등이 없을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몇 백 년은 지난 후의 일일 것이다. 지금은 그런 걱정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몬스터들, 즉 에테르 기반 생명체들에게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더 큰 문제다. 때문에 제2 데블 플레인의 종족들이나 제3 데블 플레인의 사람들도 후쿠드 행성의 어머니가 이주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다만 그러자면 후쿠드 행성에 그만한 인력이 빠져도 괜찮을 정도의 무력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 문제를 두고 제3 데블 플레인의 타모얀 대지의 일족 중에 몇 개의 마을이 이주를 하는 것에 대해서 고려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차피 프락칸도 이주를 해야 하니 그쪽 행성으로 이주를 해서 자리를 잡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는 말로 설득을 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듀풀렉 게이트를 통해서 왕래가 수월해진 이후로 프락칸들의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왜냐하면 한 번에 몰아서 정화 의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니 능력이 뛰어난 프락칸들이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정화 의식을 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둘, 혹은 셋 이상이 함께 정화 의식을 하니 프락칸이 혼자서 정화 의식을 할 때에 비하면 그 부담이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그렇게 여럿이 모여서 정화 의식을 하게 되면 하루 걸러 한 번씩 정화 의식을 해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그러니 정화 의식 이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는 프락칸들이 하늘 호수 마을에 모여서 수다를 떨며 지내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이들을 모아서 제1 제2 데블 플레인으로 보내려는 움직임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제3 데블 플레인의 다른 부족들에도 다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프락칸처럼 몬스터의 기운을 행성의 기운으로 바꾸는 능력을 지닌 이들이 있었다. 아니 프락칸처럼 특화된 사람이 없다면 종족 전체가 하는 일들이 그런 기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농사를 지으면서 지력을 높이는 행위가 곧 에테르의 기운을 행성의 기운으로 바꾸는 것인 경우도 있고, 가축을 키우는 행위가 몬스터의 기운을 억제하는 능력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튼 제3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들은 어떻게든 행성의 기운을 되살리려는 쪽으로 진화를 해 온 것이 확실한 이들인 것이다.
물론 제1, 제2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들도 그런 능력들이 있기는 하지만 제3 데블 플레인처럼 특화되거나 발전되어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 제1 데블 플레인 즉 후크드 행성의 어머니들이 그 중에서 특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수가 적다는 점에서는 큰 약점을 지니고 있으니 역시 제3 데블 플레인이 몬스터를 상대로 한 진화의 선두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이젠 일은 모두 어른들이 알아서 하겠지. 성간-게이트로 세 행성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해 줬고, 듀풀렉 게이트도 대충 설치를 해 준 것 같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남편 아직 듀풀렉 게이트 필요한 곳이 많아. 더 많이 필요해.”
포포니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발을 빼려는 나를 제지한다. 사실 듀풀렉 게이트를 너무 남발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거리마다 보급이 된 후에는 그만 두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듀풀렉 게이트가 아무리 좋은 거라고 해도 그게 공짜로 돌아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 번 만들어 설치하면 반 영구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점 하나는 몬스터의 코어가 없으면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몬스터의 코어는 무한한가? 행성의 기운이 다하지 않고 몬스터가 전멸하지 않는 이상은 계속 생산이 될 것이긴 하지만 듀풀렉 게이트가 늘어나고 그것을 수시로 사용하면서 소비되는 코어를 어떻게 감당할까? 그러니 듀풀렉 게이트도 적당한 수에서 멈춰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성간-게이트는 당연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것이라서 극히 제한적으로만 설치를 해 둔 상태다.
“너무 많아도 문제가 있어. 지금 정도가 딱 적당해. 나주에 다른 대륙에 진출하면 다시 설치를 해야지. 지금은 아니야. 그리고 스추알라 쪽도 지금 정도에서 내부 정리를 좀 해야 하고, 제1 데블 플레인 쪽은 각 군단 본부에 하나씩 설치했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나머진 후쿠드 인들의 영역이 더 넓어진 다음에 생각해 볼 문제고.”
“우웅. 그래도 많으면 좋잖아. 부유선이나 그런 거 안 타고 다녀도 되고 또 안 걸어 다녀도 되고.”
“예전에는 몇 달을 걸어 다녔던 길이잖아. 이젠 며칠만 가면 게이트를 탈 수 있는데 그 며칠 걷는 것도 귀찮다고 하면 안 되지. 그러면 정말로 큰 일이 날지도 몰라.”
“큰 일?”
포포니가 무슨 소리냔 듯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본다. 에구구 귀여워라.
나는 냉큼 포포니를 끌어 당겨서 옆구리에 끼고는 다른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테르 기반 생명체에 저항하고 또 싸우면서 버티는 힘은 문명이 발달한 곳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어. 그러니까 그 행성에 사는 이들이 스스로 저항할 힘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야.”
“우웅? 그래?”
“그래. 그런데 그걸 생각하면 우리 제3 데블 플레인에서도 적당한 문명의 조절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 너무 편하고 쉬운 것만을 생각하는 삶에 익숙해지면 어쩌면 행성의 기운을 느끼고 이용하는 능력이 퇴화할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듀풀렉 게이트를 많이 설치하지 않으려고 해. 꼭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 그렇군. 음. 잘 모르겠지만 너무 편한 삶이 좋은 것이 아니란 말은 알겠어. 그래 우린 대지를 밟고 걷고 뛰고 기어야 하는 대지의 일족이야. 음. 그래. 맞아.” 포포니는 어느 정도 내 말뜻을 알아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남편.”
“왜?”
“우리 어디 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