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95
화
포포니는 내가 아까부터 게이트 출구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라도 했다는 듯이 묻는다.
“까흐제 그 양반이 새로운 듀풀렉 포인트를 설치해 뒀다고 해서 기다리는 거야. 그 양반 그게 어딘지는 죽어도 말을 안 하고 일단 가져다가 설치를 해 둔 시간만 이야기를 했거든.”
“우웅? 어딘지도 모르고 가려고? 그러다가 함정이면 어떻게 해?”
포포니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묻는다.
“함정이라 글쎄?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데블 플레인 중에 한 곳이라고 말했으니 맞겠지. 그리고 데블 플레인 중에 한 곳이건 어디건 까흐제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당신이나 내가 버티지 못할 곳은 아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능력으로 설마하니 잠깐의 틈을 얻지 못할 상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리고 잠깐의 틈만 있으면 우린 어디서든 이곳으로 올 수 있으니까 걱정 없어.”
“남편 실력이 조금 늘었다고 방심하는 거 아냐?”
포포니가 살짝 눈을 흘긴다.
“거 무슨 소리를. 이제 겨우 한 발 걸친 상탠데 방심은 무슨. 그런 거 아니야.”
“흐응. 그럼 다행이고. 헤헤헤.”
포포니는 내가 아니라니 그냥 아닌 걸로 믿어 버린다. 역이 이래서 난 포포니에게 폭 빠져 산다. 이런 여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아무튼 지금 나는 까흐제가 새로운 데블 플레인에 가져다 놓았다는 듀풀렉 포인터가 작동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어디건 제8 데블 플레인만 아니라면 나는 뭐 괜찮다. 제8 데블 플레인은 제4 데블 플레인과 마찬가지로 에트르 기반 생명체에게 완전히 빼앗긴 행성이라고 했으니 당장은 관심이 없는 거다. 나중엔 어떨지 몰라도 말이다.
“엇 열렸다. 남편.”
순간 포포니의 말처럼 새로운 게이트 입구가 열렸다. 나는 망설임 없이 포포니와 함께 그 게이트로 들어갔다.
우와앗, 이런 빌어먹을 까흐제. 이걸 함정이라고 판 걸까? 그런데 딱 보니까 이거 굉장히 위험한 함정이긴 하다.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물속이라면 정신을 차리기 어렵긴 하겠지.
나는 곁에 있는 포포니의 팔을 꽉 잡아 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큰 위험에 처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이크아니 프락칸을 처음 만났을 때에 우리는 물의 일족의 아이들을 위해 준비했다는 지식 코어 두 개씩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지식 코어에서 배운 것이 바로 수중호흡과 유영, 즉 물 속에서 움직이는 법이었다. 수중에서 몬스터와 싸워야 한다는 것은 전제로 해서 물의 일족이 어릴 때에 배우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 때 이 두 가지 기술을 익힌 대가로 얼마나 많은 자클롭 그 게딱지를 잡아야 했던가를 생각하면 지금도 억울한 면이 없잖다. 이거 배운 후로 써 먹은 적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물속에서 움직일 일이 어디 그리 흔해야 말이지.
그런데 지금 우리 부부는 깊은 수중에서 서로를 보면서 웃고 있는 중이다. 흐음. 이거 정말 멋진 모습이다. 세상인 온통 푸른색인 것 같다. 조금 깊은 곳이어 어둡기는 하지만 위쪽을 보면 저 까마득한 곳에 푸른 하늘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포포니에게 손가락으로 위쪽으로 가리키고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손은 여전히 포포니의 팔뚝을 잡은 상태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놀라긴 놀랐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까흐제 이 인간을 어떻게 할까? 우리가 이런 함정에서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테고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곳에 듀풀렉 포인터를 던져 놓은 거지?
물속에서 호흡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아가미가 없는 이상 결국에는 숨이 막혀서 죽을 수밖에 없다. 사실 수중호흡의 원리는 에테르를 이용해서 물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산소를 흡수하는 방법이다. 끊임없이 물을 입 안으로 끌어 들였다가 내 뱉으면서 그 안에 있은 산소를 걸러 내서 호흡에 이용하는 것인데 에테르로 입 안에 그 산소 흡수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까? 이게 숙달되면 물속에서 평생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포포니와 나는 이 기술을 연습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서툰 편이다. 뭐 그래도 몇 십 분 정도는 무난하고 또 공기중에서 몇 번 호흡하면 다시 물 속에서 몇 십 분은 버틸 수 있으니 굉장히 유용한 기술임엔 틀림이 없다. 또한 물속에서 유영을 하는 방법도 에테르를 이용해서 일종의 지느러미 같은 것을 만들어서 유영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다른 물의 일족 전사들은 에테르를 이용해서 물속이나 위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법을 알고 있다지만 우리 부부는 그걸 배운 것이 아니라 아주 기초에 속하는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만 배운 셈이다. 그래도 지금 우리 부부가 유용하게 쓰고 있으니 역시 뭐든 배워 두면 좋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푸하!”
“파하!”
수면까지 올라오는 동안에 몬스터의 공격은 없었다. 아니 물속에서 포포니와 나 이외의 다른 살아 움직이는 것들은 보이지 않아서 무사히 수면까지 올라 올 수 있었다.
“우아, 멋지다. 남편.”
포포니가 대뜸 감탄사를 토한다. 그런 포포니의 시선은 수평선을 향하고 있다.
나도 포포니의 시선을 따라서 그곳을 바라봤다.
소용돌이 형태의 구름이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수면과 맞닿을 듯이 내려와 있다. 그 구름이 하늘로 놀라갈 수록 넓어지면서 새하얀 뭉게구름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런 구름 위로 태양이 환하게 비췬다. 멋진 광경이다. 다만 에테르의 영향인지 뭉게구름 위쪽으로 한 겹의 검은 대기층이 있어서 환한 태양빛이 그래도 수면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한 번 걸러지는 것이 아쉽다.
그러고 보면 에테르가 풍성한 곳, 즉 데블 플레인은 어딜 가나 대기중에 한 겹의 어두운 대기층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도 역시 에테르 기반 생명체들의 짓일 텐데 아직 그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르는 모양이다.
“남편, 저기, 저기에 뭔가 있어.”
포포니가 소용돌이 구름의 끝과 맞닿은 수면 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 그런데 나는 거기까지 확인이 안 된다. 나도 이젠 그랜드 마스터에 한 발 걸치고 있다고, 그런데도 아직 우리 마눌에 비하면 한 참 모자라니 이걸 어쩌면 좋은가. 뭐 그래도 이곳 새로운 데블 플레인에 왔으니 이곳의 에테르를 받아들이면 그랜드 마스터엔 완전히 오를 수 있을 거다. 그럼 지금 보다는 나아지겠지.
“어디? 저쪽?”
“웅. 남편. 저기 물 위에 뭔가 있어. 섬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그럼 가 볼까?”
“헤엄쳐서?”
“그러고 싶어?”
“아니면 어떻게 가?”
포포니도 까마득하게 보이는 곳까지 헤엄쳐서 가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래고 나도 절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부유선 타고 가면 되지.”
“아항, 그렇구나. 역시 남편이 최고야. 헤헤.”
나는 헤실거리는 포포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부유선을 꺼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공간 확장 가방 세 개 중에서 하나는 우리 부부 전용의 소형 부유선이 언제나 들어 있다. 예전에는 허브 기지의 창고에 준비를 해 뒀다가 쓰곤 했는데 거기 넣어 뒀더니 텀덤이나 마샤, 리샤가 수시로 꺼내서 쓰더란 말이지. 그래서 거긴 그냥 하나 넣어두고 우리 부부용으로 새로 만들어서 가방에 넣고 다니는 중이다.
“그런데 남편.”
“응?”
“여기 바다 아니가봐.”
“바다가 아냐? 아! 그러고 보니 물이 짠 물이 아니었네?”
“웅. 바다 아니야. 호수야.”
“그, 그래. 마눌 말이 맞다. 짠 물이 아니니까. 바다가 아니라 호수라고 하자.”
사실 부유선 타고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확인을 해도 땅이라곤 보이지 않는 이곳을 호수라고 하기엔 너무 넓지만 바닷물이 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곳은 담수로 이후어진 호수가 분명하긴 한 것 같다.
“저기, 저기. 남편.”
“어. 나도 이제 보여. 괴상하게 생겼네?”
나와 포포니는 부유선 창밖으로 보이는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수면 위에 떠 있는 그것은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몬스터를 잡았을까?”
포포니가 얼빠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도 비슷한 심정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 옴파롱트가 있는 하늘 호수 분지보다 클지도 모르는 거대한 인공섬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인공섬을 이루고 있는 것은 딱 봐도 몬스터의 뼈와 가죽이었다. 그것을 이어 붙여서 섬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는 섬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부유선을 세운 상태로 한동안 가만히 그 섬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사람들이 있어. 저기 저기.”
이번에도 포포니가 한 쪽을 가리키며 호들갑을 떨었다.
섬의 곳곳에 마치 연못처럼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 중에 한 곳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 부유선쪽을 바라보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열 명 남짓한 이들인데 기세가 사뭇 거칠다. 적대적인 느낌이 강하게 밀려오고 있다. 이것도 모두 헌터 연합 놈들이 뻘짓을 해 놓아서 그런 걸 거다. 젠장